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바이오하자드 RE4 세퍼레이트 웨이즈, 에이다도 남몰래 많이 굴렀다
올해 초, 뭇 게이머로부터 현세대 최고의 서바이벌 호러라는 찬사를 받으며 리메이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바이오하자드 RE:4’. 그러나 호평일색인 작품에도 아쉬운 점 하나쯤은 있는 법. 거대로봇 살라자르야 현실성이 떨어졌다 치더라도 검은 베르두고는 어디로 갔으며 보스전 하나가 통으로 사라지는 등 리메이크 과정에서 빠진 콘텐츠가 은근히 많다. 물론 그 이상으로 추가되거나 강화된 부분도 여럿이지만 이득보다 손해에 민감한 게 사람 마음인지라.
더불어 원작이 닌텐도 게임큐브서 PS2로 이식될 당시 종의 특전삼아 넣어준 ‘어나더 오더(영문명 Separate Ways)’가 리메이크에 포함되지 않은 점도 소소한 원성을 샀다. 제목 그대로 독자적인 임무를 수행하러 살라자르 성에 잠입한 에이다 웡이 주인공으로, 본편만 가지고 채 파악하기 어려운 흥미로운 정황들이 드러나기 때문. 분량 역시 적잖아서 스테이지(마을, 고성, 외딴섬) 하나와 비슷한, 그러니까 본편의 1/3에 달할 정도였다.
'바이오하자드 RE:4' 이면의 이야기를 그린 '세퍼레이트 웨이즈'
본편서 어디갔나 싶었던 검은 로브 베르두고가 이쪽에 등장한다
다만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리메이크서 빠진 콘텐츠도 따로 출시하지 않겠냐는 시선이 존재했고 이는 최근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서 DLC가 발표되며 사실로 드러났다. 본편이 그러했듯 DLC ‘세퍼레이트 웨이즈’ 역시 단순한 그래픽 개선을 뛰어넘는 전면 리메이크로 많은 이들이 예상했듯 종적을 감춘 베르두고도 이쪽으로 옮겨왔다. 무료 업데이트된 ‘더 머서너리즈’와 달리 유료이며 가격은 국내 기준으로 12,000원가량이다.
DLC가 발표 후 일주일만에 출시되어 다소 의미가 퇴색되긴 했지만 금번 TGS 캡콤 부스서 ‘세퍼레이트 웨이즈’를 시연할 수 있었다. 첫 장면은 감옥 안에서 흥겹게 춤을 추는 루이스 세라를 비추는데, 곧 고문당할 처지임에도 나름 강단이 대단하다. 하지만 그를 죽이려는 줄 알았던 하얀 복면의 여인이 실은 에이다였던 터라 구사일생으로 탈출. 일단 흩어졌다 교회서 만나기로 한다(…지만 알다시피 머잖아 또 붙잡힌다).
웨스커에게 받은 의뢰에 따라 엠버를 회수하는 게 목적인 에이다
본편을 먼저 즐겼다면 알겠지만 어차피 또 붙잡혀 묶여있을 운명
짐덩이나 다름없는 루이스를 떨궈낸 에이다는 곧이어 추격해온 베르두고와 저택 응접실서 맞붙는다. 이때는 아직 검은 로브를 벗기 전이라 딱히 위협적이지 않지만, 그 대신 환각을 불러일으키고 분신들 사이에 숨어드는 전법을 쓴다. 근접했을 때 붉은 안광이 빛나는 쪽이 진짜이므로 애먼 곳에 귀중한 총알을 낭비하지 말자. 어느 정도 대미지가 누적된 베르두고는 (어차피 루이스가 없어서인지)의외로 순순히 물러난다.
응접실 문을 박차고 나서면 고성 전면부로, 레온이 투석기를 부수며 힘겹게 전진하던 경로를 에이다 웡은 역으로 내려가게 된다. 다만 본작은 어디까지나 사격이 주가 되는 TPS이므로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레온이든 에이다든 조작감이나 성능이 극적으로 바뀌진 않는다. 이러한 사양은 ‘바이오하자드 6’나 ‘레벌레이션스’ 혹은 멀리 갈 것 없이 ’RE 2, 3’처럼 남녀 주인공인 작품을 떠올리면 좋다. 대체로 레온과 비슷하다는 것.
에이다는 본편의 종결급 권총인 블랙테일을 기본 소지하고 있다
베르두고와의 첫 전투는 그리 어렵지 않다. 붉은 안광에 주목하자
물론 그렇다고 에이디가 머리 긴 레온에 불과하다는 건 아니고, 몇 가지 추가 동작과 강화 장비가 주어진다. 우선 본편의 종결급 권총인 블랙테일을 기본 소지하여 하급 가나도 정도는 두어 방에 보내버릴 수 있다. 또한 헤드샷에 이은 밀리 어택의 경우, 레온처럼 달려가 후려칠 필요 없이 그래플링 건으로 붙잡고 날아가서 타격한다. 탄창이든 약초든 전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이런 소소한 차이를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본편에서 에이다가 틈만 나면 시전하는 그래플링 건 상승도 직접 해볼 수 있다. 아무렇게나 막 쏘는 건 아니고 파란색 사각형 UI로 [R1]이라 표시되는 곳에 걸면 된다. 고성의 경우 성곽길 폭이 상당히 좁은 반면 망루나 첨탑이 많아 에이다가 활약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무대다. 망루 근처서 버티다 곧 포위되겠다 싶으면 그래플링 건으로 탈출하는 식으로 히트앤런이 가능하다. 당연히 스테이지 이동 시에도 요긴히 쓰인다.
그래플링 건을 활용하여 상당히 멀리서도 밀리 어택이 가능하다
덕분에 본편보다 상하 공간을 활용한 레벨 디자인이 크게 늘었다
TGS 기간 중 출시되는 DLC치고 야박하다 싶지만 현장 시연은 단 20분만 가능했다. 따라서 과연 검은 베르두고가 본편서 빠진 U-3 보스전을 대체하는지, 전체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에이다로서 플레이하는 감각도 그렇게까지 다르진 않기에 ‘바이오하자드 RE:4’를 처음 접했을 때만큼의 충격은 아니었고. 다만 본편의 완성도가 워낙 높고 에이다 웡 역시 인기 캐릭터라 어지간하면 호평이지 않을까 싶다.
2005년작 ‘바이오하자드 4’는 시리즈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외전이라 불러도 될 만치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주적인 로스 일루미나도스와 그들이 부리는 기생충 플라가도 T바이러스와 무관하고(리메이크에서 연결고리가 생기긴 했다). 그에 반해 ‘세퍼레이트 웨이즈’는 알버트 웨스커가 모습을 비추는 등 1~3편과 5편을 약간이나마 이어주는 내용이므로, 앞으로 나올 ‘바이오하자드 RE:5’를 위해서라도 플레이하길 추천한다.
본편이 워낙 잘 뽑힌 데다, 인기 캐릭터 에이디가 주인공이기까지
언젠가 만들어질 '바이오하자드 RE:5' 때문에라도 추천하는 바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