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스무 살 ‘라그나로크 온라인’, 다시금 한 살처럼
국산 온라인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한국을 넘어 해외에까지 큰 영향을 끼친 그라비티의 대표작 ‘라그나로크 온라인(Ragnarok Online)’이 어느덧 20주년을 맞았다. 단순히 출시된 지 20년이 넘은 게임이라면 얼마든지 있지만, 줄곧 라이브 서비스를 유지하며 20주년을 맞은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는다. 그만큼 ‘라그나로크 온라인’는 국산 온라인 게임 역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으며, 그 20주년이 갖는 의미 또한 결코 작지 않다.
이에 그라비티는 7월 31일, 서울 청담 SJ쿤스트할레에서 ‘스무 살의 라그나로크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사전 응모 및 선정된 500여 명의 유저와 함께 ‘라그나로크’ 20주년을 축하했다. 현장에는 뭇 유저의 메시지가 빼곡히 열린 20주년 축하 나무와 아케이드 감성 가득한 RO 오락실, 귀여운 코스튬 캐리커처 그리기, 추억의 뽑기 등이 마련되었고 한 켠에서 무료 음료와 함께 휴식을 취하는 라운지바도 운영됐다. 멋진 모델이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포토존도 빠질 수 없겠다.
오후 5시부터 진행된 본 행사는 ‘라그나로크’를 주제로 한 익스프레션 크루의 비보이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소통요정과 함께 하는 장학 퀴즈, 앞으로의 업데이트 방향성을 소개하는 개발자 쇼케이스 및 리서치, 그리고 많은 이들이 기다렸을 걸그룹 오마이걸의 축하 공연과 경품 추첨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뿐만 아니라 이날 참석한 모든 유저에게 핑클 이효리를 표지 모델로 ‘라그나로크’를 크게 다뤘던 PC 파워진 2004년 3월호 재발간 한정판과 각종 기념 굿즈, 게임에서 사용 가능한 캐시 및 아이템 쿠폰이 선물로 제공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20주년을 맞은 ‘라그나로크 온라인’ 향후 업데이트의 캐치프레이즈는 ‘스무 살의 라그나로크, 한 살처럼’이다. 그 시절 온라인 게임의 가장 큰 재미는 역시 사냥터에서 집중하고 공들인 만큼 모두에게 열려 있던 ‘득템’의 재미일 것이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다시금 파밍의 재미를 확대하는 한편, 이에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큰 매크로 단속에 심혈을 기울인다. 모니터링 효율을 높이고 매크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시스템 상의 방어책도 마련한다.
아울러 PvP와 PvE 전반에 신규 콘텐츠가 추가된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20년에 걸친 서비스로 캐릭터 스펙이 상향평준화되어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인 터라 PvP가 비활성화되었다. 새롭게 도입되는 신공성전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PvP 전용 장비가 별도로 존재한다. 이 전용 장비는 소량의 제니로 구매하여 20강까지 강화도 가능하다. 공성전의 무대인 헤로스리아는 여타 성들보다 크고 복잡한 구조에 각종 기물을 돌파해야 하는 등 전략적 요소가 풍부하다.
공성 시간은 매주 토요일 저녁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 동안이다. 복수의 길드가 공격측과 수비측으로 나뉘어 엘리시움을 파괴 혹은 수호하다 종료 시 성을 소유한 진영이 승리한다. 성주가 된 길드마스터에게는 확률적으로 시즌 아이템 상급 재료가 나오는 헤로스리아의 선물이 데일리 보상으로, 휘하 길드원에게는 헤로스리아 던전을 돌 때 유용한 버프가 제공된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새로운 엔드 콘텐츠 신공성전은 오는 9월 중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공성전과 마찬가지 이유로 비활성화된 전장 역시 신전장을 준비 중이다. PvP를 선호하지 않는 유저들을 위해서 고난도 던전을 공략할 때 시간이나 획득 점수를 기록하여 간접적으로 경쟁하는 콘텐츠도 도입된다. 에피소드: 20도 머지않아 업데이트될 텐데, 그간 카드가 너무 쌓인다는 피드백이 많았던 만큼 소모처가 크게 확대될 전망. 이외에도 MOTP 장려를 위한 보상 마련, 대량 일퀘 포기 등 편의성과 내비게이션 UI/UX 개선, 하위 직업군으로 의상 변경 기능, 그룹 및 전체 채팅 추가까지 장기간 서비스를 이어오며 켜켜이 쌓인 불편사항을 차례로 해결한다.
다음은 그라비티 전민우 개발 총괄 PD, 김성진 PM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전민우 PD가 ‘라그나로크 온라인’ 개발을 총괄한지 3년이 흘렀다. 그간의 소회가 듣고 싶다
: 지난 3년은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파악하는 기간이었다. 오래전부터 우리 게임을 즐겨온 분들이 어떤 점을 좋아했고 그게 왜 약화되었는지 등등. 개인적으로 놀랐던 건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초기부터 전체적인 구조가 굉장히 잘 잡힌 게임이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계속 서비스를 이어가며 이런저런 수정을 가하다 보니 초기 의도를 살리지 못한 부분이 있다. 그러다 보니 유지보수하기 급급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내기도 어렵고. 앞으로 5년, 10년 더 서비스하기 위해 문제점을 하나하나 해결하며 유저 여러분이 즐거운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다.
●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앞으로는 또 어떻게 발전해갈지
: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우리 게임을 즐겨주는 유저분들 아닐까. 20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까. 실제로 유저 데이터를 보면 평균 연령대가 상당히 높다. 이따금씩 글씨가 작아서 안 보인다거나 UI를 크게 키워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고. 자녀분과 함께 즐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 감사하기도 하고. 앞으로도 신규 콘텐츠를 추가하고 UI/UX를 계속 다듬어 남녀노소 온가족이, 나아가 전세계인이 즐기는 게임을 만들어가고 싶다.
● 그 외에 개발 총괄로서 지켜온 철칙이나, 시간이 지나며 생각이 바뀐 점은 없는가
: 온라인 게임이 20주년을 맞기가 굉장히 어렵지 않나. 그게 가능했던 건 우리 게임을 즐겨주는 유저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내 철칙이라면 뭐든 유저가 즐거워하는 콘텐츠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다만 세월이 흐르다 보니 어떤 건 도저히 실현하기 힘든 경우도 발생한다. 최대한 많은 유저가 즐거운 게임을 만들되 어느정도 현실은 받아들이자 싶었다. 그런데 이번 20주년 업데이트를 준비하며 다시금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뜻깊은 작품이다. 그 영향력을 자평하자면
: 20년 전 MMORPG는 남성 유저 위주의 다소 무거운 콘텐츠였다고 본다. 그걸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게 ‘라그나로크 온라인’이다. 서브컬처에도 많은 영향을 줬는데, 2003년 ‘라그나로크 페스티벌’을 첫 개최한 이래 2차 창작물을 만들어 공유하는 문화가 크게 퍼졌다. 유명 소설 ‘소드 아트 온라인’ 작가도 프로 데뷔 전 우리 게임을 깊이 즐겼다고 들었다.
● 20년 전 론칭한 게임인 만큼 엔진도 구식이다. 클라이언트 단계부터 뜯어고칠 계획은 없나
: 그게 차라리 빠르겠다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엔진 교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라이브 서비스에 계속 대응하는 와중에는 특히 어렵다. 교체 기간 중에는 어쩔 수 없이 콘텐츠 업데이트가 멈추는데 그게 더 큰 실망을 줄 수도 있고. 일단 소규모 인원으로 R&D만 하는 단계다.
● 금번 업데이트의 핵심인 신공성전에서, 유저들은 기존에 파밍한 장비를 쓰고 싶어할 텐데
: 굉장히 고민한 지점이다. 기존 장비를 그대로 쓰면서 한 방 싸움의 문제를 해소할 순 없을까. 대미지 공식을 고쳐서 딜을 최대한 낮추거나 특정 옵션을 제한하는 방법도 고려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라 앞으로 게임이 계속 업데이트될 텐데, 그저 대미지 공식만 수정해선 언젠가 다시금 터질 문제였다. 거기다 잘못 건들면 저레벨 유저는 아예 딜이 안 나와버릴 수도 있고. 그래서 포기할 건 깔끔히 포기하자고 결정하고 전용 장비를 도입했다.
● PvP 전용 장비는 어떻게 구할 수 있나. PvE 장비를 교환해주는 방식도 검토했는지
: 기본적으로 공성전 입장 시 시작의 정원이란 장소에서 소량의 제니로 구입할 수 있다. 헤로스리아 던전에서도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PvE 장비를 교환해주는 방식도 검토했으나 당장은 단점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정식 업데이트 후 밸런스를 보면서 추가로 검토하겠다.
● PvP 장비도 20강까지 강화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인챈트 등 다른 스펙업도 가능한가
: 유저가 계속해서 강해지는 PvE와 달리 PvP는 스펙의 상하한을 정해야 한다. PvP 전용 장비는 시즌마다 조금씩 바뀔지언정 그 성능에 리미트가 걸려 있다. 인챈트의 경우 단순한 강화와 달리 장비 성능이 큰 폭이 변동되어 조심스럽다. 한 방 싸움을 막으려고 전용 장비를 도입한 만큼 인챈트를 적용할지 여부는 깊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당장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 공성전에서 승리했을 때 주어지는 헤로스리아의 선물과 버프에 대해 자세히 알려달라
: 기존 공성전의 보상 수준은 업데이트 시점에 고정되어서 현재로선 효용성이 떨어진다. 반면 새롭게 제공되는 시즌 장비는 매 시즌마다 적절히 높은 성능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시즌 장비를 제작하는 재료는 헤로스리아 던전에서 떨어지는데, 하위 재료는 일반 몬스터도 주지만 상위 재료는 보스에게만 얻을 수 있다. 거기다 PK 던전이기 때문에 성주 길드원에게 주어지는 공방 버프가 매우 유용할 것이다. 길드마스터의 경우 데일리 보상으로 헤로스리아의 선물이 주어지며, 거기서 확률적으로 상위 재료가 나온다.
● 지난 4월, 프리서버에 대한 신고를 받는다는 공지를 올렸다. 어느정도 성과가 있었는지
: 프리서버에 대해선 여전히 접수를 받는 중이고, 신고가 들어오는 대로 법무팀에서 확인하여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프리서버 단속은 단발성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다.
● MOTP 사용을 장려한다고 했는데, 혹시 다중 클라이언트에 대한 내부 정책은 어떠한가
: 다중 클라이언트는 당분간 크게 손을 댈 생각은 없다.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뭇 유저가 최대한 불편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싶다. 다중 클라이언트가 문제되는 것도 맞긴 한데 그렇다고 당장 우리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의견을 배제해선 안된다. MOTP 사용을 장려하여 어느정도 폐단을 막고, 그래도 안된다면 그때는 유저분들과 긴히 소통이 필요할 듯하다.
● 20년차 IP라 신세대 게이머들은 되려 낯설 수 있겠다. ‘라그나로크’를 새롭게 알릴 방안은
: 이제는 ‘라그나로크’도 꽤 오래된 IP라 요즘 유저분들은 모를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계속 신작을 내놓고 SNS 홍보와 유튜브 방송도 준비 중이다. 애니메이션이나 각종 굿즈도 다양하게 준비 중이니 기대해달라.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