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적 성취,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콘솔 버전 체험기
게임을 구성하고 있는 기술적인 기반들을 살펴보면, MS가 그동안 시도하고 누적했던 기술적 발전사항들이 꽤 많이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지도와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이 모든 것들을 합해 하나의 게임. 혹은 전 지구적 시뮬레이션을 구성한 것은 범상치 않은 결과물이자 발상이기도 했다.
발매 이후 약 1년 정도가 지나는 오는 7월 27일.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이제 PC만이 아니라, Xbox Series X|S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개발팀은 발매 이후 매달 업데이트를 통해서 게임을 개선해온 바 있고 PC에서의 최적화는 물론, 한국어 자막 지원 등도 최근 개발 사항에 포함하는 등 꾸준한 개선을 이뤄내기도 했다.
콘솔 버전으로 자리하기는 했으나, 게임의 기본적인 구성 자체는 이전과 같다. 따라서 게임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지난해 8월 게재된 리뷰 로 대체하고자 한다. 대신 이번 체험기에서는 콘솔판의 몇 가지 변경사항을 중심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콘솔 기준으로 자리하면서 UI 및 조작 체계의 변화 / 비주얼 측면에서의 차이 / Xbox Series X와 Series S 의 차이들이 예가될 수 있다.
● 게임 플레이 외적인 부분들 - 설치 용량과 조작 체계의 변화
PC 발매일 즈음을 기준으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의 용량은 150GB. 플레이 했던 사람은 알겠지만, 설치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의 용량이었다. 콘솔 버전은 그보다는 용량이 조금 줄어들은 상태다. Xbox Series X 기준으로는 사전 다운로드 기준 97.24 GB(온라인 / 오프라인 포함)를 내려받은 이후, 인사이더 프로그램으로 테스트에 참여했을 때 27.6 GB의 데이터를 더 다운로드했다.
Xbox Series S 기준으로는 기본 용량 42.4 GB + 오프라인 모드를 위한 용량 59.7 GB까지 총 102.1 GB를 차지한다. 기본 설치 용량기준으로는 이 정도고, 이후 게임 플레이에서 에디션에 따라서 어느 정도의 추가 데이터 다운로드가 이루어질 수 있다.
어떻게 본다면, 현재 용량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상태가 PC 원판과 비교하자면 1/3 정도가 줄어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온라인 모드만을 설치한다고 생각하면, 용량은 PC와 비교해서 30% 정도로 줄어든다. 1년 사이에 게임 내부에 담은 콘텐츠를 늘리면서도 용량을 오히려 줄였다는 점. 그리고 후술하겠지만, 그럼에도 비주얼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선을 던질 만 하다.
보라보라 섬 기준, PC 스크린샷 (상단) / Xbox Series X 스크린샷 (하단)
패드나 전용 비행 컨트롤러는 어디까지나 비행 시의 조작을 원활하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었다. 키보드와 마우스 만으로는 섬세한 조작을 할 수 없었지만, 비행기마다 다른 UI. 조작계 등에서는 반드시 필요했다. 반대로 패드나 전용 컨트롤러는 비행 시의 조작에서는 이점이 있었으나 이외 시스템을 전부 패드로 조작하기에는 완벽하지 못했다.
즉, 이외 UI 등은 반드시 마우스나 키보드의 조작이 필요했다. 플랩의 단계를 조절하는 단축키는 물론, 관제탑과 교신하는 것 / 계기판의 버튼을 누르는 것은 어디까지나 키보드 또는 마우스의 역할이었다. 이렇게 필수불가결했던 조작체계를 어떻게. 그리고 어디까지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개발자의 고민이기도 할 것이다.
PC에서도 컨트롤러를 통한 비행 자체는 키보드 + 마우스보다 나았다.
이 부분에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커서 조작을 가져갔다. 컨트롤러의 L3. 좌측 아날로그 스틱을 누르면 커서가 팝업되고, 이를 이용해서 각종 메뉴를 조작하는 방식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이는데, 플라이트 시뮬레이터가 조작 외에도 여러 메뉴를 조작해만 하는 방식이어서다.
비행 조작 자체는 베이직 레이아웃 기준의 PC와 마찬가지로, 트림 조작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을 조작할 수 있다. 플랩을 조정하거나 기체의 방향을 조작하는 것도 PC에서 컨트롤러를 사용했을 때와 같다. 즉, 비행 자체 만으로는 조작에 큰 무리가 없다.
콘솔 버전의 조작체계
다만, 이러한 선택지가 불편하지만은 않다. Xbox Series X|S가 마우스 조작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커서 소환 조작이 조금 거슬린다면, 남는 마우스 하나를 기기에 꽂기만 하면 PC와 같은 경험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Xbox Series X|S는 이 부분에서 스스로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고 있다.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아날로그 스틱을 조작해 버튼을 눌러야 한다.
● 게임 플레이 경험 측면들 - 콘솔 버전 플심이 보여주는 풍경들
플라이트 시뮬레터의 설계를 보자면 인터넷을 통해서 연산된 데이터를 읽는 구조다. 그렇다면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러한 비주얼을 보여줄 수 있을까? 몇 가지 물음을 던져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PC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경험을 준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우선 Xbox Series S를 먼저 보자. 상대적으로 기기의 성능 스펙 자체가 낮은 편이지만, 이 기준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으로 이어진다. 하늘의 구름 표현이나 텍스쳐 해상도 등이 다른 기기 기준으로는 저해상도이긴 하다. 건물이 많거나 숲과 같은 자연환경이 많은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흐릿한 비주얼을 보여준다.
하지만 Series S가 30만 원대의 기기이자 상대적으로 낮은 성능의 기기라는 것을 생각해야만 한다. 기기의 성능과 가격을 생각해 본다면, Series X나 PC와 비교해서 조금 떨어지는 품질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게임 플레이에서의 경험으로 평가를 제한한다면, 다른 기기와 같은 것이기에 충분히 그 의미가 있다.
Xbox Series S에서 촬영한 스크린샷. 일부 디테일 자체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훌륭한 비주얼이다.
그렇다면 Xbox Series X는 어떨까? 여기서는 상상한 이상의 결과물과 경험을 줬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비주얼 측면에서는 여전히 놀라움을 자아낸다. PC와 비교하자면 비주얼적 특면에 있어서는 오직 놀라움 그 자체다. 지난해 리뷰에서 사용했던 개인 PC(라이젠 7 3세대 + RTX 2070 Super)에서도 부하가 걸리는 사양이었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런던이나 뉴욕, LA, 샌프란시스코와 같이 건물이 많은 지역에서 낮은 고도로 비행한다면, 로딩으로 인한 약간의 프레임 드랍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부분은 PC에서도 같은 상황이었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전반적으로 30프레임을 꾸준히 유지하며, 상시 즐거운 경험과 비주얼을 선보이고 있다.
프레임이 낮아보일 수 있겠지만,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는 큰 불편함이 되지는 않는다. 이는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라는 게임 자체가 빠른 화면 조작을 요구하는 게임이 아니어서다. 가장 주가 되는 플레이는 계기판의 수치 조작 / 기체의 조작이 중심이 되고 있으며, 상공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플레이가 주력이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30fps를 가져가는 것은 불편함이 아니라 오히려 게임 플레이까지 고려한 최적화의 영역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Xbox Series X에서 촬영한 스크린샷. 전반적인 디테일은 놀라움을 자아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인터넷을 통해서 지도의 데이터를 받아오고 이를 게임 내 비주얼로 표현한다. 그렇기에 인터넷 연결 환경이 원활할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비주얼 측면이 갈리게 된다. 게임을 설치할 때 선택하는 오프라인 모드를 위한 데이터는 인터넷이 안되는 상황을 가정한 콘텐츠들이다.
오프라인 모드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건물의 디테일과 광원 효과 등이다. 게임 내에서 만날 수 있는 뉴욕의 모습을 살펴보자. 온라인 모드에서는 시기에 따른 광원과 건물의 세부적인 모습들이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실제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현실의 뉴욕을 1:1 스케일로 충실히 구현하고자 한 모습이다.
오프라인 모드(상단)와 온라인 연결 시(하단)의 비교. 차이가 확실히 드러난다.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은 오프라인에서는 건물들이 평이한 모습으로 그려지며, 시기와 환경에 따른 광원 효과들이 온라인 상태와 큰 차이를 보인다. 건물의 수도 적고 그 디테일은 AI가 구현한 투박한 것들로 변한다.
뉴욕이 아닌 국내로 비교하면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서울 상공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날았을 때의 경험은 한 눈에 보더라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서울은 온라인 기준으로도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지는 않지만, 오프라인 모드에서는 건물의 수가 현저히 적어지며, 각 걱물의 디테일도 급격히 떨어진다.
서울은 더 차이가 드러난다. 오프라인 모드(상단)에서 사라진 롯데월드.
● 새로운 모드와 접근성 측면 - 디스커버리와 튜토리얼 일부의 변화
개인적으로 PC와 비교해서 눈여겨본 점은 콘텐츠 구성이 일부 조정되었다는 점이다. 우선은 스팟라이트 이벤트로 콘솔 버전에서 가장 먼저 배치된 ‘디스커버리 플라이트’다.
이벤트 콘텐츠이기는 하지만, PC에서 월드맵을 가장 앞에 내세웠던 것과는 다른 결정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디스커버리 플라이트를 앞에 뒀다는 점이 중요하다. 디스커버리 플라이트는 PC에서도 업데이트를 통해 선보인 바 있지만, 일종의 챌린지 또는 경로를 따라서 비행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풍경을 보는 것에 가까웠다. 지난해 11월 즈음 선보였던 미국 동부해안 디스커버리 플라이트가 그 예다.
보통은 월드 맵이 좌측 상단에 있고, 이벤트가 우측 상단에 자리했었다.
뉴욕 디스커버리에서 플레이어는 비가 내린 직후의 뉴욕 상공에 진입한다. 한쪽에는 아직 비가 내리고 있고 다른 한쪽에는 구름이 없이 청명한 하늘이 펼쳐져 있다. 플레이어가 우측으로 시선을 돌린다면, 무지개가 떠있는 아름다운 모습이 그려지고 다른 한편에서는 마천루가 즐비한 뉴욕 시내가 플레이어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지난 E3 쇼케이스에서 말한 대로, 부기장이 되어 비행을 체험하는 경험에 가깝다.
이러한 모습은 개발진이 보여주고 싶었던 실제와 같은 풍경들. 그리고 기술적 성취에 기반한 놀라운 비주얼을 한 번에 제공하는 선택지다. 게임을 켜고 가장 첫 번째 메뉴에서. 조작을 알 수 없어도 자동으로 비행이 이루어지는 경험을 통해,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콘솔 버전 디스커버리 플라이트가 보여주는 여러 지역들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앉아서 전 세계 명소를 하늘에서 살펴보는 것이 쉽게 느낄 수 없는 경험임을 깨닫게 된다. 게다가 가장 아름다울 만한 시간대와 상황 설정을 개발진이 마련해 뒀다는 점에서 현실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PC에서 선보였던 스팟라이트 이벤트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단기적인 콘텐츠로 소비하기는 아깝다고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방식의 콘텐츠를 구성한 것이 꽤 마음에 들었기에 기간 한정이 아닌 고정적으로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기본적으로 감상이지만, 추가 조작을 할 수 있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제공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튜토리얼 일부도 콘솔 버전에 맞춰 변화했다. 기본적인 이륙과 착륙, 비행 방법과 더불어서 콘솔 버전에 맞게 게임을 설명해주는 단계가 추가됐다. 커서를 화면에 띄우는 법부터 시작해, 계기판 조작 등 기본적인 사항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튜토리얼이 단위도 세분화하는 등 발매 초기와 비교해서 더 자세한 설명이 이루어진다.
이외에도 UI 크기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드는 등 사용자 취향에 맞출 수 있는 부분들을 콘솔 버전에서도 그대로 계승한 상태다. 어시스턴스 시스템도 발전이 이루어져, 장소를 정해서 부조종사에게 조종을 맡길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기능들로 차근차근 비행을 배워나달 수 있도록 했다.
튜토리얼 개편과 세부 점수제로의 변경은 반가운 부분. 비행을 접하기 더 쉬워졌다.
● 기술 발전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 그리고 미래
지난 리뷰에서 게임을 두고 ‘기술 발전이 빚어낸 완벽한 대체 경험’이라는 말을 전한 바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관점은 현재 콘솔 버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기술 발전에 기반한 게임 플레이와 콘텐츠들은 게임 발매 초기보다 더욱 발전했고 그렇기에 의미가 있다.
PC 기준으로 게임의 발매 시기 즈음에서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와 현재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디테일 측면에서 많은 요소들이 발전했다. 최적화 측면에서는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꾸준히 안정화를 더했고, 실제 환경에 더 가깝게 데이터를 누적하며 게임을 가다듬었다. 개발진이 보여준 노력의 결과물들이 지난 1년 동안 게임에 쌓여왔던 셈이다.
체험기를 쓰기 위해 예전 스크린샷을 뒤적거리다 발견한 것인데, 지역의 세부 디테일이 오히려 더 늘었다.
동시에, 콘솔 버전 개발에 있어서 기기의 성능 외에도 마이크로 소프트가 가지고 있는 애저와 같은 클라우드 측면의 기술적인 기반, 머신 러닝 기술들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서 게임 실행 중 순차적으로 집 15억 채와 나무 2조 그루를 만든다는 설명은 성능 자체를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기도 하다. 이렇듯, 기술적인 성취와 이를 표현하는 콘솔의 GPU 등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마이크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라는 타이틀이 콘솔로 자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타협을 제외하고 PC와 비슷한 혹은 그 이상의 품질에 가까운 게임 플레이를 가져왔다는 것에 찬사를 보낸다. 온라인 플레이 기준 50GB 미만의 용량으로 게임을 최고치의 비주얼로 구현했다는 점. 심지어 지금까지 개발진이 꾸준히 게임을 개선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이전에 발표되었던 것처럼, 오는 7월 27일 Xbox Series X|S로 콘솔 버전의 발매가 이루어진다. 내년 한국어 자막 지원도 예정이 되어 있고 PC에서와 마찬가지로 발매 시점부터 게임 패스로 제공이 되므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놀라움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기기의 한계를 넘어선 비주얼과 환경을 구현하는 것. 그리고 기술적인 뒷받침을 생각한다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경험이 될 테니 말이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