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싱 사가 -민스트럴 송- 리마스터, 게임사의 한 페이지를 읽는 기분으로
● 로맨싱 사가 -민스트럴 송- 리마스터는 '로맨싱 사가'의 리메이크인 '로맨싱 사가 -민스트럴 송-'을 리마스터한 작품이다. 이런 '리메이크의 리마스터'는 사실 보기 드문 형태인데, 어떤 동기로 개발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이치카와(이하 이) : ‘로맨싱 사가 1’은 현재 제대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로맨싱 사가 1의 리마스터를 먼저 고려했지만, 지금의 유저가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로맨싱 사가 1의 리메이크 작품인 '로맨싱 사가 -민스트럴 송-'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생각이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 : ‘바바라’다. 그녀의 당당하고 꾸밈없는 언행과 떠돌이 곡예사다운 달관한 가치관이 무척 매력적이다.
미 : ‘알베르트’로, SFC판에서 처음으로 플레이한 캐릭터가 알베르트였다 보니, 정이 많이 가는 편이다. 알베르트는 서장부터 장렬하게 스토리가 전개되어, 그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 리마스터의 신규 요소로 영웅 '미르자'와 관련한 마술사 '알도라'의 이벤트가 추가됐다. 이 이야기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계속해서 두 분께 묻고 싶다.
미 : 우에노 디렉터의 제안으로 제작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유저들이 미르자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고마운 제안이기도 했다.
우 : 원작을 플레이하던 당시, 알도라를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사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더불어, 추가 시나리오를 검토해나가던 중 플레이어가 궁금해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지 고민했을 때, 떠오른 것이 바로 모험의 무대가 되는 마르디아스 세계관과 역사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는 영웅 미르자의 여정을 그리는 것으로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신이 된 미르자를 게임 속에 등장시키는 것은 뭔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고민하고 있을 때, 그와 함께 여행했던 알도라의 시점이라면 자연스럽게 미르자가 여행한 흔적을 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하면 알도라 자체를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블 캐릭터로도 낼 수 있으니, 하고 싶은 것끼리 잘 맞물린 것처럼 느껴졌다.
● 원작이 1992년 발매되었던 만큼 젊은 세대에겐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이들에게 특히 어필 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이 : 지금은 다양한 RPG들이 엄청난 그래픽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RPG의 플레이적인 면에서도 대단한 발명이나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게이머들이 일본의 게임 크리에이터 다수가 영향을 받아온 사가 시리즈라는 게임을 부디 플레이해 봤으면 좋겠다. 그만큼 다양한 시도가 들어간 게임으로, 30년 전에 이 게임이 나왔다. 다시 언급하지만, JRPG 중에서는 커다란 시도와 도전적인 것들이 들어가 있고, 이후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 게임이 사가 시리즈라 할 수 있다. 아쉽게도 젊은 게이머들이 모두 재미있게 즐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다양한 JRPG와 RPG를 경험한 게이머라면, 색다른 타입의 RPG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꼭 플레이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 : 애초에 그 당시 게임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도 했기에, 친숙하지 않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에서는 현재 리마스터판이 출시되어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졌기 때문에 그 허들은 조금 내려가지 않았을까. 오픈 월드 게임과 같은 장르와도 통하는 게임 설계의 발상이 30년 전 옛날에도 있었구나 라고 게임사의 한 페이지를 읽어 내려가는 기분으로 플레이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
미 : 게임의 설계 면에서는, 별 생각 없이 플레이를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시스템을 접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우선은 편하게 플레이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게임 시스템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튜토리얼을 다시 읽고 게임 시스템을 더 이해하게 되면, 한층 심오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시리즈 첫 작품의 리메이크의 리마스터라는 점을 생각하면, 사가 시리즈의 다른 과거 타이틀을 현 세대로 옮기는 작업도 기대해봄직 하다.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사가 프론티어 2'를 위시하여,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가 시리즈가 나오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해도 괜찮을지?
미 : 유저들의 요청이 많은 타이틀은 리메이크나 리마스터를 검토할 것이다. 요청이 많은 타이틀은 그럴 만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 가능한 그렇게 하고자 한다. 루리웹 독자 여러분께서도 플레이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하다.
● 최근 스퀘어 에닉스의 여러 타이틀이 론칭 시점에 한국어를 지원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사가 시리즈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아직까지 해외 론칭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이 : 사가 시리즈는 다른 시리즈와 비교하면 해외에서는 아직 작은 IP다 보니, 많은 회사와 협력하여 한국어판을 출시하게 된다. 이건 비지니스 면에서의 문제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인데, 무척 아쉽지만 처음부터 모든 언어 사양에 맞춰 번역할 정도로 해외 전략을 세워오지는 않았고, 해외 시장을 계속 찾고 있는 상황이다.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면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제야 한국에서도 몇 개 타이틀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려고 한다.
미 : 해외 전개는 계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향후 유저들의 요청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계속 활동하고자 한다.
● 사가 시리즈 프로듀서인 이치카와 씨에게 묻고 싶다. 2016년 발매된 '사가 스칼렛 그레이스' 이후 콘솔로는 완전 신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신작을 개발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리메이크나 리마스터가 아닌 새로운 사가를 다시 한 번 콘솔에서 만날 수 있을까?
이 :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잠깐만 기다리세요!(한국어로)
● 조금 주제를 바꿔서, 모바일로 서비스 중인 '로맨싱 사가 리유니버스'도 어느덧 한국 서비스 3년차에 접어들었다. 현재 이용자 현황은 어떻게 되나?
이 : 대만 다음으로 한국 시장이 크고, 그 다음이 북미이다 보니 한국 유저들의 목소리도 종종 듣고 있다. 다만 한국에는 생방송 같은 것이 없어서 앞으로는 해보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알기 때문에, 트위터에서 한국어로도 코멘트를 받았으면 좋겠다.
● 모바일을 대상으로 한 로맨싱 사가 리유니버스나 '임페리얼 사가 이클립스' 외에도 '사가 프론티어 리마스터', '사가 콜렉션'에 로맨싱 사가 -민스트럴 송- 리마스터에 이르기까지 모두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하고 있다. 향후 발매될 게임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유지될까?
이 : 모바일로 즐기기 어려운 스펙의 사가 시리즈를 출시할 때까지는 모바일에서도 출시를 이어가고자 한다. 콘솔 게임기가 없는 게이머도 많기 때문이다.
● 끝으로 루리웹 이용자들과 사가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미 : '로맨싱 사가 -민스트럴 송- 리마스터'는 PS2판의 시점에서 당시의 '사가 시리즈'를 집대성한 느낌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캐릭터를 바꾸어 다시 플레이하면, 한층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주회 플레이를 즐기길 추천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내용이지만, 사가 시리즈는 단순한 RPG가 아니다. 일본에서는 반 전체가 드래곤 퀘스트와 파이널 판타지를 하는 와중에, 그럼에도 사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플레이하는, 그런 게임이었다. 일반적인 RPG에 질린 게이머라면, 꼭 플레이해 보길 바란다.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