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도 손맛 쫄깃한 ‘좌·우 분리’ 액션, 스트레인저 댄 헤븐
흔히 시쳇말로 쓰이는 ‘국밥 게임’이란 자못 양가적인 비유다. 말 그대로 국밥마냥 언제 먹든 물리지 않고 든든하단 점은 긍정적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특별할 것 없이 늘 먹던 맛이란 부정적 어감도 섞였다. 일례로 필자의 경우 ‘용과 같이’ 시리즈가 딱 국밥 게임인데, 매년 발매하는 저력이 대단하면서도 매년 나오니까 역시 좀 만듦새가 아쉽고 그렇다고 몇 년 쉬기를 바라는 건 또 아닌 묘한 심리가 들더라.
RGG 스튜디오의 수장 요코야마 마사요시 총감독도 이런 세평을 모르지 않는지, 여전히 신속 개발을 자랑하는 한편 ‘용과 같이 8’ 출시 때는 “우리에게 1,000일이 주어지면 무엇이 가능한가 보여주겠다” 같은 소리도 했다. 보통 작은 외전들이 시간을 버는 수년간 큰 한 방을 준비하는데, 이번에는 아예 다섯 시대 속 다섯 도시라는 역대급 규모의 기획이다. 바로 ‘용과 같이’ 프리퀄 ‘스트레인저 댄 헤븐’ 말이다.
XBOX 파트너 프리뷰서 베일 벗은 '스트레인저 댄 헤븐', 최초 시연은 SGF에…
약 한 달 전 XBOX 파트너 프리뷰를 통해 ‘스트레인저 댄 헤븐’이 어떤 게임인가 그럭저럭 윤곽이 잡혔지만, 실제로 그 손맛을 보는 건 금번 SGF 현장 시연이 전세계 최초다. 컨트롤러를 잡도록 허락된 시간은 짧은 프레젠테이션을 제외하면 30~40분 정도였고 어디까지나 전투 시연에 초점이 맞춰졌다. 작중 시계열 순서대로 1915년 고쿠라의 초급, 1929년 구레의 중급, 1943년 오사카 미나미의 상급 난이도 전투였다.
설정상 ‘용과 같이’ 프리퀄인 것과 별개로 ‘스트레인저 댄 헤븐’의 액션 시스템은 전에 없이 새롭게 구축됐다. 고쿠도(極道)라며 그래도 일단 맨주먹부터 쓰는 ‘용과 같이’와 달리 여기서 다이토 마코토는 온갖 흉기로 상대를 죽일듯이 팬다. 아직 협이니 낭만 따위 없이 서로의 생존권을 걸고 치열히 물어뜯으며 살던 시절이기 때문. 따라서 전투 방식은 크게 맨손, 한 손에 드는 경(輕)무기, 양손으로 휘두르는 중(重)무기로 구분된다.
시연은 고쿠라-초급-맨손, 구레-중급-중무기, 미나미-상급-경무기의 세 구성
‘스트레인저 댄 헤븐’ 액션 시스템의 또다른 특징은 캐릭터 좌, 우 반신을 각기 따로 조작한다는 점이다. 맨손이든 무기를 들었든 동일하게 LT와 LB가 좌측 강, 약 공격이고 RT와 RB가 우측 강, 약 공격이다. 즉 마치 권투를 하듯 LB → RB → LB → RT 같은 느낌으로 싸우게 된다. 트리거 버튼이 모두 공격에 배정된지라 XBOX 컨트롤러 기준 A 회피, B 막기이며 Y로 무기를 교체할 수 있다. 참고로 모든 공격은 키 홀드로 모으기가 된다.
이렇게 만들었을 때 장점은 물론 캐릭터를 좀 더 나 자신처럼 세밀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는 거다. 좌, 우 잽과 스트레이트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손맛이 아주 쫀쫀해 “왜 여태 이런 게임이 없었지?” 싶을 정도였다. 대신 이거 꽤, 아니 많이 어렵다. 앞서 요코야마 대표가 어려울 거라 겁을 줬는데 정말 그랬다. 분명 익숙해지면 여느 원버튼 액션 게임보다 훨씬 재미있으리라 확신이 들면서도 어쩔 수 없이 손가락이 꼬이고 만다.
좌, 우 반신을 각기 조작하는 건 확실히 손맛이 좋다. 이렇게 웃긴 상황도 생기고
다만 꽤 어려운 편. 특히 L 버튼 사용이 익숙치 않으면 공세의 흐름이 끊기기 쉽다
생각해보라. 일반적으로 전투 시 R 버튼을 훨씬 많이 누른다. L 버튼은 가드를 올리거나 패링 칠 때, 또는 정조준 정도나 주된 쓰임새다. 이 습관 탓에 ‘스트레인저 댄 헤븐’서도 좌반신이 내내 놀고 우반신으로만 싸우다 빈틈을 보이고 말았다. 애당초 좌, 우 반신을 각기 다루도록 밸런스가 잡힌 게임이라 절반이 놀면 공세의 흐름이 끊긴다. 간혹 적이 한쪽 팔을 잡고 늘어지는 경우도 있어 반드시 L 버튼 사용에 익숙해져야 한다.
단순히 좌, 우 반신만 잘 다룬다고 끝이 아니라 그걸 내지르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어째서 굳이 모든 공격에 키 홀드가 가능하고 또 그걸 XBOX 파트너 프리뷰서 강조했을까? 전투의 핵심이 타이밍 뺏기기 때문이다. 가령 상급 전투에 등장하는 칼잡이는 정직하게 공방을 주고 받아서는 회복약을 다 써도 이기기 힘들다. 대신 장도를 휘두르려는 큰 동작 사이에 비수를 찔러 넣으면 의외로 허무하게 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열심히 막아도 이쪽 균형이 먼저 깨지는 칼잡이 보스, 정석적인 공방으로는 어렵고…
동작 사이에 빈틈을 찌르면 의외로 쉽다. 괜히 여기서 경무기를 들려준 게 아니다
즉 키 홀드는 전통적인 큰 한 방보다 찰나의 순간 적시타를 먹이기 위한 대기 상태인 셈이다. LB → RB 툭툭 LB → RB 툭툭, 적이 물러서면 LT 장전, 재차 달려들 때 스트레이트 작렬! 같은 느낌으로 키 홀드를 쓰면 된다. 한 손 무기의 경우도 맨손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무기는 늘 R 버튼에 쥐고 L 버튼은 맨손으로 보조한다. 어차피 두 손을 다 쓰는 중무기는 L 버튼이 견제 동작으로 바뀌어 여느 액션 게임과 비슷한 조작감을 준다.
이걸 먼저 설명했어야 하지 싶은데, 적들 머리 위에 하얀색 원이 체력이다. 보통 저 비슷한 UI가 경계 표시로 쓰이는지라 처음에는 영 낯설었다. 아무튼 그 원을 둘러싼 파동이 일종의 균형 감각이다. 어느 게임이 안 그렇겠느냐만 ‘스트레인저 댄 헤븐’은 일대다 상황이 매우 불리하므로 체력이 낮은 적부터 노려 머릿수를 빠르게 줄어야 한다. 이때 균형 감각의 파동이 새빨갛게 출렁거리는 녀석은 곧 넘어져 LT+RT로 처형 연출이 가능하다.
하얀 원이 체력, 그 주변 파동이 균형이다. 자세가 무너지면 LT+RT로 처형 가능
보스에게도 유효하지만 곧장 죽일 수는 없다. 균형 무너뜨리기 → 처형의 반복
상급 전투의 칼잡이처럼 보스급 적도 균형 감각을 잃으면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LT+RT로 죽지 않을지언정 큰 피해를 입는다. 다만 주인공 다이토 마코토 역시 화면 좌측 하단에 똑같은 게이지를 지녔으므로 체력과 별개로 자세가 무너지지 않게 조심하자. 만약 쓰러질 경우 게이지가 어느 정도 안정화될 때까지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열심히 구르며 살아남아야 한다. 때문에 ‘용과 같이’ 이상으로 구석이 몰릴 상황은 어떻게든 피하는 게 좋다.
고쿠라의 초급 전투가 좌, 우 반신을 각기 다루는 액션 시스템에 익숙해지란 안배라면 구레의 중급 전투는 웬 민머리 콧수염 아저씨가 덤벼든다. 이처럼 덩치가 큰 적은 가벼운 공격으로 균형 감각을 거의 깰 수 없는지라 중무기가 필수적이다. 다만 쇠지렛대가 너무 무거워 휘두르다 말고 주변 조무래기들에게 방해받기 일쑤다. 즉 타이밍 뺏기기는 이쪽도 마찬가지라 중무기는 보기보다 무력하며 대형 적 처리에 특화됐다고 느꼈다.
대형 적은 이쪽에 균형을 무너뜨리긴 쉬우면서, 자신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양손 무기의 호쾌한 파괴력에도 불구하고 큰 동작 사이로 방해가 잦다는 게 문제
요컨대 ‘스트레인저 댄 헤븐’의 전투는 좌, 우 반신을 각기 다루며 키 홀드까지 신경 써야 하는 타이밍 뺏고 뺏기기 싸움이다. 큰 동작은 쉬이 빈틈을 보이고 균형 감각이 깨지면 속절없이 쓰러지는 등 대다수 시스템이 피아 모두에게 통용되며, 칼이라도 한 방 찔리면 체력이 한 움큼씩 빠진다. 독특한 만큼 어렵기도 한 조작 체계와 더불어 이 모든 요소가 본작의 키워드인 처절함을 게임플레이에 적절히 녹여낸 결과라고도 볼 수 있겠다.
끝으로 전투 외적인 부분을 좀 적자면 일단 그래픽이 기대 이상이다. 인바디와 눈바디가 다르듯 트레일러와 현장 시연의 감상이 다른 법인데 적어도 ‘용과 같이 극3’보다 훨씬 보기 좋았다. 그리고 실수인지 의도인지 구레, 미나미와 달리 고쿠라는 맵 UI가 열리더라. 직접 돌아다닌 건 아니라 확신은 못해도 규모는 대략 류큐 거리와 비슷할까? 카무로쵸 정도는 아니었다. 배경이 다섯이나 되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말이다.
여러 시연대서 곡소리를 낸 칼잡이 보스. 필자는 어렵사리 잡았다소소하게자랑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