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80년대 일본 문화는 생각보다 쉽게 다가왔어요.
학교 앞이나 백화점에 하나, 둘 하비숍이 생겼고 일본 프라모델에 눈을 휘둥그레졌죠.
친구들과 돌려보던 베타테이프 속 메카물에 열광했고, 매달 명성과 윙크업, 듀엣을 사느라 주머니는 얇아졌어요. 일본 잡지 속 스타들은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리어카 불법 카세트 테이프에서는 쯔요시, 곤도, 구와다밴드, 첵커스 등의 음악이 익숙하게 흘러나왔어요.
아시안 게임, 올림픽이 열렸고 90년대가 되면서 누구나가 중산층이라 여길 만큼 삶은 풍요로워졌죠.
일본 가면 사 와야 할 것들이 국내에서 정발되고 구하게 쉽게 되었으며 우리 생활과 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았어요.
그즈음 젊은 선생님들은 일본의 사상적 잠식을 우려하며 틈만 나면 식민사관을 심어논 일본이, 아베 노부유키의 말처럼 '일본은 다시 돌아온다'라고 걱정했죠.
패망하고 떠나며 다시 돌아오겠다던 그들의 말처럼 우리도 모르게 문화에 스며들었어요.
저는 비트 다케시 영화를 좋아했고, 폰에는 지금도 사잔과 튜브 음악이 담겨있고, 아직도 게임을 사 모아요.
직업 때문에 영상 장비는 일본제 최고가 모델을 풀세트로 이용하고 있고요.
'촌스럽게 왜 이래, 불매는 강요가 아니라 선택이야.'라며 집사람에게도 필요하면 사라고 합니다.
그러다 문득 어렸을 때 쉽게 받아들였던 그 문화를 접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어요.
지금하고 있는 일의 자양분이 됐다고 믿는 일본의 만화, 애니, 음악, 영화, 게임.
시간은 흘렀고 '만약에'라는 말은 부질없겠지요.
그러나 '문화산업은 어쩔 수 없어'라는 생각이, 그들이 오랜 기간 준비한 계획된 함정이라면 쉽게 '불매는 강요가 아니라 선택이야'라는 말은 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길들여져 익숙해진 모든 것들에 다시 고민할 시기이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당장 불매에 동참 안 한다고 비난하는 것도 맞지 않죠.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다만, 지금이라도 조금씩 우리의 선택에 의문을 가지면 좋겠어요. 변화는 조금 천천히 와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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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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