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찐따의 사랑을 그려낸 '러브 딜리버리' - 개발사 온파이어 게임즈 인터뷰
10명 중 3~4명이 연애를 하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이성을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일 수 있고. 이성과 별다른 접점이 없는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우리들의 이야기는 그간 미디어를 통해서 재생산되며 ‘루저 감성’ 혹은 ‘찐따’와 같은 단어로 승화됐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감성은 상업적으로 접근되었을 뿐, 실제적인 경험과 진짜들의 감성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에서 ‘진짜의 감성’을 담아낸 타이틀이 있다. 지난해 텀블벅 펀딩을 688%로 마감하고 발매 이후부터 꾸준히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는 ‘러브 딜리버리’가 주인공이다. 스팀을 통해 얼리 액세스로 발매를 진행한 러브 딜리버리는 이후 꾸준히 업데이틀 진행하며, ‘진짜’들의 감정선을 적확하게 뒤흔들었다.
반주희 루트 추가를 통해서 완성을 향해 달려가는 러브 딜리버리의 개발사 온파이어 게임즈. 진짜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이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게임을 제작하기 시작한 과정. 그리고 러브 딜리버리를 통해서 담아내고자 했던 감정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 러브 딜리버리는 15세(스팀) / 청소년이용불가 (스토브) 두 가지 등급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 사용한 스크린샷은 스팀 버전이며, 비속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 브레인 멜트다운은 여러모로 어려운. 동시에 두 캐릭터를 조작한다는 아이디어가 흥미로운 타이틀이었죠. 그래서 이후에는 이러한 아이디어가 있는 타이틀을 만들지 않을까 싶었어요. 지금 러브 딜리버리를 생각하면, 전작과의 접점이 없어 보이기도 하거든요.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브레인 멜트 다운을 만든 다음, 그 사이에 고양이 수집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두 개가 매출이 0원에 수렴하면서 사실상 망했죠. 이 과정에서 얻었던 교훈은, 우리가 잘 만드는 게임의 지향점입니다. 인터넷 방송에서 재미있게 플레이할 만한 감성으로 만드는 것을 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부분을 생각해서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을 했어요. 마침 그 때 아이템 중에서 일반 매체들에서 재미있게 다루던 것이 찐따라는 소재였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이런 매체에서 찐따를 소재로 사용해서 작품들이 나오고 있었거든요.
예를 들면, 너드에 가까운 느낌이기는 한데, 중고등학생 시절,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희화하는 것들이 소재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현실적이지는 않고 방송이나 영화들에서 보면 이를 잘생긴 배우들이 연기하고. 밈처럼 사용되는 것들이었죠.
● 빼앗긴 아싸. 이런 느낌이군요.
= 그렇죠. 실제 현실, 리얼리티는 이렇지 않은데. 우리들의 삶은 이렇지 않은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걸 소재로 상대적으로 리얼하고 재미있게 다룰 수 있겠다 싶었고요. 그리고 이걸 소재로 게임을 만들었을 때, 인터넷 방송 등에서 플레이어들이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 시나리오도 직접. 처음으로 쓴 것으로 아는데요. 꽤 힘든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 일단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다음, 꽤 오랜 시간 동안 소재를 수집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스트리머들의 방송을 보면서, 시청자들과 티키타카하는. 놀면서 나오는 재미 포인트를 수집하려고 했었고요. 이외에도 저 뿐만 아니라 지인들이 실제로 겪은 에피소드를 듣고. 모으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대사라던가 이런 것들의 리얼리티. 수위가 있었지 않나 싶어요. 그나마 순화된 것이긴 한데, 현실에서는 그 것보다 수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러브 딜리버리의 시나리오 작성. 제작을 하는 데에는 얼마나 걸렸나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 같은데요.
= 연구를 하고자 실질적으로 고민이 들어간 것은 8월이고요. 개발 실행에 1월, 12월 이렇게 걸린 셈입니다. 막판에는 거의 못자면서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시나리오 완성 할 때 즈음에는 정말, 누워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다가. 쉬고. 다시 작업을 하는 그런 상태였고요.
인생에 많은. 미래 수명을 끌어다가 쓰는 그런 느낌이었죠.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저희는 크리스마스에 게임을 내고 싶었고요. 개발비 자체가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기도 했고요. 이래저래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팬분들이 많이 사랑을 해주신 덕분에, 끼니 걱정은 안 하는 그런 상태가 됐습니다.
● 시나리오 관련해서는, 교통사고에서 첫 만남이 발생하는 이 부분. 이게 개발진 중 한 분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번호를 받은 뒤 썸을 타게 된 일을 스토리에 적용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던데요. 정말 실제로 있었던 것인지..?
= 개발진 중 한 명이 그러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여자 번호를 받으려면, 이런 루트를 통해서 받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하고요. 실제로 썸까지는 갔지만, 이후에 발전을 못했던 것으로 들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이성과의 접점이 없다’는 점이었죠. 그래서 접점을 만드는 계기가 게임 내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것 같고요
다른 캐릭터들과는 어떻게 만남을 가져야 하는가. 대화를 해야 하는가. 이 부분이 고민 포인트였습니다. 어떻게든 인연이 생기기는 하는데, 이걸 어떻게 끌어내야 하는가.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 가를 모르는 상태가 많거든요. 이를 게임 내에서 표현하고 신경 쓰려고 했습니다.
● 그런 의미에서. 스테이터스와 스케줄. 이러한 것도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단 머리와 몸을 씻는 것부터 시작을 하더라고요?
= 저의 어린 시절을 포함해서. 자존감이 낮고. 찐따같은 친구를 보면, 기본적인 것을 못해서 사람이 발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예를 들면, 본인을 위해서 위생관념을 철저히 한다거나. 옷을 3일 이상 입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들이 되겠습니다.
자신 스스로가 나아지고. 자신감을 얻고. 거기서 사회성을 기르는 경험들이 이루어지는데요. 그런 감성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관련해서 기뻤던 순간 중 하나는 러브 딜리버리를 계기로 운동을 시작했다는 후기도 있었고요. 이런 부분들이 가장 기뻤습니다.
● 주희 루트를 현재 준비 중인데. 주희 스토리의 키워드는 어떻게 될까요. 개인적으로 라떼 스토리는 결여된 사람들의 위로라고 보는데요.
= 저희가 글을 전문적으로 쓰던 사람이 아니다 보니까. 정확히 어떤 것들을 담아야겠다. 이런 고민을 하더라도 결과물로는 제대로 담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정확하게 키워드가 뭐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시나리오를 보는 성우님들 같은 경우는 라떼 스토리보다는 조금 더 연애 감성이 들어가 있다. 이렇게 평을 해주시더라고요.
● 제가 자영업을 해봐서 든 생각인데. 주희는 카페를 하고. 사장이잖아요? 그러면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데이트 장소가 한정되서 표현에 어려움이 있지 않나요. 자영업자가 장사 안하고 놀러 다니면 망하는 건 순간인데요.
= 좋은 질문이신데요. 실제로 저희도 그 부분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이 부분은 업데이트 이후 플레이를 하면서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진정한 천사, 그녀의 이름 '반주희'
= 지금은 한 80% 정도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 것 같고요. 그렇다고 100%를 투여할 수 있느냐를 자문한다면, 어떻게 작업을 하더라도 100%는 될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고요.
저희 개발진 연령층이 30대 중반인지라, 김성모 작가의 감성을 공유하는 부분이 있어서 근성론이 나오기는 했는데요. 어찌됐든 최선을 다해도 될까 말까 한데. 최대한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는 의미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 목숨을 걸고 매진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함이 아니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함이다는 소감도 있었고요. 이 부분에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합니다. 완성을 위해 엄청나게 달리는 것 같다는 느낌인데. 현재 얼마나 개발이 진행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지금은 90% 완성이 됐습니다. 인터뷰가 나갈 때 즈음이면 완성이 될 것 같습니다. 현재는 수정에 수정 작업을 거듭하고 있고. 고쳐나갈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 시나리오를 작업하면서 꽤 많이 고민을 하셨을 것 같은 느낌인데요. 어려웠던 부분은 없으셨는지.
= 아무래도 집필은 제가 하기는 했지만, 작성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성 과정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도 계시고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고 고치고. 이런 작업을 했습니다. 초안이 나왔는데. 이게 초안이 못 봐줄 정도였거든요. 알음알음 테스트를 해줄 분들을 구해서, 데모 버전을 드리고 피드백을 받았어요. 그런데 어.. 시나리오에서 -틀- 냄새가 난다고…
● 어.. 이게 비속어라 기사에 가감 없이 들어가기는 좀 어려울 듯 합니다만... 감성이 올드하다? 정도로 이해를 하면 될지... 아니면 지금 감성과 맞이 않다는 의미에서의 표현인지.
= 그게 엄청 크더라고요. 저희 어릴 때 보면, 문장을 쓰더라도 고급스러운 어휘를 쓰고. 글을 맛있게 쓰는 그런 방식으로 표현을 했는데요. 이 부분에서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휘를 직관적으로 사용하고요. 문장 자체도 한 문장이 두세개 씩 물리는 그런 상황이면 읽지를 않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간결하게 문장을 쓰려고 했죠. 이런 부분에서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요.
● 러브 딜리버리는 소재도 그러하지만, 일반적인 미연시의 공식이나 플레이 방법론을 따르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게임 플레이를 구축한 이유가 있을까요.
= 미연시 장르는 아무래도 일본의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이 부분에서 일본 미연시들은 연애 감정이 빠르게 끝나고. 최종적으로는 다른 목적으로 가는 경우가 있고요. 결국에는 이를 목적으로 중간 관계를 크게 다루지 않고 플레이가 구성되는 편입니다. 이런 형태는 국내에서는 이래저래 힘드니까. 중간 과정을 깊게 다루고. 관계에서의 변화. 감정선을 다루고자 했습니다.
● 스테이터스와 관련해서, 사람은 노력하면 바뀔 수 있고. 바뀌면 바뀔 수록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이런 부분들을 보면, 개발진들이 발전하는 과정 그 자체에 대한 경의. 혹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련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 정확하게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 본인이 어떤 모습을 가지고 태어났느냐는 결정할 수 없겠지만. 어떤 행동을 하느냐.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외적이던 내적이던 나아지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고. 주변도 그렇고. 개발자들이 많은데요.
이런 분들도 뭔가 의지를 가지고 개선을 한다면 일반인 레벨로 올라가더라고요. 당연히 외모와 같은 부분은 태어났을 때 정해지는 것이기에. 상위 1%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겠지만, 의지와 연습. 개선을 통해서 관계를 발전시킬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러브 딜리버리 게임 내에서는 스테이터스가 100까지 있는데요. 올라갈 수 있는 최대치는 정해져 있습니다. 다른 부분들은 90이 한계고. 외모든 80이 한계고요. 어쩔 수 없는 정해진 것은 있겠지만, 후천으로 노력하는 부분들이 더해지면, 어느 정도는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기획을 한 부분입니다.
● 근본적인 부분에서 자기 관리에서 스케줄이 시작을 하더라고요. 필연적으로 플레이어가 바뀌어야만 하고. 그래야만 연애를 할 수 있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나라는 존재를 내가 사랑하는 것이 이상적이고 아름다울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나도 그렇고 상대방도 그렇고 그래야만 관계를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가진 것이 없더라도. 하다못해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있어야만. 이러한 시도들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저 스스로는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그런 부분들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저는 주인공 캐릭터의 변화가 자존감을 확립하는 과정이 아닌가. 그렇게 해석을 했거든요. 말투도 오덕체에서 정갈하고 자기 생각을 담은 대사로 바뀌기도 했고요.
= 말투 같은 경우에도 보시면,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관계를 쌓다 보면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숙해지고. 발전을 합니다. 이러한 부분들. 즉, 상대와의 대화를 통해 말투를 배우고 그런 것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 매도 포인트. 라고 해야 할까요. 대충 ‘이쪽 업계에서는 포상입니다’ 같은 부분들이 될 텐데요. 날것의 감정을 담은 대사와 함께, 성우분들의 열연이 참 인상에 남습니다. 특히 그 네 글자요.
= 러브 딜리버리를 플레이하는 스트리머의 경우, 라떼가 욕을 해주면 포상이라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이러한 부분들이 하나의 재미요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신온유 성우님 같은 경우는 실제로는 사슴 같은 분이시거든요. 성격도 순하시고. 욕을 못하시는 분인데요. 욕설 연기를 할 때, 워낙 욕설을 안하시던 분이다 보니, 아무래도 힘이 드셨었나봐요. 그래서 어느 타이밍에 악센트를 둬야 하는가. 특히 강렬했던 네 글자 같은 경우가 그렇고요. 이렇게 연기 과정에서 호흡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강렬한 대사가 강렬한 연기를 만났다. 잠시 사고를 멈추게 될 정도로
● 미연시라는 장르 안에 있기는 하지만, 장르의 기존 문법을 따라가지는 않았습니다. 게임 플레이 요소가 적은 편인데. 의도적으로 구성된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 사실 선택지나 이런 것들을 넣어보고 싶었는데요. 이 쪽 장르를 처음으로 만들다 보니, 역량 부족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일단은 역량 부족 그 부분이 제일 큰 것 같고요. 선택지를 넣었을 때에는 분량이 저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갔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이럴 바에는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어보자. 이렇게 결정을 했던 것 같습니다. 업데이트되는 주희 스토리에서는 제대로는 아니지만, 분기점이라던지 이런 것을 시도해보는 중입니다. 멀티 엔딩 처럼요.
●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저는 그러면서 오히려 괜찮아졌다고 생각하는데요.
= 이게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어렵나면, 타사의 기념비적인 성과를 교과서처럼 볼 수 밖에 없거든요. 유의미한 성과를 낸 타이틀은 연구 과정에서 제가 이야기를 다 타이핑을 했었어요. 플레이를 하고. 보고. 분석을 했었죠.
여기서 배운 부분들을 3개월 만에 소화를 할 수가 없어서.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결정을 내렸죠. 그래서 분기점이 빠질 수밖에 없었고요. 장점은 취하되, 저희 방식대로 만든 환경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의도해서 된 것은 아니지만, 결과물을 좋게 평가를 해주시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 잠시만요.. 세 달이요? 예상보다 제작까지 일정이 촉박한 상황이었네요.
= 프로그래밍은 시작하고 두 달 반 정도가 걸렸고요. 아트같은 경우에는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에 작업이 들어갔습니다. 아트는 따지면 5달에서 6달 정도 전에 시작을 했고요. 이렇게 시나리오가 없는 상태에서 캐릭터와 아트가 들어갔고. 시나리오는 11월인가 10월 중순에 집필을 시작해서, 11월 말 즈음에 완성이 됐죠. 전반적으로 짧은 시간에 진행이 됐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기존 미연시와 다르게, ‘어떤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줄거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이런 에피소드를 보여주면 즐거워할 거야’로 접근을 했습니다. 이게 먼저였고요. 에피소드를 보여주기 위해서 캐릭터를 구상하는 순서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순서로 진행이 되다 보니, 이전에 미연시를 플레이하셨던 분들은 불편해하셨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시작부터 장르의 문법과는 다른 형태로 구성이 된 셈이니까요.
● 라떼 시나리오의 감정선은 자존감이 중심이 되었다고 보는데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나와서 생각해 볼 부분이 많았습니다. 대상과 주인공의 갭이 벌어지는 상황 같은 것들이요.
= 아무래도 찐따의 연애를 그리다 보니. 저 스스로도 첫 사랑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모든 첫 사랑이 그렇듯 좋은 결과로는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런 것 같아요. 나이를 먹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차이는 더 벌어지는 그런 상황이죠.
● 게임 플레이에서도 나왔던 것 같은데요. 노력을 했음에도 벌어지는 격차. 그 부분이죠.
= 아무래도 상대가, 내가 노력하고 변화하는 것 이상으로. 따라갈 수 없는 위치까지 가는 것이니까요. 이 부분에서 좌절감이나 박탈감 이런 감정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게 시나리오에 녹아져 있었던 것 같아요.
= 우려가 있기는 했습니다. 다만, 인터넷 방송 등을 보면 학교 폭력과 관련해서 자조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이게 웃으면서 받아들여지는 경우를 봤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자조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습니다.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조적으로 가는 모습을 쓰려고 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어찌 됐든 이성 간의 관계를 그려보고 싶었고요.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게임을 통해서 풀지 못한. 스스로를 납득시켰던 설정들이 있거든요. 이러한 설정을 잘못 이야기를 하면, 미화가 되거나 세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설정 등은 플레이 하는 분들의 해석에 맡겨두자는 결정을 내리게 됐습니다.
● 한편으로는 2차 창작도 많더라고요. 팬아트는 물론이고 이후의 이야기나 중간 과정을 담은 팬픽도 많고요.
= 그 부분은 깜짝 놀랐습니다. 이게 저 스스로가 그렇게 뭐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만든 콘텐츠를 가지고. 여운을 남기고 플레이하고. 즐겨준다는 것에 대해서.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이런 것들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인생에서 두 번은 겪기 어려운 감사함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라도 개발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개발자로서는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 구글 플레이로도 나왔는데요. 혹시 콘솔 버전의 발매를 기획한 적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 다른 플랫폼으로의 포팅은 지금 단계에서는 고민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콘솔 포팅을 하려고 한다면, 일어와 영어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고 보고요. 일어로 번역을 할거면 성우도 섭외를 해서 입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저 언어만을 제공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다른 시장에 대해서는 공부를 더 해보고 결정을 할 것 같아요.
개인적인 욕심에서 해보고 싶은 것은 스토리를 이용한 오디오북 같은 것들입니다.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이기는 한데. 아직은 계획 단계이고요. 실제로 실행을 위해서는 비용이 어느 정도 드는지를 추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따로 판매를 위해서는 아니고요. 개인 소장과 팬 서비스 측면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주희 루트 업데이트는 그럼 언제 즈음 진행을 예정하고 계신지?
= 5월 30일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외주로 맡긴 작업물이 언제 넘어오느냐에 따라서 일정이 소폭 조정될 수는 있습니다. 주희 루트는 상대적으로 수위가 좀 있어서. 그 부분도 고려를 해봐야 하고요.
● 음? '수위가 높다'라고 한다면, 이야기 측면인지 아니면 일러스트 측면인지…?
= 일러스트 부분입니다. 이게 저희가 등급분류가 플랫폼에 따라서 두 개로 나뉘거든요. 스팀은 15세고. 스토브 인디는 청소년이용불가고요. 그래도 문제가 될까봐 노출이 좀 약한 스트리밍 모드를 만들어 두기도 했었는데요.
실제로는 아무도 스트리밍 모드로 플레이를 안 하시더라고요. 이런저런 요청도 있고 그래서 이번에는 수위를 좀 올렸습니다. 다만, 15세 기준인 스팀과 비교해서는 성인 등급 분류가 진행된 스토브 쪽이 일러스트의 수위가 높게 제공될 예정입니다.
● 수위 관련해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질문을 드릴게요. 게임 내 CG들을 보면 뭔가 그.. 포인트가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핏줄이라던가 이런 것들? 이런 부분은 의도적으로 제작을 한 것인지 궁금하거든요.
= 어느 정도는 의도적으로 제작한 것이 맞습니다. 저희가 CG를 제작할 때, 일종의 페티시 포인트를 넣자. 이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물론, CG가 그 자체로 매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이러한 포인트를 발견할 때의 희열도 있을 테고요. 그래서 일종의 컨셉. 포인트를 생각하면서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 오우.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답변 감사합니다. 이번 러브 딜리버리가 성공 궤도에는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이후에는 이런 장르 전문으로 나아가고자 하시나요.
= 개발자로서는 아무래도 꿈꾸고 싶은 아이디어들이 있는데요. 그게 다 상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할테고. 별개의 문제지만. 그럼에도 조그마하고 조촐한 규모에서는 만들 수 없는 것들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아이디어를 실현할 때까지는 자금을 모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러브 딜리버리가 첫 작품이기는 한데, 아직까지는 미연시 작품을 통해서 풀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다음으로 풀고 싶은 이야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 소재 자체는 정해졌고. 공개는 올해 말 정도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어떤 소재인지 말씀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러브
딜리버리의 완성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입니다. 그간 게임을 플레이한 분들. 게임의 완성을 기다리는 분들에게 한 말씀을 남긴다면.
= 정말 열심히 만들기는 했습니다만, 그 결과물을 만족해주실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재미있게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공감하고 이러한 부분들을 과몰입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온파이어 게임즈를 앞으로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번 러브 딜리버리 뿐만 아니라, 다음 작품에서도 반갑게 만나 뵐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한 기대를 해 봅니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