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그래서 어디다 쓰는데? 답은 게임과 메타버스다
2017년 말,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며 급부상한 암호화폐. 그 기술적 기반인 블록체인과 함께 P2E(Plat to Earn) 게임을 이루는 근간이지만, 여전히 암호화폐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엇갈리는 중이다. 뭔가 새로운 화폐라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누가 보증하며 어디다 쓰냐는 본질적 의문. 이에 대해 9월(화), 코리아블록체인 2022 키노트 연사로 나선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가 ‘암호화폐의 궁극적 유틸리티: 게임과 메타버스’란 주제로 입을 열었다.
폭등과 폭락을 넘어, 위기에서 기회로
장 대표가 2018년 초 블록체인 사업에 시작할 때 관련 직원은 단 둘이었다. 심지어 그 즈음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여 유행이 사그라졌고 스캠(Scam, 사기)이라는 회의론이 팽배했다. 전세계 암호화폐 시장이 얼어붙으며 여러 회사가 사업을 정리했을 정도다. 장 대표는 2018년 2월 폭락이 없었다면 훨씬 더 많은 게임사가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지고 뛰어들었을 거라며, 아이러니하게도 암호화폐의 폭락 덕분에 위메이드가 이 경쟁에서 살아남았다고 회고했다.
어느정도 규모를 갖춘 회사는 보통 연말이 되면 여러 프로젝트의 퍼포먼스를 재검토한다. 이 프로젝트를 살릴지 죽일지 결정하는 것이다. 장 대표는 블록체인 게임이 바로 미래의 게임이란 신념이 확고했으나 언제나 패러다임 변화가 찾아올지는 미지수였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다면 내부 평가를 잘 피해가는 것도 요령이다. 그래서 직원 단 둘만 데리고 이사회의 관심을 끌지 않을 정도로 적은 예산만 사용했다. 결국 이 생존전략이 주효했음은 물론이다.
아주 작게 시작했던 블록체인 사업은 지난해 본사로 전격 통합되었고, 이제 위메이드는 전력을 다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중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카카오 ‘클레이튼’을 메인넷으로 선정하고 사이드체인으로 게임용 코인 ‘위믹스’를 발행했다. 장 대표는 2018년부터 블록체인 게임의 성공을 전망하고 나아가 모든 게임이 효율적으로 자체 토큰과 NFT를 발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걸 목표했다. 내달 론칭하는 메인넷 ‘위믹스3.0’은 그 기반이 될 것이다.
작년 8월 론칭한 ‘미르4 글로벌’은 약 1년간 2,000만 명이 넘는 유저가 접속했다. 필리핀, 브라질, 영국, 스웨덴, 벨기에 등 해외 여러 국가에서 앱마켓 순위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일일 활성사용자는 70만 명 이상, 최대 동시접속자는 140만 명 이상이다. 이 수치는 50만 명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미르4 글로벌’은 업계에서 이제껏 출시된 블록체인 게임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며 지속가능한 작품이라 평가 받는다.
게임과 블록체인, 그리고 메타버스까지
암호화폐가 이처럼 크게 대두된 배경에는 2017년 말부터 2018년초까지 비트코인 가격의 폭등이 있었다. 최초의 암호화폐 붐. 당시 어디를 가나 비트코인 이야기로 정신이 없었다. 스캠인가 진짜 돈인가, 더 오를까 폭락할까. 그 모든 설왕설래의 핵심은 “대체 그걸 어디다 쓰는데?”였다.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며 수많은 코인이 그 답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 같은 최고의 기업가와 투자자조차 암호화폐가 스캠인지 논쟁을 벌인다.
얼마 전, 전직 정치인이자 논객인 유시민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건, 진짜 돈으로 가짜 돈을 사는 짓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진짜 돈은 무엇이고 가짜 돈은 무엇일까. 저명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류 역사상 화폐가 내재 가치를 지녔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못박았다. 조개껍질이든 달러든 돈이란 언제나 신뢰의 상품이었다. 내재 가치는 돈의 필요, 필수조건이 아니다. 암호화폐도 같은 전철을 밟고 있을 뿐이라 것이 장 대표의 주장이다.
2018년 개봉하여 큰 성공을 거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 ‘오아시스’는 오늘날 메타버스 유행의 어머니와 같다. 작중 ‘오아시스’는 일종의 가상세계로 묘사되며 우리가 즐기는 여느 게임과는 중대한 차이가 존재한다. 게임에서의 재화를 현실로 끄집어내 실생활에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가상세계와 현실 경제를 연결하고, 암호화폐로 그 경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봤다. 즉 게임이 오랜 질문의 답이라는 것이다.
메타버스 유행을 놓고 실리콘밸리에선 “메타버스 감자칩을 팔아도 투자자가 몰릴 것”이라는 우스개가 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 주위로 엄청난 돈과 관심이 휘몰아치지만 여전히 그 정의는 불분명하다. 여기서 장 대표는 최소한 두 가지 사례에는 동의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메타버스의 롤모델을 제시한 ‘레디 플레이어 원’ 속 ‘오아시스’. 현재로서 가장 메타버스에 근접한 상용 게임이자 플랫폼으로 평가받는 ‘로블록스’. 대부분 이 둘은 메타버스로 인정한다.
잊지 말아야 할 건, 영화 속 ‘오아시스’는 ‘게임’사에 다니는 ‘게임’ 개발자 제임스 홀리데이가 만든 ‘게임’이란 것이다. ‘로블록스’ 역시 개발자에게 뭘 만드느냐고 물으면 ‘게임’이라 답할 테고, 아이들에게 지금 뭘 하냐고 물어도 ‘게임’이라 답할 것이다. 즉 다수가 동의하는 메타버스의 대표적인 사례 둘이 모두 게임이다. 물론 그렇다고 기존 게임과 똑같다는 건 아니다. 상술했듯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와 현실 경제가 연결된다. 나아가 게임과 게임, 경험과 경험이 연결된다.
작금의 게임들은 모두가 바다 위 섬처럼 동떨어져 있다. 반면 앞으로 블록체인이란 기술적 기반을 공유하는 게임들은 온갖 디지털 자산이 이어져 보다 큰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것이다. 이 구조는 점점 더 많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흡수하여 굉장히 많은 활용성을 지니게 된다. 멀티플 게임이 블록체인으로 연결되고, 모든 유저 경험이 블록체인으로 연결될 때 탄생할 거대한 생태계. 위메이드와 장 대표가 꿈꾸고 바라보는 메타버스란 바로 그런 모습이다.
위믹스, 블록체인 게임의 스팀을 꿈꾸다
이를 위해, 장 대표는 ‘미르4 글로벌’ 같은 단일 작품의 성공을 넘어 블록체인 게임을 위한 오픈 플랫폼을 만드는 중이다. 이미 15개 게임이 ‘위믹스’에 온보딩하여 자체 토큰과 NFT를 발행하는 중이며, 올해 말까지 약 100개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 목표다. 장 대표는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밸브 스팀을 꼽으면서도 그들이 배급사에 가깝다고 봤다. 일방적으로 게임을 판매할 뿐 유저가 스테이킹하고 거래하도록 허락치 않기 때문이다.
반면 ‘위믹스’는 오픈 플랫폼을 지향하며 블록체인에 대해 잘 모르는 게임사라도 자체 토큰, NFT 경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한다. 흔히 블록체인 산업은 시간이 4~5배 빨리 흐른다고들 한다. 그만큼 성장과 변화가 급박하다는 의미다. 15년 전, 밸브는 단 35개 게임으로 스팀을 론칭했으나 지난해 출시작은 11,000개에 달한다. 그 4~5배 속도라 따졌을 때 ‘위믹스’는 앞으로 3년이면 블록체인 게임의 주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리라, 장 대표는 자신했다.
오픈 플랫폼이 지닌 경제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애플 앱스토어의 가치를 약 86조로 추산하는데, 그 매출의 80%가 게임에서 나온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도 마찬가지로 매출 80%가 게임이다. 장 대표의 호언처럼 언젠가 모든 게임이 블록체인화된다면 그들을 위한 플랫폼이 필요해질 터이고, 바로 그때 그 자리에 ‘위믹스’가 있겠다는 전략. 끝으로 장 대표는 적자생존에 대한 찰스 다윈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 모두 살아남자고, 뭇 홀더의 무운을 빌며 기조연설을 마무리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