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장르부터 플랫폼 변경까지, 소규모 개발사의 콘솔 로그라이트 제작기
그러나 콘솔 게임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다. 변화는 거대 개발사 / 퍼블리셔가 아닌,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몇 년간 소규모 개발사는 자신들이 만든 타이틀을 콘솔 플랫폼으로 선보이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콜솔 외 다른 플랫폼도 마찬가지지만, 기존 장르에 변형을 가한 기획이 이루어지는 한편, 새로운 시스템과 액션을 덧붙인 게임이 발매됐고 현재도 개발 중에 있다. NDC 2021에서 진행한 이번 강연은 바로 소규모 개발사의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김현석 마스터는 이번 강연을 통해 콘솔 로그라이트 ‘던전림버스’ (PC와 닌텐도 스위치로 발매) 제작 과정에서 겪었던 고민과 판단을 돌아보고자 했다. 그리고 동시에 첫 번째 콘솔 게임을 만들며 이루어진 다양한 고민과 시행착오 속에서 어떻게 중심을 가져갈 수 있는지. 기획이 과연 어떤 기준을 가지고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는지를 개발과정 전반을 회고하며 청중에게 전했다.
● Step 1 - 목표 설정과 제약의 파악
‘던전림버스’는 당초 2017년 5월 발매 예정이었으나, 완성되지 못해 장기간 방치되었던 프로젝트 였다. 당시 김현석 마스터는 퇴사한 상태에서 던전림버스의 외주를 진행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서 던전림버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프로젝트 시작 단계의 던전림버스는 ‘퀘스트 오브 던전스’ (스팀에서 2014년 3월 발매)를 벤치마킹한 컨셉의 게임이었다. 전반적인 목표는 부담이 없는 수준에서 제시됐다. 목표는 ‘벤치마킹한 대상보다 발전하는 것’. 그리고 ‘5년 내 1억’이라는 부담 없는 매출이 목표였다. 이후 김현석 마스터가 던전림버스를 담당하게 되면서, 세부적인 목표를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목표가 설정된 이후에는 개발 과정에서의 제약을 확인하는 차례가 이어졌다. 던전림버스의 경우 이전 개발에서 확정되었던 장르와 게임 플레이 시스템. 리소스가 게임 측면에서의 제약으로 작동했다. 여기에 한정된 기간과 인력이라는 제약을 극복하여 게임을 완성해야 한다는 부분의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강연자는 제약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 기존 리소스를 20% 정도만 남기는 것으로 결정했고, 과거의 일러스트를 외주를 통해 미국풍으로 새로이 개발하는 결정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직접 제작이 어려웠던 내부 인력의 제약으로 에셋 스토어를 활용하고자 했다. 이렇게 제약 사항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 Step 2 - 게임의 콘셉트 기획
제약 사항을 줄이기는 했지만, 그래픽 리소스와 같은 부분은 수정하기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었다. 추가 퀄리티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현석 마스터는 기존 리소스를 활용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조금은 올드할 수 있는 그래픽을 고전 게이머 층에게 어필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고전 게이머 층에게 어필하는 만큼, 장르의 발전 측면에서는 정통 로그라이크에 가까운 게임을 만들면서 최소한의 차별을 가하고자 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죽었을 때 하기 싫어지는 요소를 줄이는 것’ / ‘완전한 리셋보다 사소한 것이라도 남기는 것’을 게임 플레이 측면의 콘셉트로 삼게 됐다.
더불어, 제약을 해결하는 과정이 아닌 차별화 과정도 고민했다. 고전 그리고 정통 로그라이크에서 볼 수 없는 부분을 넣어서, 다른 게임과 다르게 보이기 위함이다. 강연자가 선택한 던전림버스의 차별화는 ‘맵과 오브젝트가 뭔가 다르다’ / ‘죽더라도 실패가 아니다’ / ‘거대 보스가 등장한다’는 지점을 차별화 요소로 정했다.
이어진 콘셉트 기획의 마지막 단계는 플레이어가 느낄 수 있는 동기 부여를 연결하고 고민하는 과정이다. 강연자는 처음 플레이어가 갖는 목표와 요소들을 연결하며 엔딩까지 구성하는 시간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 Step 3 -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들
콘셉트 기획을 마친 이후에는 게임 플레이를 구성하는 세부 시스템과 요소별 의도를 점검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강연자는 자동 생성 맵 / 사용자 학습 / 열쇠 시스템 / 거대 보스 / 아웃 게임 / 밸런스 / 개발 중 발생한 문제들 까지 7개의 요소를 포스트모템을 통해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전 개발 과정에서 만들어졌던 랜덤 맵 시스템은 개량해 테이블화하고 차별화를 주는 결정을 내렸다. 강연자는 이러한 결정의 이유로 ‘단순한 랜덤 맵의 반복은 결국 지루함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별화를 준 맵은 평범한 맵과 파격적인 맵으로 구성하여, 이를 단계에 따라 배치했다. 이를 통해서 플레이어가 플레이 과정에서 선택하고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획으로. 동시에 초반에는 평범했던 게임이 파격적으로 변화하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의도를 비췄다.
차별화로 내세운 거대 보스의 경우, “눈으로 보기에 달라보이고, 공략도 기존 게임과 다르며, 목표가 되어야 하고, 맵 테마의 전환점으로 삼기로 했다”는 의도를 전했다. 이에 따라서 보스들은 다양한 패턴과 공략 요소 등을 가지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무작위로 구성되는 로그라이크 장르이기에 밸런스 측면에서의 고민도 진행했다. 성장이 없는 로그라이크이므로 다양한 클리어 방법을 제공하는 한편, 능력치 보정과 숫자 미표기 / 상점의 삭제 등 기저 시스템을 통해서 게임 내 전투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는 플레이로 이어지도록 했다는 기획 의도를 알렸다.
● Step 4 - 방향성의 교체
강연자는 다음 챕터의 설명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게임을 구성하는 기획을 점검하며, 거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방향성이 달라지는 시기를 겪게 됐다”고 회고했다. 방향성이 달라지기 시작한 이유는 외부 테스트 단계에서 발생했다.
게임 스트리머 및 학원 수강생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을 때, ‘어렵다’ / ‘불편하다’는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반응으로 게임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가장 많이 이야기가 된 것은 몬스터 도주 시스템에 대한 부분이었다.
장르 변경에 대한 기준은 Step 1에서 설명했던 목표들이 기준점이 됐다. 초기 기획에서 설정한 목표와 대전제의 다수결에 따라서, 던전림버스는 ‘로그라이크’에서 ‘로그라이트’로 장르를 변경하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플레이 측면에서 가져야 하는 방향성이 달라지기에, 게임의 타깃과 목적의 변화는 자연스레 이어졌다. 열쇠와 관련한 ‘결여의 감각’과 플레이 요소가 변경되었으며, 몬스터 도주 패턴도 삭제하면서 스피디한 플레이 형태로 게임 플레이가 변화했다.
성장형 시스템으로 전환되면서 후반부 난이도도 높아졌다. 이를 고려하여 무기와 요리 등의 효과를 높이는 등 성장과 관련이 없는 보정 수치의 변화도 이어졌다. 무기의 옵션이 삭제되는 등 아이템 체계의 변화도 있었다. 무기의 다양한 활용보다는 좋고 나쁨을 알 수 있는 명확성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되기 때문이다.
강연자는 이와 함께 “동기 부여와 얽힌 밸런싱은 거의 처음부터 새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로그라이트로 장르 변경이 이루어지며 ‘빨리 죽고 남긴 것으로 강해지는 플레이’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플레이 과정에서 목표를 부여하여, 매 회차마다 고정적인 동기 부여 요소를 제공하고자 했다. 보스 또한 강해진 플레이어의 능력치를 고려해 패턴 위주의 거대 보스를 선보인다는 과정을 거쳤다.
벨런스 외적으로 스토리도 변경이 이루어졌다. 플레이어가 상상하고 만들어가는 플레이에서 직접적인 형태로 변경되었고 이에 따라 대사량이 증가하고 설정의 간소화가 진행됐다. 이렇듯 많은 변화가 찾아왔기에, 기존 목표로 한 경험을 제공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따라서 던전림버스는 멀티 엔딩을 추가하는 것으로 스토리와 파고들기 플레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했다.
더불어 개발 측면에서 “사소하지만 크게 생각하지 못한 문제들이 있었다”는 말을 남겼다. 사망 시 출력되는 Press Any Key라는 문구로 인해 검수에서 탈락한 사례를 예로 들은 것이 대표적이다. 스팀판이 베이스인 상황에서 Key를 문구에 넣었는데, 닌텐도 스위치에는 키가 없었기에 발생한 결과다.
이외에도 스팀과 닌텐도 스위치 플레이어의 차이로, 밸런스와 조작의 변경이 이루어졌다. 강연자는 당시를 회상하며, 조작이 바뀌면서 휴대용에 맟춰 밸런스 조절이 이루어지기도 했고 조이콘 분리와 같은 요소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플랫폼이 달라지면서 UI와 UX 측면의 교체도 자연스레 진행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변화 또한 언급했다.
장르의 변경 그리고 플랫폼의 변경을 거친 이후, 던전림버스는 출시만을 앞둔 상태였다. 강연자는 이 시기에 가격 선정과 출시까지의 검수 작업을 진행하게 됐다. 가격의 경우 퍼블리셔가 전한 할인 마케팅을 진행하고자 한다는 의견을 반영하여 다른 대비 높은 가격을 설정하게 됐다.
출시 시점에서는 난감한 상황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던전림버스의 발매일이 일본 내 ‘풍래의 시렌’ 신작 발매일과 겹쳤기 때문이다. 개발자는 이와 관련하여 “걱정을 했는데, 일본 반응은 긍적적이었다. 메인 타겟을 일본으로 바꾼 것이 어느 정도 잘 먹혔던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단, 던전림버스의 스위치 발매 이후 이루어진 스팀판의 평가는 좋지 못했다. 닌텐도 스위치에 맞춘 기획과 밸런스 조절을 그대로 스팀에도 가져갔기 때문이다. 강연자는 관련하여 발매 이후의 판매 그래프도 제시했다. 총 판매량은 스위치가 스팀의 6배 이상이었고 총 판매량의 85%가 미국과 일본에서 발생했다.
● Step 6 - 결과 그리고 반성
강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강연자는 던전림버스의 개발 과정에서 얻은 것과 반성할 만한 부분을 되돌아봤다. 그는 시작부터 제약이 많은 프로젝트였음에도 이를 지켜냈다는 점. 타깃 유저층에 게임을 어필한 점. 그리고 기획 측면에서 의도가 잘 구현되었다는 점을 잘한 부분으로 꼽았다.
물론, 반성할 부분도 남아있다. 장르와 플랫폼 변경 등에서 실수가 있었던 점. 요즘 시대에 고려해야 하는 스트리밍을 생각하지 않은 부분 등을 부족했던 점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을 최종적으로 고려해 ‘회사의 발전 과정에서 한 번은 겪었어야 할 프로젝트 였다’고 정리했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