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전역하고 얼마 안 되어서 복학할 때까지 백화점 주차요원 알바를 시작했다.
이때 우수직원으로 뽑혀서 상도 받아보고 그랬는데,
이 백화점 지하주차장에는 여러 괴담이 있다.
내가 입대하기 전에 여기에서 일했던 친구도 알거나 겪은 소소한 괴담들이다.
그중에서 가장 생각나는 것이
"지하세계 주민 여러분"
이다.
이 멘트는 지상 근무자가 장난식으로 지하 근무자에게 무전을 보낼 때 하는 건데 나름 유서 깊은 멘트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이 멘트가 엄청 무서워진다.
이 백화점에 후문 근무자는 이상하게 무전 사각지대인데, 무전기를 켜두면 자꾸 잡음이 잡히고
정문에서는 지하 3층까지 빵빵 터지는 무전기가 지하 2층 검품장과 사무실에서도 안 터진다.
그래서 후문 근무자들은 무전기 소리를 최소로 하는데...
이 지하세계가 문제다.
지하 주차장 근무자들은 가끔 치지직 소리가 나며
후문 근무자의 목소리로
"지하세계 주민 여러분. 지금 밖에 비가 오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무전이 울려퍼지고 다들 무시한다.
그래서 후문 근무자들은 지하에 무전을 친다면 정문 근무자에게 "지하로 전해주세요." 라고 한다.
별 것 아닌 괴담.
그런데 이 괴담에 내가 희생당할 뻔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차가 주차장 출구에서 덜컥 멈춰서 엔진이 꺼진 것.
지상 후문 근무 타임이었던 나는 서둘러 달려가서 주변을 수습하는데 아래에서 계속 차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급한 나머지
"지금 출구에 차가 섰어요! 차 올리지 마세요!"
라고 무전을 쳤는데...
후문 근무자라서 무시 당했다.
그래서 주차장 출구 골뱅이에는 차가 5대 정도 꼬였고, 출구에 멈춘 차는 멋대로 기어가 풀려서 뒤로 후진하기 시작했다.
대참사가 날 상황.
운전자는 필사적으로 브레이크 잡고 나는 뒤에서 지탱하고...
그러다가 출구에 차가 가득 찬 것을 안 3층 출구 근무자가 사무실로 무전을 쳐주어서 다른 사람들이 와서 멈춘 차를 다 같이 밀어서 평지에 올리자 다시 시동이 걸렸고 무사히 모든 차가 빠져나왔다.
괴담 때문에 아무도 안 믿어주었던 급박한 상황이라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사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