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17일 오전 7시, 캡콤이 '드래곤즈 도그마' 10주년 기념 팬 미팅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이츠노 히데아키 디렉터와 함께 당시 제작진이었던 이케노 다이고, 스즈키 켄이치가 출연해 과거의 제작 상황을 돌아보았다.

먼저 이츠노 디렉터는 게임북을 통해 롤플레잉 게임, 하이 판타지와 조우한 과거를 떠올렸다.

경험치를 쌓고 진행하고 또 경험치를 쌓고 진행하는... 그런데 게임을 액션으로 입문하다 보니 이 전투 파트에 액션이 들어간 게임, 그것이 스파 II처럼 자유도 높은 액션이면서 스토리성이나 성장 요소가 있는 RPG가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캡콤 입사 시에는 아케이드 게임 부서에 들어가 퀴즈 & 드래곤즈, 스트리트 파이터 제로 등의 제작에 참가했는데, 콘솔 성능이 좋아지면서 동 부서에서도 양쪽 모두를 만들기 시작, 사립 저스티스 학원, 스타 글래디에이터 같은 타이틀을 동시 개발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2000년대 초는 당시 아케이드 담당 부서가 대박 게임을 만들자며 대형 타이틀 개발에 열을 올리던 시기였다. 원래 '던전 & 드래곤'을 동 부서가 만들었던 전력도 있어서 당시 보스와 함께 하이 판타지 세계를 현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기획했던 게임 안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지금의 몬스터헌터, 또 다른 하나는 1인용 플레이에 특화된 RPG이지만 온라인 환경에서 모두 함께 싸우는 듯한 액션 RPG였다.

온라인도 아닌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플레이 하는가, 이것을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친구끼리 서로 빌려주는 방식으로, 마치 파티 플레이를 하듯 즐길 수 있는 액션 게임. 이것이 폰 시스템의 원형이 됐다.

그런데 데빌 메이 크라이 2 개발에 중도에 참가하게 된 뒤 원점부터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데빌 메이 크라이 3를 만들게 되었고, 데빌 메이 크라이 4를 완성한 뒤 다음은 뭘 하고 싶냐는 프로듀서의 질문에 DMC 참가 전부터 구상하고 있던 액션 RPG를 개발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심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하자 그럼 그걸 만들자고 프로듀서가 동의하면서 회사 차원에서 의논이 시작됐다.

액션 RPG를 만들자는 이야기 중에 아트 디렉터인 이케노가 그런 평범한 액션 게임을 개발해 봤자 무슨 소용이냐 뭔가 붙잡고 기어오른다든지 해야 차별화가 되지 라며 운을 뗐다.

이케노 AD는 다들 커다른 캐릭터를 만들고는 싶고 그 커다란 캐릭터가 나오는데 발 밑에서 칼질만 하는 구도가 나오니 조금 더 화면 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라는 생각에서 말을 꺼냈다고.

또 DMC 시리즈와 격투 게임을 개발한 경험이면 평범하게 제작해도 재미있는 액션 게임은 뽑을 수 있을 테니 그 외의 부분에서 도전하자는 생각에 마법을 펑펑 쓰는 세계에서 마법 주문을 영창하면 정신력을 소모, 주문을 외운 뒤 숨을 헐떡인다든지 엄청난 마법일수록 긴 주문을 외워야 한다든지 하는 부분도 넣었다고 한다.

레벨 디자이너인 스즈키에 따르면 무대로는 현장 답사로 방문했던 영국, 필드 디자인은 웨일즈 지방을 모티브로 하여 고성, 계단의 이미지를 참고했으며, 잡초조차 일본과 다른 이 지역은 오르락내리락 하는 좁은 경사길이 많아 시야 사각지대를 만든다든지 멀리 있는 목적지를 알기 쉽게 보여주기에 최적의 지형이었다고 밝혔다.

오프라인에 1인용이지만 누군가와 이어진 느낌이 드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갈림길에서 이쪽이라 말하게 하는 식으로 의식을 느끼게 하고, 애착을 갖도록 외양을 바꿀 수 있게 하며, 대여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게 만드는 요소는 본작의 메인 테마였다.

세계 디자인은 어릴 적부터 즐기던 게임들의 중간 노선으로, 이상한 곳으로 빠지지 않는 정석적인 판티지를 의식했다.

키클롭스의 경우 먼 옛날 코끼리 뼈를 본 사람이 코의 구멍을 눈으로 착각해서 외눈 거인이 있다고 해서 생긴 전설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걸 골자로 하여 피부 질감을 코끼리, 코뿔소에서 가져오는 지침을 세웠다.

이를 시작으로 키메라도 어떤 동물이 다른 동물의 일부분을 먹는 모습 등이 합쳐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교미 장면이나 두 개체가 겹쳐진 모습 때문에 괴물이라는 식으로 오해했다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그런 관점에서 과거의 조각상 같은 게 상투적으로 전래되는 부분들과도 짜맞춰 기이한 요소는 되도록 피하는 동시에 원점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시각적으로 살렸다.

회상이 끝나자 세 사람은 10주년에 감사한다고 말한 뒤 '드래곤즈 도그마 2, 제작 중입니다.'라고 발표했다.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을 제작진 모두가 열심히 개발 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