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서사다, '프로야구 스피리츠 2026' 체험
‘프로아구 스피리츠’ 시리즈는 그 이름은 오랫동안 여러번 들어보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아무래도 언어적 장벽이 컸고, 플랫폼도 제한적이었으며 때문에 여러 다른 대체제 격의 게임들이 더 접근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야구 게임을 하고 싶다 하더라도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는게 더 쉬웠다.
하지만 ‘프로야구 스피리츠 2026’ 은 그동안의 이러한 약점들을 여럿 타파했다. 먼저 지난 ‘프로야구 스피리츠 2024-2025’ 에 이어 PC 플랫폼으로도 발매되었고, 불완전한 메뉴 한국어화에 그쳤던 전작과 달리 선수명, 구단명 등 고유명사를 제외하고 전체 한국어화를 거쳐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시스템을 쓰는 무료 야구 대전 게임 ‘e베이스볼 프로 스피리츠’ 와 함께 출시 된 상태고,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준수한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한때의 ‘위닝 일레븐’ 시리즈를 제외하면 그동안 상당히 폐쇄적이었던 일본 스포츠 게임들 중에서 접근성이 좋은 타이틀이 나온 셈. 그만큼, ‘프로야구 스피리츠 2026’ 으로 시리즈를 처음 플레이한 입장에서 첫인상과 체험기를 전한다.
■ 시리즈 첫 전체 한국어화
일부 메뉴만 한국어화 되었던 전작과 달리, ‘프로야구 스피리츠 2026’ 은 전체 한국어화를 지원한다. 다만 선수명이나 구단명, 경기장명 같은 고유 명칭들은 영어로 표기된다. 게임 특성상 한국어화의 효과는 상당히 큰 편인데, 야구 용어들의 경우 국가별로 다른 부분이 많아서 제대로 된 번역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야구 용어들은 아무래도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순화 작업 역시 오래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볼넷-사사구-베이스온볼처럼 대체된 용어가 많기 때문.
또한 ‘프로스피’ 자체가 다른 스포츠 게임에 비해 워낙 텍스트 분량이 많은 편이어서 이 부분은 더 잘 와닿는다. 게임을 하다보면 모드에 따라 경기 한 번 뛰고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대화창을 보고 있어야 하는데, 많은 중요한 요소가 여기서 결정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기자처럼 일본어에 약한 사람이라면 한국어 번역 없이는 거의 플레이 할 수 없었을 것이다.
■ 기본적인 플레이 구성
굳이 굳이 비교하자면 보다 사실적인 시뮬레이팅에 포커스를 둔 ‘MLB 더 쇼’ 와 직관적인 플레이의 ‘프로스피’ 로 비교할 수 있다. 물론 100% 맞아 떨어지는건 아니지만 첫 인상이 그러했고, 실제로 플레이하면서 타격과 투구라는 야구에서 가장 어려운 매커니즘은 다소 간소화하고, 다른 야구적인 플레이들-주루, 수비 등-은 빠른 조작이 가능하게 해놓았다. 그 때문에 확실히 컨트롤러를 가지고 플레이하는게 잘 맞았다.
이러한 직관성은 여러모로 야구팬인 면에서도 도움이 되었는데, 기본적으로 어느정도 야구를 본 사람이라면 알고 있을 정보들, 예를 들어 커브는 종방향 변화구이고 슬라이더는 횡방향 변화구라는 점과 투심과 포심의 차이 등을 알고 있다면 확실히 도움이 된다. 타격에서도 밀어치기, 당겨치기를 간략화시켜 구현해놓았다.
그리고 튜토리얼은 다소 지루하긴 하지만 확실히 도움이 되도록 구성되어 있고 모든 모드, 거의 모든 화면에서 도움말을 불러올 수 있어서 쉽게쉽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야구 지식이 조금만 있다면 이 게임에 적응하는 건 전혀 문제 없을 듯해 보였다.
■ 서로 다른 플레이로 구성된 8가지 모드
본편에는 총 8개의 모드가 존재한다. 기존 프로 팀이나 준비한 팀 등의 엔트리를 가지고 멀티플레이 승부를 벌이는 대전, 프로 팀으로서 시즌을 치르며 감독/선수가 되어 플레이하는 정석적인 모드인 페넌트 레이스, 캐릭터를 생성하여 성장시키는 스타 플레이어, 고교야구팀 감독이 되어보는 흰 공의 기적, 야구선수 육성과 카드 게임을 섞은 스피리츠, 온라인 대전으로 대회를 치뤄 등급을 올리는 챔피언십, 실시간 리그 경기를 재현하는 프로야구 속보 플레이, 마지막으로 감독으로서 스카우팅과 육성에 집중한 그랑프리 모드가 있다.
이들 모드를 몇가지 카테고리로 묶자면, 먼저 온라인 PVP 모드인 대전/챔피언십, 프로리그 기반 육성/운영 모드인 페넌트 레이스/그랑프리, 선수 개인 육성에 초점을 맞춘 스타 플레이어/스피리츠, 그리고 번외격인 흰 공의 기적과 속보 플레이가 있다.
이들 모드는 서로 다른 카테고리에서 완전히 다른 중심과 목적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플레이어 성향에 맞추어 특정 모드를 많이 플레이하게 되는 편이다. 실제로 기자는 이중에서 스타 플레이어와 흰 공의 기적을 가장 많이 플레이했고, 페넌트 레이스와 그랑프리도 조금씩 플레이했다.
■ 일본 스포츠 게임, 또는 '파와프로'&'프로스피' 특유의 감성
‘프로야구 스피리츠 2026’ 을 처음 시작하기 전에 예상한 건 ‘MLB 더 쇼’ 나 ‘OOTP’ 같은 이전까지 플레이했던 야구 게임들이었다. 그러나 시작하고나서 느낀 점은 그러한 게임들과는 너무나 크게 다르다는 것. 아예 장르가 다른 ‘OOTP’ 는 차치하더라도 분명 유사한 구성인 ‘MLB 더 쇼’ 와도 완전 다른 게임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예를 들어, 기본적으로 야구를 플레이하는 플레이 메카닉이 다른 점은 당연히 예상했고, 그럼에도 야구라는 큰 틀을 공유하는 만큼 쉽게 적응했지만, 가장 크게 다르다고 느낀 건 정작 야구 경기 바깥의 요소들이었다.
‘프로야구 스피리츠’ 에는 총 8개의 모드가 있고 대전/페넌트 레이스/스피리츠/챔피언십/프로 야구 속보 플레이/그랑프리는 각각 경기를 진행하는 배경과 방식이 다를 뿐 각각 한 야구 경기 플레이에 집중한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직접 한명의 캐릭터를 생성하여 성장시키는 스타플레이어 모드와 고교 야구부를 맡아 갑자원으로 보내는 모드인 흰 공의 기적은 굉장히 다른 게임의 비슷한 모드와 다른 경험이었다.
다른 게임의 성장 모드는 어디까지나 내가 얼마나 경기를 잘하고, 얼마나 경기력 향상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그게 플레이의 거의 전부지만, 스타플레이어 모드에서는 야구 경기 바깥의 요소들이 흥미롭게 자리잡고 있다. 어찌보면 야구, 스포츠 게임이 아니라 RPG 나 텍스트 시뮬레이션 속에 있다고 느껴질 정도다.
다른 선수를 비롯해 구단 직원, 스포츠 기자, 심지어 자주 들리는 가게 점원까지 일종의 친밀도가 있으며 이들과의 관계 개선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단순히 실력을 늘리는 트레이닝 뿐만 아니라 이 캐릭터로 살아가는 종합적인 RPG를 플레이한다는 감성이 강하다.
또한 시작점에 따라 느껴지는 체감 난이도가 크게 뛴다. 멋모르고 고졸로 시작했다가 첫해를 2군에 수납당하고 나서 내 실력-이 게임 처음 해봄-을 자각했고 난이도를 낮추고 대졸이나 독립 야구 출신으로 시작한 후에야 비로소 좀 제대로 된 육성과 프로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플레이한 모드는 흰 공의 기적 이었다. 물론 이 모드에서도 플레이어가 직접 플레이할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전술 모드로 감독처럼 플레이하는게 추천되며, 주로 이 모드로 플레이했다. 출시 후 2주간 대부분의 시간을 흰 공의 기적에 투자했는데, 그만큼 온갖 희로애락이 녹아있는 모드였다.
전술 모드인 만큼 플레이어가 직접 안타를 치고 수비를 하지는 않지만, 상대와 우리팀의 전력을 분석하고 상황을 읽어 전술 지시를 하고, 여기에 아케이드성 요소로 각종 버프와 디버프를 주는 스킬도 사용하면서 어떻게든 선수들이 잘해주길 바라게 되는게 굉장히 몰입감 있었다. 현실 시간 만큼은 아니더라도 1년 주기로 선수들과 동고동락 하고, 1학년 때부터 눈독 들여 스카웃해온 선수가 어느덧 3년이 지나 프로 드래프트에 뽑힐 땐 감동 그 자체였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지는 도 대회/갑자원 대회 스캐줄을 따라가면서 팀을 훈련시키고, 합숙 등의 일정에 따라 훈련 강도에 변화가 생기며 각종 훈련 도구를 구입하고 서적 등을 활용해 선수를 강화시킨다. 이러한 육성 방식은 ‘프로스피’ 를 처음 플레이하는 게이머라면 ‘우마무스메’ 의 방식을 떠올리면 생각하기 쉬울 것 같다. 물론 ‘우마무스메’ 가 먼저 ‘프로스피’ 의 형제 게임 격인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에서 그 구조를 따온 것이지만 말이다.
게임 내에서 갑자원에 진출하는 건, 현실 만큼이나 녹록치 않다. 현실에서도 3천 8백여개에 달하는 일본 고교 팀 중에서 49개 팀만 진출할 수 있기 때문. 오랜 시간이 걸려 갑자원에 진출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우승까지는 아직 요원했다.
이처럼, 야구 외의 일상 RPG 적인 요소가 무척이나 많고, 군데군데 나사빠진 유머 코드가 들어있고, 야구부 매니저는 항상 여고생이고 등등 전형적인 일본 클리셰적인 요소가 매우 많이 들어있다. 게임의 구조 면에서도 스타플레이어 모드에서 인정을 받는 도달점이 50등급으로 나뉜 스타플레이어 랭킹인 것처럼, 여러모로 일본적인 감성이 많이 녹아있다고 볼 수 있고, 이게 여타 야구 게임과 매우 크게 다르게 다가왔다.
■ WBC 모드 – 모델링은 빼고 생각하기
아울러 이번 ‘프로야구 스피리츠 2026’ 에는 연초 벌어졌던 WBC 2026 모드가 들어가 있다. WBC 엔트리를 가지고 처음부터 대회를 다시 플레이하거나, 아니면 이미 벌어진 대회 결과에 끼어들어 그 당시의 시나리오대로 플레이하는 두가지 모드가 있다.
그리고 WBC 를 표방한 만큼, 게임의 난이도가 정말 높았다. 한국팀으로 계속 플레이하다가는 이 실력으로는 매국노가 될 것 같아서 이런 저런 나라들을 건드려보면서 가볍게 플레이 했다. 기본적으로 이번 WBC 2026 이 한미일 3국에 다른 나라 엔트리들도 유명 선수가 많아 이런저런 방향으로 재미있게 즐길법한 모드였다.
■ 총평 – 다른 야구 게임이 대체할 수 없는 감성적 영역
최초 ‘프로야구 스피리츠 2026’ 을 플레이할 때의 예상 또는 기대와, 어느정도 플레이하고나서 느끼는 감상이 꽤 차이가 나서 놀라웠다. 예상한 것은 말그대로 야구 플레이에 집중한 게임이었지만, 실제 ‘프로스피’는 그와 완전히 달랐다.
기존의 시리즈 팬들에게는 전작과 큰 차이가 없는 구성으로 아쉬움을 받고 있긴 하지만,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잘 한국어화가 되어 있고 스팀으로 출시된 만큼 처음 시작하기에는 최적의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기존 ‘MLB 더 쇼’ 같은 타이틀을 이미 플레이 해봤고 좋아했다면, 한국어화가 요원한 ‘MLB 더 쇼’ 와는 달리 한국어를 지원하고 그와는 또다른 요소를 갖춘 게임으로서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