1편을 직접 경험하고 끝마치고 나니 스토리에 대한 고찰이 무럭무럭 샘솟더군요. 그래봐야 프롬뇌 수준을 못 벗어나지만....
3편으로 입문하기 전에 말로만 들었던 태양좌 솔라를 직접 만나 함께한 것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태양 만세도 뭐 알고 외쳐야지 싶은 쓸데없는 마인드였죠.
아무튼 직접 솔라를 만나고 나니 문득 의문이 들더랍니다. 워낙 시리즈 얼굴마담 수준의 인기 캐릭터라 마르고 닳도록 연구된 캐릭터지만, 인게임 내에서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100% 모든게 명확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어찌보면 솔라는 인게임에서 보여준 모습 자체가 100%였을지도 모르지만.....
위키라던가 유튜브 같은데서 해석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냥 제가 인게임 안에서 본 솔라의 느낌 자체로 서술했습니다. 고로 객관성은 제로일 수 있으니 그냥 재미로 읽어주시길....
다크 소울을 플레이하는 모든 망자들과 닼린이들의 우상, 비 닼소 유저들에게는 뭔진 모르겠지만 태양 만세로 웃기는 얼굴마담인 태양좌 솔라입니다. 사실 솔라라는 캐릭터는 암울하고 쓸쓸한 다크 소울과는 어울리지 않는 낙천적이고 유쾌한 캐릭터입니다.
이후 후속작들도 그랬지만 다크 소울의 NPC들은 대부분 음울하고 속이 시커멓거나, 혹은 진중하고 비장한 캐릭터들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기에 더더욱 드라마틱하고 다크 소울다운 개그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분위기를 중화시켜주는 개그 캐릭터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데, 너무 실없이 웃기면 안되니 다크 소울다운 선에서 맞춘 유쾌한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다른 게임들 같으면 개그 축에도 못 낄 나름대로 진지한 캐릭터지만서도.....
어쨌든 게임 초반에 태양이 내리쬐는 절경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첫 등장하죠. 스스로를 아스토라의 솔라라고 소개하며 자신은 불사자가 되어 태양을 찾으러 왔다고 밝히죠. 이상한 놈이라 생각하냐며 넉살 좋게 웃는데, 모두가 이상하게 봤다는 얘길 하는걸 보면 본인 생각에도 뜬구름 잡는 목적인 모양입니다. 스스로의 믿음에 광신적인 본인도 엉뚱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 솔라가 찾아다니는 '태양'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알 수 없게 만들죠.
그 뒤로 선택받은 불사자가 가는 여정마다 마주치며 태양령 사인으로 도움을 주는 그야말로 모범적인 동료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특히 혼자서 모든 고난을 극복해야 하는 다크 소울에서 솔라의 황금빛 사인은 천군만마와도 같은 감동을 선사해주죠. 심지어 비슷한 동네인 3편의 무능한 백령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함까지 갖췄습니다.
하여튼 별다른 뭔가도 없이 지나가다 만나서 말만 걸어도 사인을 그어주는 대인배죠. 뭘 도와줘야 한다거나 뭘 갖다줘야 한다거나 그런게 전혀 없다는 점에서, 후대의 태양 신도들의 행동양식을 정립한 선구자라 할 수 있죠. 당장 우리 이 닼소게시판의 태양 망자분들도 아무런 조건 없이 달려가 사인을 긋는다는 점에서, 우리의 태양좌 솔라의 영향력이 엄청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태양좌의 가호를 받으며 해피 소울을 즐기다 중후반부에 들어서면 슬슬 암울해지기 시작합니다. 선택받은 불사자가 순조롭게 모험을 계속하는 와중에 솔라는 태양을 찾지 못해 벽에 부딪히죠. 여기서 솔라가 씁쓸하게 웃으며 "저 하늘의 태양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네, 실은 내가 눈도 안 보이는 천하의 멍청이가 아닌가 하고 말이야" 라고 하는데.... 대사로 미루어보면 솔라는 자신이 찾는 태양이 단순히 못 찾은게 아니라 애초에 없는게 아닐까 의심하는 것 같더군요.
그렇다면 아주 우스꽝스러울 거라며 씁쓸하게 웃는데 진짜 웃는게 웃는 것이 아닙니다.... 우스꽝스러운걸 넘어 스스로의 광신적인 신념이 흔들리는 순간이니 심각해질만도 하죠.
심히 1회차의 요르시카스러우신 혼돈의 따님께 피같은 인간성 30개를 바쳐 숏컷을 개통하면,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절망해 주저앉은 태양좌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솔라가 절망하며 내뱉는 "모두 거짓이었나" 라는 말은 본인 입장에서 엄청나게 슬픈 자조입니다. 반드시 있으리라 믿었던 태양이 없다는 사실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죠. 다크 소울의 불사자들이 사명 하나로 이성을 유지한다는걸 곱씹어 보면, 솔라는 스스로 정한 사명이 부정당한 것이니 보통 충격이 아니었을 겁니다.
결국 절망하고 주저앉아 슬프게 태양을 부르짖는 솔라를 뒤로하고 선택받은 불사자는 여정을 계속합니다. 그렇게 솔라는 절망한 채로 재기할 수 없을줄 알았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솔라는 포기하지 않았고, 최초의 화로에 자신의 사인을 남겨 불의 시대의 운명을 앞에 둔 선택받은 불사자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게 됩니다. 그렇게 선택받은 불사자를 도와 장작의 왕 그윈을 물리쳐 불의 시대가 이어지도록 공헌하죠. 후일담으로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 불을 계승하고 장작의 왕이 되었다고 하지만, 이건 인게임에선 알 수 없는 내용이니 넘어가고.....
솔라의 드라마틱한 여정을 요약하면 대략 이렇습니다. 태양을 찾아 고된 모험을 견뎠지만, 결국 태양을 찾지 못하고 절망했으나 포기하지 않고 최초의 화로까지 도달했고, 불을 계승하고 그 자신의 목숨을 바쳐 태양이 되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그야말로 1편의 또다른 주인공이라 해도 모자라지 않은 드라마틱한 스토리죠.
하지만 여기서 남는 개인적인 의문은.... 결국 솔라가 작중에서 그토록 애타게 찾아다녔던 태양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인게임에선 툴팁이건 대사건 막연하게 태양을 찾는다고만 묘사됐기 때문에 정확히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이들 태양의 전사들이 섬긴다고 언급된 그윈의 장자=무명왕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에 계승한 최초의 불을 의미하는 것인지 게임 내에선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솔라 자신도 엉뚱하다 생각했을 정도니 정말 막연한 '로망'을 찾아다닌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 로망이 실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했지만, 최초의 불을 보고 그것을 계승해 그 자신이 태양이 되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인지는 본인만이 알겠죠. 이렇게 보면 "태양은 위대해, 훌륭한 아버지 같아" 라는 대사가 쓸데없이 의미심장해집니다. 솔라는 최초의 불을 계승해 불의 시대를 이어간다는 행위를, 자신이 동경하는 '훌륭한 아버지 같은 위대한 태양' 그 자체가 된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태양처럼 강렬하게 빛나고 싶다는 소망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사명으로 여기고 그 목숨을 불태운 것이죠. 이렇게 보면 그는 불의 계승에서 그토록 추구하던 '로망'을 보았고, 엉뚱한 로망이 결과적으로는 세계를 구원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솔라가 막연하게 찾아다닌 그 태양이 진짜 뭐였는지는 아직도 궁금하더군요. 어쩌면 제가 놓쳤거나 그냥 맥거핀에 불과했을지도......
마지막은 이 쓸데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관대하신 분들을 위한 서비스컷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매의 눈 코스프레에 대궁 들고 설치면서 찍은 쿠라그의 혼신의 근접샷입니다. 심히 흔들리는 카메라의 초점이 쳐맞으면서 찍은 당시의 처절함을 적나라하게 대변해 줍니다. 아쉽게도 머리카락은 죽어도 휘날리지 않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3편 NPC들에 대해서도 감성을 섞은 주저리를 써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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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온슈타인 잡고나서 그릇 안치하고 시스 잡은 뒤였을 겁니다. 태양의 제단 화톳불 밖으로 나가면 있더군요. 시스랑 상관없이 그릇 놓고 지네 데몬 잡기전에 사진의 장소에 가면 있을 듯하네요. 저기서 만나면 폐허도시 이자리스? 죽음의 왕의 무덤인가? 하면서 이자리스로 향한다는 밑밥을 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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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중요한 결말을 인터뷰로나 알려주는 미야자키는 도덕책..... ㅠ | 20.02.18 06: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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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 장작의 왕이 된다는 행위가 솔라가 원하던 태양이 아니었나 하는 해석입니다. 솔라가 자기 세계에서 불을 계승했다는건 인터뷰로 공개된 사실이라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구요... | 20.02.18 08: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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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인터뷰에서 솔라의 엔딩 중 장작의 왕이 되는 것을 태양이 되는 것이라고 미야자키님이 해석해 주셨습니다. | 20.02.18 09: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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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에서 나오듯 처음부터 장작의 왕이되는게 목적이 아닌 세상을 밝힌 그윈같이 자신을 밝게 비춰줄 태양을 찾는게 초반 목표고 이자리스에서 절망하지만 그저 맡겨진 사명에도 굴하지 않는 선불자를 보고 자신을 비춰줄 태양이 없다면 본인이 태양이 되 모두를 비추겠다는게 후반의 솔라입니다 | 20.02.18 12:3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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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이지만 태양 그자체가 아닌 태양이 세상을 비춰주는것처럼 자신만을 위한 태양같은 무언가를 찾는게 목표였다고 생각하시면 될듯하네요 | 20.02.18 12: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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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하지도 않고 믿음만으로 나섰으니 꺾일만도... 어찌보면 다크 소울 세계관에서 살아남은게 신기한 캐릭터네요 | 20.02.18 17:4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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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출신의 기사들과 비슷한게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지만 실력하나는 출중해서 놀리거나 얕보지 못한다고 하죠. 1편의 지크마이어 생각하면 솔라도 비슷한 케이스일꺼에요. 롱소드에 태양그림 그린 방어구로 태초의 화로까지 온걸보면요 | 20.02.18 18: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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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시 부조리... ㅠ | 20.02.18 17: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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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진 몰라도 자신만의 태양을 찾는답시고 여행했는데 게임을 진행할수록 지쳤는지 어디서도 못 찾았다고 푸념합니다... 그러다 이자리스까지 갔는데도 없어서 처음부터 태양은 없었던 거신가 ㅠ 하고 절망한거죠. 그러고 한동안 안보이다가 최초의 화로에서 사인으로 재회하죠. 이건 솔라가 태양을 막연히 찾아다니는 대신 그윈처럼 불을 계승해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 되겠다는 결심으로 해석됩니다. 어쨌든 절망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여정의 마지막에 나타나 함께한 것이 모두에게 감동을 준거십니다.... ㅠ | 20.02.18 17: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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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라라니 ㅋㅋㅋ; | 20.02.18 17: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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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 뵨태 아줌마요 ㅋㅋㅋ | 20.02.18 18: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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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알수록 인상깊지만 모르고 진행할땐 늘 함께해주던 유쾌한 친구가 절망하는게 슬픈... 하튼 알던 모르던 인상깊을 수밖에 없는 캐릭텁니다 ㅋㅋ | 20.02.18 23: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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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씀하시니까 닼소 3를 멈추고 닼소 1이 하고 싶어지네요 ㅎㅎㅎ | 20.02.18 23: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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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 이 대사. 캐릭터 6개째인데도 한번도 못봤는데, 어디까지 진행했을때 볼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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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온슈타인 잡고나서 그릇 안치하고 시스 잡은 뒤였을 겁니다. 태양의 제단 화톳불 밖으로 나가면 있더군요. 시스랑 상관없이 그릇 놓고 지네 데몬 잡기전에 사진의 장소에 가면 있을 듯하네요. 저기서 만나면 폐허도시 이자리스? 죽음의 왕의 무덤인가? 하면서 이자리스로 향한다는 밑밥을 깝니다. | 20.02.18 23:0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