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아머드 코어 게 섰ㄱ… 아니… 아닙니다, 커스텀 메카 워즈
‘아머드 코어 Ⅵ 루비콘의 화염’이 뜨거운 성원 속에 전세계 동시 발매되던 8월 25일로부터 나흘 후, 또 하나의 범상치 않은 메카닉 액션 게임이 모습을 드러냈다. 개발사는 ‘지구방위군’으로 유명한 D3퍼블리셔이며 제목은 ‘커스텀 메카 워즈’. 장르에 마개조(魔改造)라 당당히 적어 놓은 것으로 보아 멀쩡한 컨셉의 작품은 아님을 직감할 수 있다. 거기다 이 절묘한 타이밍은 대체… 설마 TGA 2022서 ‘아머드 코어 Ⅵ’가 공개됐을 때부터 서둘러 제작했나!?
이게 그저 질 나쁜 농담만은 아닌 것이 D3퍼블리셔 감성의 뿌리가 염가판 게임 ‘심플 2000’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2000이란 2,000엔(한화 약 1만 8,000원)에 판매한다는 의미로, 가격이 워낙 저렴한 만큼 그래픽과 콘텐츠 볼륨은 기대하기 힘들다. 대신 심심풀이로 가볍게 즐기기 좋은 경쾌한 작품이 많고 종종 과감한 아이디어를 시도해 평가가 높아지기도 한다. 지금이야 D3퍼블리셔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지구방위군’도 한때는 ‘심플 2000’이었다.
본격 마개조 메카닉 액션 슈팅을 표방하는 '커스텀 메카 워즈'
블록버스터와 목버스터가 있듯 '아머드 코어'에는 이 작품이…
‘커스텀 메카 워즈’ 역시 진심으로 ‘아머드 코어’와 경쟁하려는 건 당연히 아니지만, 특정 부분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뛰어날지 모를 아이디어 상품이다. 그 부분은 물론 제목에서 보듯 메카닉 커스텀 전반을 가리킨다. 중량이나 실전성 따위 모조리 잊고 그저 만들고 싶은 대로, 꾸미고 싶은 대로, 붙이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제작한 흉물(…)이 어떻게든 굴러간다. 전고도 외형도 상관없다. 사실 몇몇 파츠는 메카닉의 범주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아무렴 어떠랴.
금번 TGS 현장서 만난 ‘커스텀 메카 워즈’는 총 여덟 대의 견본 혹은 자체 제작한 메카로 세 가지 미션을 수행 가능했다. 견본 메카는 저마다 크기는 물론 모양새도 천차만별인데, 어지간한 적은 발에 치일 만큼 거대한 덩치부터 ‘가오가이가’ 갈레온 같은 동물형까지 취향껏 고르면 된다. 화제의 비키니 메카는 영상과 달리 호피 무늬였다. 첨언하자면 너무 자극적인 커스텀 위주로 소개해서 그렇지 건담이나 AC스러운 멋진 외형도 당연히 만들 수 있다.
커스텀 자유도가 엄청나다. 이쯤 되면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지만
이것도 메카닉인가?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 좋을지 모르겠다
메카닉 커스텀은 핵심 부품, 무장, 부착물, 색상, 시범 운행, 종료(※ 공식 번역 아님)순으로 진행된다. 핵심 부품은 머리, 몸통, 다리, 왼팔, 오른팔이고 무장은 온갖 종류의 블레이드, 라이플, 샷건, 로켓 런처 등이다. 다음으로 부착물은 견갑, 뿔, 날개처럼 성능보다는 꾸미기에 치중된 파츠를 가리키며 이 모든 것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구분하여 도색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호피 비키니 메카도 다리 부분은 살색, 가랑이는 얼룩 무늬로 색칠해 연출한 것이다.
보통 이런 시스템은 중량 제한까진 두지 않더라도 각 파츠가 정해진 자리에, 정해진 수만큼 존재해야 한다. 반면 ‘커스텀 메카 워즈’는 그 기준치가 너무 낮아서 저 지하로 파묻혀버렸다. 그렇다고 파츠를 제멋대로 부착하는 건 아니고 조인트가 있긴 있는데, 그냥 메카 전신에 걸쳐 있다. 즉 뿔을 머리에 붙여도 되고 어깨에 붙여도 되고 흉부에 붙여도 되고 둔부에 붙여도 되고 고간에 붙여도 되…지만 하지 말자. 자칫하면 심의등급이 급상승하는 수가 생긴다.
먼저 핵심 부품을 선택한 다음, 조인트에 여러가지 부착하는 식
파츠도 파츠인데, 역시 메카닉이라면 퍼스널 컬러가 빠질 수 없다
메카닉 커스텀의 자유는 단순히 파츠를 어디에 부착하는지를 넘어 크기와 방향에도 주어진다. 일단 조인트에 파츠를 박으면 X, Y, Z축 이동 및 회전은 물론 원하는 만큼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게 가능하다. 즉 고간의 뿔을 몸통보다 더 크게 키우는 것도 꿈은 아니다. 금번 체험에선 시간 관계상 만족스럽게 가지고 놀지 못했으나, 이러한 방식으로 파츠들을 돌리고 맞추고 조정하다 보면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색다른 결과물이 나오지 싶다.
만약 본인이 서브컬처 콘텐츠를 즐기는 편이라면 DLC ‘마개조 세트’ 구매도 한 번쯤 고려해보라. 이미 장르가 마개조면서 무슨 또 마개조인가 싶을지 모르나, 이 DLC는 ‘사무라이 메이든’과 ‘오메가 라비린스 라이프’ 등 미소녀 게임 컬래버 액세서리 파츠가 무려 70종이나 수록됐다. 더불어 초회 및 조기 구입 특전으로 미소녀 머리 파츠가 제공되니 놓치지 마시라. 다만 해당 파츠를 붙이고 플레이할 때는 다른 사람에게 게임 화면을 보여주지 않는 게 좋겠다.
어째서 거대 기동병기만 한 2D 미소녀 입간판이 존재하는 걸까
와아… 메카닉 미소녀다… 그런데 그… 눈빛이… 죽었는데요…?
이제껏 메카닉 커스텀 시스템만 잔뜩 소개한 이유는 사실상 그게 ‘커스텀 메카 워즈’의 알파이자 오메가기 때문이다. 세 가지 미션이라고 해봤자 배경만 다르지 몰려드는 적들을 쓸어버릴 뿐이 지극히 단순한 구성이다. 과연 ‘심플 2000’의 후예랄까. 보통은 커스텀이 부수적이고 미션이 주가 될 텐데, 본작은 커스텀을 위한 구실로 미션이 존재하는 수준이다. 혹여라도 모션이나 액션에 살짝 기대를 품고 미션에 돌입했다간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게 될 터이다.
정리하자면 ‘건담 브레이커’나 ‘소울칼리버 6’서 커스터마이징을 보며 폭소하는 딱 그러한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면 좋을 게임이다. 커스텀 시스템 아니라도 여러모로 멀쩡한 게임들과 비교하기가 민망하지만 달리 적절한 예시가 없으니. 심혈을 기울여 뭔가 창작하면 그걸로 남을 웃기든 감명시키든 일단 자랑하고픈 게 사람 심리다. 그래서 ‘커스텀 메카 워즈’는 자신의 메카닉을 온라인에서 선보이는 기능도 지원한다. 아마도 그게 진짜 엔드 콘텐츠 아닐까.
메카닉 커스텀이 본편이므로 액션에 너무 큰 기대는 걸지 마시라
여러 의미에서 '커스텀 메카 워즈' 엔드 콘텐츠는 이쪽이지 싶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