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전부 다 갈아 엎은 그들, 인디게임 '산나비'의 개발 이야기
현재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인디 게임 산나비. 개발사 ‘원더포션’의 유승현 대표는 이번 BIC 2021의 컨퍼런스 세션을 통해서 ‘우째도 지금까지 개발하네’라는 제목으로 산나비의 개발 과정을 전달하는 자리를 가졌다.
우선, 유승현 대표는 산나비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산나비의 시작.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지금까지의 개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원더포션의 시작은 ‘게임잼’에서 출발했다. 단기간에 아이디어 만으로 게임을 만드는 행사에서 팀원을 구한다는 것이 유승현 대표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인디 게임 팀이 해체되는 사례를 살펴보면, 결국에는 사람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게임잼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직접 검증하고 모집한다는 생각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원더포션이라는 인디 게임 팀이 만들어졌고 현재까지 유지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결정에 이유는 있다. 유승현 대표는 이와 관련하여, “일년에도 수천 개가 넘는 게임이 스팀에 출시되는데, 어설프게 만들면 어디인가는 상위호환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는 말을 전했다. 그래서 상위호환이 없는. 다른 게임으로 대체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게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초기 기획이 이루어졌다.
과거를 돌이켜보며 유승현 대표는 해당 기획에서 출발한 산나비는 시작부터 두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을 전했다. 첫 번째 문제는 로프 액션이다. 로프 액션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막상 개발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로프 액션은 지옥과도 같았다. 어딘가에 갈고리를 걸어서 움직인다는 아이디어가 쉬운 것이 아니어서다.
초기에는 로프 액션과 관련하여 플레이어들의 수많은 피드백도 받았다. 유승현 대표는 개발자 입장에서 피드백은 이해하기 어려운 ‘코스믹 호러’와도 같다는 설명을 전했다. 공감하기에는 개발자의 조작 능력이 고일대로 고인 상태이기도 했고, 막연한 피드백을 보면서 게임을 고쳐야 했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리니 감당이 되지 않았다. 기획이 정해지는 데에는 1개월이 걸렸지만, 문제점을 알게되는 것이는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과거를 돌이켜 본 유승현 대표는 게임을 수정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게임을 포기하고 새로이 개발하는 간단한 해결책이 아니라, 꼬여버린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낸다는 결정이다. 그것도 일일이 문제를 마주하고 모든 상황에 해답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산나비는 문제가 있었던 초반에서 시작해, 일일이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게임과 스토리 전반에 걸쳐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됐다. 로프 액션과 관련해서는 초기에는 유니티의 물리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함수로 구현을 하는 것에서 벗어났다.
물리엔진에서의 몇 가지 단점을 보여주지 않기 위한 결정이었으나, 실제 게임 상황에서 복잡한 형태와 변수로 인해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나오게 됐다. 이 때문에 함수 사용을 버리고 물리엔진을 튜닝해 사용하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외에도 조작과 관련된 300개가 넘는 수치들을 조정하면서 이전보다 조작감을 개선했다.
스토리는 게임 메카닉과 다르게 ‘갈아 엎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산나비가 스토리 중심으로 진행되는 타이틀이어서다. 배경부터 캐릭터. 그리고 게임 메카닉 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영향을 주고 있었고, 때문에 전부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개발팀은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전부 갈아 엎는’ 결정을 내렸다.
갈아 엎는 과정은 결국 무엇을 남길지를 고민하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감당할 수 있는 부분들. 즉, 조선 / 사이버펑크 / 로프액션 / 플랫포머와 같은 키워드를 남기고 나머지를 전부 삭제했다. 이러한 결정을 따라서 캐릭터는 사슬잡이에서 퇴역 군인으로. 히로인은 꼬마 무당에서 해커 소녀로 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야기와 게임 메카닉이 바뀌면서, 전투를 추가하는 형태로 변화하기도 했다. 초기에는 셀레스테와 같은 정밀 플랫포머를 목표로 했었으나, 결과물을 봤을 때 재미있지도 않고. 난이도 조절도 어렵고. 무엇보다 기계 팔을 가지고 싸우지 않는 것이 이상하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이 모든 과정을 종합해서 산나비는 지금의 형태인 전투와 플랫포머가 혼합된 액션 플랫폼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단, 전투를 추가했음에도 본질인 ‘플랫포머’는 유지하고자 했다. 때문에 공격을 위한 공격은 배제한다는 결정을 내렸으며, 전투 과정에서도 계속 이동하며 전투하는 형태가 됐다. 동료 캐릭터 또한 전투가 추가되면서 보호받는 대상이 아닌, 전투에도 도움을 주는 조력자로 형태를 변경하게 됐다.
게임 개발을 몰랐기에 택했던 원더포션의 결정은 결국, 현재의 호평받은 액션과 완성도로 이어졌다. 어디까지나 고칠 수 있다는 일념 하에 작업을 진행하고 게임을 개선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강연의 마지막에 이르러, 유승현 대표는 이 모든 과정이 ‘운이 좋았다’고 요약했다. 게임을 사실상 새로이 만드는 과정에서 팀이 해체되지 않았고, 능력이 있는 팀원들이 인디 게임 개발이 아닌 회사에 입사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본인을 포함한 팀원 다섯 명의 노력이 있었기에 게임을 끝까지 개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람에서 운이 좋았다는 설명이다.
스스로를 ‘용감한 무지랭이들’이라고 표현한 유승현 대표는 이 모든 과정을 겪어낸 것은 결국, 얼마나 큰 작업인지 몰랐기 때문이라는 것에서 이유를 찾았다. 그리고 자신들이 경험한 과정이 정답은 아니라는 이야기. ‘그저 원더포션이라는 팀의 이야기’로 한정하며, 앞으로도 출시까지 꿋꿋하게 가보겠다는 말을 전했다.
조선 사이버펑크 로프 액션 플랫포머 ‘산나비’는 현재 꾸준하게 개발 중인 상태다. 올해 3월 네오위즈와의 퍼블리싱 계약이 체결되었으며, 스팀을 통해 2022년 1분기 발매할 예정이다.
|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