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도쿄 게임쇼 행사 편성 중에 눈에 띄는 특별한 행사가 하나 있다. 바로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현장에 방문할 수 없는 팬들을 위해 준비한 도쿄 게임쇼 역사상 최초의 가상현실 게임 전시회, 'TGS VR 2021'이다. 행사에 참가한 게임사들의 콘텐츠 소개는 물론 다양한 게임 캐릭터를 바로 눈 앞에서, 가상현실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도쿄 게임쇼 VR 2021

오는 10월 3일까지 열리는 TGS VR 2021은 TGS VR 공식 홈페이지에서 실행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참가할 수 있다. 오큘러스 퀘스트, 오큘러스 퀘스트 2, 오큘러스 리프트, HTC VIVE, 파이맥스 등 VR HMD를 지원하며, PC에 연결해 사용하는 기종은 스팀 VR을 통해 실행된다.

그간 많은 가상현실 전시회를 체험해 봤지만, 세계적인 게임 전시회인 도쿄 게임쇼가 준비한 가상현실 전시회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과연 TGS VR 2021은 어떤 모습일까? 직접 체험해 봤다.

VR HMD를 끼고 직접 체험해 봤다.

※ 스크린샷은 VR HMD 오른쪽 렌즈 기준으로 촬영됐으며, 시점에 따른 화질 저하나 왜곡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처음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면 초코보, 소닉, 건담 등 익숙한 게임 캐릭터들이 반겨준다. 가장자리에 배치돼 있는 여러 포탈을 통해 전시회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최초 관람하게 되는 부스만 달라질 뿐, 전부 통로로 이어져 있으니 어디로 먼저 들어갈까 고민하지 말고 아무 입구나 선택해서 들어가면 된다.

행사장 입구, 초코보와 소닉, 건담 등 유명 게임 캐릭터들이 반겨준다.

가장자리에 여러 포탈이 배치돼 있다. 들어갔을 때 처음 어떤 부스가 나오는지 적혀있다.

TGS VR 2021 전시회장 지도

각 부스는 출품 게임 콘셉트에 따라 제각각 꾸며져 있고, 원한다면 게임 소개 영상도 볼 수 있다. 일부 영상의 경우 시청 시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티셔츠나 TGS 2021 포스터를 주므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전부 모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또 카메라를 지원해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길 수도 있다.

게임 소개 영상을 보면 티셔츠, 포스터 등 무언가 아이템을 주기도 한다.

이번 TGS VR 2021의 전시회장 구현 퀄리티는 수준급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각 게임 콘셉트에 맞춰 제작된 부스들은 게임 별 특징을 잘 살리면서도 전시회장 전체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꾸며져 있으며, 적절하게 타협한 그래픽 덕분에 오히려 사이버 느낌도 잘 살고 랙 없이 쾌적하게 관람이 가능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시회장은 잘 꾸몄는데, 정작 그 안에서 웃고 떠들 '즐길거리'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대부분 게임 부스는 소개 영상을 틀어두고 캐릭터 동상을 세워놓는 정도에 그쳤고, VR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상호작용이나 놀이는 따로 제공하지 않았다.

돌아다니다 보면 VR 특징을 잘 살린 콘텐츠도 드문 드문 있긴 하다. 대표적으로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마스터 스탈릿 시즌'과 브로젠트 재팬의 '진격의 거인'이 있다. 화질이 그다지 좋지 못해 실감 나는 경험은 아니었지만, VR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라는 느낌을 줬다.

아이돌마스터 스탈릿 시즌, 영상 시점이 정면으로 고정돼 있어 관객 시점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360도 영상 관람이 가능했던 진격의 거인

이번 TGS VR 2021은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가상현실만의 특별한 경험을 안겨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물론 최적화와 용량 문제 등을 고려한 결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최적화 부분을 조금 희생해 로딩이 좀더 길어지더라도 관람 구역을 좀더 세세하게 나누고 구역마다 특별한 상호작용을 배치하는 등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감형 콘텐츠 비중을 높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

 
첫술에 배부르랴, TGS VR 2021은 올해 첫 행사고, 처음치곤 잘 만들었다고 본다. 만약 다음이 있다면 단순 소개 영상 뿐만 아니라 게임 캐릭터가 눈 앞에서 살아 움직이고, VR 컨트롤러를 활용해 다양한 상호작용을 경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 게임 전시회만의 특별한 이벤트가 주를 이루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