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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GPD WIN에 의해 게이밍 핸드헬드 시장이 처음 문을 연 이래 어느덧 8년의 세월이 흘렀다. 처음에는 틈새 시장을 겨냥한 제품으로 출발했으나, 휴대용 하이엔드 기기에 목말랐던 이들의 수요, 그리고 이들을 충족시키려는 업체들에 의해 점차 시장은 커지기 시작했다. 8년이 흐른 지금은 게이밍 노트북과 별개의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첫 제품을 선보인 GPD와 이후 뛰어든 아야네오, 원엑스플레이어, 판세를 키운 밸브에 이어 에이수스, 레노버, MSI, 에이서 등 글로벌 기업까지 가세하면서 마침내 AMD가 전용 프로세서를 공급하기에 이르렀다.
아야네오 KUN(쿤)
하드웨어 스펙 상으로는 계속해서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 작금의 게이밍 핸드헬드 시장. 금일 살펴볼 'KUN'(쿤)은 현재 게이밍 핸드헬드를 대표하는 업체 중 하나인 아야네오에서 가장 진보한 제품이자 최상위 라인업에 해당한다.
무려 목함(木函)에 들어있다.
USB 충전 어댑터와 변환 플러그, C-to-C 케이블 및 A-to-C 어댑터
액정 보호 필름 기본 장착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게이밍 핸드헬드로서는 상당히 큰 사이즈인 8.4 인치 디스플레이일 것이다. 2560*1600 해상도의 IPS 터치스크린 패널을 사용하고, 60Hz를 초과하는 고 리프레시 레이트와 HDR은 지원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사용자의 용도와 성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휴대용 디바이스에서 90Hz 이상이나 HDR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라면 타 제품을 알아보는 것이 좋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듯하다.
최대 밝기로 촬영한 16:10 화면비의 350 PPI 디스플레이
크기 자체는 312.4*132.5*21.9㎣로 스팀 덱(298*117*49㎣)보다 약간 큰 정도
개인적으로는 8인치 수준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휴대용 디바이스라면 풀HD로 충분하다고 보며, 초당 60 프레임을 유지하면서 그래픽 퀄리티가 만족스럽다면 720p까지도 감내할 수 있는 편이라 그런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필자가 사용한 것은 라데온 780M이 내장된 라이젠 7 8840U 탑재 제품이었는데, '철권 8'을 플레이 해보면 FSR2 퍼포먼스를 선택하는 경우 TDP 28W에서 모든 옵션을 최고로 놓아도 720p에서 초당 60 프레임 전후를 유지한다.
순간적으로 60 fps 아래로 떨어질 때도 있지만 60 fps를 유지하는 '철권 8'
'사이버펑크 2077'을 720p에 퀵 프리셋 '스팀 덱'으로 설정했을 때
초반 운전 씬에서 47 fps까지 떨어질 때도 있지만
대체로 50 fps 대에 머무는 모습이다.
물론 이 상태에서 해상도를 높이면 프레임 레이트가 하락하지만, 스팀 덱은 같은 설정에서 초당 40 프레임 대, 부하가 커지면 그 아래로 떨어지고, 조작 시 반응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려지기 때문에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스팀 덱은 TDP와 GPU를 최대로 설정해도 종종 39 fps까지 하락한다.
스팀 덱은 같은 조건과 상황에서 30 fps 이하로 떨어지기도 한다.
TDP는 최대 54W까지 올릴 수 있는데, 이렇게 높여도 팬 소음과 배터리 잔량 외에는 딱히 신경이 쓰이지 않는 이유는 적절한 열 방출 설계 덕분이다. 밑면 중앙부만 온도가 높기에 일부러 만져봐야만 알 수 있다. 덧붙여 이곳에 위치한 메탈 스탠드는 방열판 역할을 겸한다.
퍼포먼스 프리셋은 추가 가능 (기본은 익스트림/밸런스드/세이빙 파워의 세 가지)
밑면 왼쪽에 팬이 있어 공기를 흡입, 상단의 배출구로 내보낸다. 오른쪽에는 배터리가 배치되어 있다.
방열판 겸 메탈 스탠드와 그 안에 존재하는 마이크로 SD 카드 슬롯
CPU 온도가 65~70도일 때 메탈 스탠드 온도는 43~47도
휴대용 디바이스에서 중요한 또 다른 요소 중 하나인 배터리는 오리지널 스팀 덱(40Wh)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며, 노트북 수준에 버금가는 19500mAh(75Wh)의 대용량으로 TDP 28W에서도 잘 버티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용량 배터리로 인해 무게가 950g을 상회한다. (스팀 덱은 669g)
장치 관리자에서 Xbox 360 컨트롤러로 인식되는 컨트롤러는 역대급으로 많은 수의 버튼을 제공함에도 복잡하다기보다 사용자가 필요로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인상이다. 우선 RGB LED 기능이 더해진 홀 센싱 아날로그 스틱과 홀 트리거가 탑재되어 있다.
LED로 포인트를 준 아날로그 스틱과 아야 버튼
아날로그 스틱의 RGB 모드 설정. 디폴트는 OFF다.
아야 버튼의 RGB 역시 디폴트는 OFF
여기에 상단에 2개의 터치패드, 밑면에 LC1/LC2, RC1/RC2 백 버튼이 달려 있고, 추가로 제공되는 커스텀 숄더 키(LC/RC)는 누르는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른 액션을 배정할 수 있으며, 아야 버튼 옆에 위치한 = 버튼은 이번 기사 작성 중 스크린샷 촬영용으로 유용하게 썼다.
터치패드는 누르면 진동한다.
백 버튼 설정 항목
누르는 시간에 따라 액션이 달라지는 커스텀 키 설정
기기 우측에 위치한 아야 버튼과 = 버튼
= 버튼에서 할당 가능한 기능
아야네오 측은 이 터치패드와 아날로그 스틱으로 마우스를 에뮬레이션 한다. 터치스크린에서 그럴 필요가 있냐고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윈도우 조작을 고려하면 에뮬레이션을 해주는 쪽이 훨씬 낫다. 이 기능이 없는 게이밍 UMPC도 갖고 있지만, 손이 잘 가지 않을 정도니까.
마우스 에뮬레이션 레이아웃
입출력 포트는 전원 충전, 데이터 전송, 영상 출력이 가능한 USB4 Type-C 포트가 상하단에 1개씩 있어 어느 쪽으로도 충전할 수 있고, 이와 별개로 USB-A 3.2 Gen2 포트와 3.5mm 오디오 잭, 음성 통신을 위한 마이크를 제공한다.
상단. USB 포트 위, 양 범퍼 사이에 있는 것은 커스텀 숄더 키
하단. USB-C 포트와 3.5mm 오디오 잭. 양쪽 끝에는 스피커가 있다.
또 닌텐도 스위치와 같은 형태의 접이식 메탈 스탠드를 펼치면 기기를 세워 놓은 채 플레이 하는 것이 가능하며, 전원 버튼의 지문 인식 센서와 윈도우 헬로우 얼굴 인식 카메라가 탑재되어 있다. 다만 카메라가 왼쪽에 치우쳐 있다 보니 이를 얼굴 중앙에 위치시켜야 인식된다.
기기 좌측에 위치한 카메라. 그 위에 있는 것은 스팀 호출 버튼
아야네오의 대표 소프트웨어인 아야스페이스 2는 각 게임의 런처 역할을 하는 동시에 다양한 기능 설정을 할 수 있는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이다. 아직 베타 버전이라 그런지 안정성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어도, 스팀 덱과 유사한 UI로 스팀 덱 사용자에게 친근한 인상을 풍긴다.
홈 화면
홈 화면 하단에는 메타크리틱 고득점 게임이 나열된다.
보다 빠르게 설정을 변경할 수 있는 퀵툴 2.0
런처는 스팀, 윈도우 스토어, 에픽게임즈 스토어 등에서 게임을 설치한 후 아야스페이스 2를 껐다 켜면 자동으로 인스톨된 게임 리스트에 등록, 이를 구동하는 식이다. 그러나 스팀이나 윈도우 스토어와 달리 에픽게임즈 스토어용 게임은 제대로 등록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다.
인스톨 된 게임 리스트
물론 이는 런처에서의 실행 문제일 뿐 게임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므로 아야스페이스 밖에서 실행하면 된다. 여담이지만 '사무라이 쇼다운 네오지오 콜렉션'은 이상이 없었고, '사이그니: 올 건즈 블레이징'은 등록에 실패했다.
홈 화면에서 설치된 게임을 보면 스토어 명이 표기된다.
런처에서 실행한 윈도우 스토어용 '컵헤드'
별도로 실행한 '사이그니: 올 건즈 블레이징'
결론적으로 아야네오의 쿤은 게이밍 핸드헬드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제품이 아닐까 싶다. 오직 게임을 위한 설계에 준수한 빌드 퀄리티, 완전치는 않으나 점진적으로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소프트웨어, 그 집합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