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전설 계의 궤적, 반가운 면면과 완성된 필드 & 커맨드 배틀
니혼팔콤 ‘궤적’은 일본, 아니 전세계를 통틀어 보기 드문 장수 시리즈다. 물론 같은 나라의 ‘파이널 판타지’처럼 더 오랜 역사와 긴 편수를 자랑하는 RPG도 없지 않으나, 단일 세계관에 거의 매년 출시된 ‘궤적’과 나란히 견주긴 어렵다. 지난 20년간 무려 열세 편-‘나유타의 궤적’ 포함하면 하나 더-이 나오는 동안 시리즈의 아버지 콘도 토시히로는 니혼팔콤 대표로 영전했고 필자를 비롯한 팬덤도 죄 아저씨(…)가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근 몇 년간 팬덤의 최대 화두는 ‘완결’이란 두 글자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클라미맥스로 치닫는 신작 ‘계의 궤적’이 이달 26일 한국어화 정식 발매된다.
[인터뷰] ‘계의 궤적’부터가 클라이맥스, 후회 없는 마무리 짓겠다
이달 말 출시되는 '계의 궤적' 초반 1시간을 미리 살펴봤다
신규 시스템 중심으로 소개된 공식 영상도 아울러 확인하자
대출혈 서비스, 팬 앙케이트 인기 1, 2위가 초반부터
본지 인터뷰서 콘도 대표도 토로했듯 ‘궤적’ 시리즈는 어디부터 즐기면 되냐는, 이른바 입문작 문의가 늘 따라다닌다. 아무래도 편당 수십 시간짜리 RPG 열세 편을 정주행하긴 부담스럽고 초기작의 경우 현세대기서 돌아가지조차 않으니까. 이에 니혼팔콤은 ‘벽의 궤적’ → ‘섬의 궤적’처럼 제목이 바뀔 때마다 주역 및 무대를 교체하며 조금이나마 진입 장벽을 낮춰왔다. 특히 2021년작 ‘여의 궤적’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일신하여 기존 시리즈에 대해 몰라도 괜찮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여의 궤적’을 통해 입문한 후 재미가 붙어 역순으로 거슬러 오르는 신규 팬덤이 꽤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계의 궤적’은 다르다. ‘여의 궤적’ 삼부작의 완결인 동시에 시리즈 전체 클라이맥스로 돌입하는 관문이기에 반가운 얼굴이 잔뜩 나온다. 그것도 초반부터 팬 앙케이트 인기 1, 2위를 차지한 린과 케빈을 쓸 수 있는 대출혈 서비스. 이 모임을 주선한 건 민간 군사 기업 마르두크 종합 경비 보장으로, 최신 AR 훈련 시설을 테스트하고자 각지의 강자를 불러들인 것이다. 필자가 시연한 ‘계의 궤적’ 첫 1시간 분량은 반, 페리, 베르가르드의 X팀과 린, 케빈, 알티나의 Y팀이 서로 다른 경로로 이동하며 전적을 경쟁한다. 그 끝에 루퍼스, 크로우, 리제트와의 보스전까지 기다리는 불꽃 튀는 전개다.
팬 앙케이트 인기 1, 2위인 린과 케빈이 처음부터 등장한다
곧 루퍼스, 크로우, 리제트 등과 싸우게 되는 불꽃 튀는 전개
케빈이 마지막으로 제대로 등장한 게 2011년작 ‘벽의 궤적’이고 린 역시 ‘섬의 궤적’ 후로 전투 시스템이 대폭 변경된 터라 그간의 성장을 살피는 재미가 쏠쏠하다. 케빈은 케루빔 샷과 패니시 레이지, 린은 비엽검과 육연질풍 등 크래프트를 확인 가능하다. 특히 린의 경우, 전작서 어엿한 검성으로 거듭난 만큼 팔엽일도류가 한층 고강해져 S크래프트 재의 태도, 유전광인을 완성시켰다. 케빈의 S크래프트는 ‘하늘의 궤적 더 서드’와 같은 성창 우르인데, 강산이 한 번 변할 동안 엄청나게 강화된 연출이 백미다. 루퍼스, 크로우, 리제트도 직접 다뤄보진 못했으나 다들 새로운 크래프트를 들고나왔다.
AR 훈련이 끝나고 마르두크의 손다이크 GM이 만찬을 준비한 가운데 마침 광화국서 추진 중인 우주 진출 계획, 스타테이커의 시험 발사가 생중계된다. 마르두크가 그저 시설 테스트를 위해 이 독특한 조합을 모았을 리 만무할 터. 여기서 잠시 반을 조작하여 서넛씩 모인 캐릭터들 근황에 대해 들어볼 수 있다. 일종의 동창회 느낌인데, ‘궤적’ 시리즈 골수팬에게 선물 같은 시간이나 ‘여의 궤적’만 즐겼다면 다소 소외감(…)이 들법하다. 그때그때 인물, 설정 정보를 손쉽게 확인 가능한 타임리 워드란 편의 기능이 생겼으니 적절히 활용하자. 만찬회 후 오프닝 애니메이션이 나오며 시연은 종료됐다.
크래프트 연출이 대폭 강화. 이게 성창 우르라고…? 싶은 수준
알아야 할 정보가 많은 대신, 타임리 워드로 확인이 쉬워졌다
‘이스 X’ 노하우까지 녹여내, 완성된 필드 & 커맨드 배틀
그러면 다시 AR 훈련 시점으로 되돌아가 ‘계의 궤적’서 계승 및 발전된 전투 시스템을 소개하겠다. 기본적으로 ‘여의 궤적 1, 2’를 통해 완전히 자리잡은 필드 & 커맨드 배틀의 연장선상. 일단 필드에서 적과 조우하면 실시간 액션으로 싸우되 언제든 커맨드 배틀로 이행할 수 있다. 마침 비슷한 시기 출시되는 ‘메타포: 리판타지오’ 패스트 & 스쿼드와 유사한데-물론 ‘궤적’이 먼저다-, 그쪽이 졸개를 처리하거나 선공을 잡는 수준이라면 이쪽은 어지간한 전투는 실시간 액션만으로 공략 가능하다. 특히 ‘계의 궤적’의 경우, 필드 배틀을 위한 시스템이 다수 추가돼 마치 게임 두 편이 공존하는 듯하다.
이제껏 필드 배틀은 그저 때리고 구르던 단출한 방식(여의 궤적)에서 아츠-일종의 속성 마법- 사용이 가능해지고(여의 궤적 2) 본작에 이르러 아예 ARPG처럼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 콘도 대표에 따르면 ‘이스 X’서 쌓은 노하우를 녹여냈다고. 먼저 조크(Z.O.C)는 적을 공격할 때마다 화면 좌측 하단에 전용 게이지가 쌓여 이것을 소모함으로써 잠시 시간 흐름을 늦춘다. 적의 움직임이 사실상 봉인되므로 일방적으로 몰아칠 수 있다. 또한 반의 그렌델 변신, 케빈의 능력 해방 등 각성을 통해 공격력과 속도를 대폭 강화하기도 한다. 요컨대 조크 + 각성의 조합은 ‘궤적무쌍’이라 불러도 좋을 필살기다.
모르고 즐기면 준수한 ARPG라 느껴질 만치 발전된 필드 액션
Z.O.C + 각성이면 제목이 잠시 '궤적무쌍'으로 바뀌야 할 정도
만약 기존처럼 진득하게 전황을 살피고 싶다면 듀얼쇼크 기준 □ 조작 한 번에 커맨드 배틀로 이행한다. 이 역시 다년간 발전시킨 전투 시스템인 만큼 마냥 정적이고 지루하지 않다. 커맨드 배틀 시 샤드라는 원형 전장이 설정되고 제 차례가 된 캐릭터는 일정 거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고유 기술인 크래프트는 대부분 범위기라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많은 적을, 혹은 원하는 대상을 타격할지 잘 판단하자. 인접한 동료와 스크럼(S.C.L.M)을 짜 원호를 받기도 하니 적, 아군 배치가 모두 변수로 작용한다. 여기까지는 ‘여의 궤적 1, 2’서 그대로 계승된 시스템이라 전작을 즐겼다면 익숙할 터다.
새롭게 추가된 첫 번째 기능은 앞서 필드 배틀과 마찬가지로 조크다. 적과 치받다 보면 알아서 게이지가 차는 필드 배틀과 달리 커맨드 배틀에선 직접 S.부스트를 2회 눌러 풀차지해야 한다. 효과도 전혀 달라서 해당 캐릭터에게 연속으로 행동 기회가 부여된다. 턴제 게임서 연속 행동의 유용성이야 두말할 나위 없다. 두 번째 신기능인 블리츠(B.L.T.Z)는 스크럼의 연계 기능으로 AT 보너스가 있는 상태에서 크래프트를 썼을 때 서포트 멤버 체인이 발동한다. 스크럼과 달리 회복, 보조기도 거들어주는 게 특징. 이외에 필살기급 아츠, 듀얼 아츠가 생겼으나 아쉽게도 시연 분량에 포함되지 않았다.
적과 아군의 위치가 중요, B.L.T.Z로 연계가 더욱 다양해졌다
필드와 달리 커맨드 배틀서 Z.O.C는 연속 행동 효과를 부여한다
시리즈 20주년, 여기서부터 ‘궤적’ 클라이맥스로 돌입
딱 1시간의 짧은 시연임에도 ‘계의 궤적’이 얼마나 야심 찬 작품인지 확실히 와닿았다. 기존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여 과연 클라이맥스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여의 궤적’부터 계승된 필드 & 커맨드 배틀 시스템의 완성형을 보여주니까. 커맨드 배틀도 커맨드 배틀이지만 필드 배틀을 크게 강화한 점이 퍽 흥미롭다. 그 누구보다 정통 JRPG의 매력과 한계를 잘 알고 있는, 또한 유서 깊은 ARPG ‘이스’의 산실인 니혼팔콤이기에 가능할 매력적인 시도다. 유일한 걱정거리는 재차 치솟은 진입 장벽인데, 이 부분은 최근 발표된 ‘하늘의 궤적’ 리메이크에게 의지하고 싶다.
최종의 최종의 최종의 최종 계획…이 아니라 이제 정말 클라이맥스
오는 26일 정식 발매를 기다리며 우선 오프닝 무비를 감상하자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