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환과 피 그리고 아드레날린, 하드코어 액션의 추구 - '쿠산 : 늑대들의 도시' 인터뷰
국내 인디 개발사 ‘서클프롬닷’의 탑뷰 액션 타이틀 ‘쿠산 : 늑대들의 도시 (이하 쿠산)’을 처음 본 것은 아마도 2018년. 꽤나 오래 전의 일이었다. 핫라인 마이애미에서 영감을 얻었음이 분명한 초기 빌드부터 자신들의 색을 녹여낸 현재까지. 부산에 자리한 인디 개발사 서클프롬닷은 햇수로 약 8년 가량 한 가지 타이틀을 개발해왔다. 시간은 오래 걸렸으나 한 가지 방향성에서 꾸준히 발전을 시켰던 것은 분명히 쉬운 일은 아니다.
개발의 시작이 되었던 타이틀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쿠산의 액션은 해를 거듭하며 완성도를 더해갔다. 적도 플레이어도 한 번의 공격에 사망한다는 규칙을 바탕으로 리듬감을 느낄 수 있는 형태의 전투를 선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스테이지의 구성이나 보스전 등 추가적인 콘텐츠를 고도화 시키면서 더 나은 플레이와 경험 그리고 완성도를 갖췄다.
이렇게 오랜 개발 끝에 드디어 완성된 쿠산은 특유의 게임 플레이와 설정, 매력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확실한 탑다운 뷰 액션의 맛을 전달하고자 한다. 오는 7월 30일 발매를 예정한 쿠산. 긴 개발 과정에서의 경험과 게임 플레이 및 디자인과 같은 세부 사항을 개발사 서클프롬닷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번 서클프롬닷과의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으며, ‘쿠산 : 늑대들의 도시’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래의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초기 시작부터 현재까지. 개발 완료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개발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게 된 과정을 되짚어보고 싶습니다. 시행착오부터 현재의 소회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 팀원들 모두에게 있어서 사실상 첫 본격 게임 개발이었기 때문에, 많은 것을 직접 부딪히며 배워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만 앞섰다면, 개발을 이어가면서는 그 마음을 실제 결과물로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와 방법을 하나씩 익히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제 고집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큰 과제였습니다. 팀 차원에서는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법, 회사라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일하는 법, 그리고 우리가 의도한 재미가 플레이어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특히 처음에는 저희가 좋아하는 작품들로부터 받은 영향을 어떻게 우리만의 정체성으로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좌절도 있었지만, 결국 그런 시행착오들이 지금의 ‘쿠산: 늑대들의 도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 돌아보면 오래 걸린 만큼 아쉬움도 있지만, 그 시간 동안 팀과 게임이 함께 성장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 개발 기간이 길어지고 있었음에도 팀원들과 오랜 인연을 맺으며 동고동락했었던 것으로 압니다. 함께 장기간 개발을 하면서 개발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여러 지원과 기회를 통해 개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중요했지만, 가장 큰 원동력은 결국 팀원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게임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개인적인 동기는 조금씩 달랐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재미있다고 믿는 게임을 끝까지 완성하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습니다.
그 공통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길고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오랜 개발 기간 동안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많은 것을 감내해줬고,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핫라인 마이애미에서 영감을 받은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 탑다운 슈터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개발의 초창기 기획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 처음에는 친구 4명이서 시작한 프로젝트였습니다. 당시 팀의 규모, 역량, 자금 상황을 고려했을 때 우리가 만들 수 있으면서도 만들고 싶은 게임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그때 접한 작품 중 하나가 ‘핫라인 마이애미’였습니다. 단순한 규칙 안에서 매번 다른 상황이 만들어지고, 빠른 판단과 실행이 강렬한 재미로 이어지는 구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작고 밀도 있는 탑다운 액션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쿠산’을 기획했습니다.
다만 개발을 계속하다 보니 단순히 영향을 받은 게임에 머무를 수는 없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만의 전투 흐름, 캐릭터, 세계관, 업그레이드 구조를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게임의 규모도 자연스럽게 커졌습니다.
● 게임 내에서는 존윅, 아저씨 등의 영화들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핫라인 마이애미 이외에도 영감을 받은 영화나 게임들이 있다면 언급을 부탁드립니다.
= 그 외에도 ‘로건’, ‘더 록’, ‘레옹’, ‘그랜 토리노’ 같은 영화와 ‘카타나 제로’, ‘세키로’, ‘메탈기어 솔리드 3’, ‘드렛지’, ‘고스트러너’, ‘몬스터 헌터’ 같은 게임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만화 쪽에서는 ‘베르세르크’, ‘강철의 연금술사’처럼 인물의 감정선과 세계관의 밀도를 가진 작품들도 좋아했습니다. 캐릭터 초기 디자인의 경우 Caravan Palace의 ‘Lone Digger’ 뮤직비디오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일부 캐릭터에는 그 영향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좋아하는 작품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들에서 느낀 인상과 감정을 ‘쿠산’의 전투, 캐릭터, 세계관 안에서 어떻게 새롭게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플레이어분들이 그런 흔적을 하나씩 찾아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 많은 플레이 테스트를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과정에서 게임이 발전되기도 했었고요. 플레이 테스트를 다수 진행하면서 배웠던 점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인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쿠산: 늑대들의 도시’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저희가 생각하는 타깃 플레이어분들은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받아들이는지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긴 텍스트 설명보다는 직접 움직이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면서 배우는 것을 더 선호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또 플레이어마다 고집하는 전투 방식이 다르고, 그 스타일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점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시스템을 설명하는 방식이나 업그레이드 구조를 조정할 때 그런 부분을 많이 고려했습니다.
좀 더 넓게 보면, 플레이테스트의 중요성을 이론이 아니라 경험으로 체감한 시간이었습니다. 최근 전체 게임을 대상으로 비공개 플레이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얻은 피드백 중에는 더 이른 시점에 알았다면 훨씬 좋았을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차기작에서는 더 초기 단계부터 꾸준히 플레이테스트를 진행하고, 피드백을 개발 과정에 자연스럽게 반영하고 싶습니다.
● 탑다운 슈터에서 가장 중요한 게임 디자인 측면의 요소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쿠산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레벨 디자인의 방향성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 저희는 단순히 탑다운 시점이라는 점보다, 높은 난이도와 빠른 반복을 통해 플레이어가 점점 나아지는 경험, (다소 포괄적인 명명입니다만) ‘하드코어’에 더 집중했습니다. ‘핫라인 마이애미’뿐 아니라 ‘카타나 제로’, ‘고스트러너’ 같은 작품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호흡은 다르지만, 반복과 숙련이라는 측면에서는 소울본류 게임들도 많이 참고했습니다.
이런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어의 암기, 판단, 피지컬이 함께 작용합니다. 다만 인간의 반응 속도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짧은 플레이 안에서 “내가 확실히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서도 불합리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레벨 디자인에서는 플레이어가 처음에는 당황하더라도, 반복할수록 적의 배치와 우선순위, 사용할 공격 수단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자 했습니다. 최근에는 일반 액션 게이머를 대상으로 한 전체 플레이테스트 이후 밸런스를 개편했고, 이후에도 타깃 유저층에 가까운 플레이어들의 피드백을 더 수집할 계획입니다.
발매 전까지, 그리고 발매 이후에도 이 부분은 개발팀의 확신만으로 결정하기보다는 피드백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속 개선해나가고자 합니다.
● 적도 한 방. 나도 한 방이라는 규칙은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단점으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개발 과정에서 이 요소를 다루면서 어떤 점에 가장 주의를 기울이셨는지 궁금합니다.
=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그 제한된 규칙 안에서도 적마다 다른 개성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적도 한 방, 플레이어도 한 방이라는 구조에서는 단순히 체력을 늘리거나 공격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적을 차별화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타이밍, 사거리, 접근 방식, 공격 전 예고, 주변 적과의 조합 같은 요소를 활용해 적들의 차이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적은 빠르게 압박하고, 어떤 적은 먼 거리에서 플레이어의 동선을 제한하며, 어떤 적은 특정 상황에서 먼저 처리해야 하는 우선순위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차이가 시각적으로도 쉽게 드러나고, 동시에 세계관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디자인하려 했습니다.
● 일부 탑다운 슈터에서 개인적으로 불쾌하게 느껴졌던 지점은 시야 밖에서 사격을 하는 적들이었습니다. 쿠산의 경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별도의 메커닉을 설계하신 것들이 있다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이런 요소는 플레이어가 대응할 수 있는 일종의 ‘완충 장치’가 충분히 주어질 때 납득 가능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핫라인 마이애미’의 멀리보기, ‘카타나 제로’에서 층으로 구분된 적의 동선을 미리 파악하는 구조, 갑작스러운 위협에도 패링이나 회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치들이 그런 역할을 한다고 봤습니다.
‘쿠산’에서 대표적인 완충 장치는 ‘퀀텀 나이프’입니다. 퀀텀 나이프는 가까운 적을 자동으로 겨냥할 수 있고, 다른 행동 중에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일종의 와일드 카드처럼 기능합니다. 워 핸드를 통한 패링도 마찬가지로 플레이어에게 대응의 여지를 주는 장치입니다.장기적으로는 업그레이드를 통해 자신만의 빌드를 구성하는 것도 이런 완충 장치가 됩니다. 특정 상황에 강한 빌드를 만들거나, 자신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보완하는 식으로요.
물론 적의 사거리와 발사 타이밍도 세세하게 조정했습니다. 일부 구간은 한 번의 실패를 통해 구조를 익히도록 의도한 부분도 있지만, 전체 경험 안에서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빈도와 등장 시기를 조심스럽게 조율했습니다.
● 탑다운 슈터는 시야가 어느 정도 제한되기도 하는 만큼, 동시에 하나의 레벨 크기가 너무 길어서도 안됩니다. 미리 지형을 파악하더라도 화면에 다 담기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쿠산은 이 시야 제한과 거기서 나오는 예상하지 못하는 죽음이라는 요소를 어떻게 활용하고자 했는지 개발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만, 스테이지의 구조와 적 배치를 이해한 뒤에는 훨씬 빠르고 스타일리시하게 돌파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그 변화의 순간이 이 장르의 큰 재미라고 생각했습니다.다만 모든 스테이지가 같은 방식으로만 구성되면 반복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구간에서는 시야 제한과 공간 분할을 활용해 탐험하는 느낌, 미궁 속을 헤매는 느낌, 혹은 숨겨진 요소를 발견하는 재미를 주려고 했습니다. 전투의 리듬 사이에 의도적인 변주를 넣고 싶었습니다.
● 총기 (권총, 석궁, 샷건을 포함한 모든 요소) - 단검 - 근접 공격으로 이어지는 공격 흐름이 개인적으로는 꽤 각별하게 다가오는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이 전투 흐름을 구상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플레이어가 “사이보그 존 윅”이 된 듯한 전투 경험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존 윅’에서 인상 깊게 본 장면 중 하나는, 한 손으로는 가까운 적을 제압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다른 적을 쏘는 식의 복합적인 액션이었습니다. 처음 프로토타입에서는 이런 장면을 그대로 구현해보려 했지만, 탑다운 액션 게임으로서는 생각보다 재미있게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감각을 보다 게임의 단순함에 걸맞게 추상화한 결과물이 ‘퀀텀 나이프’였습니다. 퀀텀 나이프는 자동으로 대상을 포착하고, 다른 행동과 동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눈앞의 적에게 주먹을 꽂으면서 뒤쪽 적에게 단검을 던지거나, 오른쪽 적에게 총을 쏘면서 왼쪽 적을 단검으로 처리하는 식의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그 장면에서 느꼈던 복합적이고 유려한 전투 감각을 게임 시스템으로 바꾸는 데 집중했습니다.
● 적들의 사정 거리나 패턴 등을 보면, 많은 공을 들였음이 느껴집니다. 적의 패턴과 배치 등은 어떠한 의도에서 구상되었는지. 실제적으로 게임 플레이에서 어떤 결과물을 의도했는지가 궁금합니다.
= 처음에는 동물의 개성을 활용해 다양한 적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다만 개발을 하다 보니, 초반에 등장하는 권총을 든 쥐 한 종류만으로도 충분히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후반으로 갈수록 단순히 적의 스펙을 올리는 방식은 피하려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난이도는 올라가겠지만, 플레이어가 납득하고 배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지나치게 높은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대신 다양한 적들이 서로를 보완하도록 배치하고, 상황에 따라 처치 우선순위가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데모에 등장하는 돌진형 황소 적은 총을 든 쥐의 앞에 있느냐 뒤에 있느냐에 따라 플레이어가 먼저 처리해야 할 대상이 달라집니다. 주변에 엄폐물이 있는지, 벽을 부술 수 있는지 같은 환경 요소도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할수록 적들의 특징을 익히고, 적 배치를 보는 순간 “어떤 적을 어떤 공격으로 먼저 처리할지”를 판단하는 재미를 느끼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 업그레이드의 경우 블록이 있고 이를 회전하면서 최적화를 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이렇게 업그레이드 전반을 설계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 초기 버전의 업그레이드는 비교적 선형적인 구조였습니다. 끝까지 플레이하면 대부분의 업그레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업그레이드를 전부 개방하면 플레이어 캐릭터가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슬롯 수만 제한하는 방식은 재미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쿠산’은 액션 게임이지만 스테이지마다 집중도가 높고 피로도도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전투 외의 순간에는 어떤 업그레이드를 선택할지,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하는 다른 종류의 재미가 있었으면 했습니다.
그러던 중 ‘드렛지(DREDGE)’를 플레이했고, 물고기를 보관하는 인벤토리 구조를 보면서 큰 힌트를 얻었습니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블록을 돌리고 배치하는 과정이 단순한 성장 시스템보다 훨씬 재미있는 선택을 만들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 업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기능들을 개방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용량의 제한이 있기도 합니다. 플레이어가 각 요소들 중 일부만을 선택하도록 만든 의도가 궁금합니다.
= 가장 큰 이유는 플레이어가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을 만들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모든 업그레이드를 다 사용할 수 있다면 캐릭터가 지나치게 강해지는 문제도 있지만, 플레이어가 선택을 고민할 여지도 줄어듭니다. 플레이테스트를 해보면 어떤 분은 주먹과 단검을 중심으로 플레이하고, 어떤 분은 총기와 단검을 주로 사용하며, 또 어떤 분은 세 가지 공격을 모두 적극적으로 섞어 사용했습니다.
저희는 이런 다양한 성향의 플레이어들이 제한된 인벤토리 안에서 자신에게 맞는 빌드를 구성하길 바랐습니다. 또 다른 사람의 플레이나 공략을 보고 평소 쓰지 않던 빌드를 시도하거나, 재화 수집에 특화된 빌드를 만들어보는 식으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 각 레벨은 일종의 퍼즐과 같은 일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적의 뒤를 노릴 수 있는 파괴 가능한 벽, 공격으로 밀어낼 수 있는 상자 등 다양한 것들이 플레이 시 전투의 다양성을 끌어올립니다. 이러한 레벨 설계와 오브젝트 배치에서 퍼즐적 요소를 고민하는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의 레벨을 설계하면서 퍼즐 요소는 어떤 흐름으로 배치하고자 했는지 궁금합니다.
= 개발 아주 초기에 만났던 퍼블리셔로부터 “데모는 재미있지만, 이 흐름이 계속 반복되면 지루해질 수도 있다”는 피드백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이 개발 내내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스테이지를 단순히 적을 빠르게 처치하는 구조로만 만들기보다는, 중간중간 퍼즐적인 성격을 가진 스테이지를 의도적으로 배치했습니다. 미궁같은 스테이지,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도로에서의 전투, 특정 구간에서 적들이 몰려오는 아레나 등의 기존 전투와 다른 궤를 가진 스테이지를 통해 전투의 리듬에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플레이어가 같은 게임을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보다,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고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간다는 느낌을 받길 바랐습니다.
● 전체 54개의 스테이지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각 스테이지를 유의미하게 설계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그리고 상당히 많은 스테이지 분량을 넣게 된 이유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 스테이지 수를 늘리는 것 자체보다, 각 스테이지가 서로 다른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어려웠습니다.
다양한 미니언과 조합을 준비해둔 덕분에 전투 스테이지를 만드는 데에는 어느 정도 기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발 후반으로 갈수록 전투의 반복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더 분명히 느끼게 됐고, 이를 줄이기 위해 퍼즐적인 구조나 다른 리듬을 가진 스테이지를 추가하고 다듬는 데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반대로 스토리를 배치하는 과정에서는 컷신 제작 비용과 플레이 피로도를 함께 고려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스테이지를 늘리기보다는 한 씬을 플레이하는 호흡이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일부 스테이지 수를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개발 중 만들었지만 본편 흐름상 사용하지 못한 스테이지들도 있습니다. 이후 여건이 된다면 발매후 업데이트 형태로 사이드 퀘스트 등 다른 형태로 활용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 각각의 무기들은 일장일단이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쿠산에서 등장하는 무기들의 작동 방식 - 액션과의 연계 등을 만들면서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는지. 각 무기의 차이를 포함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권총은 탑다운 슈터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범용성 높은 무기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기 쉽고, 플레이어가 가장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입니다. 석궁은 업그레이드를 통해 관통 효과가 더해지지만, 차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모든 맵 구조와 적 배치를 숙지한 숙련 플레이어가 활용했을 때 강력한 무기가 되도록 의도했습니다.
샷건은 좀 더 시원하고 과감한 플레이를 위해 만든 무기입니다. 가까이서 쏘면 강력한 한 방을 낼 수 있고, 멀리서 사용하면 여러 적을 경직시킨 뒤 퀀텀 나이프나 워 핸드와 연계해 빠르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거리 조절에 따라 다른 감각을 주고 싶었습니다.
오래된 리볼버는 하드코어한 게임에서 다루기 어려운 랜덤 요소를 약간 더해 변주를 주기 위해 만든 무기입니다. 재장전 시 일정 확률로 일부 탄환이 황금탄으로 바뀌고, 이 황금탄은 적을 한방에 처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탄약을 줍기 전마다 약간의 기대감과 즉흥적인 판단이 생기길 원한다는 의도였습니다.
각 무기는 최종 업그레이드를 통해 강력한 이점을 얻지만, 동시에 그 강점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숙련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캐릭터만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도 무기를 이해하고 통달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무기 종류는 발매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더 보완할 계획입니다. 현재 내부적으로는 레일건, 고무 새총 같은 무기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 배경 음악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랍미스트가 제작한 것으로 잘 알려지기도 했고요. 배경 음악 제작 과정에서 고민한 것들이 있다면,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 가장 먼저 떠올렸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랍티미스트님의 음악을 이 게임에 담을 수 있을까”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독특한 출발이지만, 처음에는 어떤 게임을 만들지보다 “이 음악으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있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들을 수 있는 메인 테마는 웹툰 ‘헬퍼’의 BGM으로도 사용됐던 곡입니다. 20대 때 그 음악을 듣고 언젠가 꼭 이 곡이 어울리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2018년 즈음 랍티미스트님께 인스타그램 DM으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한동안 답을 받지 못해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DM을 잘 확인하지 못했었다는 답을 주셨습니다. 다행히 본인의 음악을 배경으로 게임을 만드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봐주셨고, 덕분에 계약까지 순조롭게 진행되어 랍티미스트님의 음악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 물 흐르듯 진행되는 액션을 상정한 대로 진행했을 때의 쾌감. 계획과 실행이라는 흐름이 주는 경험이 각별합니다. 이러한 지향점을 살리기 위해서 고민한 것들. 세부적인 조율 등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설명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 빠른 반복을 거듭하는 하드코어 액션 게임에서 계획과 실행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다만 ‘물 흐르듯 진행되는 액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행 과정에서 순수 피지컬에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에임과 같은 요소의 부담은 일부 낮추되, 대신 적들의 개성과 조합, 배치 순서에 따라 플레이어가 판단해야 할 요소를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했습니다.
즉, 단순히 조작이 어려운 게임이 아니라 무엇을 먼저 처리할지 / 어떤 공격을 사용할지 / 어떤 경로로 움직일지를 빠르게 계획하고 실행하는 게임이 되기를 원한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또한, 파괴 가능한 벽이나 밀어낼 수 있는 오브젝트 같은 요소를 배치해 전장의 구조가 순간적으로 바뀌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같은 전투 안에서도 사물의 활용, 공간의 변화, 즉흥적인 판단이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만들고자 했습니다.
● 스타일리시하고 빠른 템포의 전투로 진행되는 타이틀에서 연출과 스토리 중심의 플레이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고민한 부분들이 있다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 초기에는 ‘맥스 페인’의 영향을 받아 코믹스 컷신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적용해보니, ‘맥스 페인’과 달리 저희 게임에서는 컷신과 실제 플레이가 분리되어 보이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컸습니다.
그래서 다른 게임들을 분석하면서, 전투와 이야기 사이의 연속성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인게임 이벤트, 전투 중간에 삽입되는 짧은 컷신, 컷신 전환 전후의 공간 조명 등을 활용하게 됐습니다.
플레이어가 단순히 전투를 하다가 갑자기 이야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방금 자신이 지나온 공간과 인물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느끼길 바랐습니다. 아직도 어려운 부분이지만, 액션과 내러티브가 분리되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 근본적인 질문이기는 한데, 등장 인물들이 인간형 수인으로 설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폭력 묘사의 거부감을 낮추기 위해서였습니다. ‘쿠산’은 폭력을 무겁고 사실적인 방식으로 다루기보다는, 빠른 액션과 카타르시스의 일부로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인간 캐릭터를 대상으로 같은 수준의 묘사를 했다면 훨씬 부담스럽게 느껴졌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적들의 개성을 더 직관적으로 드러내기 위함이었습니다. 탑다운 시점에서는 아무래도 캐릭터의 세부적인 표정이나 복장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수인 캐릭터를 사용하면 실루엣, 움직임, 동물적 특징을 통해 적의 성격과 역할을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 보스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인간형 이외에도 2챕터의 오토바이 추격전 - 로봇 보스전은 개인적으로 감명깊게 플레이를 했습니다. 보스전을 설계하면서 가장 많이 공을 들였던 부분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 일반 스테이지와는 다른 치열하고 끈질긴 공방을 만드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다만 ‘쿠산’은 플레이어가 한 방에 죽을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보스전의 난이도가 불합리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세키로’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세키로’에서 죽거나 피격 당했을 때, 적이 불합리하다고 느끼기보다 “내가 한 대 더 때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금 회복하려고 하면 안 됐는데”라고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 순간들이 좋았습니다. 저희도 보스 패턴을 만들 때, 플레이어가 아슬아슬하게 피하거나 대응할 여지는 주되, 욕심을 내면 실수하게 되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또한 보스전은 단순히 어려운 전투만이 아니라, 긴장감 끝에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패턴뿐만 아니라 등장 연출, 처형 장면에도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 콘솔 플랫폼에서 개발을 하시면서 어려운 점들은 없었나요? 검수나 패드 조작계에 맞춘 고민 등 조율이 필요한 부분들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 초기부터 콘솔 출시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컨트롤러 조작은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함께 지원했습니다. 다만 저희 게임의 특성상 빠른 조준과 타깃 선택이 중요하기 때문에, 컨트롤러에서 어느 정도의 보정을 제공할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보정이 너무 약하면 컨트롤러 플레이가 지나치게 어렵고, 반대로 너무 강하면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고 있다는 감각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피드백을 받아가며 타깃 선택, 유지, 전환과 관련된 감각을 계속 조정했습니다.
콘솔 빌드의 경우 초기에는 저희가 직접 플레이어블 빌드까지 만들었습니다. 다만 이후 퍼블리셔인 PQube와 논의한 끝에 전문 포팅팀에 제작을 이관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개발 일정을 돌아보면, 콘솔 플랫폼 경험이 많은 퍼블리셔의 판단이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 난이도를 따지자면, 분명히 어렵다고 할 수 있는 면이 있습니다. 난이도 조절 등은 지속적으로 고민을 하셨을 것 같은데, 최종적으로는 난이도 설정을 넣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요
= ‘쿠산’에서 전하고 싶었던 핵심 경험 중 하나는 끈질기게 도전해서 결국 이겨내는 성취감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난이도 자체를 여러 단계로 나누기보다는, 게임 안의 시스템을 통해 어려움을 완충하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예를 들어 업그레이드, 재화 수급용 스킬, 반복해도 리셋되지 않는 재화 같은 요소를 통해, 게임을 어려워하는 플레이어도 계속 시도하면 결국 돌파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자 했습니다. 물론 계속 도전할 동기를 유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이런 방식으로 기본 난이도를 구성했지만, 발매 이후 플레이어분들의 피드백에 따라 스토리 모드처럼 더 쉬운 난이도를 도입하는 것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반대로 더 높은 도전을 원하는 플레이어들을 위한 하드 모드는 이미 준비 중입니다. 발매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선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 쿠산의 제작이 마무리가 되는 만큼, 후속작에 대한 구상도 시작하셨을 것 같습니다. 후속작은 어떤 방향성에서 구상 중인지 궁금합니다.
=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지만, 액션과 내러티브가 지금보다 더 유기적으로 결합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단순히 정해진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벌어지는 요소의 변화가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한 플레이어의 감정 변화를 유발하는 게임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런 게임을 처음부터 한번에 만들려는 시도를 하면 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쿠산’ 개발에 긴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차기작에서는 욕심만 앞세우기보다 원하는 지점까지 가기 위한 계단을 하나씩 쌓아가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쿠산’의 후속작이 될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형태의 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후 변화와 AI의 발달로 인해 변화한 디스토피아 세계를 배경으로 한 게임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 긴 시간 개발을 마치고 오는 7월 30일 정식 출시가 이루어집니다. 지금까지 오래 기다려준 플레이어들에게. 그리고 게임을 이제 알게 된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을 전한다면?
= 먼저 오랜 시간 잊지 않고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3년 지스타에서 처음으로 오프라인 홍보를 했을 때 남겨주신 포스트잇들은 지금도 개발팀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응원해주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긴 개발 기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인터뷰를 통해 ‘쿠산: 늑대들의 도시’를 처음 알게 되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플레이어분들이 보내주신 시간과 관심에 보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쿠산: 늑대들의 도시’는 빠르고 치열한 전투, 반복을 통해 성장하는 성취감,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재미를 담고자 한 게임입니다.
현재 Steam, PS5, XBOX Series X|S에서 데모를 플레이하실 수 있으며, Nintendo Switch 데모도 공개를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출시일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