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화가 가능한 맞춤형 컨트롤러, '듀얼센스 엣지' 첫인상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SIE)의 새로운 컨트롤러 '듀얼센스 엣지' 무선 컨트롤러는 여러 의미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기존의 듀얼센스에 비해 커스텀 기능이 대폭 확장됐지만, 그만큼 가격도 30만 8,000원으로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듀얼센스 엣지에 대한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제값을 하느냐'다. 개인화가 가능한 장비가 비싼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납득할 만한 성능 체감이 따라줘야 한다.
과연 듀얼센스 엣지는 제값을 하는 컨트롤러일까? 감사하게도 SIEK를 통해 듀얼센스 엣지를 직접 만져보고, 간단하게 체험해볼 기회를 얻었다. 이번에 다룰 내용은 듀얼센스 엣지의 '첫인상' 위주이며, 보다 상세한 리뷰는 후속 기사를 통해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
개인화 가능한 맞춤형 컨트롤러, 듀얼센스 엣지
듀얼센스 엣지는 듀얼센스와 폼팩터가 완전히 동일하다. 듀얼센스가 이미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충분히 쾌적한 사용감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개선보단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고, 그 결과 듀얼센스 엣지는 듀얼센스와 정확히 동일한 크기로 만들어졌다. 물론 추가 기능 구현을 위해 내부 부품 자체는 달라졌기 때문에 무게는 335g으로 280g의 듀얼센스에 비해 약 55g 늘어났다.
듀얼센스 엣지
크기는 동일하지만 기능은 확장됐다. 듀얼센스 엣지는 모든 버튼을 자유롭게 리매핑할 수 있으며, 스틱 및 트리거의 감도를 미세 조정할 수 있으며, 사용자 프로필을 저장해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설정 값을 편리하게 불러올 수 있다. 스틱 모듈 탈착 기능을 통해 게임패드 컨트롤러 특성상 가장 수명 소모가 빠른 스틱 모듈을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등 소모품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고민한 부분도 엿보인다.
겉보기엔 듀얼센스와 비슷해 보인다. 그도 그럴게 완전히 동일한 크기로 개발됐다
듀얼센스 엣지는 하단 커버를 벗겨 내고 스틱 모듈 교체가 가능하다!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거나,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 않아 말 그대로 손쉽게 교체 가능하다
간단히 탈착이 가능한 스틱 모듈
버튼을 자유롭게 리매핑 가능하다
스틱 및 트리거 감도를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기도 하다
특히 듀얼센스 엣지는 사용자에 맞춰 '개인화'할 수 있는 형태로 설계됐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먼저 듀얼센스 엣지는 사용자의 게임 플레이 성향에 따라 스틱 캡의 높낮이를 달리 설정할 수 있다. 장착되어 있는 스틱 캡을 위로 잡아 당겨 분리하고, 높이가 다른 높이의 스틱 캡으로 갈아 끼우면 된다. 스틱 캡의 높이가 높아지면 조작이 보다 정밀해지고, 낮아지면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반응이 빨라지므로 게임 플레이에 따라 좌우 스틱의 높낮이를 바꿔주면 된다.
스틱 캡 변경, 추가 버튼 장착 등으로 개인화가 가능한 구조로 설계된 듀얼센스 엣지
이런 식으로 스틱 캡을 뽑아서 교체할 수 있다
높은 스틱 캡(우측)을 장착한 모습, 더 세밀한 조작이 가능해 진다
후면 상단에 내장된 트리거 장력 조절 스위치를 통해 트리거의 장력을 조절할 수도 있다. 장력 조절 스위치는 짧음, 보통, 긺 3단계로, 플레이하는 게임에 따라 자유롭게 조절하여서 사용하면 된다. 장력을 짧게 할수록 반응 속도가 빠르고, 길게 할수록 반응은 느리지만 정밀한 입력이 가능하다.
트리거 장력을 조절할 수 있는 스위치, 레이싱 게임을 즐길 때 요긴하게 쓰였다
후면 버튼은 양쪽에 하프 돔 모양과 레버 모양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장착할 수 있다. 하프 돔 모양은 반응 속도는 적당하지만 눌렀을 때 피드백이 확실하고, 레버 모양은 반응 속도는 빠르지만 눌렀을 때 피드백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개인적으로 레버 모양은 눌렀을 때 피드백이 적어 싫어하는데, 피드백이 확실한 하프 돔 모양을 선택할 수 있어서 좋았다.
후면 버튼, 하프 돔 모양과 레버 모양 중 하나를 선택해서 장착할 수 있다.
컨트롤러 하단에는 Fn(펑션) 버튼은 Fn 버튼과 다른 버튼을 조합해 미리 설정해둔 개인화 프로필을 불러와 즉시 적용하거나 게임 음량 조절 및 채팅 기능 온·오프가 가능한 편리함을 갖췄다. 게임을 잠깐 멈추고 별도 메뉴창을 열어 설정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게임 몰입도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Fn 조합으로 게임 플레이를 멈추지 않고 사용자 프로필을 적용하거나 볼륨 조절을 할 수 있다
듀얼센스 엣지의 개인화 설정은 PS5가 아닌 컨트롤러 자체 메모리에 저장된다. 즉, 한 번 값을 설정하면 언제 어디서나, 어느 기기에 연결해도 미리 작성한 자신만의 설정을 손쉽게 불러올 수 있다. 정말 맞춤형 컨트롤러인 셈이다.
이밖에 소소한 편의성이자 나름의 프리미엄 요소로 휴대용 케이스에 컨트롤러를 넣은 채 충전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정품 휴대용 케이스는 후면에 열고 닫을 수 있는 밸크로 소재 입구가 있고, 그 부분을 열면 딱 컨트롤러 충전 포트가 드러나게 된다. 직물 소재로 만들어진 USB-C 타입 브레이디드 케이블은 잘 꼬이지 않고 튼튼하며, 기본으로 제공되는 커넥터 하우징을 통해 빈틈없이 충전 선을 컨트롤러에 연결할 수 있다.
듀얼센스 엣지를 수납할 수 있는 휴대용 케이스
케이스를 완전히 닫은 모습
후면을 열면 바로 충전 포트가 보인다
동봉된 브레이디드 케이블로 충전하면 된다. 네모난 것은 컨트롤러와 케이블을 빈틈없이 고정해주는 커넥터 하우징
소프트웨어 혁신에 집중하다
외형적인 디자인만 두고 봤을 때 듀얼센스 엣지가 '혁신적인 디자인인가?'라는 의문을 던진다면 그렇진 않다. 전문가의 손길 없이도 손쉽게 교체 가능한 스틱 모듈과 취향에 따라 교체 가능한 후면 버튼은 특별하고 편리하지만, 완전히 처음 선보이는 기능은 아니다. 듀얼센스와 동일한 폼팩터를 사용하는 만큼 생김새도 익숙한 그것이다.
사실 게임패드 컨트롤러는 인체공학적 디자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 정형화된 만큼 하드웨어 디자인으로 안정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쉽지 않다. 듀얼센스 엣지는 그러한 한계를 깔끔하게 인정하고, 소프트웨어 디자인 혁신에 집중했다.
듀얼센스 엣지의 혁신은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체감하기 어렵다. 기자는 현장에서 '그란 투리스모 7'과 '데스티니 가디언즈' 두 게임 타이들을 체험해볼 수 있었는데, 두 타이틀 모두 개인화 설정을 하기 이전과 이후의 극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버튼마다 용도에 따라 반응 속도, 정밀도 등을 세밀하게 설정해두니 확실히 편했다.
개인화 옵션을 통해 가장 확실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데스티니 가디언즈, 즉 FPS 장르다. FPS는 사람마다 컨트롤러를 다루는 습관, 무게, 반응 속도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조준 정밀도가 달라지게 된다. PC의 경우 보다 정말한 조준을 위해 게임 옵션에서 마우스 민감도를 손보게 되는데, 흔히 이것을 '감도를 깎는다'고 표현한다.
듀얼센스 엣지는 이 감도를 개인에 맞춰 한번 더 세밀하게 깎을 수 있는 추가 설정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좋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컨트롤러를 활용한 FPS 게임 플레이는 컨트롤러 특유의 민감도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 하는 편인데, 듀얼센스 엣지의 개인화 설정을 통해 자신만의 감도를 깎고 나서 즐겨보니 그 동안 제대로 잡지 못하던 총기 반동이 잡히고, 더욱 정밀한 조준이 가능해져 전보다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특히 스틱 민감도의 경우 개발사 측에서 미리 용도에 따라 지정해 놓은 간편 옵션으로 빠르게 설정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간편 옵션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설정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꽤 즐겁다.
감도를 깎아 자신만의 컨트롤러를 만들 수 있는 듀얼센스 엣지, 설정은 컨트롤러 자체 메모리에 저장된다
비싼 컨트롤러, 직접 손에 쥐어보니…
직접 경험해 보기 전의 듀얼센스 엣지의 첫인상은 '비싸다'였다.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다. 겉보기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는데 가격은 몇 배로 뛴 격이기 때문이다. 또 스틱 모듈 교체를 위해 탈착이 가능해진 검은색 커버의 경우 무광에서 유광으로 바뀌면서 없던 호불호가 생기기도 했다. 유광으로 바뀐 이유는 커버를 벗긴 상태와 벗지기 않은 상태를 육안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커버를 벗기기 전(좌), 커버를 벗진 후(우), 육안으로 확실히 구분된다
직접 경험해 보고 나니 그 첫인상은 조금 달라졌다. '비싸지만 제값한다'다. 내구성, 가능성, 확장성 등 듀얼센스 엣지에 대한 추가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아직 출시도 안된 현시점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순 없겠지만, 현재까지 느낀 경험을 종합하면 컨트롤러 치고는 굉장히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제값을 한다고 느껴졌다.
어떤 게임 플레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해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게이머, 혹은 기존의 컨트롤러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게이밍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게이머에겐 이러한 개인화를 목적으로 하는 값비싼 장비는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 않을 것이다. 반면 조건을 정돈하여 쾌적한 게임 플레이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즐기는 게이머, 혹은 시중에 판매 중인 컨트롤러 중 자신에게 맞는 컨트롤러가 없는 게이머라면 듀얼센스 엣지를 추천할 만하다. 자신에게 적합한 설정 값을 찾아가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며, 한 번 설정해 놓으면 다양하게 써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게임은 뒷전으로 나만의 프로필을 만드는데 몰입하게 된다.
나만의 프로필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개인화의 가치와 가격에 대한 저울질은 비단 게임패드 컨트롤러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키보드로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은 사무용 멤브레인 키보드로도 자신의 실력을 뽐내며 게임을 잘 즐기는 반면, 어떤 사람은 실력을 최대로 끌어내기 위해 입력 피드백이 확실하고 키 입력 감도 조절이 가능한 고급형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와 같은 이치로, 듀얼센스 엣지는 개인화의 가치에 큰 의미를 두는 게이머에게는 만족스러운 컨트롤러가 될 수 있지만, 기존의 컨트롤러로도 충분한 경험을 얻어왔던 게이머들에겐 듀얼센스 엣지의 높은 가격 책정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질 수 밖에 없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장인이 아니면 도구를 가리게 된다는 말이다. 듀얼센스 엣지는 기자와 같이 장인이 되지 못한 자들을 위한 컨트롤러다. 만약 아직 내 손에 맞는 컨트롤러를 찾지 못했다면, 개인화가 가능한 컨트롤러, 듀얼센스 엣지를 통해 장인의 영역에 들어서 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로 듀얼센스 엣지는 PC에서도 그 기능을 유감 없이 즐겨볼 수 있을 예정이다.
듀얼센스 엣지는 1월 26일 전 세계 동시 판매가 진행되며, 국내 권장 소비자 가격은 30만 8,000 원이다. 교체가 가능한 스틱 모듈은 3만 800 원이다.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