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지하철역 구내, 어둠 가득한 터널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남자의 코트 자락이 휘날렸다. 살짝 흐트러진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은, 등 뒤에서 하이힐 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두 여자를 향하고 있었다.
"기분이 어때......? 야가미 이오리."
"크크크...... 상태를 보니, 아직은 피의 충동을 견뎌내고 있나 보군. 재미없게."
매츄어와 바이스. 오로치 일족의 일원이면서 망령처럼 야가미 이오리를 따라다니던 두 미녀는 서늘하리만큼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타일 몇 장을 사이에 두고 멈춰 섰다.
"말했잖아? 악몽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깨진 그릇에서 넘쳐 나온 망자는 지금도 온 세계를 떠돌고 있어."
"당신 피가 들썩이는 것도 전부 절망의 전조...... 세계에 나타난 균열은 지금도 계속 갈라지며 커지고 있어."
"무슨 일인가 했더니...... 시시해."
구내에 부웅 소리가 울리더니, 전광판의 희미한 빛을 덮어버릴 듯한 보랏빛 불꽃이 그 자리를 비추기 시작했다. 어딘가 불길하면서도 정직할 정도로 가혹함이 깃든 그 불꽃을 보고 매츄어와 바이스가 미소 지었다.
이오리는 보라색 불꽃에 휩싸인 손가락을 굽히고는 천천히 뒤돌았다.
"꺼져라. 안 그러면...... 이 불꽃으로 지옥에 보내주마."
매츄어는 몸을 태워버릴 듯한 살의를 온몸으로 느끼며 만족스러운 듯 숨을 내쉬었다. 한편, 바이스는 마음에 드는 놀잇감을 발견한 고양이처럼 히죽히죽 웃었다.
어깨 힘을 뺀 그녀들의 뒤에서 조명이 점멸했다. 암전될 때마다 두 사람의 모습이 보라색 불빛에 물들었고, 눈이 반짝였다.
"당신이 악몽 속에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모습, 특등석에서 구경해 볼까?"
"제발 우리를 실망시키지 말아줘."
바이스가 천천히 몸을 흔들고, 매츄어는 요염하게 몸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녀들의 손가락이 이오리의 등 뒤를 가리켰다.
"운명의 시간이 머지않았어......"
팽팽한 긴장의 끈을 끊어버리듯 회송 차량이 굉음을 내며 그들의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가 노려보던 장소에 이미 두 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오리는 돌풍에 머리카락과 코트를 휘날리며, 어느새 불꽃이 꺼져버린 주먹을 천천히 말아쥐었다.
이오리의 등 뒤에서 하이힐이 타일에 또각또각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규칙적인 발소리는 곧장 이오리의 바로 뒤까지 쫓아왔고, 고요한 시선이 그의 등에 꽂혔다.
"여기 있었구나. 한참 찾았어."
여성의 목소리에 야가미 이오리가 뒤돌아본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여성―― 카구라 치즈루는 이오리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삼신기로서 한 번 더, 내게 힘을 빌려주지 않을래? 야가미 이오리......"
맑은 하늘. 흘러가는 엷은 구름을 등지고 비둘기떼가 날아간다.
시내 어딘가, 도시의 떠들썩함도 덜한 공원에서 한 청년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분수 소리를 배경으로 서 있는 남자―― 쿠사나기 쿄는 손목시계를 흘깃 쳐다본다. 약속 시간까지 앞으로 1분 남았을 즈음, 바이크 엔진음이 고요한 나무 사이로 울려 퍼졌다.
"미안해. 기다렸지?"
눈앞에 멈춰 선 스포츠 바이크. 거기에서 사뿐히 내리는 여성을 보며 쿄는 어깨를 으쓱였다.
"웬일로 늦었군, 카구라."
"교통사고 때문에 국도가 봉쇄됐거든. 급한 마음에 속도를 좀 냈지 뭐야."
"뭐야, 설마 조급한 마음에 규정 속도를 어기진 않았겠지?"
바이크를 한 번 쳐다본 후 농담을 섞어가며 물어보는 쿄에게, 치즈루가 헬멧을 벗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그렇게 대답한 그녀는 한숨을 내뱉고는, 태도를 바꿔 진지한 눈빛으로 쿄의 두 눈을 응시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갈까? 쿠사나기."
치즈루의 그 말을 들은 순간, 쿄의 얼굴에서 조금 전까지의 장난스러운 태도가 사그라졌다.
구름이 태양을 가렸는지, 공원을 비추던 햇빛의 온기가 사라졌다. 약간 추위가 느껴질 정도의 그늘이 두 사람을 덮쳤다.
"저번 대회에 나타났던 정체불명의 괴물 '버스'...... 그 안에서 부활한 건 우리가 없앤 오로치의 잔류 사념만이 아니었어."
"그래...... 이 녀석들 말이지?"
치즈루의 말을 들은 쿄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며칠 전 치즈루가 보낸 메일에 첨부되어 있던 사진 한 장. 그 사진에 포착된 건 거리에 녹아든 세 명의 남녀―― 예전에 쿄 일행이 직접 쓰러트려 봉인했던 오로치 일족의 모습이었다.
치즈루는 험악해진 쿄의 표정을 보며, 굳은 표정으로 목소리를 낮춰 말을 이어갔다.
"그때 이후로 오로치의 봉인에 누군가의 힘이 간섭하고 있어. 다행히 지금은 야타의 힘으로 튕겨낼 수는 있을 정도지만...... 나날이 힘이 강해지는 것 같아."
"그것도 이 녀석들 짓이야?"
쿄가 스마트폰에 표시된 사진을 가리키자, 치즈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안타깝게도 거기까지는 모르겠어. 단지...... 오로치 사천왕의 힘이라기엔 뭔가 이질적이야. 형용하자면, 이치 그 자체를 변질시키는 듯한......"
치즈루가 하던 말을 멈췄다. 한층 강한 바람이 불어와 나무들이 바스락대며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를 냈고, 멀리서 까마귀 울음이 들려왔다.
"그들이 어떤 일을 벌이려고 하는지, 아니면 그들도 휘말렸을 뿐인 건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진실을 알려면 당신과 야가미의 도움이 필요해."
구름 사이로 잠시 햇빛이 내리비쳤다.
치즈루는 예의를 갖춘 모습으로 쿄를 똑바로 바라보고 선 후, 당차게 입을 열어 말했다.
"모쪼록 삼신기로서 한 번 더, 내게 힘을 빌려주지 않을래? 쿠사나기 쿄......"
쿄는 치즈루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고개를 떨궜다.
"참 나. 선조가 어쨌다는 둥 사명이라는 둥 나와는 상관없다고 말했잖아. 게다가 야가미랑 붙어 다녀야 한다니 소름이 끼친다고. 절대로 안 해."
쿄는 그렇게 딱 잘라 말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다고 네가 단념할 리가 없겠지. 이번뿐이야."
그는 고개를 들어 치즈루의 시선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짜증으로 굳어있던 표정은 체념한 것도, 당황한 것도 아닌 쓴웃음으로 바뀐다. 그 모습에 불안으로 그늘졌던 치즈루의 표정도 밝아지고,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고마워, 쿠사나기."
하지만 그 다음 순간, 쿄가 휙 등을 돌리며 말했다.
"함께 손을 잡는 건 괜찮지만, 나도 조건이 있어."
"조건?"
"성가신 일이 끝나고 나서, 내가 하는 일에 참견하지 않겠다고 하면 생각해 볼게."
어째서일까, 어깨너머로 들려온 쿄의 말에 치즈루는 되려 쓴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에 묻혀버릴 듯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당신들,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
"응?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치즈루는 바이크에 손을 뻗어 헬멧을 들어 올렸다. 그녀는 바이크에 다시 올라타며 쿄를 불렀고, 쿄는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알았어. 목적을 달성한 후라면 당신들 행동에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하지만 오로치의 봉인에 간섭하고 있는 위협을 제거할 때까지는...... 삼신기로서 사명을 우선으로 확실히 협력해줘."
"그래그래, '협력'해야지. 최소한의 노력은 할게."
치즈루는 귀찮은 듯한 그의 대답에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왔을 때와 같이 바이크 엔진 소리를 울리며 떠났다. 쿄는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배웅한 후, 손에 든 스마트폰을 다시 바라봤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아까와는 다른 메시지였다. 발신자가 표시되는 곳에는 '아버지'라 적혀 있었다.
"자...... 이쪽 성가신 일은 어떻게 한담."
난처한 듯한 말투와는 달리, 그의 손가락이 거침없이 움직이더니 한 사람의 전화번호에서 멈췄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 번호를 누른 쿄는 스마트폰을 귀에 대고 걷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베니마루?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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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쿄 이자식 안 어울리게 손목시계에 서마터폰도 쓰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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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치카라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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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안먹었는데 이제 쿄도 스마트폰 쓰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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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주로 원래 오토바이 타고 다니고 그랬을걸요 집안 가문 일은 언니 마키가 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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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루도 이만하면 말놓아도 되겠다 생각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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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스웜
치즈루도 이만하면 말놓아도 되겠다 생각한 듯 | 21.09.10 16:2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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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몇년이나 알고지낸사이인데 인제 말좀놔도될듯요ㅋㅋㅋㅋ | 21.09.10 16:2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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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두살 더 많긴 합니다. | 21.09.10 16:2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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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에선 여전히 존댓말 씁니다. 걍 번역이 잘못한 거... | 21.09.10 16:45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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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토리가 진작에 공개된 주인공팀스토리로 바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야가미(야사카니)가문은 오로치와의 피의 맹약때문에 쭉 요절했습니다. | 21.09.10 16:2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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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주로 원래 오토바이 타고 다니고 그랬을걸요 집안 가문 일은 언니 마키가 다하고 | 21.09.10 16:3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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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번역이 이상한것 같습니다. 일본어판 찾아보니까 존댓말로 나와요. | 21.09.10 17:0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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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그러네요 | 21.09.10 17:1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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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14때의 올블랙에 백구두는 좀 그랬음 | 21.09.10 17:0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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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쿄 이자식 안 어울리게 손목시계에 서마터폰도 쓰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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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급이다 | 21.09.10 17:04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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