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전작은 클리어한 상태입니다
2를 PS5판 발매 당시에 시작했다가 기대에 못미쳐서 띄엄띄엄 하다가
다른 게임에 빠져서 아예 반년 넘게 손놓고 있다가
최근에야 다시 붙잡고 클리어했습니다. (플레이타임 약 120시간, Brutal 난이도)
개인적으로 느긋하게 플레이하는 스타일이라, 서브퀘도 다 깨고
고속도로, 모노레일 다 깔아놓은 상태로 클리어했습니다
스토리는 여전히 알기 어려운 코지마식 스토리여서 별거 아닌 내용을 엄청나게 꼬아놨고요
플레이어를 농락하는 듯한 반전의 반전의 반전의 반전 같은 전개로 엿먹이는 게 기본값인지라
애초에 코지마 게임들은 스토리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입니다
1편에 비해서는 2편의 스토리텔링이 그나마 세련되긴 했어요. 1편보다는 훨씬 나음
스토리와 별개로 특유의 세계관, 생사에 관한 철학, SF설정들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합니다
게임플레이에 관해서는 1편에 비해 크게 실망했습니다
이 점이 제가 이 게임을 오랫동안 손놓게 만든 이유이기도 했죠
한마디로 말해서, 2편은 '장거리 운전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1편은 '지형'이 첫 장벽이자 끝판왕이었습니다. 지형과의 처절한 사투, 모험이 곧 나의 서사였습니다
새로운 지형은 곧 새로운 보스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2편은 매우 이른 타이밍부터 차량이 등장합니다
심지어 전작에 비해 성능이 월등히 좋으며, 1편처럼 지랄맞은 지형도 많지 않은데다, 웬만한 거친 지형은 다 차량으로 돌파가능합니다
초반에는 삼륜차, 초중반부터는 트럭(픽업오프로더)만으로 다 해결되어버립니다
설산조차도 거의 다 트럭으로 해결했음ㅋㅋ
스팅어건 장착한 순간부터 차에서 내릴 필요도 없어지고, 클라이밍 글러브를 끼고부턴 운전중에 채집까지 해버립니다
1편에서의 차량, 집라인, 고속도로는 개척 뒤에 오는 달콤한 보상이었습니다
고속도로 개통은 엄청난 노동과 자원이 들어가는 대공사였고,
전세계 유저들이 십시일반 자원을 모아만든 인류애의 결정체였습니다
자원 자체가 귀했고, 이동수단은 매우 불편했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 고속도로 뚫는다는 건 터무니없는 짓이었죠
2편은 그런 고난의 극복 서사가 사라지고, 단순히 장거리 운전노동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오는 법이고, 불편함이 있어야 편해졌을 때의 기쁨이 생기는 법입니다
2편의 고속도로 건설은 차량이동이 쉽고 자원수급이 원활하기에 (곳곳에 있는 채굴장들)
좀 귀찮긴 해도 혼자 힘으로도 쓱쓱 완성해버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타인의 도움을 받았다는 뭉클한 감동은 사라지고, 무미건조한 운전 노동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픽업 오프로더는 만능이지만, 선택과 집중, 지형의 공략, 이동전략의 고민을 모두 뺏아가버렸습니다
편의성이 재미를 죽였습니다. 플로팅 캐리어도, 사다리도, 그외 각종 기발한 도구들도 거의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선택지가 풍부하게 늘어났고 놀거리가 많아졌음에도 오히려 선택지가 빈약해져버린 셈입니다
전투는 재밌었어요
무기, 장비의 선택지도 다양하게 늘어났고, 액션적인 요소도 강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작부터 전투 파트가 이 게임의 메인요소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귀찮아하거나 피해다니는 편이었죠
1편에서도 전투를 피해다니면서 플레이하다가, 고속도로 건설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원의 필요성을 느낀 뒤로는
눈에 보이는 모든 뮬의 기지를 탈탈 털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전투를 본격적으로 몰입했던 기억이 납니다
2편은 딱히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카이랄 결정이 좀 필요하다 싶을 때 대형BT 사냥을 돌아다닌 정도입니다
전투는 재밌어졌는데 딱히 해야할 이유를 못느끼게 된 거죠
가다가 BT강제전투 걸리면 '아 전투 귀찮은데, 운전만 하기엔 지겨우니 좀 싸워볼까?' 라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1편처럼 호러게임 하듯이 들키지 않게 잠입하는 긴장감 같은 것은 훨씬 약합니다
1편처럼 내 등에 진 짐이 망가질까봐 노심초사, 짐을 어떻게 지켜낼까 전전긍긍하는 긴장감 따위는 없습니다
강력해진 무기와 압도적인 화력으로 그저 적을 무력화시킬 뿐이죠
이동과 전투 말고도 ...
1편에서 굉장히 불편하면서도 엄청난 긴장감을 유발하는 요소가 바로 'NPC의 죽음'인데요 (스토리 미션으로도 긴밀히 엮여있음)
2편에서는 단 한번도 겪지 못했어요
이 게임의 설정상, 사람 시체를 필드에 일정시간 이상 방치하면 보이드아웃이 발생하기 때문에 (강제 게임오버 처리됨)
시체를 만들게 되면 반드시 시체를 소각장에 들고가서 태워야 했습니다
이 절차가 귀찮아서라도 어떻게든 죽이지 않고 플레이하려고 안간힘을 썼죠. 불편함이 윤리적 선택을 강요했습니다
하지만 2편에서는 그런 걸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어지간해서는 사람이 안 죽습니다. 죽이고 싶어도 못죽이는 수준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2편에서는 중반까지의 모든 무기가 '비살상' 밖에 없습니다. 폭발 무기든 미사일이든 전부 비살상입니다
총알을 수십발 박든, 포격을 가하든 기절만 합니다. 극후반에 가서야 비로소 '살상'무기가 등장합니다
1편에서는 기절해서 누워있는 적을 차량으로 살짝 스쳐밟고 지나가도 참피같이 사망해버려서 뒤처리가 굉장히 귀찮고 두려웠는데
2편에서는 트럭을 풀악셀로 밟고 정면으로 치어도 절대 죽지 않고 기절만 합니다. 1편 해본 사람들은 어리둥절
저는 1편의 기억 때문에 굳이 일부러 살상을 시도하진 않았습니다만, 관련된 사양을 좀 조사해보니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2편에서는 시체를 방치하더라도 보이드아웃이 발생하지 않고, 시체처리팀이 자동회수하고 '좋아요!' 점수가 1000점 깎일 뿐이라는 겁니다ㅋ
생명에 대한 책임의 무게와 절박함은 사라지고, 고작 별점 행정처리로 대체해버린 거죠
뭐지...오히려 마음대로 죽이고 다녀도 된다는 건가??? 면죄부를 쥐어주고 살상을 권장하는 게임이 된 건가?? 싶은 혼란마저 옴ㅋ
게임적인 측면에서는 여러모로 굉장히 편해진 게 사실입니다
신경쓸 것이 거의 없어요. 스트레스 요소도 거의 없고요
그래서 굉장히 단조롭고 지루하고 무미건조합니다. 1편처럼 온갖 트러블을 겪으며 드라마가 발생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레벨디자인 측면에서는 맵 자체가 넓어져서 장거리운전 이동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도 패착이 아닐까 합니다
1편에서 느꼈던 그 어마어마한 고생길과 자신만의 루트를 개척해낸 기쁨과 극복 서사는
2편에서는 거의 느껴보지 못했고, 이 점은 개인적으로 참 아쉽고 실망스러웠던 부분이었습니다
" 와 저새낀 산꼭대기에 생수통을 배달시키네 "
" 와 저 ㅁㅊㄴ은 서쪽끝에서 동쪽 끝으로 초고속 피자배달을 시키네"
" 와 저 양심없는 개새는 1톤화물을 설산 로켓배송을 시키네"
...라는 식의 쌍욕극찬(?)은 2편에서는 거의 안나옵니다ㅋㅋㅋ
기억에 남을 정도로 악명높은 배달 같은 것도 거의 없어요
그냥 트럭 타고 장거리 운전한 게 플레이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1편과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바로 세이브 시스템입니다
1편에서도 임의세이브는 가능했지만, 기능이 제한적이었고 원 상황을 완전히 복구해주지 않습니다
샘의 위치, 차량의 위치, BT의 배치 등등 모든 주변상황이 세이브 당시와 미묘하게 다르거나, 체크포인트가 멀리 떨어져있거나 합니다
로딩시간도 긴데 짐을 다시 정비해야하는 과정도 굉장히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더이상 도저히 진행불가능한 상황이 아닌 이상, 웬만해서는 '로드' 기능을 잘 안쓰고 그냥 그대로 진행하게 됩니다
보이드아웃이 발생해서 구역 전체가 통째로 날라간다고 할지라도 로드는 쉽지 않은 선택지였습니다
필드세이브는 사실상 거의 쓸모가 없고, 거점에 들어가는 것만이 진정한 세이브였습니다
그렇기에 힘든 여정 중에 만나는 휴식공간은 매우 절실하고 소중한 거점이었습니다
(반면, 2편은 프라이빗룸을 거의 이용한 적이 없음; 이용할 필요성도 못느낌)
중간에 좀 실패했다고 거점 세이브에서 다시 시작한다???
이건 굉장히 심리적 허들이 높습니다. 그래서 실패하더라도 그냥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결과, 실패한 과정과 경험도 플레이어의 서사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2편에서는 세이브 시스템이 너무나도 친절하게 바뀌었습니다
임의세이브 기능은 완벽한 스냅샷으로 세이브 당시의 상황을 오차 없이 완벽히 재현합니다
조금만 예상과 빗나가거나 실패해도, 아무런 부담없이 세이브시점으로 되돌릴 수가 있습니다
리세마라 감각으로 언제든지 원하는 지점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게 된 겁니다
이 리트라이의 가벼움이 게임성을 크게 뒤바꿨습니다. 편의성만으로도 게임성이 달라진 겁니다
1편이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을 건 드라마였다면,
2편은 언제든지 리셋가능한 가벼운 전국 운전여행 감각으로 변모했습니다
다른 분들 소감을 보니 2편이 더 재미있었다는 내용들이 많아서 좀 의아했네요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사이다전개만 찾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서사를 선호하지 않는구나 싶은 느낌도 듭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2편은 현대인의 취향에 맞춰서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바뀐 셈인데...
안타깝게도 이 게임은 하는 사람은 재밌어도 보는 사람은 재미없는, 이른바 방송용 콘텐츠로써는 최악의 게임인지라
화제성이 낮아서 더 묻혀버리는 감이 좀 있습니다
1편은 그나마 고생하는 모습 자체가 콘텐츠가 되긴 했는데, 2편은 그런 것도 없으니 말이죠
< 충평 >
개인적으로는 실망이 컸습니다 (그만큼 1편을 재미있게 했었고, 기대도 컸습니다)
사실상 1편과 2편은 비슷한 껍데기를 갖고 있지만, 전혀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2편은 완결까지 볼 가치가 있습니다. (1편에서 스토리에 실망한 사람에게도 추천함)
게임시스템, 장비와 도구들은 모든 면에서 1편의 상위호환이지만, 역설적이게도 플레이경험은 1편의 그 감동을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전작에 비해 실망하긴 했지만, 게임 자체가 재미없는 건 아닙니다. 전작도 그렇고, 업무효율 최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밌게 할 수 있음
이 게임은 별개의 게임으로 속편이 나올 것이 아니라 1편의 DLC로써 나왔더라면 훨씬 나았을 겁니다
2편부터 시작할 사람은 아마도 없겠지만, 1편은 무조건 플레이하세요
이 게임 덕분에 우사다 페코라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코지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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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에서 불만이 나올 법한 부분들을 2에서 싹 다 고쳤다는 느낌인데 이게 1이 주던 독특한 플레이경험도 함께 싹 다 없애버렸죠; 겉보기만 비슷한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됐어요 개인적으로는 1에서 유일한 불만은 스토리와 컷씬이 짜증난다는 것 뿐이었지만요ㅋㅋ | 26.03.19 00: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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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으로 미션 귀환했을 때, 뻔히 반복되는 컷씬조차도 보상처럼 느껴질 정도로 감사하죠ㅋㅋ 쉬어갈 곳을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던 시절ㅋㅋ 1의 경험을 기대하면 실망스럽고, 그냥 아예 다른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하시면 할만해요 | 26.03.19 01: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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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의 어려움이 아니라 플레이경험에서 오는 고난극복 서사를 말한 거예요 1에서 난이도가 어려워서 진행을 포기한 유저는 아마 없을 겁니다 2를 플레이 시작할 때 보통난이도로 진행했었는데, 도중에 위화감을 느껴서 "난이도가 너무 쉬워서 그런가?" 하고 난이도를 Brutal로 올린 후에 플레이했지만 플레이경험에 유의미한 차이를 찾지 못했어요. 난이도가 문제가 아니란 얘기죠 대체 뭐가 문제인가 플레이 내내 쭉 고민했고 그 결론이 이 글의 내용입니다 | 26.03.19 01:0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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