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득한 세계관과 사연 많은 인물들, '파이널판타지 XVI' 2차 시연
이번 시연 빌드의 기본적인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새 게임 시작 - 본편 초반 – 소년기 - 청년기 도입부 - 시드의 은신처 - 대삼림
- 성능/품질 모드 가능, 스토리 포커스/액션 포커스 가능
- 다만 시연을 모두 잘 끝냈으면 하는 의미에서 난이도가 본편보다 쉬워진 상태
- 전체 플레이 분량은 3~4시간 정도
- 시연 빌드 중 일부 또는 많은 부분이 향후 배포 데모와 동일한 내용일 예정
- 스토리 스포일러가 그대로 들어가 있는 시연 버전
- ※ 이 버전은 미디어 투어를 위한 특별판으로 발매시의 버전과는 상이합니다.
이번 시연 빌드는 일부분이 배포 데모판에 포함될 예정이기에 스포일러에 대한 주의를 부탁받았다. 빌드의 분량은 새 게임을 시작한 직후의 2~3시간 정도의 분량이었다. 여기서는 이미 트레일러와 수많은 사전 정보를 통해 알려진 조슈아의 죽음과 그 전후 클라이브의 행방을 정리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또한 현재 발리스제아 대륙의 국제 정세도 함께 비춰진다.
조슈아의 죽음을 다루는 클라이브의 소년기는 일종의 회상 파트로 플레이하게 된다. 로잘리아 공국 공가의 첫째인 클라이브는 정작 적자임에도 피닉스의 도미넌트로 각성하지 못했고 피닉스의 도미넌트인 조슈아는 어머니의 노골적인 편애를 받는다. 그럼에도 병약한 조슈아 덕분에 클라이브는 조슈아를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질 워릭은 공가의 인물은 아니지만 로잘리아 공가에서 지내며 이들과 함께 자라났다.
조슈아의 죽음이 벌어지는 사건은 피닉스 게이트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한다. 로잘리아 공국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고 전쟁을 앞두고 피닉스의 도미넌트는 피닉스 게이트에서 천계를 받아 전쟁의 운을 점쳐야 한다.
사건의 내막은 너무 심각한 스포일러라 설명하지 않도록 한다. 조슈아의 죽음 이후 13년이 지나 클라이브는 일련의 사건 끝에 질 워릭, 시드, 토르갈과 합류하며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 더 진행하고 나면 체험이 끝난다.
지난 2월 시연이 철저히 액션에 집중하여 전투를 제대로 보여주는데 집중했다면, 이번 시연 버전=데모 버전은 그보다는 발리스제아의 세계관, 그리고 이야기를 소개하는데 집중했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 실제 플레이보다 컷씬의 비중이 훨씬 높은데, 대충 2대1 정도의 비율을 보인 것 같다.
이런 특성, 그리고 이전에 체험했던 빌드와 달리 캐릭터 성장이 본래의 흐름을 따라가기 때문에 소환수 액션도 많이 열리지 않아서 액션성도 그리 강하지 않다. 그래서 이 데모 자체만으로는 액션! 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만약 데모를 통해 베네딕타 하만, 그리고 가루다와 싸웠던 멋진 액션을 기대한다면 아쉽게도 그에 미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는 게임의 어느 부분을 데모로 제공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다. 만약 도입부가 아닌 중반부를 잘라내어 제공했다면 데모 자체의 액션은 충분했겠지만, 데모의 역할 중 하나인 스토리와 게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해서 실제 본편 플레이로 이어지는 가교의 역할은 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만큼 이전 시연 버전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은 게임 내 세계관에 대한 설명, 그리고 스토리에 대한 몰입을 가지고 있어 이 부분은 매우 훌륭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미디어 시연에서는 지난 2월에 제공되었던 액션 중심의 시연 버전도 함께 주어졌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가루다 전투, 그리고 소환수 전투는 역시 진국이었다. 즉, 3개의 소환수의 어빌리티를 모두 활용할 수 있으면서 캐릭터 성장 포인트도 충분히 주어졌던 액션 시연 빌드와는 역시 액션 면에서는 비교하기 힘들었지만, 게임의 중간을 똑 잘라서 놓았던 그 시연 빌드는 정작 세계관에 몰입하기는 힘들었던데 비해 이번 시연 빌드는 본격적으로 새 게임을 시작하고 몰입하기 시작하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특기할만한 필드는 시드의 은신처로, 아마도 게임 내내 일종의 안전지대이자 거점마을로 기능할 장소다. 상점 등이 있는 마을은 이 외에도 존재함이 이전 정보로 밝혀지기는 했지만, 스토리면으로나 게임 기능면에서도 시드의 은신처는 그 중심이 될 것 같다.
난이도 조절을 돕는 서포트 악세서리들도 이름이 조금 바뀌었다. 보다 직관적인 이름으로 오토 어택(원버튼 콤보), 오토 도지(Dodge), 오토 슬로 등의 이름이 붙었다.
이 설정 자체는 마치 현대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역학관계에 놓인 국가들이 물밑으로 벌이는 암투가 떠올랐다. 프레젠테이션에서 타카이 히로시 메인 디렉터는 직접적으로 “마더 크리스탈을 유전으로 놓고, 도미넌트를 전략병기로 놓는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라고 언급했는데 비록 정말 그렇게 직접적인 연결을 지을 필요까지는 없지만, 대략적인 이 발리스제아의 세계정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이 게임의 스토리에 대해 누군가는 ‘왕좌의 게임’ 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물론 1대1 대조가 되는건 아니나, 그만큼 인물 간, 세력 간 역학관계에 집중했고 정치적이면서 동시에 인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는 흥미로운 스토리라는 뜻이다.
베어러는 발리스제아에서 일종의 노예로 취급받는 천민이다. 발리스제아 세계에서 마법을 쓰기 위해선 크리스탈의 힘이 필요하지만 베어러는 크리스탈이 없어도 마법을 쓸 수 있는 존재다. 그만큼 위험하기에 낙인을 찍어 천민으로 억압받고 있다. 흑의 지대는 일종의 저주 또는 오염으로서 기존의 거주지나 지역에 차츰차츰 퍼져 인간들의 거주를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배경 설정을 잘 보여주는 탓에 약 2시간 정도가 지나면 클라이브가 처한 현재의 상황과 향후 스토리 전개에 대한 정리가 깔끔하게 끝나고 몰입을 시작하게 된다. 데모판과 본편의 세이브 연동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흐름을 이어가도록 하는 안배라고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번 시연은 향후 배포 데모의 일부를 맛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기자의 경험을 얼마나 플레이어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데모판에 대한 정보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 이를 전부 조망하는건 어려웠다. 그래도 충분히, 플레이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게임이라는건 변함이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기자가 겪은 이 게임의 체험을 모두 플레이어가 공유하면 좋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향후 데모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렸다.
그래서 총평하자면, 게임의 스토리는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 대체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스토리는 흥미로운 세계관 설정을 바탕으로 강렬한 도입부로 게임을 끌어나갔다. 다만 그 마무리에 있어 각각의 게임별로 평가가 갈리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번 게임은 발리스제아라는 세계의 거대한 충돌을 그리고 있고, 말그대로 ‘월드 인 컨플릭트’ 라고 부를만한 세계다. 그 안에서 클라이브 로즈필드와 질 워릭을 위시한 인물들은 말그대로 기구한 운명을 살고 있다.
이번 시연기 뿐만 아니라 이전의 시연기, 그리고 게임 정보에 대한 기사는 아래를 참고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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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무엇을 해도 멋진 쉽고 재미있는 액션, '파이널판타지 XVI'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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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