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더블 익스포저’가 맥스의 귀환을 다루는 법
'~가 이것을 기억할 것입니다’란 문구가 어쩌다 우스갯소리가 되었을까. 내러티브 중심의 어드벤처 게임은 참 어려운 장르다. 멀티 엔딩까지 넣자면 더 어려워진다. 그렇기에 돈노드도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2’서 주인공을 교체했다. 전작 결말을 게이머 스스로 선택하도록 맡겼으니 더는 관여치 않겠다는 식이다. 그러나 또다른 개발사 덱나인에게 바통이 넘어가며 상황이 바뀌었다. 바로 오늘(30일) 한국어화 정식 발매되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더블 익스포저’를 통해 초대 주인공 맥스가 귀환한다.
전작이 출시되고 10년이 흐르는 동안 게임 속 맥스도 함께 나이가 들었다. 어느덧 성인이 된 그녀는 북미 오리건 주에서 대학 사진 강사로 근무 중이다. 그렇게 차츰 아픈 과거를 떨쳐내는가 싶었으나 또다시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져 새로운 초능력을 각성하고 만다. 이번에는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두 시간선 사이를 왕래하는 것. 과연 맥스의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한 덱나인의 선택이 개발사와 팬덤 모두에게 좋은 결과로 남을지, 내심 걱정스러운 와중에 TGS 즈음 보낸 서면 질의 답신이 날아들었다.
[프리뷰] 맥스의 인생은 여전히 요지경,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더블 익스포저
덱나인 게임즈 조너선 스타우더 게임 디렉터, 아이샤 파라 스태프 라이터
● 맥신 ‘맥스’ 콜필드가 거의 10년 만에 다시금 주인공을 맡았다
: ‘더블 익스포저’는 ‘라이프 오브 스트레인지’ 사건이 마무리되고 몇 년이 지나 맥스와 클로이가 블랙웰서 재회한 후 시점을 그린다. 이제 맥스는 자신이 겪은 정서적인 후유증을 얼마간 극복했다고 믿지만 힘든 상황에 맞닥뜨리면 마음의 문을 닫고 사람들을 회피하는 습관이 남았다. 작중 사피가 죽고 며칠간 모지스와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듯 말이다. 여전히 시시콜콜한 농담이나 무생물체과 대화하길 즐기고 과거에 대해 언급하거나 새로운 친구들에게 마음을 여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 전작의 결말 가운데 특별히 ‘더블 익스포저’서 따르는 정사가 있나
: 그렇지 않다. ‘트루 컬러즈’와 같은 방식으로 게임 초반에 게이머 스스로 아카디아만의 운명을 선택한다. 또한 클로이와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앞으로 체험하게 될 콘텐츠에 영향을 미친다.
● 본작과 같이 덱나인서 개발한 ‘트루 컬러즈’와 연관성도 궁금하다
: 두 작품 사이에 명확한 연결점은 없지만 서로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건 분명하다. 그 암시가 될 만한 요소를 곳곳에 숨겨뒀으니 직접 플레이하며 찾아보기 바란다.
● 클로이 외에 다니엘, 션 등 반가운 얼굴과의 재회를 기대할 순 없을까
: ‘더블 익스포저’서 맥스는 칼레돈 대학의 일원으로 또다른 삶에 적응해가는 중이다. 물론 고향을 떠나온 이들이 대저 그렇듯 맥스 역시 SNS나 문자 등을 통해 오랜 친구나 가족과 연락을 취한다. 새로운 관계를 쌓는 와중에 옛날 이야기가 나오기도 할 테고. 그때 어떤 선택지를 고르느냐로 전작 캐릭터에 대한 언급이 달라진다.
● 정리하자면 전작을 몰라도 ‘더블 익스포저’ 즐기는 데 무리가 없겠다
: 물론이다. ‘더블 익스포저’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시리즈의 오랜 팬은 물론 새롭게 입문하는 분들까지 모두를 위한 작품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맥스가 어떤 인물인지 자연스레 파악하게 될 것이다.
● 고향을 떠나 또다른 삶을 살아가는 맥스에게 새로운 능력을 줬는데
: ‘트루 컬러즈’가 완성될 즈음부터 곧 ‘더블 익스포저’ 개발에 들어갔다. 이 시리즈서 주인공의 여러 초자연적인 능력과 성장 과정을 탐구하기란 마치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와 같다. 초능력과 캐릭터, 둘 중 무엇이 먼저인가 따지는 게 아니라 그 모두를 함께 고려할 때 비로소 신작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질문처럼 ‘더블 익스포저’서 맥스는 두 개의 시간선을 오갈 수 있는 능력을 얻어 자신이 내린 어려운 선택의 결과를 꼼꼼히 비교한다. 그야말로 초대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엔딩 후 수년간 맥스에게 벌어진 사건을 살필 최적의 방법이라 본다. 또한 게임 플레이 자체의 재미를 끌어올리는 좋은 아이디어기도 하다.
● 시간을 되감아 결과를 바꿀 수 있던 기존 능력과 비슷한 듯 다르다
: 전작의 시간을 되감는 능력은 맥스가 품은 ‘후회’,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어린 시절의 향수’란 감정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번에 주어지는 새로운 능력은 그녀가 정신적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려 고심했다. 과연 맥스의 감정과 시간선을 오가는 능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본편서 직접 확인하시라.
● 최근 멀티버스를 다룬 콘텐츠가 엄청나게 많는데, 그 영향을 받았나
: 우리 역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코믹스를 포함해 멀티버스 콘텐츠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져 무척 기쁘다. 다만 ‘더블 익스포저’의 경우, 어디까지나 사피가 사망한 시간선과 생존한 시간선 사이를 오갈 뿐이다. 멀티버스 특유의 무한한 가능성보다 하나의 중대한 사건이 미치는 영향력에 집중하고 세심히 다루고자 했다.
● 두 시간선의 차이를 실감하게 해주는 특별한 표현이나 장치가 있다면
: 겉모습과 음향 양쪽에서 두 시간선의 차이가 확실히 드러나도록 신경을 썼다. 구체적으로 각 공간의 조명, 음악, 레이아웃 등이 달라진다. 물론 UI를 통해 현재 머무는 시간선이 어느 쪽인지 확인할 수도 있다. 이 UI 표시는 설정서 끄는 게 가능하다.
● 매력적인 캐릭터가 참 많은 시리즈다. 이번에는 누구를 주목할까
: ‘더블 익스포저’를 통해 전세계 게이머 여러분과 꼭 만나길 바라는 사랑스런 캐릭터가 정말 많다. 그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캐릭터라면 역시 맥스의 새로운 친구인 물리학자 모지스겠다. 본작서 파헤쳐야 할 미스터리의 어두움과 정반대로 친절하고 순박한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