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구미호 아리, 귀여운 정찰병 티모, 분홍… 발로란의 방패 타릭 등등. 어느덧 수많은 인기 캐릭터를 보유한 초대형 IP로 성장한 라이엇 게임즈 MOBA ‘리그 오브 레전드’. 몇 년 전부터 진행된 세계관 리뉴얼과 미디어믹스 전략이 결실을 맺어 최근 넷플릭스서 공개된 TVA ‘아케인(ARCANE)’은 대중과 평단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서드파티 게임사와 협업하여 ‘리그 오브 레전드’ IP를 확장하려는 라이엇 포지도 지난 17일 신작 두 편을 선보였다. 이제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더는 일개 게임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닌 셈이다.

17일 한국어화 정식 발매된 라이엇 포지의 두 신작은 ‘몰락한 왕(Ruined King)’과 ‘마법공학 아수라장(Hextech Mayhem)’이다. 각각 ‘배틀 체이서’로 익히 알려진 에어십 신디케이트와 ‘Bit.Trip’으로 실력을 인정 받은 초이스 프로비전이 개발했다. 이처럼 재능 있는 스튜디오에 접촉하여 그들의 DNA와 ‘리그 오브 레전드’를 융합하는 것이 라이엇 포지의 방식이다. 과연 그 협업 과정이 어땠는지, 결과물은 만족스러운지. 라이엇 포지 로완 파커, 에어십 신디케이트 스티브 마두레이라, 초이스 프로비전 알렉스 노이스까지 세 디렉터와 이야기를 나눴다.

● 라이엇 포지 작품들은 비교적 큰 홍보나 마케팅 없이 깜짝 출시하는 느낌이다

로완: 넷플릭스서 TVA ‘아케인’이 공개된 지금이 적시라 판단했다. 출시 일주일 전부터의 마케팅도 나쁘지 않고 앞으로 계속 홍보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우리가 모든 작품에 이러한 전략을 취하겠다는 건 아니다. 각 작품마다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고민한다.

● 서로 상당히 다른 분위기의 두 작품을 동시기에 함께 출시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로완: 이처럼 서로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함께 내놓는 것이 우리의 세계관을 그려내는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장르의 난이도도 다르고 타겟층도 다른 작품들을 선보일 것이다. 수십 시간에 걸쳐 심도 깊게 세계를 둘러보는 게임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간단하게 즐기는 재미있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우리의 세계관, 캐릭터, 그리고 스토리다.

알렉스: 인터넷에서 보니 ‘몰락한 왕’을 플레이하다 지쳤을 때 잠시 ‘마법공학 아수라장’으로 옮겨가 머리를 식히는 게이머가 많더라. ‘마법공학 아수라장’이 비교적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다면 ‘몰락한 왕’은 보다 심도 깊은 서사에 몰입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두 게임은 마치 서로 다른 렌즈로 ‘리그 오브 레전드’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 ‘마법공학 아수라장’은 1만 원, ‘몰락한 왕’은 3만 원이다. 상당한 저렴한 가격인데

알렉스: ‘마법공학 아수라장’은 작고 귀엽고 재미있는 게임이다.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길 원했기에 9~10달러가 딱 적당한 가격이라 본다.

스티브: 동의한다. 많은 이들이 우리 게임을 즐기기 바란다. 다만 ‘몰락한 왕’ 자체는 수차례 플레이할 수 있는 큰 규모의 게임이다. 현재 가격에 합당한 가치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 두 작품의 출시 성과는 어떠한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자평하는지 듣고 싶다

로완: 성공의 열쇠를 쥔 건 우리가 아니다. 작품이 성공했는가 아닌가를 판가름하는 건 바로 게이머 여러분이다. 다행히 지금까진 좋은 반응이 많이 나오는 중이다.

스티브: ‘몰락한 왕’ 출시 후 트위치에서 스트리머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봤다. 새로운 전투 시스템을 이해해가는 과정이 보기 좋았고, 특히 많은 이들이 스토리를 좋아해주어 기뻤다. 그리고 PC 스팀 플랫폼의 경우 84~85%가 긍정적이란 호평을 받기도 했다. 사람들이 우리 게임을 플레이하는 건 정말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다.

● ‘리그 오브 레전드’서 먼저 비에고의 서사가 진행되어 ‘몰락한 왕’이 창졸간 프리퀄이 됐다

스티브: 본래 ‘빌지워터: 불타는 파도’ 이후의 스토리를 다루고자 했다. 그게 벌써 3년 전인데 팬데믹으로 거의 1년을 허비했다. 우린 비에고가 향후 챔피언으로 출시될 걸 알고 있었기에 그의 서사를 더욱 확장하고 싶었다.

● ‘몰락한 왕’을 즐기는데 있어 UI/UX가 다소 불편한다. 상시 미니맵을 지원하면 좋겠다

스티브: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확인하는 중이다. UI/UX에 문제가 없는지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고 버그 등을 고치기도 한다. 다만 미니맵은 작업 우선도가 그리 높진 않다.

● 동사의 전작 ‘배틀 체이서’도 난이도가 높았는데, ‘몰락한 왕’은 그보다 더 어렵다

스티브: ‘배틀 체이서’와 달리 ‘몰락한 왕’은 다양한 난이도를 제공한다. 만약 게임이 너무 어렵다고 스토리 모드나 노멀 모드를 선택하면 된다. 스토리 모드의 경우 전투는 아예 스킵하고 게임 서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 공격로 전환 시스템으로 어떠한 게임 플레이를 의도했는지, 그리고 뭔가 팁은 없는지

스티브: 우린 매 전투가 어렵지만 그만한 성취감도 주길 바랐다. 아무 생각 없이 적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마치 퍼즐을 풀듯 생각할 거리를 줬으면 했다. 모든 공격이 고유한 기능을 가지고 특정 상황에서 최상의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그런 게임 말이다. 공격로 전환 시스템이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그 때문에 계속해서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야말로 ‘몰락한 왕’의 묘미다.

● ‘리그 오브 레전드’ 속 스킬과 플레이 스타일을 RPG로 충실히 재현한 점이 놀랍기도 했다

스티브: 좋은 질문이다. 여러 캐릭터가 ‘리그 오브 레전드’서 지녔던 스킬 및 플레이 스타일을 턴제 RPG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로웠다. 또한 원작의 능력을 반영하면서도 새로운 역할을 주고 싶었다. 가령 원작에서 탱커나 브루저로 쓰이는 일라오이가 힐러가 되는 식이다.

● 코믹북 느낌의 컷신을 즐겁게 감상했다. 어떻게 이런 아트 스타일을 구축했나

스티브: 에어십 신디케이트의 또다른 수장인 조 매더레어라는 매우 잘 알려진 최고 수준의 코믹북 아티스트다. 그가 언제나 훌륭한 캐릭터를 그려내기에 함께 작업하는 과정이 즐겁다. 사실 조는 내 친형제기도 하다(웃음). 거의 15년째 서로를 도와 일하는 중이다.

로완: 우리도 조와 협업하게 되어 좋다. 그처럼 훌륭한 아티스트의 시각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속 세계를 바라볼 수 있으니까. 조가 그려낸 아리, 야스오, 비에고 등을 보는 것이 무척 즐거웠고 게이머 여러분도 그럴 거라 생각한다. 이것이 라이엇 포지가 에어십 신디케이트와 초이스 프로비전 같은 재능 넘치는 스튜디오에게 그들 고유의 스타일로 ‘리그 오브 레전드’를 재해석하도록 요청하는 이유다.

● ‘마법공학 아수라장’은 넷플릭스 모바일 앱으로도 출시됐다. 다소 생소한 플랫폼인데

로완: 최대한 많은 게이머 여러분이 우리 게임을 경험할 수 있길 원했다. 마침 넷플릭스가 모바일 플랫폼을 내놓았기에 시기가 잘 맞물렸다고 본다.

● 어떻게 직스와 하이머딩거의 서사를 리듬 액션으로 풀어낸다는 발상을 했는가

알렉스: 혹시 우리 스튜디오에 대해 들어봤다면 ‘Bit.Trip’ 시리즈도 알 것이다. 그러한 기반을 가지고 라이엇 포지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때 우리는 곧장 직스를 떠올렸다. 직스는 너무 귀엽고 폭발적이지 않나. 폭발은 그 자체로 비트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로선 아주 자연스럽게 폭발적으로 뛰어다니는 리듬 액션 게임을 떠올렸다.

● 플레이하는 내내 화면이 굉장히 정신 없다. 마치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알렉스: 여러분에게 ‘마법공학 아수라장’이 폭발로 이루어진 움직이는 벽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 너무 현란하고 정신 없어서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그 직전까지 치닫는 경험을 주고 싶다. 그래서 최대한 정신을 붙들고 게임을 즐기는 그런 상황 말이다. 또한 필트오버를 아수라장으로 만듦으로써 직스라는 캐릭터의 개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직스는 매우 작지만 그 개성은 화면을 가득 채운다. 결국 광란 + 개성이 우리가 추구한 바인 셈이다.

● 일견 쉬워 보이지만 고득점을 하려면 굉장히 빠르고 정밀한 조작을 요하더라

알렉스: 바로 그렇다. ‘마법공학 아수라장’은 일견 쉬워 보인다. 화살표 모양의 프롬프트가 화면에 다 뜨니까. 그렇지만 진짜 친구들에게 자랑할 만한 고득점을 노린다면 프롬프트 사이사이에 숨겨진 상호작용 요소가 중요하다. 음악을 잘 듣고 직스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으며 언제 어떤 액션을 취할지 잘 판단해야 한다. 아주 어렵지만 그만큼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은근히 어려운 난이도와 현란한 화면을 보면 스트리머가 방송에서 즐기기 좋아 보인다

알렉스: 실제로 우리가 기대했던 효과다. 스트리머들이 ‘마법공학 아수라장’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멋지다. 막 비명을 지르고 흥분하며 게임을 즐기더라. 그들이 엔딩 후 해금되는 임파서블 모드서 챌린저 등급에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 리듬 게임을 표방하면서도 키 매핑을 지원하지 않아 불편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알렉스: 질문해줘서 고맙다. 이미 그 문제에 대한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아직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근시일내에 업데이트될 것이다. 이외에도 불편사항이 있다면 언제든 우리에게 들려주기 바란다.

● 두 작품 모두 DLC와 같은 추가 콘텐츠를 내놓을 계획이 있는지 들려달라

스티브: 당장은 게이머 여러분이 제보해준 버그를 고치는데 집중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것이 우리의 주안점이다.

알렉스: 동의한다. 완전히 같은 의견이다.

● 라이엇 포지와 초이스 프로비전, 에어십 신디케이트 같은 게임사의 협업 과정이 궁금하다

로완: 무슨 구체적인 청사진을 가지고 접촉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가장 먼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질문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파트너는 모두가 이미 성공적인 게임사기 때문이다. 초이스 프로비전은 ‘Bit.Trip’을, 에어십 신디케이트는 ‘다크사이더스 제네시스’와 ‘배틀 체이서’를 개발한 바 있다. 그래서 우린 그저 ‘리그 오브 레전드’서 가장 좋아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좋은 스토리와 거기에 적합한 캐릭터가 무엇일지 함께 고민한다.

● 그렇다면 앞으로도 라이엇 포지의 작품을 더 많이 만나볼 수 있을까

로완: 며칠 전 닌텐도 특별 방송을 봤다면 이미 두 편의 작품을 공개했음을 알 것이다. 나아가 앞으로 그보다 더 많은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고, 보다 다양한 장르를 통해 여러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 끝으로 라이엇 포지의 두 작품을 기다려온 한국 게이머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로완: “한국의 팬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어느덧 10년이 넘게 함께 해주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아주 초창기일 적부터 우리를 지지해주었죠. 사람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취향이 바뀌기도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 캐릭터들은 여전히 세계관 속에서 살아가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라이엇 포지는 이러한 다양한 서사를 여러분께 전할 수 있습니다. 더는 온라인 게임이 아닌 싱글 플레이 게임입니다. 이를 통해 ‘리그 오브 레전드’를 보다 다채롭게 경험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