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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X인벤 게임 컨퍼런스 IGC 2022 1일차. 넥슨 게임즈에서 ‘퍼스트 디센던트’ 개발을 담당하는 이범준 프로듀서가 강연을 진행했다. ‘크로스 플랫폼 루트슈터 개발기’ 라는 제목으로 본 게임을 만들며 겪은 사례를 공유했다. 서술 편의를 위해 강연자의 입장에서 평문으로 기술했다.
가장 먼저 박용현 대표가 어느날 갑자기 게임 하나 같이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회사에서 원했던 건 글로벌 지속 라이브 서비스가 가능한 PC 온라인 RPG였지만 제가 만들고 싶었던건 개발자로서 좀 멋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고, 글로벌 대상 콘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근접전 게임을 평생 만들었으니 그게 아닌 건파이팅 위주의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두 니즈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보고자 했다. 공통 분모를 따지다보니 그럼 꼭 흔한 PC MMO 아니어도 된다라는 생각으로 역제안을 했다. 이른바 루트슈터 게임들. 꽤 선호도가 높고 조금 마니악하면서 흥행 하고 있는 그런 게임들 말이다. 저도 회사를 설득해야 하니 시장성에 대해서도 검토했는데 확실히 출시 게임이 많지 않고 만들기 어려운 편인 게임들이었다.
2019년에 시작했는데 당시 생각으로는 시장 경쟁자가 그리 많지 않으니 해볼만하지 않나 라고 생각했다. 당시 실질적으로 계속 라이브 서비스가 이어지던건 워프레임, 데스티니2 정도였으니까. 게임 유저의 입장에서는 이 장르를 계속하고 싶은데 출시되는 게임이 적고,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보였다. 그래서 가능하지 않을까, 워프레임, 데스티니와 같은 대열에 낄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 하는 행복회로를 돌렸다.
그렇게 방향성을 정하고 개발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고 코드명을 매그넘으로 지었는데, 이 프로젝트명이 후회하는 점이 될 줄 몰랐다. 게임명 정식 공개 후에 만나는 사람마다 100이면 99가 매그넘이 더 낫다고 하더라. 이후 개발 준비를 하며 방향성을 잡고 팀 빌딩을 하고 예산을 기획하는 재미없고 지루한 일들이 지나갔다.
그리고 게임을 만들다보니까 왜 게임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은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확실히 제작이 쉽지 않았다. 데스티니의 개발기가 담긴 책 ‘피 땀 픽셀’을 인상깊게 읽었는데, 항상 패키지 게임 만들던 회사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만들다보니 벌어진 일들을 다룬다. 내용 중에는 WoW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는데 관성적으로 총을 쏘게 되고 1인칭으로 가고 그래서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앤썸’이 어떻게 망했는가를 다루는 기사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데스티니’를 보고 다양한 총기 게임을 만들고 싶었는데 다들 RPG를 만들다보니 그 기반의 생각만하니 어려웠다고. 또한 이후에 나온 ‘아웃라이더스’ 는 대규모 온라인 서비스를 해본 적 없다보니 미숙한 운영 문제가 두드러졌다.
즉 루트 슈터는 이런 경험들, 노하우가 모두 있어야 만들 수 있는 장르다. 우리도 비슷한 어려움이 많았다. PVE 슈터를 만들어야 하니 프로토타이핑을 시작했는데 사격 공격 비중을 높이고, 판타지 컨셉 기반에 SF 느낌을 더하고 한국적인 스타일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프로토타입을 기반으로 좀더 고민하게 됐다. 어중간한 판타지 SF에서 좀더 본격적인 SF로 테마를 이동하고, 전투 또한 관성적으로 군데군데 근접 공격을 넣다보니 애매한 느낌이라 더 과감하게 본격적인 슈터로 가기로 했다. 비주얼 퀄리티도 더 높여야 한다.
그리고 나서 21년 3분기에 첫 티저를 공개했다. 예상보다 조회수가 높았고 기대치가 높아졌다. 아마 저 분기에 공개한 영상 중에 조회수가 가장 높은 게임 영상이었다. 다음으로 FGT를 준비했다. 소규모 인원으로 진행해서 다음 테스트의 목표를 설정했다. 올해 초에 한국 북미 각각 진행했고 테스트 결과도 준수했다.
그럼 이제 미뤄둔 이슈를 해결해야 했다. 그 사이 언리얼 엔진 5가 공개됐고 이 새 엔진으로 이행할지 고민을 오랫동안 했다. 결론을 딱히 내리기 어려웠고 내부적으로는 병렬로 따로 프로그래머 투입해서 게임 개발과 엔진 작업을 동시에 하자고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 대해서는 우리 담당자가 언리얼 서밋에서 강연한 바 있다.
본격적으로 스팀 베타 테스트를 준비했다. 이전 테스트의 평가가 좋았기에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진행했다. 그만큼 굉장히 힘들었다. 글로벌 서버 준비, 언리얼 5 게임으로 플레이 가능한 사실상 최초의 게임이기도 했고, 각종 다국어 언어 지원, 1주일의 테스트를 위한 충분한 볼륨 등 수많은 요소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에 맞춰 스팀 게임 페이지도 열고, 각종 게임쇼 맞춰 홍보도 진행하고 IGN 과 협업하여 채널에 영상 홍보도 올렸다.
한국에서는 테스트 오픈 당시에 이런 반응이 나오기도 했는데, 많은 이들이 K-데스티니를 예상했는데 패를 까보니 사쿠라였다고. 저에겐 그 표현 자체가 영광이었다. 일종의 홍보와 게임의 괴리라고 할까, 우리가 사전에 만들어지는 이미지를 통제할 수는 없고 그 이미지 자체의 영향력은 강했다. 사실 저희 자체가 일명 폐지줍는 게임을 목표로 했었고, 그렇게 이미지가 생겼고 그만큼 홍보와 함께 오해도 많이 생겼다.
하지만 그만큼 베타 참여도 높았고 세간의 관심도 높았다. 베타 게임 순위, 찜하기 순위 등에 순위권을 기록했다. 베타 종료 후에는 게임 만족도에 대해 설문을 진행했는데 전체 13160건 중 북미 유럽유저 비율이 높았고 긍정적인 평가 많았다. 게임의 핵심 피처에 대한 피드백도 좋은 편이었다. 특히 전투, 성장의 재미 등 핵심적으로 검증해야 하는 부분들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설문 제출 유저의 대부분이 출시 후 플레이 의향이 90% 로 좋았다.
그 외에도 몇가지 핵심 지적들이 있었다. 모션 블러 왜 못끄냐 같은 그래픽 세부 옵션들, 프레임 드랍 문제 등 기술적인 문제와 조작감 등의 문제에 대한 지적이 주를 이루었다. 요약하자면 긍정적이지만 갈길이 멀다 하는 느낌이다. 의도는 좋지만 실행은 그럭저럭 이다 이런 느낌. 그래도 관심은 굉장히 많이 받아서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현재는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개발팀 내에서 합의를 본 바, 충분히 시간을 들여 개선해서 내자 하고 있다.
■ Q&A
● 게임의 특징 중 하나인 그래플링 훅을 잘 활용하는 부분이 이번 테스트에서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플링 훅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 중 하나다. 프로토타입부터 있었던 피처였고 꼭 해보고 싶었다. 개발적인 니즈가 많았고 공격에 써보자는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그 결과물이 제 기준에 못미쳤다. 그래플링 훅의 사용성, 전용 콘텐츠 확보 등도 더 확보할 예정이다. 이동 기믹을 활용하거나 보스전에서 더 잘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야기 중이다.
● 근접전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셨는데, 향후 계승자 캐릭터나 무기로도 근접전을 아예 배제할 예정인가?
일단은 슈터 집중한 게임이다. 그리고 프로토타입에서의 근접전은 지금보다 더 한, 액션 게임같이 1타 2타 3타의 콤보가 있는 수준이었다. 그냥 슈터에 근접 무기를 추가한게 아니라 아예 관성적으로 근접 공격을 만든 것에 그게 총쏘는 감각과 너무 상반되어서 별로 좋지 않았다. 근접 곡경하는 순간게임이 이상해진 느낌이었다.
이제 근접 공격이 슈터에 걸맞는 걸로 바뀌어야 하는데, 캐릭터와 엮여야 한다. 현재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 중 샤렌은 근접 위주의 스킬 구성을 가지고 있다. 즉 이런 식으로 추가해나갈 것 같다. 전투의 방향성이 어떻게 흘러가는가, 관성적인 액션 RPG가 아니라 어떻게 지금 슈터 위주의 게임에 녹아들 수 있는가 고민하고 있다. 집중을 확실히 하고 캐릭터 중심의 게임이기도 하니 캐릭터의 스킬과 개성을 더 강화하는 느낌으로 가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캐릭터라도 슈팅의 비중이 아예 사라지진 않을거다. 아무튼 무엇이든 총은 들고 있어야 하니까. 그리고 전체적인 전투도 지금보다 스킬의 비중이 늘어서 지금 스팀 버전보다는 총기 사용의 비중에 비해 스킬 비중이 늘어날 것이다.
※ 루리웹 지스타 2022 기사는 우측 링크를 통해 모아 볼 수 있습니다 (페이지 링크)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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