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틱스에 대한 경의 그리고 선택의 중요성,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 체험기
무엇보다 독특한 점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정의를 마주하는 RPG’라는 소개처럼, 플레이어를 정답이 없는 결단을 마주하도록 만들고 있다. 전란의 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플레이어가 바라보는 정의를 이익 / 도덕 / 자유의 세 가지 가치로 구분하여 전혀 다른 상황을 만들어 낼 예정이다.
한국어화를 거쳐 정식 발매될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는 티저 영상 공개와 동시에 체험판을 배포하면서 게임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함께 마련했다. 아직 한국어를 지원하지는 않지만, 이번 체험판을 통해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가 어떤 방향으로 개발이 이루어질 것인지를 짐작하기는 충분할 것이다.
먼저 전투 부분을 설명하자면, 난이도가 있는 전투와 한 턴이 중요해지는 전략적인 선택을 요구하는 플레이를 제공한다. 적의 공격은 상대적으로 강력하게 설정되어 있기에, 적의 공격을 받아내는 캐릭터와 대미지를 넣는 캐릭터의 구분이 명확하게 이루어지는 모습이다.
서로서로 몇 대만 맞아도 사망이라, 한 턴의 중요성이 크게 다가온다.
적이 진입하는 길목을 얼음 방벽으로 막는다거나. 궁수 캐릭터의 경우 지붕과 같은 고지에서 공격하는 등 고저차와 지형을 사용한 전략이 요구된다. 적의 뒤를 잡는 플레이가 꽤 중요하게 다뤄지는데, 추격(CHASE)이라 명명된 요소를 통해서 아군의 추가 공격을 할 수 있어서다. 적을 공격하거나 아이템을 사용하는 등 이동을 제외한 행동에 경험치가 부여되어 있으므로, 위치 선정을 통한 공격 기회의 확보 / 계속해서 공격하는 플레이는 캐릭터 육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추격으로 추가 대미지를 넣는 플레이가 필요한 편.
마법과 기술 사용을 피해 요구되는 TP라는 자원은 한 턴에 하나씩 차오르며, 최대 5개의 TP를 보유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기본 100%에서 사용 시마다 차감되는 형태가 아니라, 매 턴마다 스킬 사용을 위한 자원이 누적되는 방식이다. 스킬에 따라 1개의 TP를 사용할 때도 있고 2개, 3개의 TP를 사용하는 스킬도 있다. 마법의 남발을 할 수 없도록 제한이 걸리는 구조이므로 스킬의 사용 또한 위치 선정과 마찬가지로 고민해야되는 부분으로 자리한다.
체험판 기준으로는 비슷한 스킬 메커니즘을 가진 캐릭터가 없다.
후반부 플레이를 마주해야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겠지만, 체험판에서 보여준 전투 시스템 자체는 높은 난이도를 기준으로 치밀하게 짜여진 것처럼 느껴진다. 버프를 이용해서 적의 공격을 버티는 전략. 지형 지물을 활용한 감전 / 화염 등의 추가 대미지 등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무엇보다 캐릭터마다 스킬이 완전히 다르게 설정되어 있는 구조를 보면, 스토리 진행에서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가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선택. 그리고 선택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 가다.
전란에 휩싸인 세 나라에서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에, 이야기는 같은 시기 다양한 장소의 상황을 동시에 선보인다. 약간의 로딩을 거쳐 이벤트 형식으로 제공되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서 달라지는 전황을 NPC들이 다른 시점에서 풀어내는 방식이다. 일관된 방향으로 시나리오를 이끌어나가기 보다는, 플레이어의 선택과 결정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는 탐험 페이즈와도 연결되어 있다. 체험판 기준으로 첫 전투를 진행한 뒤, 플레이어는 큰 선택을 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탐험 페이즈는 선택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직접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기회로 작동한다.
정보 수집 - 설득 - 투표의 과정을 거친다.
탐험 페이즈는 각자의 논리에 따라서 동료들이 내린 결정을 바꾸는 단서가 된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동료들에게 말을 걸어 설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선택지가 되며, 이를 통해서 플레이어가 원하는 선택으로 유도할 수 있게 된다.
한국어화를 거쳐서 발매될 예정임을 고려하면, 각 인물의 특징이나 가치관도 각자 다르게 설정되어 있어 흥미로울 만한 부분이다. 어떤 단서를 얻어야 동료를 선택할 수 있을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찾아낸 단서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보다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습득한 단서에 따라서 선택지가 새로이 추가되기도.
전투 전의 탐험 페이즈에서는 적을 즉사시킬 수 있는 함정을 가동하거나. 높은 지역으로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는 리프트를 복구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해당 오브젝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전투의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하기도 하기에, 오브젝트 사용이 필수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체험판에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이러한 오브젝트의 사용 여부에 따라서 대사나 다른 선택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할 것으로 보인다.
선택의 결과는 체험판 기준으로는 극명하게 갈린다. 전투의 무대가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적 자체가 달라져서다. A 루트에서 아군 세력이 되는 인물은 B 루트에서는 적으로 등장하고, 플레이어는 선택의 결과로 인한 동료들과의 갈등, 대립. 그리고 새로운 방향으로의 내면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하나의 선택이지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전황과 인물간의 관계가 급변하는 상황은 다회차를 염두한 구성과 같이 만들어져 있다.
중요한 선택은 전황과 인물의 관계를 크게 변화시킨다.
이야기가 달라짐과 동시에 새로이 합류하는 캐릭터들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는 곧 전투에서 사용하는 전략이 달라진다는 것과 연결된다. 체험판에서는 9명의 캐릭터를 배치할 수 있었으며, 합류한 캐릭터를 포함해 어떤 캐릭터를 전투에 내보낼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 만으로도 플레이어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이 달라지기도 했다.
안정적인 측면이라면 후방에서 버프를 계속해서 걸고 각개격파 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특정 루트에서 TP 3개를 이용해 아이템을 두 번 사용하는 캐릭터가 합류한다면, 상점에서 공격용 아이템을 구매해 3턴마다 공격 아이템을 순간적으로 쏟아붓는 전략을. 비를 내리게 해서 목초지 필드의 화재를 막음과 동시에, 번개로 적을 감전시키는 전략 등 스토리에서의 선택은 스토리 외적인 전투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스토리 외에도 합류 캐릭터 / 사용할 수 있는 오브젝트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름의 새로운 시도이자 브레이블리 디폴트에서도 이야기했던 ‘따르지 않는 용기’와도 방향성을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같은 장르에서 이미 명작으로 회자되는 택틱스 오우거와 비슷하게 느껴지면서도, 선택과 전략의 깊이나 폭 측면에서 다른 느낌을 주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이 다가온다.
한편으로는 옥토패스 트래블러에서 시도했던 각자의 이야기. 관점이 한데 뒤섞인 이야기 구조를 가져가면서도 각자의 관점과 가치관이 대립하고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는 흥미로운 시스템 아래에서 작동한다는 여지를 남긴다. 체험판 기준으로는 한 번의 중요한 선택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지만, 전체 분량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작은 선택들의 영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인 결과에 따라서 인상이 크게 갈릴 수도 있다.
비주얼 외적으로 시스템은 치밀하게 짜여져 있다.
한국어화를 거쳐 오는 2022년 발매를 예정한 ‘프로젝트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 게임의 이름 만큼 전략적인 전투와 이야기. 그리고 플레이어의 선택이 균형을 이루는 게임으로 완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택틱스 오우거 또는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를 추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복잡한 군상극의 매력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값진 타이틀이 될 여지가 충분하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