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반등을 함께 기뻐한, ‘풋볼 매니저 26’ 감독 간담회 풍경
전작의 아쉬운 발매 중지를 딛고 작년 말 뭇 축구 팬들 곁으로 찾아온 ‘풋볼 매니저 26(이하 FM 26)’. 당초 유니티로의 엔진 교체와 함께 그래픽 일신, UI/UX 개편, 매치 AI 상향, 여성 리그 추가 등 굵직한 변화를 약속했으나 막상 내놓은 게임은 미완에 가까웠다. 달라진 UI/UX는 그저 낯설어서 라기에 실질적인 불편을 끼쳤고 엔진 교체의 여파인지 버그까지 적잖았다. 2년간 공백이 키운 기대치가 되려 악재가 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세가와 스포츠 인터랙티브는 ‘FM 26’을 포기하지 않았고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차츰 게임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반 년여 흐른 지금에 와선 출시 당시 들불처럼 번졌던 팬들의 성난 민심을 가라앉혔을 뿐 아니라 재미있다는 호평이 우세할 정도. 이에 세가퍼블리싱코리아는 7월 11일(토), 서울 중구 젠지 GGX서 ‘FM26 감독 간담회’ 이벤트를 개최, 사전 신청을 거쳐 선정된 열혈 ‘FM’ 팬 스무 명과 진솔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행사 진행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로도 활약 중인 황덕연 축구 해설자가 맡았다
먹음직스러운 다과는 물론 금번 이벤트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아트 케이크까지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무대에 오른 세가퍼블리싱코리아 장석문 부장의 환영사
게임 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으며 신청자 전원이 남성인 경우는 진짜 처음이라고…
이어서 전술 우선 vs 선수 맞춤 기용, 차기작에서 바라는 점 등에 대해 토론하고
조마다 한 명씩 일어나 토론 내용을 발표하는 정말 'FM' 마니아다운 전개였다
역시 빠질 수 없는 퀴즈, 그런데 대충 경품 주려는 호락호락한 수준이 아니더라
저렇게까지 다 가렸는데 몇 초만에 손을 들고, 어떤 선수인지 맞추는 열혈 'FM' 팬
고수들이 다 그렇듯 텍스트는 스킵하는지 의외로 이 문제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필자도 언젠가 미디어 인터뷰 때 저런 패기를 발휘하고 싶다. "알겠다. 고맙군"
다른 스포츠 게임처럼 유명 선수가 표지에 나오는 것도 아니라 구분하기 어렵다
해외 축구 좋아한다면 비교적 쉽게 풀 수 있는 문제. 이 다섯 쿠크다스들 같으니
'FM 크리에이터 세션'에선 유튜버 피버노바가 스타성 시스템의 도입을 촉구했다
'FM 2024' 국대 출신이자 지금은 SPK에서 근무 중인 제이 허(Jay Huh)도 함께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FM' 시니어 피처 디자이너, 앤트 팔리와 온라인 인터뷰였다
(※ 인터뷰 전문은 기사 하단에서 볼 수 있습니다)
끝으로 월드컵 모드 팬 PvP만을 남겨놓고 아깝지만 케이크 커팅이 이루어졌다
필자도 한 조각 받았는데, 외관만 신경을 쓴 게 아니라 내부가 실하고 달콤했다
솔직히 'FM' e스포츠(?)는 취재한 경험이 없는데, 의외로 볼거리가 꽤 많은 편
특히 매치 엔진 및 그래픽이 크게 상향된 'FM26'이기에 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
앞으로도 세가, 스포츠 인터랙티브가 국내 'FM' 팬덤을 잘 챙겨주면 좋겠다
※ 스포츠 인터랙티브 앤트 팔리(Ant Farley) 시니어 피처 디자이너 Q&A
● ‘FM 26’에는 여러모로 굉장히 파격적인 변화가 있었죠. 개발 과정 등 여러 측면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팀 내부에서 가장 많은 논의가 오갔던 기능이나 결정은 어떤 것이었는지도요.
: 한국분들이 들으시면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인데요. 이번 UI 개편은 30년 동안 쌓여온 이 복잡한 게임의 UI를 전부 드러내고 다시 설계하는 프로세스였습니다. 개발 과정 내내 정말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이슈가 됐던 것은 ‘FM’의 커뮤니티 인터페이스를 서양권에서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인 ‘왓츠앱’과 똑같이 바꾸려 했던 일이죠.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를 많이 쓰듯 대부분의 서양 유저들은 ‘왓츠앱’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가장 익숙한 UI라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감독들도 스마트폰으로 소통을 많이 하는 만큼, 그런 실제 경험을 게임에 구현하려 했던 것이죠. 그런데 막상 도입을 진행해 보니 ‘FM’은 그런 모바일 형식의 소통에 적합한 게임이 아니었다는 것을 조금 뒤늦게 깨닫고, 지금처럼 노트북에서 이메일 형식으로 소식을 받는 UI로 롤백하는 작업을 뒤늦게 시작했습니다.
공들여 만든 모바일 형식의 소통 시스템을 전부 엎어놓고 노트북 메일링 시스템으로 가자고 하니, 생각보다 상당히 급박한 일정이 되기도 했어요. 결국 지금 내린 결정이 이전에 진행했던 것보다 더 나은 시스템이라고 판단했고, 그 결과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퀄리티 자체가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전 모바일 버전으로 개발하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은 것이 내부적으로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의견이 있었죠. 올바른 결정이었지만, 상당한 디자인·개발·QA 시간이 이미 모바일 스타일 쪽으로 흘러간 상태에서 과감히 포기해야 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 ‘FM 26’서 대대적인 UI 개편으로부터 1년 넘는 업데이트 이후에도 적잖은 게이머가 UI와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이 아직 충분히 완성되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 문제들이 아직 해결되지 못한 건 어째선지 궁금합니다
: UI를 바꾼 가장 큰 이유는, 반드시 바꿔야 했기 때문입니다. 유니티 엔진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UI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고, 유니티의 장점을 활용하려면 기존 인터페이스를 허물고 새로 구축해야만 했죠. UI 전체를 새롭게 설계하고 구현하고 테스트하는 작업은 사실 스튜디오에서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였으며, 모든 UI를 다시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과 교훈이 있었습니다. 특히 타일 시스템은 기획 단계에서는 매우 강력한 기능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사용성과 접근성 측면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문제가 생겼어요. ‘FM 26’ 출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반영하고 있고 훗날 ‘FM 27’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UI를 더욱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 한 세이브로 장기간 플레이하다 보면 경기 내용과 AI의 전술 운영이 다소 반복적으로 느껴집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아니라, 규칙이 이미 정해져 있고 거기에 따라 운영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앞으로 좀 더 현실적인 매치 엔진과 AI를 개발할 계획은 어떻게 갖고 계신가요
: ‘FM’의 큰 매력 중 하나는 끊임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만의 축구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게임이기도 하죠. 그만큼 특정 전술이나 경기 패턴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러한 현상은 실제 축구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집니다. 그렇다고 매치 엔진과 AI 개발을 멈춘다는 뜻은 아니고요. 우리는 1년 내내 매치 엔진을 개선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핵심적인 개선 작업을 진행할지도 이미 계획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의 목표는 ‘FM’이 가장 현실적인 축구 시뮬레이션으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언제나 그랬듯 여러분의 아이디어도 당연히 수렴하고 있습니다.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공식 포럼을 통해 의견을 나눠주시면 항상 검토되고 있다는 점,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네요.
● 전세계 리서처 네트워크를 통해 ‘FM’이 자체적으로 선수 데이터를 조사하고 게임에 반영하는 걸로 압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K-리그 같은 경우 소속 선수들의 잠재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해당 지역 리서처가 "이 선수는 제2의 라민 야말이 될 만한 기량을 가졌다"고 말한다면, 그 평가는 어느 정도 반영되나요
: 우리는 전세계에 리서처를 두고 있고 그 결과물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FMDB 프로’는 실제 축구 구단들도 높은 신뢰를 보내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자산 중 하나예요. 그리고 이건 유럽에 비하면 어떻게 보면 변방일 수 있는 리그조차도 여러 단계의 검증 절차를 거쳐 결정됩니다. 먼저 지역 리서처가 1차 평가를 하고, 그가 "이 선수는 차세대 슈퍼스타가 될 거야"라고 확신하면 우선 그에 맞는 능력치와 잠재력을 부여합니다. 그다음 해당 지역 리서처를 관리하는 헤드 리서처가 데이터를 검토해 이상이 없는지 2차 검증을 하죠.
리서처와 헤드 리서처는 굉장히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에,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조정하는 과정은 매우 자연스럽고 권장되는 절차이기도 합니다. 이를 통과하면 내부 리서치 조정팀과 QA 팀이 다시 한번 3차 검증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여러 번 반복되는 검증을 거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슈퍼스타급 원더키드가 태어날 기회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다만 아직 그렇게 판단되는 선수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없는 것뿐이죠. 넥스트 라민 야말뿐 아니라 넥스트 손흥민도 충분히 K-리그에서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 중입니다.
●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누구든 ‘FM’을 즐기는 분들에게 이 게임이 왜 좋냐고 물으면, 결국 실제로 감독이 되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꼽으리라 봅니다. 차기작에서는 선수와의 관계, 구단 문화, 라커룸 분위기, 그리고 앞서 언급하셨던 감독의 심리적인 요소들까지 이런 부분을 더 깊이 있게 확장할 계획은 없나요
: ‘FM’ 유저들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 중 하나이죠. 이 분야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FM’이 발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잠재력이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을 관리하는 능력은 전술을 관리하는 능력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는 역사적인 실제 축구 명장들을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늘 현장에서도 많이 언급됐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예로 들면, 사람을 정말 뛰어나게 관리하는 능력을 갖춘 감독이었죠. 전술은 코치진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었지만, 실제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그런 이유로 잉글랜드 역사상 가장 훌륭한 감독으로 거듭났습니다.
저는 시니어 피처 디자이너를 맡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모든 아이디어를 개발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향후 계획 중인 플랜들도 대부분 제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 중인 내용도 모두 알고 있지만, 당장 공개해 드리기는 조금 어려운 상황이에요. 새로운 기능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실제 축구계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감독을 포함한 여러 축구인들과 토크 세션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그런 자리를 통해 실제 경험에 근거한 인사이트를 계속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더 발전하는 모습을 앞으로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 ‘FM’ 시리즈는 출시 후 버그가 발견되고 수정되는 과정을 거치며, 론칭 빌드와 여러 업데이트가 적용된 버전 사이에 완성도 차이가 벌어집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문제일 텐데, 처음부터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어 내놓는 것과 출시 후 문제를 해결하는 것 사이에는 어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나요
: ‘FM’은 데이터가 엄청나게 방대하고 국가뿐 아니라 리그·구단까지 다루는 게임인지라, 출시 후에 버그나 이슈 같은 새로운 문제가 발견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버그를 추적하고 수정하는 체계를 지금보다 더 탄탄하게 운영하려 하고 있습니다. ‘FM 26’ 출시 후 수개월 동안 여러 차례 업데이트를 진행한 것만 봐도, 우리는 모든 버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가능한 한 신속하게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목표는 버그가 전혀 없는 상태로 게임을 출시하는 것이지만 “절대!”라는 건 없죠. 현실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완벽한 무결점 출시는 쉽지 않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최근 몇 년 동안은 QA 팀이 기획 단계부터 개발에 참여하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해 왔습니다. 원래는 QA가 기획 단계부터 투입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그라는 것은 완전히 사라지기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는 팬들이 직접 참여하는 BETA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며,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 유저분들에게도 추후 공개할 예정입니다.
● 향후 10년을 바라봤을 때 ‘FM’이 어떤 게임이 되길 바라시나요? 그리고 이 시리즈를 통해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지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 우리의 목표는 언제나 궁극적인 축구 세계 시뮬레이션을 만드는 겁니다. 이건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이를 위해서는 실제 축구와 계속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야 합니다. 현실 축구에서 배우고, 때로는 현실 축구에 영향을 주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축구 산업에 맞춰 발전해야 한다고 보고요.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알고 있으며, 새로운 기능과 기존 기능 개선에 대한 방대한 아이디어도 리스트업해 두고 있습니다. ‘FM 24’에서 세이브 호환 기능을 도입한 이유도, 게이머가 자신의 축구 세계를 ‘FM 26’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FM’을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을 계속 탐구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개발진과 커뮤니티가 더욱 가까워지는 커뮤니티 중심의 개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의 의견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2026년뿐 아니라 2056년에도 여전히 재미있는 게임이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목표예요. 결국 이 모든 노력은 유저들과 함께 ‘FM’을 만들어가는 것이고, 여러분이 자신만의 축구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유저들도 우리도 앞으로 큰 자부심을 느껴가면서, 오늘 같은 이야기가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