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갓 게임사 될까, CDPR 미래 전략 ‘RED 2.0’ 선언
2007년 ‘더 위쳐’와 함께 무명을 벗어나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까지 고속 성장해온, 그러나 지난해 ‘사이버펑크 2077’ 졸속 출시로 재동이 걸려버린 폴란드 게임사 CDPR. 그들이 다시금 ‘갓겜’ 개발사로 돌아가기 위한 미래 전략 ‘RED 2.0’을 31일(수) 선언했다.
‘RED 2.0’의 핵심 과제는 ‘성장을 위한 혁신 및 동력 공급’이다. 이를 위하여 ▲지속 가능하고 배려하는 작업 환경 ▲CTO(Chief Technology Officer, 개발 총괄) 역할 재정의와 권한 부여 ▲애자일(Agile,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개발 방식) 구조 정착 ▲두 IP(위쳐, 사이버펑크) 개발에 최적화된 RED엔진 ▲교차 프로젝트 전문가 기용 ▲커뮤니티에 대한 접근 방식 변화 ▲인재 풀 넓히기를 추진한다. 그 결과 개발 과정의 효율화, 향후 출시될 AAA급 콘텐츠의 품질 확보, 다수의 AAA급 게임을 동시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CDPR 아담 키신스키 대표는 “우리 미래 전략의 기초는 AAA급 게임의 동시 개발(Parallel AAA game development)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우리의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작업을 더 효율적이며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여러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게임을 만드는 방식을 바꾸기를 원하며, RED 2.0은 그 시작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교차 프로젝트(Cross-Project)란 CDPR 전체가 어느 한 IP에 묶이지 않고 ‘더 위쳐’와 ‘사이버펑크 2077’ 관련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차 작업 전문가의 지휘 아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디자이너 등 모든 개발자가 긴밀한 소통하여 특정 기술이 특정 프로젝트에 묶이지 않도록 한다. RED 엔진 역시 이러한 작업 방식에 최적화될 예정이다.
보다 구체적인 변화 과정은 이러하다. ▲AAA급 RPG → AAA급 RPG에 여러 장르를 혼합 ▲싱글 플레이만 → 싱글플레이에 온라인 요소까지 ▲순차 개발 → 동시 개발 ▲워터폴(Waterfall, 일반적인 선형 개발 방식) → 애자일 ▲AAA급 게임에 집중 → AAA급 외에 모바일, 비게임 분야까지 ▲품질 중시 → 팀(인력에 대한 대우)과 품질 중시.
CDPR 대표작 ‘더 위쳐’ 삼부작은 멀티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 완전한 싱글플레이 게임이다. ‘사이버펑크 2077’의 경우 출시 후 온라인 요소를 넣겠다고 언급한 바 있으나 구체적인 형태는 밝혀진 바 없다. 반면 앞으로는 온라인 요소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게 RED 2.0의 요지 가운데 하나로, 그 허브 역할을 할 플랫폼은 동사가 운영하는 ‘GOG 갤럭시’가 될 것이라고.
아담 키신스키 대표는 “우리는 서사 중심의 AAA급 싱글 플레이 RPG를 만든다. 이건 변하지 않는다. 단지 온라인에 대한 장기적인 접근 방식은 바뀔 것이다. 우리 게임에 원활하게 스며들 수 있는 온라인 요소를 만들어가는 중이며, 기술적 문제없이 구현해낼 것이다”라고 호언했다.
CDRP의 올해 로드맵은 다음과 같다. 우선 ‘더 위쳐’는 ▲위치 정보 기반의 모바일 AR(Augmented Reality, 증강 현실) 게임 ‘더 위쳐: 몬스터 슬레이어’ ▲’더 위쳐 3’ 차세대기 업그레이드 ▲’궨트’ 콘텐츠 추가 개발. 다음으로 ‘사이버펑크 2077’은 ▲지속적인 패치 ▲무료 DLC들(소규모) ▲차세대기 업그레이드가 잡혀 있다. 눈여겨볼 점은 ‘사이버펑크 2077’ 대형 유료 DLC 소식이 전혀 없다는 것으로, 올해 내에 굵직한 추가 콘텐츠를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
보다 먼 미래의 계획도 나왔는데, ▲2022년부터 AAA급 게임 개발을 동시 진행(Parallel AAA Development to Start in 2022)이란 정도로 짧게만 언급했다. RED 2.0에서 두 IP에 집중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점으로 미루어 ‘더 위쳐’와 ‘사이버펑크 2077’ 관련 작품이 2022년부터 개발된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이 모든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선 지속 가능하고 배려심 넘치는 작업 환경도 중요하다. CDPR은 앞서 ‘사이버펑크 2077’ 출시를 앞두고 지독한 크런치 모드(Crunch Mode, 개발 막바지에 개인 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연장 근무하는 행태)로 악명을 떨친 바 있다. 이를 견디다 못한 몇몇 개발자들은 게임 출시 전후로 줄퇴사하기도 했다. 따라서 CDPR이 개발력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포괄성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 ▲쌍방의 장벽 없는 소통 ▲개발자들의 자기 개발 지원이 요구된다.
앞으로 M&A(Mergers and Acquisitions, 인수합병) 기회도 보다 적극적으로 타진한다. 바로 얼마 전 캐나다 밴쿠버의 게임사 디지털 스캐입스(Digital Scapes)를 인수한 것이 좋은 예다. 양사는 지난 수년간 협력 관계를 이어왔으며 이제 완전히 한식구가 되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