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형 엄폐’로 20년 구태를 혁신하다, 크로스파이어
지난 2021년, 스마일게이트가 당해 막 설립된 신생 스튜디오에 무려 1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1,20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 화제가 됐다. 바로 테일러 쿠로사키, 제이콥 밍코프, 닉 코로넬로스, 티나 코왈스키 등 업계 베테랑들이 의기투합한 미국 캘리포니아에 새 보금자리, 댓츠노문(That's No Moon, 이하 TNM)이다.
TNM의 주축이 된 면면을 보면 다들 너티독, 인피니티 워드 같은 대형 스튜디오서 굵직한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특히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인 테일러 쿠로사키는 ‘언차티드 2’, ‘언차티드 3’ 내러티브 디자인 리드로서 시리즈를 명작 반열에 올렸으며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가 보여준 성공적 리부트 역시 스튜디오 내러티브 디렉터였던 그의 솜씨다.
TNM이 스마일게이트와 협업해 AAA급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소식은 최초 투자 당시, 그러니까 5년 전부터 알려진 바다. 단지 그게 정확히 어떤 게임이 될지는 금번 SGF 발표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비밀이었다. 물론 너티독과 인피니티 워드를 두루 거친 TNM 중진의 이력에 스마일게이트를 연결 지으면 금세 하나의 IP가 떠오르지만 말이다.
그렇다. TNM가 지난 5년간 공들인 AAA급 프로젝트는 다름아닌 ‘크로스파이어(CrossFire)’다. SGF 발표에 며칠 앞서 TNM 공동 창업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테일러 쿠로사키, 게임 디렉터 제이콥 밍코프, 브랜드 마케팅 매니저 세바스티안 바라즈가 국내 매체 대상의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신작 ‘크로스파이어’를 소개하고 질문에 답했다.
먼저 테일러 쿠로사키는 TNM을 설립할 당시 이미 어떤 게임을 만들지 상당히 구체적인 비전이 존재했음을 밝혔다. 그래서 별다른 시행착오나 낭비 없이 특정 유형의 게임을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고. 특히 제이콥 밍코프와는 무려 18년간 협업하며 항상 내러티브와 게임 디자인 사이의 매끄러운 연결을 이어왔다고 덧붙였다.
그의 따르면 두 사람은 언제나 최고 수준의 품질을 추구해왔다. 이는 단순한 허영심 때문이 아니라 높은 게임 퀄리티가 곧 높은 몰입도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가령 환경 묘사가 뛰어날수록 게이머는 실제로 그 공간에 존재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며, 캐릭터의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표현 가능하다면 그만큼 작가는 대본을 더 정교히 쓸 수 있다.
TNM 중진은 게임이란 매체의 발전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으며 여전히 그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따라서 TNM 역시 선구자들이 쌓아온 이 성에 또다른 벽돌을 올리고 싶다고.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TNM 같은 신생 스튜디오가 빠르게 주목받아 제자리를 잡으려면 남들과 똑같아서는 안 된다. 무언가 진일보한 기획, 기술이 필요하다.
그 진일보란 무엇인가, 본격적으로 소개하기에 앞서 테일러 쿠로사키는 ‘크로스파이어’가 IP 원작처럼 멀티플레이 게임은 아니며, 라이브 서비스조차 아니라고 못박았다. 대신 흥미롭고 다층적인 캐릭터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끄는 내러티브 중심의 싱글플레이 게임으로, 도중에 분기를 고르는 식의 멀티 시나리오 역시 채택하지 않았다.
TNM이 내세운 ‘크로스파이어’의 장르는 전술적 액션 어드벤처(Tactical Action Adventure)다. 다름아닌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스튜디오 내러티브 디렉터였던 경력이 말해주듯 그는 밀리터리 장르를 영화, TV, 책까지 가리지 않고 탐닉한다. 아울러 약 10년간 전문적인 군사 자문의 도움을 받으며 게임을 개발하는 귀중한 경험까지 지녔다.
따라서 ‘크로스파이어’는 꽤 현실적인, 즉 교전 시 치사율이 높은(High-Lethality) 게임이 될 전망이다. 무작정 적들 사이로 몸을 날려 수류탄과 화기를 난사한 다음 유유히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본작서 주어진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게이머는 영리하고 기민하게, 무엇보다 은신에 중점(Stealth-Forward)을 두며 싸워야 한다.
IP 원작 ‘크로스파이어’는 글로벌 리스크와 블랙 리스트, 두 초국가적 군사 조직의 대립을 그린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글로벌 리스크가 선역이고 블랙 리스트가 악당이라 딱 잘라 평가할 수 없다는 거다. 이에 TNM 역시 도덕의 회색지대에 자리잡은, 저마다 결함을 지녔지만 그래서 더 공감 가능한 두 캐릭터를 주역으로 내세웠다.
둘 중 게이머가 조작하게 될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레일라 카셈(Layla Qassem)이다. 그녀는 돈을 받고 일하는 총잡이, 즉 용병인 동시에 혁명가이기도 하다. 늘 진보와 변화를 추구하며, 이 세상의 불평등한 제도들을 무너뜨리고 더 공정한 것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소 급진적일지 모르나 숭고한 신념임에 틀림없다.
그런 그녀와 대척점에 선 캐릭터가 델로이 크로스(Delroy Cross)다. 그는 기존 질서가 무너지며 발생할 무정부 상태의 혼란을 우려한다. 그래서 현 체제를 지키고자 싸우며 안정과 신뢰, 정의 같은 옛 미덕을 좇는다. 이 또한 숭고한 신념이지만, 레일라는 크로스의 방식이 가진 자를 계속 가진 자로, 없는 자를 계속 없는 자로 둘 뿐이라고 여긴다.
그렇다고 레일라와 크로스가 마냥 서로를 죽이려 드는 건 아니다. 작중에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어떤 참신하면서도 흥미로운 SF 요소가 도사리고 있어, 그 실존적 위협으로 인해 레일라와 크로스는 삐걱대는 임시 동맹을 맺는다고. 테일러 쿠로사키는 재차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약속하며 게이머가 두 주역 모두에게 공감할 거라 장담했다.
다음으로 보다 구체적인 시스템 설명은 게임 디렉터 제이콥 밍코프가 맡았다. 그는 ‘크로스파이어’가 언리얼 엔진 5로 구축됐으며 그 기술적 기반이 없었다면 완성할 수 없었으리라 술회했다. 언리얼 엔진 5의 나나이트(Nanite)와 루멘(Lumen) 덕분에 사실상 무한히 복잡한 지형을 표현하는 게 가능해졌고, 거기서 진일보의 영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저 ‘기어즈 오브 워’부터 제이콥 밍코프 본인이 만든 ‘언차티드’까지, 3인칭 슈터의 은엄폐 메커니즘은 대체로 단순하며 서로 유사하다. 개발자 입장서 보면 0~6인치는 발판 높이, 6~24인치는 아무것도 만들 수 없는 구간, 24~36인치는 일반 엄폐물, 36~100인치는 또 아무것도 만들 수 없는 구간, 100인치 이상은 매달리기 가능한 높은 엄폐물이다.
20년 전이야 괜찮은 시스템이었지만 이제는 너무 많이 반복돼 게이머들이 그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아, 여기서 전투가 일어나겠군”하고 곧장 알아챈다. 나무 상자, 쓰러진 기둥, 설치된 방벽 같은 것들. 이 단순한 구조는 창작자들의 예술성 역시 저해시킨다. 보다 아름답고 복잡한 환경을 표현하고 싶어도 은엄폐 메커니즘에 갇혀버리니까.
이제 언리얼 엔진 5와 나나이트, 루멘 기술의 등장으로 메모리가 허락하는 한 무한히 복잡한 지형 표현이 가능해졌다. 상술한 TNM이 추구하는 진일보, 혁신이란 바로 그 무한히 복잡한 지형에 알맞은 새로운 은엄폐 메커니즘을 업계 최초로 선보이는 것이다. 마치 영화 ‘트리플 프런티어’서 병사들이 돌무더기 사이에 몸을 숨기고 싸우듯 말이다.
과거에는 캐릭터가 엄폐물 뒤로 붙으면 보호받고 단 몇 인치라도 떨어지면 보호가 해제되는 이진 상태로 처리했다. 하지만 영화 ‘트리플 프런티어’가 보여주듯 실제로는 적의 시야를 차단하는 크고 작은 모든 요소가 병사를 보호할 터다. 따라서 TNM의 새로운 은엄폐 메커니즘은 주변 환경과 적 시선을 입력값 삼아 자동으로 엄폐 자세를 바꿔준다.
캐릭터 주변에 가상의 타원형 인식 영역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좀 더 쉽다. 이걸 적의 시야각과 교차시킨다. 이때 적과 타원형 인식 영역 사이에 모든 물체를 시선 차단물로 삼아 그 너머는 안전 구역으로 처리한다. 이를 군사 용어로 차폐(Defilade)라 부르며, TNM은 적응형 엄폐(Adaptive Cover)라 이름 붙인 혁신적 시스템의 요체다.
마치 현실의 병사가 주변 환경과 적 시야를 고려하며 엄폐물 뒤로 스스로 신체를 우겨 넣듯, 게임에선 특별히 고안된 모션 매칭 시스템이 그 부분을 대신한다. 즉 어떤 방향, 크기, 형태의 안전 구역이든 캐릭터가 최대한 올바른 자세로 엄페하도록 조정하는 식이다. 이 모든 동작이 어색하지 않도록 수백만 가지 연결 애니메이션을 담았다고.
상술했듯 ‘크로스파이어’는 현실적이며 치사율 높은, 은신 중심의 3인칭 밀리터리 슈터다. 제아무리 괜찮은 장비를 갖췄더라도 동등하게 훈련된 병사 너덧 명과 정면으로 교전하면 소수인 쪽은 가망이 없다. 그래서 매복이 요구된다. 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적 시야를 끊고, 측면 공격, 재배치, 다시 시야를 끊고, 새로운 위치로, 고지대 확보 등등.
바로 여기서 "저 녀석이 지금 나를 못 보는 것 같으니 저쪽으로 이동해 시야를 차단하고 공격한 다음 우회해야겠어” 같은 판단을 내릴 때 적응형 엄폐가 빛을 발한다. 지난 20년간의 고정 은엄폐 메커니즘은 어디로 움직여야 적의 공격을 피할지 그 경로가 너무나 뻔하다. 반면 ‘크로스파이어’는 진정한 의미에서 주변 환경을 분석하도록 만든다.
끝으로 테일러 쿠로사키가 스마일게이트와의 협업에 대해 설명했다. ‘크로스파이어’는 전세계 10억 명에 달하는 유저풀을 지닌 메가 히트 IP지만, 아직까지 최고 수준의 스토리텔링과 결합된 적은 없다. 그럼에도 글로벌 리스크와 블랙 리스트 두 진영이 동등하게 사랑받으며 어느 쪽도 완전히 옳거나 그르지 않다는 설정이 무척 매력적이었다고.
덧붙여 스마일게이트는 테일러 쿠로사키와 제이콥 밍코프에게 “전문가는 당신들이죠. 여러분이 최고의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드리고, 불필요한 간섭은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렇게 ‘언차티드’와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를 만든 이들이 스마일게이트와 함께 ‘크로스파이어’를 재탄생시키게 된 것이다.
TNM 크리에티브 디렉터 테일러 쿠로사키(좌), 게임 디렉터 제이콥 밍코프(우)
● 먼저 사명 댓츠노문에 담긴 의미와 개발사로서 철학을 듣고 싶다
테일러 쿠로사키(이하 테일러): 스토리텔링에서 관객에게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순간들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최고의 내러티브 어드벤처를 만들고자 하는 열정을 담았으며, 스튜디오의 존재 이유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 부제 없이 ‘크로스파이어’라고 타이틀을 붙인 특별한 이유가 있나
테일러: ‘크로스파이어’는 약 20년에 걸쳐 전세계 게이머를 연결해온 탄탄한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IP다. 타이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IP가 보유한 오랜 유산의 강점을 존중하는 동시에, 프랜차이즈의 진화를 선언하는 의미다. 기존 경쟁형 슈터 장르 게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팬과 새로운 게이머 모두를 위한 프리미엄 시네마틱 싱글플레이로 ‘크로스파이어' 유니버스를 확장하는 작품이다.
● ‘크로스파이어’ 유니버스라는 표현을 썼는데, 기존 작품들과 어떻게 연결되나
테일러: 이번 작품은 기존 ‘크로스파이어’ 타이틀들을 대체하거나 직접 이어지는 속편이 아니다. 이 작품은 새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프리미엄 AAA 작품이다. ‘크로스파이어’ IP가 오랜 세월 쌓아온 핵심 DNA인 적대적인 두 세력의 팽팽한 대립과 전술적 전투의 긴장감은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 ‘크로스파이어’ IP의 핵심 DNA라 여기는 부분에 대해 좀 더 설명해달라
테일러: ‘크로스파이어’가 가진 장점은 두 세력의 팽팽한 대립으로 양 세력 사이에 놓인 극도의 긴장감이다. 이번 작품에서 긴장감은 서로 믿을 수 없지만 반드시 함께해야 하는 두 요원의 불안한 동맹으로 표현된다. 신뢰가 아닌 생존을 위해 유지되는 동맹, 따라서 언제든 금이 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서사 전반에 깔려 있다. 모든 전투에서 긴장이 끊이지 않고, 모든 선택이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전술적 경험이 개발팀이 생각하는 ‘크로스파이어’와 같은 모습이다.
● 온라인 게임 IP을 내러티브 중심의 싱글플레이로 담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테일러: 우리는 처음부터 내러티브 중심의 경험을 만들기 위해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크로스파이어의 전술적 긴장감과 두 세력의 대립이라는 DNA는 싱글플레이 내러티브 형식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목표는 기존 멀티플레이 경험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크로스파이어’ IP가 아직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카테고리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내러티브와 게임플레이는 서로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게임플레이 자체가 스토리텔링의 일부여야 한다는 것이 댓츠노문이 가지고 있는 개발 철학이다.
● 레일라와 크로스 두 주역의 관계성과, 공통된 위협인 SF 요소에 대해 들려달라
테일러: 레일라와 크로스는 서로 적대적인 진영의 요원으로, 압도적인 위협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손을 잡는다. 서로 적대 진영에 속한 두 사람이 동행하는 스토리는 모든 미디어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주제다. 두 사람의 동행은 내러티브와 게임플레이 모든 방면으로 수많은 발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매우 인간적인 관계다. ‘크로스파이어’는 타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내러티브가 플레이 경험에 어떻게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이번 작품은 현실감 넘치는 SF를 지향한다. 실제 과학 개념에 기반을 두고 이를 설득력 있는 허구적 세계관 안에서 풀어내고 있다. 현실 무기의 정밀한 재현, 총격전의 생생한 사운드, 디테일한 환경 설계 등 철저한 현실감각 위에 SF 위협 요소를 결합했다.
● 레일라만 플레이어블 캐릭터인가, 혹시 도중에 크로스를 조작하는 구간이 있는지
테일러: 레일라 한 명만 조작할 수 있다. 게이머는 스토리를 통해 레일라와 깊은 유대감을 쌓을 수 있다. 파트너인 크로스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행동하며, 게이머의 행동에 적절하게 반응한다. 가령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지면 크로스가 적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제압 사격을 펼쳐 레일라가 탈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식이다. 궁극적으로는 게이머가 크로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두 주역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감정적인 공명이 있기를 바란다.
● 그처럼 감정적인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TNM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듣고 싶다
테일러: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두 사람이 극한의 압박 속에서 상대의 시각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과정이 게이머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나 캐릭터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내러티브와 게임플레이가 이어지는 것, 플레이하는 행위 자체가 이야기를 체험하는 방식이 되도록 하는 것으로 게이머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 게릴라 플레이라는 측면에서, 여러분이 과거 참여한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제이콥 밍코프(이하 제이콥): 일례로 ‘더 라스트 오브 어스’를 통해 쌓아온 게임 디자인과 내러티브는 우리가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자산이다. ‘크로스파이어’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깊이 있는 캐릭터 중심 서사에 어떤 게임도 시도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적응형 엄폐 시스템을 더했다. 기존 시네마틱 액션 게임들이 지정된 엄폐 지점과 스냅 애니메이션에 의존했다면 ‘크로스파이어’는 그런 제약을 완전히 없앴다. 게이머가 복잡한 지형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엄폐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전투 중에도 시네마틱 몰입감이 단 한 순간도 흐트러지지 않으며, 내러티브와 게임플레이가 하나로 이어지는 경험을 느낄 수 있다.
● 순수한 전투 혹은 순수한 은신 플레이의 비중이 어느 정도로 안배됐는지
제이콥: ‘크로스파이어’는 특정 상황에서 은신과 적응형 엄폐만으로 전투를 회피하고 진행할 수 있다. 반면 전투가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는 전투가 벌어지는 환경과 적의 배치에 따라 게이머들이 선택할 수 있다. 두 요소 사이의 균형이 맞도록 설계했다.
● 적응형 엄폐가 복잡한 환경에 최적화된 만큼, 시가전은 기존 게임과 비슷하지 않을까
제이콥: 적응형 엄폐의 핵심 원리인 적의 시선에 따라 캐릭터의 자세를 실시간으로 변경하는 방식은 어떤 환경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 주변의 모든 환경은 무엇이든 엄폐물이 될 수 있다. 게임 내에는 3인칭 엄폐 슈터 장르 역사상 가장 복잡한 유기적 환경에서 펼쳐지는 전투도 있고, 일반적인 건축 구조의 실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전투도 있다. 적응형 엄폐 덕분에 디자이너와 아티스트가 기존 슈터 장르의 제약에서 벗어나 더 아름답고, 복잡하고, 흥미로운 환경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었다.
기존 슈터 장르 게임들은 직각형 엄폐물과 매우 제한적인 기준을 사용해, 전투 공간이 각을 이루고 계단식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방식은 20년 넘게 이어져 왔고, 게이머들은 이미 3인칭 엄폐 슈터 장르의 게임에서 전투 공간이 어떻게 생겼는지, 적이 어디서 나올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적응형 엄폐를 통해 이런 제약 없이 슈터 장르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유기적인 환경을 제작했고, 게이머에게 훨씬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려 한다. ‘크로스파이어’에서 적응형 엄폐를 통해 실제 전투 현장을 누비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계속 전투의 긴장감을 강조하는데, 되려 피로감을 느끼는 게이머도 있을 법하다
테일러: 우리 목표는 내러티브와 게임플레이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다. 게이머는 긴장감 넘치는 전투만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레일라와 크로스의 관계와 각자의 시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정적인 서사들 역시 경험할 수 있다.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배분해 균형 잡힌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 밀리터리 장르로서 현실성과 게임 자체의 재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는지
테일러: 현실성은 몰입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 자체가 아니다. 개발의 핵심 기준은 긴장감이 단 한 순간도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게이머들에게 전략과 인내를 요구하되, 캐릭터와 함께 지형을 활용해 적을 제압하는 경험 역시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설계했다. 게이머들은 잠입, 공격, 재배치, 측면 공략 등 모든 전술적 선택들로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
● 적들의 AI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몇 단계의 난이도 설정을 지원할 계획인지
제이콥: ‘크로스파이어’의 적들은 지능적이고, 치명적이며, 조직적으로 행동한다. 분대 단위 전술을 구사하며 제압 사격을 펼치기도 하고, 게이머를 향해 기동하거나 측면을 파고들기도 한다. 게이머는 적응형 엄폐를 활용해 시야를 차단하고, 위치를 변경하거나 이탈하며, 역으로 측면을 공략해야 한다. 적은 게이머의 마지막 목격 위치를 수색하며 추적을 이어 가기도 한다.
게이머들은 매 교전마다 환경을 분석해야 하고 전술적 선택을 요구하는 등 적절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크로스파이어’는 무작정 달려가며 전투를 싸우는 방식의 게임이 아니다. 게이머가 적응형 엄폐를 포함해 모든 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됐다.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자세를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적응형 엄폐 시스템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전략적 전투의 재미를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출시 시점부터 난이도 변경 옵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 종합적으로 ‘크로스파이어’를 선형 레벨 디자인의 3인칭 슈터로 이해하면 될까
테일러: 게임은 하나의 단일 스토리를 따라간다. 최고의 내러티브는 반전과 필연적인 흐름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형 서사에 집중함으로써, 최고 수준의 모션 캡처와 캐릭터 모델을 통해서만 구현할 수 있는 섬세한 감정 표현을 모든 장면에서 실현할 수 있다. 게임의 서사는 선형적으로 전개되지만, 플레이를 할 때는 다양한 선택과 창의적인 전투 방식을 시도할 수 있다. 전투 공간의 규모는 각 전투마다 다르며, 넓게 펼쳐지는 공간도 있고 협소하고 밀도 있는 공간도 있다.
● 평균적으로 봤을 때 엔딩까지 몇 시간 정도 분량을 기대해도 좋을지
제이콥: 현 시점에 구체적인 플레이 타임을 밝힐 수는 없다. 다만 유료 DLC 없이 하나의 완결된 프리미엄 싱글플레이, 혁신적인 게임플레이와 함께 최고의 퀄리티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 ‘크로스파이어’ IP로 신작을 만드는 가운데 스마일게이트와의 협업은 어땠나
테일러: 스마일게이트와의 협업은 매우 특별했다. 무엇보다 스마일게이트가 우리의 창의적인 방향성을 신뢰하고 전적으로 맡겨준 점이 인상적이었다. 두 회사 모두 게임의 재미는 물론 게이머에게 의미 있는 스토리를 전달해야 한다는 공통된 가치를 공유했고, 스마일게이트의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과 TNM의 내러티브를 강조한 게임 개발 경험이 만나 강력한 시너지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 끝으로 ‘크로스파이어’의 주요 목표 시장 및 출시 전략을 듣고 싶다
테일러: 특정 시장 보다는 동서양 게이머 모두에게 고르게 어필할 수 있는 보편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를 중심으로 제작했다. 두 명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기존 ‘크로스파이어’ 팬은 물론 프리미엄 싱글플레이 내러티브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라면 누구든 타겟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게이머들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