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핵심 방향성 그대로, 진·여신전생 3 녹턴 HD 리마스터 체험기
돌이켜보면 그 사이의 기술적 발전, 기기 성능의 상승, 게임 편의성 측면에서의 여러 변화와 진화들이 자리했다. 시리즈 외부적으로도 여러 파생작과 IP 전개가 이루어졌고 그 때마다 몇 차례의 변화가 시리즈 내부를 관통해 적용됐다.
오는 10 월 29 일, PS4 와 닌텐도 스위치로 국내 정식 발매를 예정한 ‘진·여신전생 3 NOCTURNE HD REMASTER’를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다. 이번 리마스터에서 만날 수 있는 게임 플레이와 스크린샷 등은 아래의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이번 진·여신전생 3 NOCTURNE HD REMASTER 의 시연은 DLC 매니악스팩이 적용되지 않은 상태로 진행되었습니다. 정식 발매 이후 유료 DLC 인 매니악스팩을 구입하여 NEW GAME - 매니악스를 플레이하는 것으로 ‘진·여신전생 3 -NOCTURNE 매니악스’의 게임 내용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진·여신전생 3 NOCTURNE HD REMASTER 는 어디까지나 ‘리마스터’에 초점을 맞췄다. 즉, 원본의 것은 그대로 남겨두고 그래픽 및 해상도의 개선 / 대사의 음성 추가 정도가 직접적인 변화로 다뤄진다. 극적인 외형의 변화보다는 10 여년 전의 원작을 지금 환경에 맞게 구현한다는 점에 의의를 둔다. 당시 PS2 로만 출시되었으나, 닌텐도 스위치로도 출시가 확정됨으로써 출시 플랫폼이 늘어났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이식은 해상도의 증가로 말미암아 일부 표현들이 선명해진 상태다. 게임 플레이 시의 화면 비율도 와이드로 적용되어 4:3 비율로 출력되었던 과거와는 다른 형태임을 보여주고 있다. 던전맵에서 넓은 화면으로 주위를 표현하게 되면서 시야가 한결 개선됐다.
2003~2004 년 사이의 그래픽을 현 세대로 옮기는 과정에 있어서 모델링 자체가 크게 변화가 이루어진 것은 없다. 인물의 얼굴 묘사나 비율, 화풍 등이 바뀐 것 없이 리마스터가 이루어진 상태다. 과거의 낮은 해상도에서 고해상도로 옮기는 과정에서 개선이 진행되었고 전반적으로 선명한 비주얼로 마감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영상이 아닌 인게임 연출은 16:9 비율로 표현된다. 다만, 원작에서의 이벤트 대부분이 중요 인물, 오브젝트를 화면 중앙에 배치해서 제공했기에 원작의 것에서 누락된 요소 없이 이벤트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화면 비율에 맞춰, 이벤트 장면에서 배경 묘사가 더 표현되는 형태다.
대사의 번역도 일부 수정이 가해졌다. 2003 년 당시의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고 일부 조정이 이루어진 상태다. 첫 보스인 포르네우스의 대사를 예로 들면, “이 병원에서 겁없이 까부는 놈은 가볍게 요리해 버릴 거야 / 이 지느러미로 싹둑싹둑… 하고 말이다” 라고 원작에서 말했던 대사가, “이 병원에서 돌아다니는 녀석은 가볍게~ 사냥해 줘야지. 이 지느러미로 싹둑싹둑…이란 말이지!”로 변경됐다.
한 번에 표시되는 텍스트가 3 줄인 것은 원작과 같다. 그러나 대사들이 출력되는 시점 / 버튼으로 스킵되는 대사의 분량 등에 일부 조정이 이루어졌다. 대사 창에 표시되는 대사 글자 수는 더빙을 기준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한국어화는 원작의 번역과 차이가 있기는 하나, 대사의 의미 자체를 전달하는 데에는 무리는 없다. 다만, 음성에서 나오는 몇 개의 단어가 대사에는 누락되는 경우가 있었다. 음성이 “ごらんの通り, 東京は姿を変え, 丸い世界になリました”로 출력될 때, 리마스터 기준으로는 “보시는 대로 도쿄는 둥근 세계로 변했습니다”로 대사가 번역된 상태다. 의미는 일맥 상통하지만, 일어 더빙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신경 쓰일 만한 부분이 될지도 모른다. (참고로 2004 년 국내 출시 당시, 해당 대사는 “보시는 바대로, 도쿄는 모습이 바뀌어 둥근 세계가 되었답니다”로 한국어화가 이루어졌다)
게임 몰입감 측면에서는 더빙으로 인한 장점이 크게 와닿는다. 텍스트가 많았던 게임인 만큼, 이야기 진행 과정에서 만날 수 있는 주요 인물과 대사들에 목소리가 입혀졌다. 모든 대사에 음성이 입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야기의 중요한 장면에서는 성우들의 연기가 몰입을 더하고 있다. 전체로 보면 큰 차이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빙을 통해서 10 여년 전의 담백한 게임 플레이에 보완이 이루어진다.
당시에는 익숙했던 불편한 길찾기나. 목표까지 빙 돌아가게 만드는 디자인, 불친절한 네비게이션 등 소위 ‘요즘 게임’ 기준으로는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 캐릭터의 조작감도 현재 시점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PS2 시절의 것에 가까워서다. 하지만 이 또한 원작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목적 면에서는 방향성이 일치한다.
이는 곧, 원본의 시스템적 완성도가 매우 뛰어났기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결정과도 같다. 이미 진·여신전생 3 는 원작인 진·여신전생 3-NOCTURNE 과 진·여신전생 3-NOCTURNE 매니악스를 거치며 시스템을 조금 더 가다듬었고, 시리즈 내부에서 기념비적인 타이틀이 될 정도의 시스템적 완성도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편의성 측면에서 약간의 아쉬움은 있을 수 있으나, 이번 진·여신전생 3 NOCTURNE HD REMASTER 가 줄 수 있는 가치는 타이틀 그 자체 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이후 시리즈까지 영향을 깊게 미친 요소들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왜 지금까지 해당 게임을 추억하는 이들이 많은지. 그리고 이후 시리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현 세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마스터의 의의는 충분하다. 따라서 시리즈의 오랜 팬들에게도. 새로이 시리즈에 접근하려는 사람에게도. 이번 리마스터는 각별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