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떻게 우리를 우마뾰이하게 만들었나 - 우마무스메 한국어판 체험기
현지에서는 꽤나 폭발적인 반응이었기에, 국내 서비스가 빠른 시일 내에 정해진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를 시작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2021년 3월 말 퍼블리싱 계약 발표가 되었지만. 실제 서비스는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16개월 가량이 지난 현재에 이르렀다. 발표 이후 1년이 넘게 지나서야 한국어판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한국어판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2021년, 일본어판 서비스 당시 작성했던 체험기 와 빌드 내용은 같다. 애초에 서비스 초반의 버전이기에 게임 플레이의 기조도 내용도. 초기 시나리오와 프로모션에 이르기까지 모두 동일하다.
따라서 해당 체험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우마무스메는 승리의 드라마가 게임 플레이의 중심에 자리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인자’라 부르는 수 많은 시간의 누적.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승리라는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마무스메 플레이의 핵심이 된다.
시스템 설명 전, 앞서 언급한 ‘드라마’가 어떤 방식으로 표현 되는지를 알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한국어판 우마무스메의 대략적인 플레이 흐름. 그리고 과금 욕구가 들어서는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초반 레이스에서 1착 - 이후 레이스에서 3착 미만으로 저조한 성적 - 육성 시도 - 실패 - 플레이 결과물이 인자로 승화 - 더 좋은 인자를 확보하기 위한 반복 플레이 - 최종 URA 파이널 우승 - 일련의 과정 반복 이다.
이는 새로운 시나리오(현재의 URA 파이널즈)가 등장하더라도 큰 틀에서는 같은 구조를 갖는다. 즉, 우마무스메를 장기간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궁극적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랜 시간을 들여가며 인자를 갈고 닦고. 마음에 드는 인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폐기하고. 다시 도전하는. 최종 콘텐츠를 위한 플레이의 연속이다.
육성 - 이 인자가 아니야 - 육성 - 이 인자가 아니야앗! (이후 반복)
● 육성 시뮬레이션 - 같은 플레이의 반복 그리고 약간의 변화
당연하게도. 같은 플레이 반복은 지루함을 낳기 마련이다. 사전에 일본판을 플레이한 플레이어들이 이야기했던 대로. 육성을 반복하고 여기서 소폭의 결과물을 얻고. 이를 압축하고 수렴하여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 목표여서다. 어느 순간 분명하게 한계가 오고 지루해지는 지점이 온다.
우마무스메마다 마련되어 있는 시나리오. 비지 않는 수많은 이벤트. 복잡 다양하게 설정되어 있는 육성구조들이 있지만, 플레이 시간은 길다. 이미 경험한 이벤트들을 생략하고 진행하더라도 최소 20~30분은 걸리며, 모든 대사와 이벤트를 읽는다고 가정했을 때에는 한 번의 육성에 시간 단위가 소요된다. 모바일 타이틀임을 고려하면 너무도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이렇게 소요되는 시간들 모두가 결국에는 반복. 또 반복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일부 변화는 이루어지고 있다. 우마무스메의 모든 플레이가 육성이 이루어지는 시나리오에서 출발하는 만큼, 시나리오의 룰 일부를 변용하고. 다른 전략으로 육성을 진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일본에서 1주년 기념으로 선보인 시나리오 ‘뉴 트랙’을 보면 방향성이 명확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 서비스 1주년 기념 시나리오 뉴 트랙. 이전 시나리오보다 직접적인 변화였다
따라서 국내판 또한 비슷한 업데이트를 진행한다고 가정하면, 우마무스메 플레이의 변화는 꽤 오랜 시간(최소 반 년)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도달한다. 이는 분명히 미리 인지해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육성과 여기서 나오는 드라마가 중심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게임 플레이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시스템의 변화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즉, 반년은 일단 우라라와 함께 URA 파이널을 노려보자...
● 육성과 서포트 카드 - 플레이어의 애정 + 적절한 한국어화의 접점
반복적인 플레이와 여기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여주는 요소들(스킵 등)이 존재하는 타이틀이자. 최종적으로는 무수한 시간을 들여가며 스스로를 벼려 내는 우마무스메. 하지만 육성 시뮬레이션이라는 정체성과 더불어, 한 축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있다. 바로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몰입이다.
육성이라는 정체성과도 어느 정도 접점이 있을 테지만. 우마무스메에서 플레이어가 캐릭터에게 들이는 애정은 조금 궤를 달리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많은 시도를 하는 과정. 단편적(30~시간 단위로)으로 결과물을 얻고 이를 농축하는 과정이 이어지는데, 장기적으로 하나의 캐릭터에게 모든 애정을 쏟을 수 없는 구조여서다.
대신 개발자는 단편적인 결과에서 얻은 부산물들을 하나의 캐릭터에게 투자하는 방식으로 육성 구조를 설계했다. 레이스에서 승리하고 얻은 자원을 각성에 사용하거나. 뽑기에서 부산물로 딸려오는 자원을 이용해 캐릭터 자체의 능력과 스킬을 올려가는 과정이 예가 된다.
사실 이후에도 결국 남는 것은 육성이다. 육성과 그 과정이 중심인 타이틀이니까
새로운 스킬과 더 강화된 효과를 부여하는 서포트 카드는 우마무스메 BM의 핵심이다. 물론, 없어도 충분히 플레이가 가능하고. 육성 방향에 따라서 URA 파이널 결승까지 노려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다양한 방향으로 육성을 하고자 할 때에 반드시 이 서포트 카드의 힘이 필요해진다는 사실에 있다.
심지어 서포트 카드는 제 성능을 내기 위해서 막대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 같은 카드를 소모해서 올리는 ‘돌파’를 통해서 카드의 100% 성능이 나오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본래의 효과에서 강화 수치가 붙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능력이 개방되고. 때로는 해당 카드의 핵심적인 능력도 강화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식이다.
오히려 육성의 중심에 자리한 서포트 카드들. 막상 없으면 뭔가 아쉽게 다가온다
애정하는 우마무스메가 생겼을 때는 앞서 언급한 합리적 생각을 소위 ‘뽕맛’이 뒤집는다. 특히나 드라마틱한 역전 과정을 보여주는 우마무스메들. 예를 들면, 라이스 샤워나 골드 쉽과 같이 특유의 드라마가 강조된 캐릭터들이 그러하다. 한 번 제대로 육성하고 승리하기까지는 오랜 노력과 서포트 카드가 필요하지만, 모든 과정이 종합되는 URA 파이널의 승리. 그리고 우마뾰이까지 이뤄낸다면? 그간의 고생이 보상받는 느낌을 받기 마련이다.
바로 이 지점. 우마뾰이를 보기 위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캐릭터들에 애정이 부여되고. 이들을 위한 전략과 방법론을 찾다보면, 서포트 카드의 필요성에 도달하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소위 리세마라를 진행했다거나. 좋은 친구를 구해서 카드를 빌려온다면 일정 부분은 원활할 수도 있겠지만. 이후에도 서포트 카드의 중요성은 캐릭터 그 이상으로 다뤄진다.
15착에서 스킬 발동 후 달리고 달려 1착으로. 아아… 이것이 바로
일단, 게임 내에 등장하는 모든 일본어를 없애고 한국어로 대체했다. 아이콘에 새겨진 글자부터. 이사장이 들고 있는 부채. 잘 보이지 않는 배경까지. 오롯이 모든 화면을 한국어로 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대사 또한 캐릭터의 매력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업이 이루어졌다.
특유의 말괄량이 성격을 가진 골드 쉽의 저연령층 말투. 계곡으로 능이백숙을 먹으러 갈 것 같은, 홀로 90년대 사는 여자 마르젠스키의 대사 등을 보면, 한국어 서비스에 많은 공을 들였음이 분명해 보인다. 캐릭터의 성격을 파악해서 번역이 이루어진 것은 물론이고 이벤트 대사 등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배로 끌어 올릴 수 있는 한국어화다.
한국어화 퀄리티는 놀랍다. 그리고 마르젠스키 대사까지 살려서 더 놀랍다
● 모에화 그 자체보다는 육성에 중심을 둔 타이틀
정리하자면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모에화 요소를 차용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무척이나 맵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며. 동시에 모바일에서 집중해서 파고들 거리들이 있는 육성 시뮬레이션으로 축약된다. 이는 이미 일본에서 1년 이상 서비스된 타이틀인 만큼 널리 알려졌고 증면된 사실이기도 하다.
적어도 이러한 관점에서 플레이 시스템이 탄탄한 기조로 마련되어 있고-원전이 되는 파와프로 석세스 모드가 그러했듯이- 여기에 레이스에서 카타르시스를 부여하는 연출 등으로 플레이어가 캐릭터 그 자체에 애정을 갖도록 유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과정이 잘 맞물리고 작동하고 있기에, 우마무스메와 관련된 애니메이션 / 코믹스를 읽지 않더라도 캐릭터 자체에 몰입하고 육성과 경기의 흐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위닝라이브? 일판에서도 현재에도 몇 번 본 적이 없다. 다음 레이스 돌리러 가야 된다
캐릭터를 떠나 육성 시뮬레이션 측면에서 보더라도 여러 빌드가 가능하다는 점이 긍정적인 측면에 무게를 더한다. 실제로 서비스 초반부터 등장했던 ‘지능 빌드(A.K.A 서울대 메타)’ / 디버프로 무장해 상대의 주행 능력을 방해하는 ‘역병마’ 등 여러가지 선택도 해볼 수 있다. 이후 일본 서버에서 이루어진 능력치 변화까지 예상해 본다면, 현재 근성을 버리는 추세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으로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캐릭터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육성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여기서 만나는 수많은 이벤트와 대사들. 하나의 빌드를 짜는 경험 자체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가치 아래에서 모에화와 경마를 소재로 했다는 부정적인 인식은 사라지고. 플레이어의 전략과 애정이 맞아 떨어지며 나오는 폭발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원하는 빌드와 전략. 각질에 따른 성향을 파악하여 최적의 스킬 설계를....
현재 기준으로는 일본 서버와 16개월 정도가 차이나는 상황. 일본에서의 서비스 이후. 그리고 국내 서비스 발표 이후 실제 서비스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한국어를 통해서 만나본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매력은 건재하다. 한국어화를 통해서 캐릭터의 매력과 애정을 잘 살려낸 만큼, 이후 서비스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