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제라는 신항로에 들어선 ‘대항해시대 오리진’, 앞으로의 계획은
지난해 서비스 2주년을 맞아 새롭게 박철우 디렉터가 취임한 ‘대항해시대 오리진’. 방향타를 쥔 선장이 바뀌며 운영 방침과 개발 체계에 변화가 엿보였고 업데이트 로드맵 역시 크게 달라졌다. 실제로 앞서 2주년 인터뷰서 언급된 실시간 PvP와 하우징 콘텐츠는 대격돌, 개척지란 명칭으로 곧 구현될 예정이다. 한편 당시엔 밝히지 않은 중대한 업데이트도 있었으니 바로 12월부터 시작된 3개월 단위의 투자 시즌제다. 이와 함께 교역품의 전반적인 배치 및 판매 단가까지 리뉴얼을 단행했다.
물론 2년간 굳건히 자리 잡은 구조를 바꾸는 초강수인 만큼 시즌제 도입이 모두에게 환영받은 건 아니다. 해가 바뀌고 시즌제 도입 한 달여가 지나며 초반의 격렬했던 논쟁은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는 중. 여기에 상술한 대격돌, 개척지와 더불어 새로운 육성 콘텐츠인 선단 연구, 선박 강화 업데이트까지 예고된 상황. 과연 시즌제라는 신항로로 뱃머리를 돌린 박철우 디렉터가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떠 어디로 이끌지, 역삼동 라인게임즈 오피스서 그와 이야기 나눴다.
어느덧 취임하고 반 년 가량을 보낸 '대항해시대 오리진' 박철우 디렉터
● 디렉터로 취임하고 반 년 정도가 됐다. 간단한 소회를 전한다면
: 디렉터란 자리를 처음 경험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당초 유저 여러분께 약속드린 부분을 완벽히 구현하지 못하기도 했고. 새해에는 개발 체계를 잘 정비하여 콘텐츠 업데이트와 편의성 개선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미래를 더 기대할 만한 게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 2주년 이벤트 때 시즌제 이야기는 없지 않았나. 굉장히 큰 변화인데
: 2주년을 맞아 앞으로의 로드맵을 구상할 때 시즌제 역시 기획 단계였다. 다만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경우 우리 단독 개발이 아니라 코에이테크모와 상호 협의가 필요해 공개 시기가 늦어진 건 사실이다. 시즌제를 도입한 배경에는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근간인 투자 콘텐츠가 좀 더 많은 유저에게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두카트와 시즌 투자증서를 얻기 쉽게 조정함은 물론이고 보상 구조 자체가 꼭 1등이 아니라도 유의미한 성과를 얻도록 바꿨다. 블루젬-유료 재화 대체품- 역시 충분히 풀어 게임이 활성화되길 바랐다.
● 함께 진행된 교역품 리뉴얼로 배치 및 단가가 크게 바뀌어 혼란을 빚었다
: 맞다. 특히 판매가 산정이 너무 지나친 감이 있어 재차 수정했는데 그 와중에 일부 콘텐츠 이용이 막히는 등 부족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말았다.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체계를 정비하겠다. 다음 시즌서 또 이렇게 대규모로 품목이 교체되는 일은 없을 거다. 문제를 고쳐가는 와중에 손해가 발생하는 부분은 핫타임 버프로 대응하고 있다.
● 선착순 제한이 있긴 했지만, 대국 이민으로 인해 1위 국가로 쏠림이 커졌다
: 시즌제와 함께 대국 이민을 기획할 때 인구 이동 및 분산을 강제할지 선택권을 드릴지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결국 선착순 30%란 조건을 걸었는데 시즌 2부터 이 부분을 좀 더 자유롭게 풀어두고자 한다. 그러니까 이제 1위 국가로 옮기고 싶다면 누구든 그럴 수 있게 될 것이다. 대신 이민 비용은 더 받는다. 2~8위 국가에 대한 지원도 단순히 경험치나 관세 혜택을 넘어서는 전혀 새로운 방식을 검토 중이고. 요컨대 유저 본인의 플레이 방식에 따라 1위 혹은 2~8위 국가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모습을 그리는 중이다.
● 일련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디렉터로서 느낀 바가 있다면 듣고 싶다
: 결국 운영측이 강제하느냐 유저에게 선택지를 주느냐가 고민의 시작이었다. 아무래도 2년간 몸담으며 국가에 대한 애착이 클 텐데 우리가 멋대로 변경시키는 건 상책이 아니니까. 다만 실제로 국가 이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모습을 확인했으니 차라리 더 풀어두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 다가올 업데이트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자. 곧 선단 연구가 추가되는데
: 선단 레벨이 98서 멈추고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그 다음 단계로서 기획한 콘텐츠다. 선박 보유 수량 등 이제까지의 육성 상태에 따라 특정 포인트가 주어지고 그걸 트리 형태 UI에 투자해 각종 능력치를 얻는 식이다.
● 선박 강화도 마찬가지로 기존 성능을 뛰어넘는 새로운 육성 콘텐츠인지
: 아니, 자신이 좋아하는 저티어 선박을 현역으로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콘텐츠다. 아무래도 3~4개월마다 다음 티어로 교체하다 보면 자신의 선박에 애착을 느끼기 힘들지 않나. 그래서 구년묵이 선박이라도 어느 정도 현역 티어와 비등한 성능까지 끌어올릴 수단이 필요하다고 봤다. 승계와 비슷하지만 그쪽은 아예 새 선박이 만들어지는 식이니까. 엄호 포격선처럼 설계도에 귀속된 선박 효과를 살리고 싶다면 선박 강화가 맞는 셈이다.
● 대격돌은 모의전과 비슷한 실시간 전투 콘텐츠이되 PvP라는 큰 차이가 있다
: 그간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MMORPG를 표방함에도 멀티플레이 요소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모의전의 경우 AI를 통해 진행되니 서로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렵고. 앞서 도입된 해상 전투의 경우 실시간 PvP긴 하나 갖은 변수 탓에 공정한 승부와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정해진 규칙 및 시간 내에 PvP를 즐길 수 있도록 일종의 아레나인 대격돌을 기획했다. 보상 역시 높은 순위에 든 유저의 소속 국가 전체가 혜택을 받는 구조라 무조건 인구수가 중요한 여타 콘텐츠와 차이가 난다.
● 하우징 콘텐츠인 개척지는 SLG가 떠오른다. 어느 정도까지 꾸미는 게 가능한가
: 내부 풍경은 여느 도시와 비슷하긴 한데 아무래도 좀 더 압축적인 구조다. 여기서 도서관이나 제작소처럼 기능적인 건물 외에 각종 장식을 배치할 수 있는데, 산타섬 중앙의 거대 트리처럼 큰 규모의 오브젝트까지 설치 가능하다.
● 개척지에 집사를 배치할 수 있다는데, 기존 항해사 가운데 선택하면 되나
: 새롭게 추가되는 집사 캐릭터도 있고 기존 항해사 가운데 임명하는 것도 가능하다. 누가 집사를 맡느냐에 따라 개척지의 개발 시간이 단축되거나 보상이 늘어나는 등 각종 혜택이 달라진다.
● 도서관을 통해 항해사 육성이 가능하다. 파견과 비교하면 얼마나 더 빠른가
: 아무래도 파견은 한 번에 70명씩 육성하다 보니 경험치 상승이 더디었다. 그간 꾸준히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즐겨온 유저라면 더 이상 70명씩 육성할 필요 자체가 없기도 하고. 따라서 도서관은 5명 이하의 항해사가 훨씬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도록 기획했다.
● 2주년 인터뷰서 소개한 RvR 콘텐츠 대해전이나 모험 리뉴얼은 언제쯤 진행될까
: 우선 1~2분기 업데이트로 선단 연구, 선박 강화, 대격돌, 개척지를 제대로 안착시킨 뒤 모험 리뉴얼로 넘어간다. 아직 구상 단계이긴 하지만 모험 역시 ‘대항해시대’ 시리즈의 근본이기에 최대한 재미있게 뜯어고칠 각오다. 대해전의 경우 RvR이 워낙 개발 규모가 큰 콘텐츠라 가볍게 접근할 수 없고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 육지 탐색이 너무 지루해 차라리 오프라인 콘텐츠로 바꿔달라는 요청도 있더라
: 여러모로 육지 탐색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말 오프라인 모드를 넣을지 강화된 파견을 지원할지 등등.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지면 따로 공지토록 하겠다.
● 이외에도 편의성을 골자로 한 UI/UX 개선 요청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 물론 잘 알고 있다. 얼마 전에도 각종 피드백이 담긴 장문의 글이 올라왔길래 감사히 살펴봤다. 지속적인 커뮤니티 모니터링으로 피드백을 리스트업하고 매월 업데이트서 조금씩 개선하는 중이다. 마침 금주부터 편의성 관련 팀을 새롭게 구성했으니 좀 더 속도가 붙을 터다.
● 기존 4주 단위 업데이트와 연대기 추가 일정에 큰 변화를 예고했는데
: 맞다. 그간 통상적으로 4주마다 진행했으니 1년 52주간 13회 업데이트였던 셈이다. 이걸 앞으로 월간 1회씩 총 12회 업데이트로 바꾼다. 또한 연대기는 항해사들과 어느 정도 스토리를 연동하여 함께 내는 방식으로 준비 중이다. 보통은 매 시즌 제독 하나, 인연 둘 정도가 될 테지만 항해사 추가 일정에 따라 순서나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
● 마지막으로 ‘대항해시대 오리진’ 유저들에게 신년 인사를 전한다면
: “무관심이 가장 무섭다고 하잖아요. 제가 디렉터가 된 후 따뜻한 응원이든 따끔한 질타든 게시되는 글이 늘어나 그 자체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희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고쳐가야 하기에 무슨 피드백이든 두렵지 않습니다. 모쪼록 2025년에는 유저 여러분께 아쉬움보다 즐거움을 많이 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 ‘대항해시대’ 시리즈의 팬으로서 이렇게 디렉터 자리에 앉아 게임을 만든다는 데 굉장히 뿌듯함을 느낍니다. 앞으로는 좀 더 중장기적으로 확실히 변화를 체감 가능한, 새롭다는 느낌이 들 만한 콘텐츠에 집중코자 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즐겁고 주위에 추천하고픈 게임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