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주의. 본 체험기에는 게임 초반 스토리가 포함돼 있습니다.

칼리굴라 2는 수수께끼의 가상 아이돌, '리그렛'이 만든 가상 세계 '리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는 RPG다. 리두는 모든 사람이 이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꿈의 낙원이며, 삶의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 더 이상 고민하거나 후회하지 않아도 되는 뜨뜻미지근한 세상이 펼쳐진다.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일상을 살고 있는 리두의 주민들 

 
주인공은 리두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던 학생 중 한 명이었으나, 모종의 사건으로 리두의 어두운 뒷면을 깨닫게 된다. 리두의 주민은 사실 모두 자신들이 충실하게 현실을 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 실은 현실을 잊고 이 세계가 허상인 줄도 모른 채, 그저 꿈에 불과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리두의 현실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현실을 잊게 만드는, 일종의 세뇌나 다름 없는 창조주 리그렛의 노래가 항상 흐르고 있고, 세계를 지키는 '오블리가토의 악사'들은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살인조차 마다하지 않는 잔혹한 모습을 보인다. 노래의 속박에서 벗어난 주인공과 일행들은 현실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귀가부'를 결성하고, 귀가부에 조력하는 외부로부터 침입한 또 다른 가상 아이돌 '키'와 함께 가상 세계의 창조주 '리그렛'을 상대로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하늘에 균열이 생기고, 현실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현실을 떠올리고 각성하는 주인공

스토리가 꽤나 일상적이면서도 철학적이다. 작중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하나씩 마음의 병을 안고 있다. 후회와 고민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허상의 세계라도 좋은가, 인간인 이상 피할 수 없는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가 등 살면서 한 번쯤은 고민해 봤을 이야기가 오고 가며, 플레이어에게 그 답을 요구한다. 꽤나 공감되는 내용이 많아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된다.

게임 플레이 간 철학적인 문답이 오고간다.

다만 2016년 PS VITA로 발매된 '칼리굴라', 혹은 2018년 PS4로 발매된 완전판 '칼리굴라 오버도즈' 등 전작을 해보지 않은 게이머라면 초반부 스토리를 이해하기 힘들다. 전작 엔딩을 보고 세계관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하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갑작스러운 이야기 전개에 당황스러울 수 있다.

시작부터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뫼비우스 사건이 전작 스토리를 의미한다.

전투 시스템이 굉장히 독특하다. 기본적으로 턴제인데, 명령을 내리는 방식만 턴제이지 실제 전투는 명령에 따라 캐릭터들이 실시간으로 교전을 펼치면서 진행한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전략 시뮬레이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워낙 독특한 시스템이라 영상을 보지 않으면 어떤 느낌인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어떤 행동을 취할지 최종 결정하기 전에, 해당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미리 영상으로 볼 수 있다. '공상시(이매지너리 체인)'이라고 하는데, 마치 시간을 깎는 듯 하다. 시간을 초 단위로 조정해 깎아내고, 최적의 타이밍을 찾아 최적의 전투 결과를 내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좌우 방향키로 타이밍을 조정해 어떤 타이밍에 공격할까 정할 수 있는데, 상황에 따라서는 생과 사를 가를 정도로 핵심 전략 요소로 작용한다.

 
적이 행동하기 직전에 공격하면 경직으로 행동을 멈추게 할 수도 있고, 카운터 스킬을 사용하면 넘어뜨려서 일정 시간 동안 행동불가 상태로 만들 수도 있다. 또 공격마다 때리고 난 후 자세를 잡는 모션이 다른데, 이를 활용해 때린 후 아슬아슬하게 상대의 공격을 회피하는 스릴 넘치는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다.

공상시를 잘 활용하면 공격과 동시에 회피도 가능하다.

합을 맞추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공상시를 기반으로 칼리굴라 2의 독특한 전투 시스템은 턴제임에도 액션성을 느낄 수 있고, 마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듯한 '합을 맞추는 재미' 또한 선사한다. 하지만 한 가지 눈에 띄는 단점이 있었다면, 최적의 결과를 찾기 위해 같은 시간을 여러 번 되돌려 볼 필요가 있고,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게임 플레이가 늘어진다는 점이다. 완벽한 타이밍을 찾아내려면 같은 장면을 여러 번 돌려 봐야하는데, 그 과정이 꽤 지루하다.

그런 늘어지는 게임 플레이를 주기적으로 환기해주는 존재가 있다면 바로 신나는 배경음악이다. '칼리굴라' 시리즈는 '음악'을 소재로 하는 게임인 만큼 다양한 배경음악이 함께한다. 평상시에는 가사 없는 배경음 정도만 흘러나오다가 전투에 진입하면 보컬이 더해진 시원한 노래가 흘러나오며, 상황에 따라 노래가 바뀌기도 하는 등 플레이어가 게임에 좀더 몰입할 수 있도록 텐션 관리를 해준다.

늘어지는 게임 플레이에 활력을 불어 넣는 신나는 노래들. 게임을 진행할 수록 선택할 수 있는 노래가 늘어난다.

칼리굴라 2는 일상적이면서도 철학적인 고민에 판타지를 더한 스토리와 '시간을 깎는' 독특한 전투 시스템이 매력적인 게임이다. 맵 곳곳을 탐험하며 아이템을 모으고, 전투를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RPG 본연의 재미도 상당하니 턴제 RPG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 즐겨보길 추천하고 싶다. 다만 현대적인 그래픽과 다양한 상호작용을 중요하게 여기는 게이머라면 추천하기 어렵다. 2021년 출시 작품인 것치고는 다소 그래픽이 투박하며, 상호작용 요소가 부족해 보는 재미는 떨어지는 편이다.

칼리굴라 2는 오는 24일 국내 정식 출시 예정이다. 대응 플랫폼은 PS4와 닌텐도 스위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