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개발자 주소를 물었던 게임 'ALTF4' 그 이후, 펌킴 김상원 대표 인터뷰
이 두 타이틀을 개발한 전주의 개발사 ‘펌킴(PUMPKIM)’의 김상원 대표를 지스타 현장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간 있었던 개발 과정과 갑작스런 주목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이후 개발할 신작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의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
펌킴 김상원 대표
● 스트리머들을 통해서 많이 알려지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 ALT F4가 어떤 게임인지 모르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자기소개를 겸해서, 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 작년부터 펌킴(PUMPKIM) 이라는 개발사를 차렸고요. 이제 1년이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살다가 사업을 하기 위해 전주에 내려왔고요. 슈팅 게임이나 콘솔 게임을 좋아하고. 인디적인 성향을 유지하면서. 개발을 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ALT F4와 함께 소원(SOWON)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또 차기작을 준비 중에 있고요.
● 정말 오랜만에 개최되는 오프라인 행사입니다. 부산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을 텐데, 지스타 참가 소감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 이렇게 내부에서 행사한 것은 처음입니다. 그간 게임 리뷰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이 ‘개발자님 어디 사나요?’ 이거 였거든요. 한 대 때리고 싶다. 이렇게 말을 하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게임을 플레이하신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면도 있었고요. 그래서 참여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ALTF4는 그 특유의 어려움으로 인해, 무수한 주소요청과 저혈압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 원래 게임 개발 쪽에 계셨던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 전주로 내려오신 계기도 그렇고. 인디게임 개발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따로 있으실 것 같은데요.
= 원래는 광고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요. 야근도 많고. 너무 힘들더라고요. 어느날 몸이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희귀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제가 3D 그래픽 쪽으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래픽 쪽으로 수입을 유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그래서 게임 개발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사실, 첫 게임은 VR 타이틀이었는데. 그게 쫄딱 망했어요. 너무 힘든 와중에 한달 만에 게임을 만들어서 선보이자고 생각을 했고. 그러던 와중에 이제 다른 직업을 찾아야 겠다는 생각도 했었죠. 그 와중에 에픽 메가잼에서 소원을 만들고 우승을 하게 됐습니다. 좋은 제안도 있었고요. 지금은 ALT F4를 마무리 지으면서 소원을 만들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살다가 전주로 내려오게 됐는데. 이게, 게임을 개발하면서 스스로 기대치가 높아지다 보니, 당시의 수입으로는 아내와 딸까지 한 가족이 살기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집을 팔고. 전주로 이사를 오게 됐습니다. 연고가 없던 곳이라 스스로에게는 도전이기도 했었죠.
● 도전이라는 말씀에는 공감을 합니다. 저도 자영업을 해봤을 때를 기억해보면. 책임질 일이 많아서 도전을 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사실 그렇게 꾸려나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 지원사업을 받기는 했는데. 지원사업은 한편으로는 인력 구성이 중요합니다. 지원을 주는 쪽에서는 인력 구성이 중요하거든요. 사람을 뽑기를 원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직원까지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ALT F4를 처음 선보였을 때에는 목표 매출이 3백만 원 이었어요.
● ALTF4는 아무래도 가격이 낮은 편이었는데. 박리다매 측면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신 건가요.
= 큰 돈을 벌기는 어렵긴 하지만, 생존이 우선이었고. 더 많이 팔 수 있는 상황을 생각했었습니다. 볼륨이 커지고 가격이 올라가면, 거부반응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었죠. 그래서 우선은 출시를 하고. 그리고 회사로서 수익을 얻어보자는 판단을 했습니다.
운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도와 주셔서. 3월부터 11월까지. 초기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뒀습니다. 정식 버전이 나오면서 판매가 조금 늘어나기도 했고요. 현재는 이를 바탕으로 소원이라는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서 팀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 개발사가 수도권을 벗어나면, 아무래도 인력을 모집하는 것도 큰 일이 됩니다. 현재 동료들은 어떻게 함께 하시게 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 말씀주신대로, 지방에서 사업하는 것 자체가 인력을 구성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이 졸업생 분들입니다. 팀장님이 한 분 계신데. 이 분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주니어급이죠. 한 분 한 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게임을 보고 오신 분들도 있는 것 같고요. 현재는 8명 정도가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 본격적으로 조명되기 전까지 약 1개월 정도. 스팀에서 등록되고 그 정도 기간이 걸렸던 것 같은데요. 내부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면서 기분이 어떠셨는지. 그 부분이 궁금합니다.
= 스팀은 판매 현황이 시간 단위로 나오는데요. 이게 현실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래프가 갑자기 직각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빨리 유지보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수정하고 보완하기도 했습니다.
새벽에 스트리머분의 방송을 보다가, 문제가 있으면 픽스하기 위해서 급하게 사무실로 달려가기도 했었죠. 그래서 처음과 지금을 비교하면 달라진 것들도 많습니다. 처음에는 시체가 남는 것도 없었으니까요. 점차 보완을 해 나가면서, 모양새를 갖췄다고 보시면 됩니다.
● 어렵다. 맵다라는 표현이 ALT F4를 대표하기는 하지만. 단순히 그것 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장르 면에서는 플랫폼이니. 그 어려움 속에서도 성공까지 도달하는 레벨 디자인이 중요하게 다뤄지니까요. 어떻게 해서 ALT F4의 레벨 디자인을 만들게 됐는지. 기획 과정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 지금도 어떤 분들은 어렵다고 하시기도 합니다. 사실, 초기의 디자인을 생각해보면 보편적인 판매가 어려운 게임의 형태이기도 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플레이에서 매운 맛이 덜해졌다고 봅니다. 정식 버전까지 이르면서 개선과 변경이 있었고. 현재에는 완만한 곡선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이템이 추가됐고. 세이브 장소도 늘어나고. 스테이지 하나의 볼륨을 조정하다 보니 이루어진 결과물입니다. 초기 얼리 액세스 기준에서는 한 번의 점프를 하는 구간도 몇 백번 씩 뛰어보며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재미있을까. 저렇게 하면 재미있을까. 이런 식으로 플랫폼을 설치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자체적으로 난이도가 너무 어려워지지는 않게. 그리고 작업하고 다시 처음부터 해봐야 했었고요. 그래서 제 게임이지만,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었죠.
● 지난 몇 년간 인디 시장을 돌아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봅니다. 스트리머 분들의 활동으로 인해 주목받는 게임도 있고. 스팀이과 같은 ESD의 대중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기준으로는 인디 퍼블리싱을 시작하는 업체도 늘었고요. 시장 자체는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 텀블벅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스팀에 대해서 모르고. 문의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게임을 몰라도 펀딩은 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스팀이나 모바일 게임. 그리고 대형 게임사의 성격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트리머 분들도 다양하게 게임을 플레이해주시고 있고. 아무래도 연령층의 풀이 넓어지다 보니까, 시장 자체의 성장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른 효과 일수도 있지만. 인디 개발사들도 많아졌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엔진 자체가 무료화 되고. 개발이나 경험. 접근성 면에서 유튜브 등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도전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ALT F4의 초기와 지금을 비교하면, 세이브나 난이도 측면에서 완화된 부분이 있습니다. 저같이 피지컬이 좋지 못한 사람에게는 좋은 일이긴 합니다. 다만, 만드는 측면에서는 어찌 보면 타협과도 같다고 봅니다. 초기 기획이 달라지니까요. 이러한 조정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 2천 원이라는 가격이지만, 소득이 낮은 나라에서는 이것도 부담되는 가격이더라고요. 실제로 그러한 나라에서는 내가 무슨 게임을 고를까를 고민했을 텐데. 게임을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즐기지 못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해서, 어느정도 조정을 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국가 지칭은 하지 않겠지만. ‘하고 싶은데, 어려워서 환불을 한다’는 글을 보기도 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많은 분들이 게임을 즐기실 수 있을까. 판매량보다는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 그럼 이제 소원의 이야기로 넘어가보죠. 펀딩을 마친지 시간이 좀 지난 상태인데요. 현재 개발 상황은 어떤가요.
= 지금은 전체 개발의 80% 정도가 끝난 상태입니다. 마지막 부분을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래 만들다보면 아무래도 좋지 않은 반응을 받기 마련인데요. 딸의 이름으로 게임 제목을 정했다 보니, 출시하기가 무서운 면도 있더라고요. 아름다운 미담으로 남겨둘 것이란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 자체가 저에게 있어서 의미가 있고. 그러다 보니, 최대한 빨리 작업해서 선보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 처음. 그러니까. 게임잼 대에는 전부 다 지점토 같은 형태였습니다. 지금은 스토리 상 현실같은 공간에서 꿈 속으로 빠져나가는 구성으로 되어있고요. 점차 질감이 점토와 같이 바뀌는. 아니. 점토보다는 물감이 굳은. 유화 같은 질감으로 바뀐다는 설명을 드립니다.
컬러 텍스처링은 우선 손으로 작업을 하고. 컨버팅을 거치고 있습니다. 작업량이 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같은 비주얼로는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이 아니기도 하고요. 더불어, 게임잼에서 시작을 했다 보니. 새로운 것들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 그렇다면 발매 시점은 언제 정도가 될까요.
= 12월까지는 개발을 끝내고 싶습니다. 다만, 우선 텀블벅에 완성 빌드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많이 기다려주신 분들이니까요. 그리고 내년 3월에는 신규 프로젝트가 들어가기에. 해당 시기까지는 출시를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콘솔 버전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닌텐도 스위치를 목표로 잡고 있고. 진행 상황에 따라서 추가 플랫폼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 처음 게임 제작을 하시다보니, 많은 일을 겪으시면서 시행착오도 있을셨을 것 같은데요.
= 개발이 딜레이된 이유도. 개발이 1년 정도 지난 상황에서 아예 롤백을 시킨 것의 영향이 있습니다. 장르도 키보드+마우스 기반의 포인트앤클릭 어드벤처에서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됐습니다. 마우스를 사용한다고 한다면, 콘솔에서 진행을 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인풋을 고려한 퍼즐로 교체를 하다보니. 딜레이가 된 측면도 있습니다.
● 그렇다면 소원의 어드벤처 파트. 퍼즐과 같은 구성은 어떤 형태가 될까요. 힌트나 풀이 측면에서 난해하거나 불합리하면 안되니. 고민할 것들이 많은 장르이기도 한데요.
= 난이도 자체는 쉬운 편입니다. 대신, 겹치는 펴즐이 없습니다. 게임 내에서 만나는 퍼즐이 다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퍼즐 위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분들이라면 만족이 덜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신, 계속해서 새로운 퍼즐과 비주얼로 몰입을 주는 형태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어려운 난이도보다는 즐거움과 새로움을 주기 위해서 내린 결정입니다.
● 소원 같은 경우에는 현실에 꿈으로 빠져나간다는 표현을 하셨는데. 보통은… 반대의 형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러한 형태가 된 데에도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 당시 게임잼의 주제가 ‘현실은 종종 부정확하다’라는 철학적인 주제였습니다. 그래서 꿈을 주제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제가 구운몽을 좋아하는데 그런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딸의 꿈을 그려보자는 생각에 이르렀고요. 딸이 장난감에 대한 애착이 없는 편이더라고요. 그래서 꿈을 통해서 장난감, 물건에 애착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을 하게 됐습니다.
= 프로젝트 D가 가칭이고요. 턴제 게임으로 개발하고자 합니다. 제가 예전에 즐겁게 플레이 했던 컬드셉트에서 시작된 타이틀입니다. 지금은 후속작도 안나오고. 유저풀도 작은 상태이지만요. 현재는 기획이나 컨셉 단계라서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인상을 떠올렸을 때, 컬드셉트와 같은 형태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차기작 같은 경우에는 사실, 주류 장르의 영역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이너한 형태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와 같은 결정에 이유는 있을까요.
= RPG나 MMO를 잘 만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희는 신규 업체고. 개발에 대한 기술력이 높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고려하되, 그래픽 / 비주얼적인 면에서 의미있는 결과물을 보여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장르 면에서도 이러한 점을 생각하고 골라서 진행을 하고 있고요.
현재는 레벨업을 해 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만, 멀티 플레이는 언젠가 가야하는 길이라고는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멀티 플레이를 넣지 않으면 수명을 늘릴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 해커톤 심사도 가셔야 하는데. 바쁘신 와중 긴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ALT F4를 플레이하신 분들. 그리고 소원을 기다리고 계신 분들에게 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 저희 게임을 사랑해주신 것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잘 믿기지가 않습니다. 누가 내가 만든 창작품을 진심으로 해주시는 것. 진심으로 부딪혀 주시는 것. 그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게임을 만들면서 사는 것이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잘 마무리해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