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월드의 모든 순간마다 전투를 즐길 수 있게 했다, '디아블로 4' 개발진 인터뷰
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간담회 행사에서 개발팀은 디아블로 4의 오픈베타 콘텐츠를 설명하는 한편, 국내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설명한 바 있다. 3월 18일부터 진행되는 베타 테스트 얼리 액세스를 블리자드 가맹 PC방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한편, 한국 팬들의 성원에 답하기 위한 별도의 자리도 마련된다.
해당 간담회에서 몇 개의 질문이 나오기도 했으나, 모든 궁금증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래서 간담회 종료 직후, 두 개발자를 찾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이번 주 베타 테스트를 앞둔 ‘디아블로 4’에 대하여 로드 퍼거슨 디아블로 총괄 매니저와 조 셜리 디아블로 4 게임 디렉터와 나눈 문답은 아래의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좌측부터) 조 셜리 디아블로 4 게임 디렉터 / 로드 퍼거슨 디아블로 총괄 매니저
조 셜리 = 세트의 경우 다른 아이템과 달리 여러 역할을 한다. 시각적인 효과를 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이템의 수에 따른 보너스를 통해서 게임 플레이에 흥미를 이끌어낸다. 세 개의 세트를 찾았을 때, 나머지를 찾기 위해 시간을 투여하는 등 플레이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전작인 디아블로 3에서는 세트는 상당히 큰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디아블로 4를 디자인하면서 몇 가지 발견한 부분들이 있었다. 빌드에 있어서 다양한 아이템이 존재하는데, 세트 아이템 위주로 게임이 흘러가면서 천편일률적인 빌드로 귀결되기도 했다. 디아블로 4는 이를 지양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추후 추가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세트 아이템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동일한 아이템을 일률적으로 착용하지 않는 것으로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했다.
● 신화 등급 아이템은 지난 테스트 / 이번 베타 테스트에서도 확인할 수 없던 부분이었다. 꽤 괜찮은 아이디어였는데 전환된 이유가 궁금하다. 당초 신화 등급 아이템을 어떻게 디자인하고자 했는지 기획 의도를 설명해 주었으면 한다. 만약 나오게 된다면, 유니크 아이템처럼 스킬의 형태를 바꾸는 형태가 되는 것인가. 아니면 유니크에서 능력치만 더 높은 상태가 되는 것인가.
조 셜리 = 좋은 질문이다. 아침 세션에서도 이야기했었지만, 개발 기간에 공개했던 시스템들은 완료될 때까지 많은 과정을 거친다. 개발 시작 지점에서 시스템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커뮤니티를 통해서 받는다. 그렇기에 개발 전체를 보자면, 공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고 개선하는 방식을 취한다. 언급한 신화 아이템이 좋은 예다.
신화 등급 아이템의 대체가 유니크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전설 아이템 같은 경우는 다양한 변수가 있다. 부츠나 바지가 있고 여기에 전설 아이템의 속성이 들어가게 된다. 플레이어들은 이를 다양한 장비에 부여해서 조합할 수 있다. 유니크 아이템은 이와 달리, 고유한 아이템만의 역사가 있다는 점을 살리고자 했다.
그래서 아이템에 이야기를 담는 시도 등 여러 가지를 진행하고자 했었다. 이러한 유니크 아이템은 의미가 있으며, 엔드 콘텐츠에서 탐험과 모험을 통해서 찾아 나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게임 플레이의 종반부에 이르러야만 찾을 수 있는 여러 유니크 아이템을 추가하기도 했다.
● 전설 아이템의 효과를 정수로 추출해 거래 가능하도록 기획했다. 이와 같은 구조를 보면, 플레이어들이 보다 자유롭게 빌드를 시험하고. 바꿀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개발진의 구상도 이와 같은 형태를 기대하고 있는 것인가.
조 셜리 = 전설 아이템은 정수를 추출할 수 있다. 그 종류도. 그 속성도 많다. 앞으로도 다양한 전설 아이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로드 퍼거슨 = 이러한 시스템은 빌드에 있어서 위상을 추출해서 다른 아이템과 조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개인적으로 디아블로 4에서 좋아하는 부분이다. 빌드의 커스터마이징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검에 달린 속성을 떼어다가 신발 장비에 조합하고. 다시 검을 찾아보는 형태의 플레이가 가능하다. 장비 칸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속성을 이리저리 조합하는 것으로 빌드를 최적화할 수 있기에 좋아하는 부분이다.
조 셜리 = 이러한 시스템이 있기에 노란색 레어 아이템이 후반부에도 여전히 큰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 중요하다. 플레이어에게 필요한 능력치가 달린 레어 아이템을 찾고. 여기에 전설 속성을 붙여서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로드 퍼거슨 = 조금 답변이 길어지는 것 같지만, 이는 ‘힘의 전서’와도 연결이 된다. 플레이어들이 필요한 속성이 달린 아이템을 게임 플레이 도중 획득하지 못했다면, 특정 던전을 찾아서 원하는 속성의 아이템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힘의 전서를 수집하면서 보다 능동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현재 오픈 베타에서도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테스트에서는 전투 뿐만 아니라 감정표현을 이용해서 작동하는 오브젝트나 퀘스트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기도 했다. 이후 메인 퀘스트에서도 전투 외적인 기믹이 활용되기도 하는가.
조 셜리 = 일단은 ‘그렇다’ 라고 말씀을 드린다. 퀘스트야 말로 여러 종료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창구이자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다양한 요소를 퀘스트에 활용하고자 한다.
물론, 퀘스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해결 방법을 추측하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혼동이 오지 않도록 정확하게 드러나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지난 테스트에서는 일부 퀘스트의 경우 감정 표현을 사용하곤 했는데, 이에 혼란을 느낀다는 피드백도 있었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고자 했다.
로드 퍼거슨 = 한편으로 퀘스트는 게임 내에서 새로운 기능이나 요소를 플레이어들에게 선보이는 역할을 한다. 말씀 주셨던 것처럼, 모집병을 응원하는 퀘스트의 경우에는 이를 통해서 어떻게 감정 표현을 사용하고. 다른 플레이어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 기회로 가져가고자 했다. 이렇게 퀘스트를 통해 새로운 느낌의 콘텐츠를 배울 수 있도록 했던 부분이다.
● 릴리트 석상 같은 오브젝트들. 보루의 로프나 다각적으로 접근하는 길 같은 것들을 보면, 월드를 복잡하게 설정하고자 한 의도가 느껴진다. 메인 퀘스트 동선과 겹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서 의도적으로 액트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상당히 공을 들인 것이 보이는데, 각 지역을 디자인하면서 신경을 쓴 부분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레벨 디자인 측면 혹은 퀘스트 동선이나 랜덤 인카운터 퀘스트 등 구상했던 부분들을 설명해 주었으면 한다.
조 셜리 = 모든 요소를 잘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레벨 디자인 팀에서는 월드 안에서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몰입(※ 주 : Flow로 표현)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 퀘스트를 진행하고자 한다면 진행 도중에 만나는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흥미를 느끼게 만들고자 했다.
그런 의미에서 디아블로는 ARPG 장르이기에 전투의 박진감만큼, 세계를 탐험하는 데 있어서 속도감이 느껴지도록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의 속도를 조정하거나. 얼음 길이 있다면 미끄러져 이동하거나. 사다리의 중간지점에 다다르면, 뛰어내려서 속도감을 주기도 한다. 이런 부분들을 게임 플레이에 적용하고자 했다.
더불어 디아블로 4의 성역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성역 곳곳을 탐험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했다. 전투 시에는 모든 여정을 쿼터뷰로 표현하는데, 플레이어들이 높은 건물이 있는 도시에 방문하거나. 산 주변을 지나면, 여러 시각적인 요소를 통해 다채로운 경험을 선보이고자 했다. 예를 들면, 밧줄을 이용해서 몬스터들의 위를 지나서 간다거나. 고지대에서 계곡을 내려다보는 이런 경험을 만들고자 했다.
로드 퍼거슨 = 디아블로 4의 세계에서 독특한 것은, 성역의 모든 장소가 전투를 위해서 디자인되도록 하는 부분이었다. 플레이어들이 여정을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탐험이라는 면이 끊겨서는 안 됐다. 따라서 탈것을 이용 중이더라도 바로 중간에 내려서 몬스터와 전투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모든 순간에 전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이것이 디아블로 4만의 독특한 면이 됐던 것 같다.
● 지난 미디어 대상 테스트에서는 사이드 퀘스트가 생각보다 많아서 즐겁게 플레이했다. 더 놀라운 점은 이게 당시에는 보이스 웨어 기계음이었지만, 그래도 더빙이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발매 시점 그리고 다른 액트까지 고려하면, 꽤 많은 사이드 퀘스트가 있을 것 같다. 이 모든 퀘스트에도 더빙이 들어간 것인가.
조 셜리 = 아침에도 언급됐지만, 디아블로 4에는 900 개 이상의 NPC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모든 캐릭터에 더빙이 들어가 있다.
● 테스트에서 개인적으로 깜짝 놀랐던 것은 도살자(Butcher)가 갑자기 등장해서 날 죽이고 사라질 때였다. 아니 이게 맞나 싶어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습격자를 게임 내에 넣은 이유가 무엇인가.
조 셜리 = 우선 이 말을 드린다. “HA HA!” 전작인 디아블로 3에서 독특했던 것은 보물 고블린이라는 존재였다. 보물 고블린은 이리저리 이동했고 더 많은 몬스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전투의 몰입을 유지하고. 그 페이스에 변화성을 가미하는 요소였다. 디아블로 4에서도 비슷한 요소를 그려보고자 했다.
이런 점에서 도살자는 캐릭터가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초기 디아블로에서부터 존재했고. 그 캐릭터의 정체성이 습격을 하는 것에 있었다. 이러한 점들을 되살리고자 했다. 습격 그리고 깜짝 놀라는 서프라이즈 요소를 통해서, 플레이어들이 반응하게 만들고자 했다.
로드 퍼거슨 = 질문을 주실 정도로 기억에 남는다는 점에서, 이는 플레이어의 뇌리에 깊게 박히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도살자의 습격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또 있다. 처음에는 당하더라도 두 번째 조우에서는 이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서 플레이어들이 성장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한 테스터는 갑자기 나타난다는 점에서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는 있겠지만, 두 번째 조우에서 승리했을 때에는 보람찼다는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이런 부분에서 성장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 레벨 스케일링은 항상 도전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에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플레이어가 강해졌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라이브 서비스라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기도 했을 테지만,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레벨 스케일링을 엔드 콘텐츠 시점이 아니라,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전체에 걸쳐 넣게 된 이유를 들어보고 싶다.
조 셜리 = 오픈 월드가 보유한 특징 중 하나가, 탐험 중 다른 플레이어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친구를 초대해 즐기는 과정에서 레벨이 다른 플레이어들과도 게임을 즐길 수 있었으면 했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경험을 나누는 부분이었고. 여기에 장벽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했다.
레벨 스케일링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을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개발 과정에서도 레벨 상승에 따라 플레이어 얻는 전투 성능 조정을 고심했다. 그러면서도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이 느껴질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성장을 하면서 플레이어들은 다음 월드 레벨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몬스터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고정된 어려움을 선사하고자 했다. 예를 들면, 레벨 100에서도 보스 몬스터가 있다. 이러한 것들이 고정적인 어려움을 주는 콘텐츠라고 이해하시면 되겠다. 이후 엔드 콘텐츠에서 만나는 ‘악몽 던전’은 여러 난이도 레벨이 존재한다. 단계마다 어려움의 정도가 정해져 있으므로, 특정 레벨의 악몽 던전이 쉽다면 다음 레벨로 넘어가서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하고자 했다.
로드 퍼거슨 = 덧붙이자면,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선택지가 마련되어 있다. 월드 티어를 올리는 것으로 난이도가 조정된다. 당연히 더 단계를 높일수록 어려움이 있고 이를 이겨내면 더 많은 보상이 주어지는 구조다. 이러한 점에서 신규 플레이어도 디아블로 4를 학습함과 동시에, 하드 코어 플레이어도 다양한 난이도로 게임을 접할 수 있다. 난이도 선택도 비슷한 맥락이다.
조 셜리 = 좋은 포인트를 짚어주셨는데, 오픈월드의 스케일링은 다시금 플레이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캠페인을 비정형적으로 만들었기에, 새 캐릭터를 만들어 플레이하는 것도 염두하고 스케일링을 만들어야 했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