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상쾌한 액션과 풍성한 탐험,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
모처럼 찾은 ‘지스타 2024’서 내내 스마트폰만 만지기 아쉽다면 벡스코 제2전시장 1층 4홀로 달려가자. 하이브IM서 신작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을 위해 고성능 PC 및 모니터로 시연대를 채웠기 때문. 아무래도 행사의 얼굴인 제1전시장보다 발길이 뜸할 수밖에 없는 입지지만 ‘아키텍트’ 하나만으로도 이곳을 방문할 가치가 있다. 스토리와 탐험의 두 가지 빌드가 존재하니 충분한 여유를 갖고 둘러보기 바란다.
‘아키텍트’는 ‘리니지 2 레볼루션’과 ‘제2의 나라: 크로스 월즈’를 만든 박범진 사단이 새롭게 선보이는 PC·모바일 크로스 플레이 MMORPG다. 머나먼 옛날 거인들이 쌓아올린 탑과 그 주위로 펼쳐진 버려진 땅(Land of Exile)을 6x6km 규모의 아름다운 심리스 오픈월드로 구현했다. 이를 위해 언리얼 엔진 5가 자랑하는 월드 파티션, 나나이트. 루멘, 버추얼 섀도맵, 나이아가라, 카오스 디스트럭션 등 최신 기술이 총동원됐다.
'리니지 2 레볼루션'과 '제2의 나라' 박범진 사단의 신작 MMO '아키텍트'
첫 시연이라면 상술한 두 가지 빌드 가운데 스토리를 추천한다. 탐험의 경우 캐릭터 커스터마이즈를 건너뛰고 미리 준비된 견본 중 하나로 플레이하기 때문. 현재 ‘아키텍트’에는 전사, 마법사, 전투사제, 암살자 사냥꾼의 다섯 직업이 존재하며 얼굴 생김새와 체형, 머리칼과 색상까지 세밀히 조정할 수 있다. 그냥 사제가 아니라 전투사제인 건 솔로잉이 가능하다는 의미인듯. 본래 성별 선택도 지원하나 금번 시연에선 빠졌다.
아무래도 이제 갓 대중에 공개된 작품인데다 짧디짧은 게임쇼 시연인지라 딱히 대단한 서사까진 없다. 어느 용병단 소속인 주인공이 단장 잉겔로부터 임무를 받아 거인의 탑으로 향한다, 정도가 도입부 설정의 전부. 그 와중에 한 소녀와 할아버지를 도우며 ‘아키텍트’의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를 익히고 창졸간 천사인지 악마인지 모를 신적 존재에게 농락 당해 추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증이 증폭되기도 한다.
머리 염색과 문신은 물론 코평수까지 넓혀줄 수 있는 커스터마이즈 옵션
전체적인 UI 구성은 깔끔한 편. 클래식 MMO처럼 쿼터뷰 전환도 가능하다
우선 언리얼 엔진 5의 저력이 느껴지는 그래픽을 얼마간 감상하고 나면 다음으로 액션성이 도드라진다. ‘아키텍트’는 적의 공격 패턴을 보고 피하거나 예측한 동선으로 투사체를 날리는 등 논타겟팅 액션을 지원한다. 키보드·마우스 기준으로 숫자키 1, 2, 3, 4가 액티브 스킬이고 시프트가 대시(회피 겸용), 스페이스가 점프, WASD로 이동, 마우스 좌클릭이 공격, 우클릭 유지 시 카메라 조정이다. 컨트롤러는 다음에 꼭 지원하겠다고.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마우스 우클릭을 유지하며 카메라를 조정하더라도 캐릭터의 주시 방향은 별개라는 것. 논타겟팅 액션인 만큼 둘을 분리한 모양인데 복수의 조작-카메라 조정, 캐릭터 시점 조정-이 요구되니 살짝 귀찮다. 자동 전투를 지원할 예정이라지만 수동 조작에 대해서도 가능한 다양한 옵션을 지원하면 좋겠다. 가끔은 개발자가 최상의 답 하나에 천착하는 대신 그저 유저 스스로 선택하도록 돕는 게 나을 수 있다.
확실히 인상적이군. 저 거대한 …탑이. 참고로 해당 캐릭터는 전투사제다
캐릭터 주시 방향과 카메라 일치 여부는 따로 옵션을 마련해주면 좋겠다
시연에선 떼거리로 몰려드는 졸병을 처치하며 전진하다 막판에 거대 보스와 대치하는 흐름이 두 차례 이어졌다. 졸병들은 범위 공격에 너덧 마리씩 쓰러져 몰이사냥의 호쾌함이 부각되는 반면 거대 보스인 개미핥기와 거신병은 범위기를 적절히 피하며 싸우는 손맛이 좋았다. 박범진 사단의 전작 ‘제2의 나라’도 소위 ‘붙박이’ 사냥을 탈피하여 호평받은 바 있는데, 거기서 전투 규모와 속도감을 끌어올린 발전형이 ‘아키텍트’인 셈이다.
시연 후반부를 마저 소개하자면 주인공이 거신병을 무력화할 찰나 불의의 일격에 역으로 쓰러지고 만다. 그대로 거신병에게 곤죽이 되기 직전 아까 주인공을 농락한 신적 존재가 다시 등장하고 창졸간 일 만년을 기다려온 계승자라 추켜세우는 게 아닌가. 어쨌든 덕분에 목숨을 건져 모험가의 도시 바빌론으로 향하며 스토리 빌드는 끝을 맺는다. 버려진 땅서 드물게 활기찬 도시인 바빌론은 앞으로 ‘아키텍트’ 유저 모두의 거점이 될 전망이다.
보스전의 경우, 적절한 수동 조작으로 큰 패턴을 피하며 싸우는 게 요령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고 사람 부려먹다 나중에 보스로 돌변할 관상이다
다음으로 탐험 빌드는 크게 세 가지 콘텐츠를 체험 가능하다. 첫 번째는 비행의 시련으로 정해진 경로를 날아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하면 된다. 말이 비행이지 활강에 가까운데 도중에 증폭의 고리-속도↑-와 기력의 정수-스태미나↑-를 흡수하며 상당히 멀리까지 갈 수 있다. 두 번째는 도약의 시련으로 뜀뛰기와 등반으로 특정 구조물을 오르면 된다. 도중에 같은 발판을 두 번 밟으면 실격 처리되는 소소한 퍼즐도 존재한다.
사실 활강과 등반 모두 타 MMORPG서 먼저 도입하여 정착시킨 요소라 특기할 바는 못된다. 다만 초록이 우거진 계속 사이를 날아다니고 하늘 높이 떠오른 구조물서 ‘아키텍트’가 자랑하는 심리스 오픈월드를 내려보는 경험은 자못 각별하다. MMORPG란 서비스가 장기화되며 힘의 논리가 공고해질수록 활강이든 등반이든 소위 ‘쟁’의 도구로 전락하기 마련인데, 당장은 별다른 부담 없이 관광하듯 돌아다닐 수 있으니 더 즐겁다.
6x6km 규모로 구현된 광활한 심리스 오픈월드를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
플랫포밍 구간 보면 '제2의 나라' 만든 박범진 사단의 신작이 맞구나 싶고
끝으로 세 번째 시련인 도전관문은 로그라이크 장르 문법을 가볍게 끼얹은 인스턴스 던전의 일종이다. 미로처럼 얽힌 던전을 나아가며 각 방마다 덮쳐오는 몬스터 무리와 싸우고 아트라하시스의 축복이라 명명된 버프 3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버프는 충돌 판정을 없애주는 유령화부터 주변에 번개가 2회 떨어지는 폭풍을 부르는 자까지 아주 다채롭다. 이렇게 최대한 좋은 버프를 누적하며 차츰 어려운 도전에 맞서 싸운다.
도중에 갈래길이 나오기도 하는데 결국 대왕 박쥐가 머무는 보스룸으로 이어진다. 현장 상황상 필자는 홀로 돌파했으나 본래 파티 플레이도 지원한다고. 로그라이크 + 파티 플레이가 워낙 타율이 높은 조합이라 추후 정식 서비스가 기다려진다. 물론 본질은 MMORPG니 들인 시간과 노력에 걸맞은 보상이 책정돼야 유저들이 모여들 터. 이 역시 ‘제2의 나라’서 온갖 콘텐츠를 활성화하는 데 성공한 박범진 사단이라 괜찮지 싶다.
로그라이크 장르의 재미 요소를 가볍게 끼얹은 인스턴스 던전, 도전관문
세 보상 가운데 하나를 고르고 유용한 효과를 계속 누적시키며 싸워간다
스토리와 탐험, 두 빌드 모두 실질적으로 MMO스러운 콘텐츠는 전혀 보여주지 않아 첫인상 이상의 평을 적긴 좀 섣부르겠다. 그저 ‘제2의 나라’를 즐긴 경험에 비추어 ‘아키텍트’가 비슷한 선상에 자리잡으리라 추측할 따름이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그래픽이 비교도 안 되게 좋아졌고 액션 시스템을 위시한 전체적인 만듦새가 한 수 위라는 것. 심리스 오픈월드와 점령전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 좀 더 ‘쟁’ 위주의 게임일지 모르겠다.
박범진 사단의 대표작 ‘리니지 2 레볼루션’, ‘제2의 나라’는 각기 다른 의미에서 IP가 지닌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반면 ‘아키텍트’는 매력적인 설정과 캐릭터를 내세웠다 한들 대중에게 생소한 오리지널 IP다. 운영 및 배급을 담당하는 하이브IM 역시 게임계에선 신출내기에 가깝고. 다만 되려 그렇기에 뭇 유저가 오랫동안 피로감을 호소한 구태로부터 자유로운 MMORPG를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작은 희망을 품어본다.
국내 MMORPG 각축장에 주목할 만한 도전자가 등장한 건 분명하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