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고 싸우고 마음을 사로잡는 ‘건프라’ 게임으로, 건담 브레이커 4
오늘날 일본 로봇물의 대명사가 된 ‘기동전사 건담’과 그 모형 완구 건프라는 오랜 역사를 함께 했다. TVA 종영 후 6개월 만에 출시된 1/44 건담 이래 지난 40년간 약 7억 6,000만 개 이상의 건프라가 출하됐으니 하나의 거대 산업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한 번이라도 손수 조립해본 이라면 잘 알다시피 건프라는 그저 만화 속 기체를 재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랬을지 몰라도 차츰 스냅 타이트, 다색 성형 등 신기술을 적용하여 조립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도록 발전해왔다. 이제 ‘건담’ 애니메이션은 보지 않지만 건프라 조립이 취미인 경우도 꽤 흔하다.
그런 의미에서 ‘건담 브레이커’는 여느 게임으로 대체 불가능한 재미를 준다. ‘SD 건담 G제네’부터 ‘건담 vs’, ‘건담 배틀 오퍼레이션’ 등 ‘건담’을 소재로 한 게임이야 많지만 건프라 조립이 핵심인 작품은 드물기 때문이다. 덕분에 3편까지 이어지며 모바일 버전과 ‘배틀로그’란 부제의 애니메이션도 나왔으나, 야심차게 방향을 튼 ‘뉴 건담 브레이커’의 실패로 수년간 신작 소식이 끊기기도 했다. 다행히 그로부터 6년 만에 ‘건담 브레이커 4’가 공개되어 이달 29일 한국어화 정식 발매를 앞둔 가운데, 그 부활을 이끈 다나카 요시노리 PD와 게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체험] 뉴건브와는 다르다 뉴건브와는, ‘건담 브레이커 4’
'건담 브레이커 4'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다나카 요시노리 PD
● 우선 기존 시리즈의 성패에서 무엇을 계승하고 버렸는지 듣고 싶다
: ‘건담 브레이커 4’는 기존 1~3편을 기반으로 되돌아갔다. ‘뉴 건담 브레이커’의 경우, 새로운 컨셉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커스터마이즈 자체가 어렵거나 애써 만든 기체가 달라지는 아쉬움이 컸다. ‘건담 브레이커’는 어디까지나 건프라 빌드가 핵심이므로 최대한 많이 만들고 그걸로 싸우며 남들과 공유하는 게임이길 바랐다. 그래서 이번에는 양팔을 서로 다르게 붙이고 크기를 마음껏 변경하는 등 커스터마이즈 기능을 확장했다. 가정용으로는 최초로 SD 건담까지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으며 프리셋 컬러 기능을 통해 다른 기체의 도색을 빠르게 재현 가능하다는 것도 발전된 요소다.
● 여전히 ‘건담 브레이커 3’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그들을 흡수할 수 있을까
: 물론 그러고 싶다. 앞서 설명했듯 ‘건담 브레이커 4’는 기존 1~3편을 즐긴 분들이 기뻐할 만한 방향으로 제작했다. 더불어 새로이 디오라마 모드 등을 추가하여 건프라를 좋아하는 모두에게 좀 더 다가가고픈 마음도 크다. ‘건담’ 게임이야 많지만 건프라를 조립하여 싸우는 컨셉은 좀처럼 없지 않나. 여전히 ‘건담 브레이커’이기에 전할 수 있는 즐거움이 가득하다고 본다.
● ‘건담 브레이커 3’로부터 6년 후를 그린다. 스토리 모드 분량은 얼마나 되나
: 아무래도 중간중간 건프라를 커스터마이즈할 테니 딱 잘라 어느 정도 분량이라 답하기 어렵다. 그래도 약 20시간 이상은 충분히 플레이하지 않을까. 기존처럼 가볍게 즐기기 좋은 스토리로 ‘건담 브레이커 3’의 6년 후라지만 사실 전작을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본작부터 접해도 무방한 내용이니 걱정하지 말고 입문하기 바란다.
● 가장 도드라지는 변화는 역시 양팔의 비대칭과 그걸 통한 쌍수 액션이다
: 왼팔과 오른팔을 달리 장착함은 물론 무기도 따로 낄 수 있다. 이를테면 이도류. 덕분에 언제 어떤 무기를 사용할지 선택지가 늘었고 거기에 스킬을 조합하여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추구하는 즐거움이 커졌다. 무기마다 쓰임새가 달라서 도끼는 타격 범위가 좁은 대신 강력한 차지 어택이 가능하고 채찍은 적을 당겨오는 특수 효과를 지녔다. 모쪼록 다양한 조합에 도전하여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찾기 바란다.
● 다만 기체 조작갑과 타격, 피격감이 다소 아쉬웠다. 정식 출시 전까지 개선될까
: 어디까지 수정 가능할지 논의 중이라 당장 답하긴 어렵다. 네트워크 테스트의 경우, 무기 가짓수와 파츠 레벨이 제한되어 좀 답답하게 느껴졌을 터다. 3편과 마찬가지로 반응속도라는 수치가 올라갈수록 전체적인 속도감이 좋아진다. 따라서 파츠가 강화된 중반부터 기존 시리즈와 비슷한 감각으로 플레이할 수 있으리라 본다.
● 미션 하나당 10분 내외면 클리어 가능하다. ‘건담 브레이커 3’와 크게 달라졌는데
: 역시 ‘건담 브레이커’는 최대한 많은 파츠를 모아 이런저런 커스터마이즈를 즐기는 편이 좋지 않나. 3편의 경우, 후반으로 갈수록 미션 하나당 플레이 타임이 너무 길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그래서 여러 미션에 재차 도전하기 쉽도록 전체적으로 분량을 짧게 조정했다. 이제 “이 파츠가 부족하니 한 번 더 돌자”고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을 터다. 후반이 되면 좀 더 긴 미션도 나오지만 재도전하기 꺼려질 정도까진 아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충분히 커스터마이즈를 즐겨주기 바란다.
● 반면 빅잠 같은 거대 보스와의 전투는 HP가 너무 커서 늘어지는 감이 있다
: 그것도 맞다. 네트워크 테스트는 파츠 합성, 강화가 안돼서 다소 늘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는 적정 수준의 기체로 도전했을 때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추후 어떤 미션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먼저 파츠를 강화하고 재도전하는 흐름으로 플레이하게 될 것이다.
● 전작의 경우, 몇몇 OP 파츠만 얻으면 더는 육성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다
: ‘건담 브레이커 4’는 특정 파츠가 지나치게 강력하지 않도록 밸런스를 맞췄다. 자신이 꿈꾸는 건프라로 싸우는 게임이므로 어떤 파츠는 너무 약해서 그 기대가 꺾이는 일이 없도록 신경 썼다. 따라서 역으로 “이런 조합도 쓸만하네”라는 발견의 재미를 느끼기 바란다. 이도류든 이총류든 여러 스킬과 조합하여 자신만의 최강 콤보를 완성한다면 좋겠다.
● 시리즈 전통 아닌 전통으로 아군 AI가 정말 무능하다. 개선될 여지는 없을지
: 네트워크 테스트서 관련 피드백을 받아 내부 검토 중이다. 다만 ‘건담 브레이커’는 자신이 직접 조립한 건프라로 기분 좋게 싸우는 컨셉이므로 AI가 너무 강하면 되려 즐거움을 해치지 않나 싶다. 내가 뭘 하기도 전에 AI가 적을 다 처치하면 곤란하니 말이다.
● 그래도 AI가 너무 무능하면 멀티플레이를 사실상 강제하는 꼴이 되지 않나
: 멀티플레이라고 굉장히 유리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물론 협력 수준에 따라 플레이 타임이 단축될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드롭율은 같고 그 외에 특별한 혜택도 없다. ‘건담 브레이커 4’는 친구와 함께하든 혼자 플레이하든 재미있는 게임을 추구한다.
● 디오라마 기능이 호평이다. PD로서 특별히 소개하고픈 요소가 있다면
: 무엇보다 간편히 만들기 쉽도록 큰 공을 들였다. 아무래도 디오라마 같은 기능은 쓰는 사람만 쓴다는 통념이 있지 않나. 그럼에도 최대한 많은 분들이 찾아주기 바라는 마음에서 사용성을 중시했다. 가령 UI가 디오라마를 가리지 않게 적절히 배치한다든지, 기체가 원하는 지면에 잘 고정되게 조정한다든지, 3차원 공간에서 위치를 알아보기 좋게 레이저 포인터처럼 표시해주는 식이다. 다 처음에는 생각지 못하다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보완한 것들이다.
● 심지어 이제는 로비에서도 파일럿이 아니라 건프라가 되어 움직인다
: 커스터마이즈 기능 확장과 디오라마 모드 추가와 같은 맥락으로 좀 더 자신의 건프라를 남들 앞에 드러내라는 취지다. 온라인 로비의 아바타로 보여지는 것만으로 자연스레 건프라를 자랑하고 누군가 “이거 어떻게 만들었어?”나 “굉장히 멋지다”며 말을 걸어올 수 있다. 거기서부터 작은 커뮤니티가 형성되지 않을까.
● 정식 출시 후 새로운 기체 업데이트나 콜라보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 출시 후 계획에 대해선 아직 뭐라 답하기 곤란하다. 이미 공개된 DLC, 시즌패스와 더불어 최근 발표한 마이티 스크라이크 프리덤의 무료 업데이트 정도가 밝힐 수 있는 전부다.
● 끝으로 ‘건담 브레이커 4’를 기다리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한 마디
: “정말 오랜만에 신작이 나옵니다. 앞서 소개했다시피 ‘건담 브레이커’는 자신만의 건프라를 만드는 게 굉장히 매력적인 시리즈입니다. 여러 미션을 하나씩 클리어하며 새로운 파츠를 획득할 때마다 또 어떤 기체를 조합할까 상상하며 플레이하는 거죠. 겉보기에 멋진 건프라를 만들어도, 성능이 강력한 건프라를 만들어도 좋습니다. 서서히 파츠를 모아 페인팅도 하고 웨더링도 하며 차츰 개성적인 건프라로 완성시키는 겁니다. 아울러 디오라마 모드서 멋진 포즈를 취하고 다른 게이머에게 자랑하기 바랍니다. 전투가 그리 어려운 게임은 아닙니다. 액션이 서투른 분들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습니다. 이제 발매까지 얼마 남지 않았네요. 모쪼록 ‘건담 브레이커 4’에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