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이고 몰입 가능한 인물과 세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인터뷰
할리 그로스는 과거 ‘투 올드 투 다이 영(Too old to die young)’ 이나 ‘웨스트월드(Westworld)’ 같은 유명 드라마 시리즈 제작에 참여했던, 상당한 유명세를 가진 각본가다. 그녀는 4년 전 너티독에 합류하여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의 내러티브 리드로서 활동해왔다.
이번 인터뷰에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정보들은 배제되었으며 출시될 게임의 기대감을 끌어올릴만한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했다.
●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이후 후속작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있었을텐데,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또 그 중 엘리의 청소년기를 선택한 이유, 그리고 이런 주제를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
할리 그로스 : 일단 아쉽게도 내가 합류한 시점은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의 대략적인 계획이 잡힌 이후였기 때문에 프로젝트 초반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4년 전 닐 드럭만이 나를 고용했을 때, 그는 이미 게임의 주제와 이야기에 대한 확고한 비전이 있었고, 물론 지금과는 다르지만 계획하고 있는 엔딩도 있었다. 그리고 닐은 그런 완성을 위해 보다 디테일한 캐릭터 컨셉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확실한 건, 내가 이 프로젝트에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이 매우 신나고 기쁜 일이었을 만큼의 계획이었다는 거다.
● 1편으로도 충분히 훌륭하고 완결성 있는 결말을 맞이했는데, 그럼에도 2편을 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할리 그로스 : 앞서 말했듯, 나는 닐 드럭만이 2편을 만들기로 결정한 이후에 팀에 합류했다. 그는 폭력의 굴레, 엘리의 구원과 복수, 정의에 대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 엘리에 집중하고자 했다. 나는 이런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들을 겪고나서 생기는 그녀의 변화에 대해, 이제 19세로 성장하여 적이 가득한 세상에서 매일 부서지고 공포를 겪으며 적응하고 살아가야 하는 그녀라는 캐릭터에 깊은 흥미를 느꼈다. 이 일은 내게 굉장히 매력적인 기회였다.
● 과거 HBO에서 드라마 '웨스트월드' 의 제작에 참여한 바 있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작업을 하면서 느낀 드라마와 게임의 제작 과정의 차이는 무엇이 있을까.
할리 그로스 : 아주 많은 차이가 있다. 오히려 같은 부분이 더 적다고 할 수 있겠다. 내 생각에 모든 스토리는 크게는 비슷한 구조를 따른다. 이야기의 시작과 함께 캐릭터는 어떤 거대한 사건을 겪고, 캐릭터는 점점 변화해 가면서 이야기는 더욱 고조되고, 갈등의 최정점에 이르러서 캐릭터가 이를 해결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런 게임의 이야기 구조는 드라마의 시즌 구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비슷한 부분은 거기서 끝이다. 왜냐하면 TV 쇼에서는 스크립트를 쓰면, 그에 따라 다른 모든 부서, 배우, 의상, 연출 등 모든 부서가 그렇게 이미 결정된 스크립트 위에 결과물을 쌓아나간다.
하지만 너티독은 매우 협력이 강한 그룹이다. 닐 드럭만과 내가 어떤 아이디어의 초안을 내놓으면 모든 부서가 거기에 대해 새로운 의견을 내놓는다. 기획자, 애니메이터, 아트 팀 등등. 그런 과정을 거치면 스토리는 살아있는 것이 되고 실체를 가지게 된다. 실제로 4년 전 처음 닐 드럭만이 내게 제시했던 엔딩은 2년 전쯤 그런 과정을 거쳐 새로운 버전으로 바뀌었다.
왜냐하면 게임은 만들어지면서 그 자체로 살아있는 것이 되고, 시네마틱을 촬영하고 작업자들이 각각의 단계를 동시다발적으로 거치면서 계속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돌고 돌아, 엘리의 여정에 폭력의 굴레, 그리고 속죄에 대한 이야기를 심어넣게 되었다.
●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를 시연한 입장에서, 전투를 벌일 때 나는 즉흥적으로 마구잡이식으로 플레이를 하는데도 보여지는 엘리의 움직임은 굉장히 자연스럽고 멋져서 뭔가 드라마틱한 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 이런 뛰어난 액션성은 왜,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나.
할리 그로스 : 그건 우리가 디자인과 액션, 프로그래밍에서 굉장한 팀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확고한 공통의 목표가 있었고, 모두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더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캐릭터가 울거나, 피부를 표현하거나 같은 그런 세세한 부분에서 우리가 정말로 진짜라고 느낄 수 있을만큼, 그리고 사람들이 거기에 감동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다. 비디오 게임 사상 가장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모든 애니메이션, 모든 게임 속 요소들을 깊게 고려했고, 사람이 울 때의 피부 표현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도 잘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단순히 플레이어블 캐릭터 뿐만 아니라 모든 NPC, 개 등등 모든 것이 생명을 갖기를 원했다. 그런 면에서, 이런 대단한 팀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이 큰 행운이었다.
● 2편에서 복수, 분노로 변화하는 엘리의 모습, 혹은 변화를 어떻게 연출하고자 하는가.
할리 그로스 : 먼저 엘리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녀는 굉장히 위험하고 위협적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가 1편에서 본 14살의 엘리는 다소 산만하고 웃긴 사람이고, 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신경쓰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후 그녀는 4년을 잭슨에서 조금이나마 더 안전한 상황에서 보냈다. 그나마도 완전히 안전하다고 할 수 없었다. 여전히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고, 사람들은 감염자나 낯선 사람에게 적대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엘리는 사랑 같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가지고 자랐으며, 조엘은 엘리에게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연구와 조사를 거쳐, 이 캐릭터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그들이 행동할 것인지, 우리가 시나리오에서 이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배치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모든 요소와 환경, 그리고 로맨틱한 경험 등 모든 경험이 그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래서 그녀가 이 ‘정의’ 라는 목표에 어떻게 다가갈지에 대해 깊이 고려했다.
●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의 메인 테마는 '증오' 라고 할 수 있다. 해당 키워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기획 단계에서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는지 궁금하다.
게임의 각 순간마다 그녀는 자기희생을 반복하며, 그럴수록 상처입으면서도 점점 더 단호해진다. 저로서는, 그렇게까지 강한 수준의 증오와 또 사랑을 원동력 삼아, 궁극적으로는 그녀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수많은 역경을 딛고 끈질기게 자신의 목표, 즉 정의구현을 위해 나아가는 캐릭터를 창조해 낸다면, 그녀가 얼마나 그 목적을 바라고 원하는지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통해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WLF 와 세라파이트라는 양대 집단이 등장한다. 이 두 집단은 적으로서 얼마나 다르며, 스토리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할리 그로스 : 스토리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 다음 게임 플레이 이야기를 하겠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이 게임을 통해 폭력의 굴레, 그리고 굴레를 거듭할수록 더욱 강해지고 무자비해지는 폭력의 상호확증을 말하고 싶었다. 한쪽이 폭력을 하면 반대쪽이 이를 반복하고, 점점 더 강도가 강해지고, 어느 시점에서는 멈출 수 없게 되는 그런 것을. 이런 이야기를 내러티브를 통해서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 시애틀에 도착하면 이 두 그룹이 싸우는걸 볼 수 있다. 전 지역에 걸쳐 계속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또 스포일러 영역에 가까워지고 있으니 간략하게 말하자면, 그들은 지속적으로 서로를 공격하고 괴롭히고 있다. 서로를 향해 지속적으로 적대감을 쏟아낸다. 왜 계속해서 서로 폭력을 반복하고 점점 더 강하게 복수할 수 밖에 없는지를 스스로 내뱉는다. 우리, 개발 팀으로서는 엘리의 주변에서 계속 이런 주제를 환기시키는 수단이 필요했다.
게임 플레이로 이야기하자면, WLF 는 전작에서 보던 적들, ‘헌터’ 같은 그룹과 비슷하다. 그들은 각자 이름이 있고, 서로 명령을 내리기도 하고 협력 하기도 하며, 누군가 죽으면 이름을 부르며 시체를 붙잡고 울기도 한다. 이들 또한 인간이고,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으며, 한편으론 군대 같은 면모도 보인다.
세라파이트는 좀더 은밀한 그룹으로서, 이들은 군대라기보다는 뭐랄까, 훨씬 더 조용하고 음침한 느낌이다. 조용한 화살 같은 무기를 쓰며, 서로 휘파람으로 소통한다. 그전까지 엘리가 겪어보지 못한, 그녀에게 매우 생소한 느낌을 주는 적이다. 엘리는 적이 어디있는지 확신할 수 없고, 이들은 지속적으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준다. 엘리가 그들로 인해 패닉, 스트레스, 공포를 느끼면서도 계속해서 그들과 싸우고 앞으로 나갈 수 밖에 없음을 플레이어도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 2편에서 조엘과 엘리의 관계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할리 그로스 : 일단 우리는 이 게임의 캐릭터를 단순히 명백한 영웅이나 악당처럼, 명과 암이 분명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모든 캐릭터가 저마다 입체적이고 복잡하게 느껴지도록 하고자 했다. 조엘과 엘리, 두 캐릭터는 모두 굉장히 사랑과 친절이 넘치는 사람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굉장히 흉폭하면서도 분노로 가득찬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둘 다 사랑을 받고, 타인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누군가를 더 행복하게 혹은 더 불행하게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받은 캐릭터들이다. 그리고 매일 그 기회를 받는다. 우리는 조엘이 어떻게 엘리와의 관계를 통해 그의 삶을 참회할 수 있었는지를 보아왔다. 과거 조엘은 그의 인생에서 수많은 비극과 과오가 있었지만, 엘리를 통해 그는 긍정적으로 변했고 이제 엘리의 인생에 있어 아버지로서의 자기 자리를 찾았다. 그런 조엘 덕분에, 엘리는 이 위험하고 위험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 전작인 '라스트 오브 어스'는 '사랑'이라는 테마를 표현하기 위해 '칠드런 오브 맨', 그리고 '더 로드'를 참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작업 시 영감을 받았던 작품이나, 참고했던 콘텐츠가 있다면 알려달라.
할리 그로스 : 우리는 서로 아이디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지만, 저에게는 주변 세상을 돌아보는게 항상 중요했다. 우리 게임이 판데믹 이후의 세계를 그리기는 하지만, 캐릭터들은 현실적이고 친근하게 다가오길 원했다. 나의 삶, 내 친구의 삶, 또는 우리 스튜디오의 누군가의 삶을 돌아보고, 캐릭터들이 더 친근하고 그들에게서 우리 주변의 사람들, 우리의 친구, 이웃, 가족들을 발견하고 투영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 크래프팅 시스템이 보다 확대됐다. 특히 무기를 개조하고 특정 플레이 방향에 맞게 특화시키는 부분이 주목할만하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의 전투는 매우 뛰어났지만 플레이 방향성이 매우 다양하다고 보기는 힘들었는데, 이를 조합하여 전작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한 타입의 전투를 펼치는게 가능할까?
할리 그로스 :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플레이어의 경험을 보다 폭넓게 만들고 모든 플레이어가 저마다 자신의 방법으로 이 세계를 경험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모두 플레이어의 자유로운 선택지다. 알다시피 크래프팅에는 어느정도 정해진 길이 있지만 그걸 토대로 어떤 플레이를 하는가는 플레이어의 자유다. 큰 소리를 내며 총을 쏘고 적을 죽이고 또 죽이는 식의 플레이도 물론 가능하다.
● 게임 속 적의 인공지능에 대한 한 예로, 엘리가 자동차 아래 숨을 수 있게 되면서, 이제 적들 또한 자동차 아래를 확인하는 패턴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변화가 모든 적에 동일하게 적용되는가? 아니면 팩션, 또는 타입에 따라 달라지나?
할리 그로스 : 우리의 적은 모든 면에서 굉장히 지능적이다. 말한대로 이제 차 아래를 확인하기도 하고, 서로를 불러 의사소통하여 모이거나 흩어져 수색하며, 무리 중 누군가가 사라지면 사라진 지점에서부터 아군에게 알리고 찾아 나서기도 한다.
당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적들은 플레이어가 각 상황마다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강제한다. 이는 엘리로서 모험과 전투에 임하는 긴장감, 그리고 그너가 느끼는 감정들을 플레이어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테면 적들도 각자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 죽으면 흐느끼며 자신들끼리 그런 감정을 공유한다.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개를 돌보기도 한다.
내가 알기로 이런 NPC 간의 상호작용 시스템에 따른 대화문이 4,000개 정도 준비되어 있다. ‘언차티드 4’ 에서는 이 대화문이 대략 1,200개 정도 있었다. 즉 그만큼 우리의 AI 시스템이 발전했다고 볼 수 있겠다.
●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린다.
할리 그로스 : 플레이어들이 이 게임을 접하고, 플레이하고, 또 감동받았으면 한다. 또 이 게임을 플레이 함으로서 우리를 둘러 싼 이 세상에 대해서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게 된다면, 그리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또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도전과 영감을 모두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