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전환 맞은 엔씨소프트, 전문 스튜디오 체제로 활로 모색
엔씨소프트는 4일(월), 자사의 2024년 3분기 연결기준 실적 결산을 발표했다. 12년 만에 분기 적자다.
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은 약 4,01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약 143억 원, 당기순손실은 약 265억 원으로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됐다.
지난 분기의 부진은 서비스 중인 게임들의 영업손실 뿐 아니라 신작 출시 및 대규모 업데이트를 위한 마케팅 비용,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환 관련 영업외손실 등이 작용했다는 게 엔씨소프트측 설명이다.
세부적으로 지역별 매출은 한국 2,862억 원, 아시아 494억 원, 북미·유럽 282억 원이며 로열티 매출은 381억 원이다. 여기서 모바일 게임 매출이 2,5434억 원으로 전체 매출서 63%, PC 온라인 게임 매출이 807억 원으로 20% 비중을 차지했다.
앞으로 엔씨소프트는 핵심 IP 확장과 신규 IP 확보를 목표로 게임 개발에 집중한다는 각오다. 지난 10월 1일 해외 서비스에 나선 ‘쓰론 앤 리버티’가 글로벌 유저 452만 명을 돌파하고, 동월 BNS NEO 서버를 연 ‘블레이드 & 소울’ 역시 꾸준히 높은 트래픽을 유지 중이라고. 올해 4분기 중 ‘리니지’ IP 기반의 ‘저니 오브 모나크’를 새롭게 선보이며, 2025년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아이온 2’, ‘LLL(가제)’, ‘택탄: 나이츠 오브 더 가즈’ 등 신작 라인업도 준비 중이다.
더불어 미래 경쟁력을 갖춘 게임 개발 및 신사업 부문을 독립시켜 4개 법인을 신설한다. ‘쓰론 앤 리버티’, ‘LLL(가제)’, ‘택탄’까지 IP 3종을 독립된 스튜디오 체로 출범하고, AI 전문 기업도 설립해 AI 기술 고도화 및 사업화를 추진하는 것.
홍원준 엔씨소프트 CFO는 “여러모로 시장에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 현재 자사는 기존과 달리 다각화된 신작 포트폴리오를 적극 추진하는 중이다. 장르 측면에서 RPG, 전략, 슈팅, 슈팅, 서브컬처 그리고 플랫폼 측면에서도 PC, 콘솔 등 다양하다. 특히 올 4분기 ‘저니 오브 모나크’ 흥행에 큰 기대와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호언했다.
이어서 “2025년에 신작 5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온 2’, ‘LLL’, ‘택탄’ 외에 최근 공개했듯 외부 투자 스튜디오인 빅게임 스튜디오의 ‘브레이커스’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기존 IP 기반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한 신규 장르 게임도 1종 선보이려 한다. 외부로의 추가적인 투자 및 판권 계약 역시 국내 한 곳, 해외 한 곳이 있는데 곧 발표하겠다. 그 중 하나는 내년 출시할 계획이다, 나머지 하나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터다. M&A의 경우 많은 진전을 이루는 중으로 적정 시점에 즉시 알리도록 하겠다”
“기존 게임은 ‘리니지M’이 리부트 월드의 흥행으로 전분기 대비 49~50%에 달하는 성장을 이뤘고 4분기에도 강세가 지속되리라 예상한다. 수치적으로 크진 않으나 ‘블레이드 & 소울’ BNS NEO 역시 근 6년 내 최고 트래픽을 찍었다. ‘리니지 2M’은 유저 니즈에 부합하는 신규 서버 출시로 매출 안정화를 이뤘다. ‘쓰론 앤 리버티’를 통해 알려졌듯 뭇 유저의 목소리를 듣고 그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반영하는 기조를 다른 게임에도 적용해가는 중이다”
“앞서 보도된 전문 개발 스튜디오 체제로의 변화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큰 목적은 독립성과 전문성 그리고 창조성을 재고하는 것이다. 그간 엔씨소프트 내부 평가의 벽이 굉장히 높았던 게 장점도 크지만 아쉬운 측면 역시 적잖았다. 그래서 신규 IP를 속도감 있게 전개하기 위한 체제 변화다. 앞으로 신규 IP는 전문 스튜디오 체로 진행함을 원칙으로 하겠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비용 효율화에 대해서다. 최근 내부에서 진행되던 프로젝트 6개를 중단했다. 일부 조직이 정리됐고 전사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중이다. 영업 레버리지에 회사 실적이 좌우되는, 다시 말해 고정비용이 너무 높아 매출 감소폭보다 영업이익이 훨씬 크게 줄어드는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하겠다. 금번 개편을 4분기 중 마무리 짓고 내년부터 새로운 비용 구조로 회사를 재정비한다. 따라서 4분기에 일회성 비용이 발생할 텐데 이 부분은 다음 실적 발표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 지난 분기의 경우, 기존 매출에 비해 지나치게 큰 마케팅 비용 지출이 실적 악화를 야기했다
: 물론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와 정체된 매출 탓도 있으나, 가장 큰 원인은 3분기 신작이 기대보다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 라이브 서비스의 유저를 늘리고자 그리 큰 비용을 쓰진 않는다. 엔씨소프트는 라이브 서비스에 대해 전체 매출 대비 마케팅 비용을 10% 이하로 철저히 통제하는 중이다.
● 앞으로 장르, 플랫폼 다각화를 천명했는데 다년간 MMORPG에 집중한 엔씨소프트가 경쟁력을 발휘할까
: 물론 우리가 MMORPG에 개발 전문성을 갖춰왔지만 그 외에 다른 장르를 만들 경험과 실력 또한 충분하다. 거기다 외부 스튜디오와 협력을 통한 외연 확장도 똑같이 중요하게 여긴다. 그럼으로써 내부와 외부 스튜디오가 선의의 경쟁을 하며 기존에 아쉬움을 샀던 많은 부분이 해소되리라 본다. 특히 내년 하반기 선보일 ‘브레이커스’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외부 작품은 이제껏 엔씨소프트가 다뤄온 장르와 많이 다르니 기대해달라.
● 그런데 패키지 게임으로 공개된 프로젝트는 중단되고 결국 MMORPG ‘아이온 2’가 출시되는 상황이지 않나
: ‘아이온 2’가 MMORPG인 건 맞지만 그 외에 신규 유저 확보를 위한 차별화된 컨셉의 슈터 장르 등도 준비 중이다. 이렇게 말하는 게 다소 적절치 못하지만 엔씨소프트에도 MMORPG를 만들고 싶어서 만드는 게 아닌 인력이 분명 존재한다. 그들에게 기회를 줘 새로운 유저층을 확보하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 다른 한편으로 ‘리니지’는 MMORPG 이상의 잠재력을 지닌 IP다. 그래서 ‘리니지’를 또다른 장르로 개발하는 방향 역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아이온 2’가 ‘쓰론 앤 리버티’의 선례를 따르는 작품이 될지, 아니면 달리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줄 계획인지
: 최근 ‘아이온 2’ 개발 빌드를 살펴봤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기본적으로 ‘쓰론 앤 리버티’처럼 글로벌을 겨냥하여 게임 디자인부터 콘텐츠, BM, 마케팅 전략까지 기존 서비스들과 확연히 다른 작품이 될 것이다. 일례로 굉장히 다양한 즐길 거리가 있어서 그걸 탐험하는 것만으로 최고 레벨 달성이 가능하다. 남들과 경쟁보다 함께 즐기며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춰 PvE 콘텐츠에 굉장히 힘을 실었다. 콘텐츠 규모 및 완성도 측면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MMORPG가 되리라 자신한다.
● 이번에 출범한 전문 개발 스튜디오 체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시 각각의 상장(IPO)까지 염두에 두고 있나
: 그렇다. 가까운 경쟁사만 보더라도 스튜디오 체제가 갖는 긍정 효과가 굉장히 크다. 책임과 보상을 얼마나 명확히 하느냐, 그 과정에서 창의력과 도전 정신을 어떻게 북돋느냐가 핵심이다. 우리 같은 콘텐츠 사업은 새로운 콘텐츠를 속도감 있게 전개하는 것이 중요한데, 기존 구조는 창의적인 콘텐츠의 빠른 전개가 쉽지 않았다. 반면 전문 개발 스튜디오 체는 어찌 보면 벤처 기업과 같다. 기본적으로 각 조직이 자산화를 이뤄야 하고 그러다 보면 당연히 투자도 받을 터다. 그렇게 언젠가 IPO까지 성사되는 건 굉장히 좋은 선순환 시나리오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현재는 생존이 관건이므로 IPO 여부를 논하긴 이르겠다.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하되 그만한 책임도 분명히 따른다.
● 이들 스튜디오서 만드는 게임의 외부 퍼블리싱도 열어뒀는지. 가령 아마존서 한국 게임을 여럿 서비스 중인데
: 먼저 엔씨소프트의 자체 퍼블리싱 역량이 아주 큰 폭으로 강화되는 중임을 밝히겠다. 지난 8월 엔씨 아메리카에 새로이 진정희 대표가 부임했다. 미국서 15년간 글로벌 퍼블리싱을 담당하며 스팀뿐 아니라 여러 대외 기관과의 필수 네트워크를 보유한 베테랑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아레나넷 퍼블리싱 헤드로 영입한 크리스틴 콕스는 XBOX 게임 스튜디오 퍼블리싱 디렉터였다. 이 둘만 소개해도 우리가 어떤 변화를 꾀하는지 알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아마존 역시 ‘쓰론 앤 리버티’를 통해 협업하며 굉장히 고무적인 성과를 낸 게 사실이다. 앞으로도 우리 엔씨소프트든 외부 파트너든 가장 적절한 퍼블리셔와 협업한다는 기준을 모든 게임에 적용할 것이다.
● 현재 진행 중인 체제 개편과 희망퇴직, 권고사직이 마무리되면 내년까지 어느 정도 인원이 남게 되는지
: 현재 본사 기준으로 4천 명 중반이던 인원이 내년까지 3천 명 수준으로 줄어들 터다. 그러면 계속 이야기한 영업 레버리지 문제에 어느 정도 해법이 되리라 본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