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 브레이커, 건설과 탐험이 뒷받침하는 능동적인 디펜스
크게 보자면 디펜스의 요소에 핵 앤 슬래시의 전투가 합쳐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외계 행성에서 기지를 건설하고 적의 파상공격을 막아내며, 지구와 연결하기 위한 리프트 장치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서 플레이어는 자원을 모으고. 적대적인 생명체를 제압하고. 행성 곳곳을 조사하는 것이 목표가 됩니다.
이렇게 본다면 기본적으로는 서바이벌 게임의 플레이에 가깝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게임 플레이 중심에 자리한 것은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디펜스 그리고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건설에 있습니다. 서바이벌을 위한 수치 관리나 자원 관리보다는, 다수의 적을 막아내는 플레이. 그리고 기지 건설의 영역이 더 두드러집니다. 플레이어 캐릭터 또한 로봇에 탑승하고 있기에 튼튼한 체력과 공격력을 가지고 있고요.
실제로 이 두 가치는 게임 플레이 내부에서 제대로 잘 어우러집니다. 플레이 내내 적대적인 생물들이 기지를 급습하고 이를 막아내야만 목표를 원활히 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방어 - 자원 수집 두 요소 사이에서 플레이어는 탐색의 과정을 거칩니다. 탐색의 과정은 플레이어가 위치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것을 찾는 과정입니다.
근처에 있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한계가 금세 찾아옵니다. 따라서 다른 자원을 찾고. 전력을 수급하기 위한 발전소와 시설물을 건축하고. 때때로 숨겨진 요소들을 발견하는 플레이가 이어집니다.
게임의 시작은 기지를 짓는 것부터 시작
중요한 것은 탐색하고 새로운 거점들을 건축하는 과정이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플레이로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자, 디펜스 장르에 근접한 다른 타이틀을 생각해보면 차이가 나옵니다. 일정 주기마다 적이 몰려드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방어를 위한 거점이 정해져 있고 몰려드는 적을 효율적으로 막기 위한 방법론들이 사용됩니다.
이와 같은 구조에서는 자원의 관리 / 효율적인 공격 동선과 같은 수동적인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적이 몰려오는 것을 막아내는 데에 중점을 둔 장르이기 때문이며, 동시에 디펜스 장르가 표현할 수 있는 한계점이기도 합니다.
디펜스 장르에서 전투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 이게 그간 장르의 발전을 이끌었고요
리프트 브레이커에서 플레이어는 더이상 적이 몰려오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기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적이 몰려드는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지점은 아직 플레이어가 발견하지 못한 전장의 안개 너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여기서 선택을 하게 됩니다. 미지의 위험으로 들어가 안전한 시간을 장시간으로 확보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 상태를 유지하며 자원과 기지 구축을 더 할 것인가하는 선택지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나아가는 것이 긍정적인 선택이 됩니다. 다만, 언제 갈 것인지는 플레이어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더 파밍을 하기 위해서는 나아가야만 하고, 그렇다고 너무 산발적으로 기지를 건설하면 방어할 영역이 늘어납니다. 방어할 영역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곧, 더 많은 포탑과 방어막을 건설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고요. 더 많은 자원과 건설 영역. 필연적으로 생기는 빈틈이 늘어나며, 게임 플레이는 계속해서 복잡해집니다.
플레이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기지는 작은 거점의 집합이 됩니다
동시에 각 거점은 필요에 따라서 연결될 필요도 있습니다. 자원이나 전력의 생산은 통합으로 이루어지지만, 특정 상황에 따라 전력 선을 연결하거나. 수도관을 길게 연결하는 등 방어해야만 하는 건설물의 형태가 길어지기도 합니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형태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필요한 곳에만 방어를 하는 플레이를 생각해 보도록 만듭니다.
개발사는 여기서 플레이어를 뒤흔들어 놓습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라고 해야할까요. 자원을 획득하는 환경이나 기후의 변화들을 통해서 필연적인 재정비의 과정을 거칩니다. 때때로 안개가 껴서 태양광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거나, 사막에서 만날 수 있는 강렬한 방사선 / 건물의 체력을 깎아버릴 정도의 태양빛 등 플레이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들이 눈에 띕니다.
때때로 폭풍이 불고 사막에서는 온도가 높아 기지가 터져나가고
변수는 탐험 과정에서의 목표를 제공하는 역할로도 작동합니다. 사막의 모래 지형에서 건물을 올리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더 강력한 무기와 건물을 갖추는 것도 하나의 목표가 됩니다. 환경 변수가 많은 작품이기에, 플레이어는 이 변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죠. 정글 맵에서 플레이어는 전력 생산에서 몇 가지 선택지를 가져가게 됩니다. 밤이 되면 작동을 멈추는 태양열을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안정적인 풍력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이후 플레이어가 건설하는 발전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발전 과정에서 부정적인 부산물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데, 이를 어떻게 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도 고민하게 만듭니다.
부산물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기지는 더 파편화됩니다
그렇기에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플레이어는 게임 플레이 내내 이곳저곳을 뛰어다닙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참여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 기지의 피해가 극단적으로 낮아지기도 합니다. 플레이어의 분신인 로봇 ‘릭스’의 피해량이 포탑보다 강하므로 위급한 상황에서는 무조건 전투하는 것이 더 선호됩니다. 리프트 브레이커는 이렇게 핵 앤 슬래시 전투로 플레이어를 이끌면서 방어는 방어이되, 보다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하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핵 앤 슬래시의 요소를 가져오면서 전투는 다수를 쓸어버리는 경험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므로 전투의 양상은 무척이나 정신없는 난전의 형태가 됩니다. 여기에 펑펑 터지는 발사체와 적들의 살점. 다짐육이 되어버린 적들의 시체. 바닥에 고인 피 등은 다수의 적을 상대로 벌어지는 격렬함 그 자체입니다.
플레이어를 기지 밖 미지의 상황으로 유도하는 탐험은 전투와 파밍의 영역에도 발을 걸칩니다. 개발진이 여기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자원을 찾거나 적이 몰려오는 지점을 찾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새로운 무기나 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설계도를 획득합니다.
아이템 파밍의 요소를 탐색과 접목시켰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플레이에 있어서 더 다양한 형태를 맛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맵의 곳곳을 뒤져야만 합니다. 그리고 한 장소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역과 환경에서 여러 자원을 수집할 필요로 이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캠페인 진행 과정에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자원을 모으고 캠페인의 최종 목표로도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첫 지역에서는 전체 연구 리스트 중 3~4줄 정도 밖에 채우지 못합니다
지난해 선보였던 데모 버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플레이는 규모와 깊이 측면 모두에서 큰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짧은 데모 버전에서 확인할 수 없던 방대한 플레이 시간과 탐험 요소. 생명체를 기록하는 일종의 생태 도감까지. 파고들 수 있는 플레이들이 가득합니다.
무엇보다 전투와 파밍의 과정 / 기지를 건설하고 적을 방어하는 플레이 / 맵 곳곳을 채운 발견과 탐험의 요소가 서로 대립하지 않고 잘 맞물려 있다는 점이 긍정적입니다. 이는 범상치 않는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어느 하나가 부족하거나 너무 뛰어났다면 지금과 같은 플레이로 이어지지 못했을 테니까요. 강렬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 모든 것들이 합쳐져 만들어내는 플레이는 몰입감과 더불어 시간을 투여하기 좋은 형태가 됐습니다.
데모에서 볼륨을 어떻게 늘려나갈 것인지 걱정이었는데, 이를 잘 해결했습니다
그간 일반적인 형태의 디펜스 장르를 벗어나고자 했던 EXOR 스튜디오의 고민이 개화한 타이틀라고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전작에서 슈팅과 디펜스를 결합했다면, 이번에는 빌딩과 핵 앤 슬래시의 전투를 덧붙이면서 밀도있는 플레이를 보여준 모습입니다. 그러면서도 다수의 적을 효율적으로 제압한다는 디펜스의 핵심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항상 무언가를 발견하고 전투하는 과정의 연속이거든요
디펜스 장르에 특별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접근할 수 있다는 점. 여러 요소를 하나로 잘 묶어낸 개발진들의 고민과 노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리프트 브레이커는 스팀은 물론 PS4와 PS5. 그리고 Xbox One 및 Xbox Series X|S. 게임 패스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