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과 편의성의 환골탈태, '제노블레이드 DE' 체험기
모노리스 소프트의 ‘제노블레이드’는 첫 출시 당시 평단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타이틀이다. 오픈 월드의 형태로 제공되는 필드의 활용, 독특한 전투 시스템, 시나리오의 완성도 등 대부분 측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후 Xenoblade Chronicles X 부터 Xenoblade Chronicles 2까지 두 개의 후속작으로 이어졌고 닌텐도 게임 라인업의 다양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모노리스 소프트와 닌텐도는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디피니티브 에디션(이하 제노블레이드 DE)’를 발표하며 다시금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동안 발전된 기기의 스펙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원작보다 개선된 모델링과 후일담까지 포함하는 구성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시리즈 최초로 한국어화가 진행되는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시리즈 최신작이었던 ‘제노블레이드2’에서도 한국어화가 진행되지 않아 아쉬움을 토로하는 플레이어들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결정이었다. 5월 말 정식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제노블레이드 DE’를 시연하고 이번 리마스터의 특징과 변경점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제노블레이드 DE는 어디까지나 리메이크가 아니라 리마스터이기에,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는 원작과 같다. 가장 많이 발전한 것은 그래픽 측면. 그리고 일부 편의적인 측면에서 커다란 발전을 이뤘다. Wii와 New 닌텐도 3DS 시절보다 가용할 수 있는 그래픽 자원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전체적인 그래픽은 처음 출시되었던 2010년과는 비교를 불허한다. 이는 당장 공식 트레일러를 비교하기만 해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체험 과정에서 그래픽의 발전이 주었던 즐거움을 말하자면, 우선 필드의 생동감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꼽고 싶다. 처음으로 만나는 넓은 필드 ‘가울 평원’이 전하는 생동감이 몇 배 강화됐다. 기기의 성능이 상승하면서 몬스터의 팝인 현상이 줄었고 먼 거리를 더 높은 해상도와 텍스처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전투 시의 효과도 발전하여 다양한 이펙트가 화면에 자리한다. 자칫하면 심심할 수 있는 전투에서 모션블러, 아츠 사용시의 파티클 추가, 강조 등으로 화면이 원작보다 화려해졌다. 해상도와 이펙트가 강화되면서 복잡한 효과들의 가시성도 한결 나아졌다.
다음으로는 연출이 더 높은 해상도와 효과로 자리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트레일러에서부터 보여줬던 것처럼, 캐릭터들의 모델링이 기존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변경됐고 더 큰 해상도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서 연출에서의 표정묘사, 감정 전달은 원작과 비교해서 더욱 강조된다.
원작에서의 특징적인 아트웍이 희석되기는 했으나, 변경된 모델링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후속작인 제노블레이드2와 원작의 아트웍이 섞인 느낌에 가까우며, 과하지 않으면서도 원작 캐릭터들의 개성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형태로 구성됐다.
오프닝과 같은 일부 시네마틱 연출의 경우에는 색감이나 노출이 변하기도 했는데, 이는 가시성을 늘리기 위한 선택지로 보인다. 전체 플레이 타임에서 연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영상에서의 전달력이 강화된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발전한 그래픽을 담아내는 최적화는 ‘제노블레이드2’보다 나은 모습을 보인다. 초반 플레이 기준으로 독 모드로 게임 플레이를 했을 때, 화면에 효과들이 화려해지더라도 해상도가 낮아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제노블레이드2에서 블레이드 콤보를 연달아 발동했을 때나, 처리 오브젝트가 많아지면 독 모드에서 간헐적인 프레임 드랍, 해상도 변화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을 생각하면 이번 제노블레이드 DE는 적어도 독 모드에서 최적화가 개선된 편이라고 하겠다.
● 조작과 전투, 게임 플레이
기기가 닌텐도 스위치로 변경되기는 했으나, 기본적인 전투 시의 조작 자체는 Wii의 것을 따르고 있다. 십자키로 아츠를 선택하고 좌측 아날로그로 이동, L과 R로 타깃을 선택하는 구조다. Wii U에서 출시되었을 때 게임 패드에서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왼손 엄지로 좌측 아날로그를 조작하면서 동시에 방향키로 아츠를 선택하기는 손이 바쁜 느낌이 있다.
조작 캐릭터가 공격하는 위치에 따라서 아츠의 효율이 달라지기에 꾸준히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상황이 급박할수록 혼선이 오기도 한다. 엄밀히 따지면 전투 템포가 빠른 편은 아니라서 큰 불편함은 아니고 직접 플레이하면 손이 바빠지는 게임이었으니, 적응이 필요한 영역으로 남을 것 같다.
조이콘 및 프로콘의 트리거 버튼은 새로이 추가된 ‘배틀 지시’에 할당됐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파티 리더만을 조작할 수 있는 게임이기에 나머지 캐릭터들의 조작은 AI가 담당한다. 원작에서는 나머지 동료 캐릭터의 조작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지만, 이번 DE에서는 배틀 지시를 통해서 간단한 명령을 지시할 수 있게 됐다.
배틀 지시는 세밀한 조작보다는 방향성의 지정에 가깝다. 한 대상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AI의 판단에 맡길 것인지. 위치를 재정비할 것인지. 세 가지 형태로 AI의 조작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다. 전투의 흐름을 직접 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특정한 적을 집중해서 공격하는 등 최소한의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추가된 셈이다.
게임 플레이와 관련하여 느낄 수 있는 큰 차이점은 UI의 개선과 편의성의 증가다. 2017년 출시된 ‘제노블레이드2’의 일부 요소들이 ‘제노블레이드 DE’에 발전된 형태로 반영됐다. 가장 간단하게는 장비 및 캐릭터 창의 구성, 메뉴 UI의 가시성 개선이 이루어졌다. 사소하지만 사용빈도가 많은 곳들이 한결 보기 편해졌다.
장비에 젬을 장착하는 화면도 별도 열로 구성해 빈 공간을 파악하기 쉬워진 편이다. 이외에도 이전 시리즈에 없었던 자동 저장도 추가되고 타깃 표시가 후속작처럼 중앙 상단에 위치하도록 변경됐다. 또한, 무엇보다 직접적인 변화는 지도 화면과 퀘스트 네비게이트의 추가다.
네비게이트 추가를 통해서 원작과 후속작 전체에서 지적되었던 불편함이 이작에서 완벽하게 개선됐다. 시리즈 대대로 필드에 고저차가 명확하며, 다양한 층위의 몬스터가 등장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편의성이 대폭 증가한 셈이다. 그간 퀘스트 목적지나 NPC의 방향 정도만을 표시했었기 때문에, 복잡하게 구성된 필드 디자인으로 인해 제대로 길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는 가이드로 정확한 길을 제시하기에, 제노블레이드 DE에서는 게임 플레이 도중 길을 잃거나 헤매는 경우가 크게 줄어들었다.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방향이 점선으로 정확히 나오고, 지도에서는 필요한 퀘스트 아이템과 NPC가 정확하게 표시된다.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 지도를 확대 했을 때 적당한 크기와 투명도를 보면, 편의성 측면에서 고민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최신작이었던 ‘제노블레이드2’에서 지적된바 있는 튜토리얼의 부재와 메뉴 선택 시의 불편함도 크게 개선됐다. 전투 시스템마다 튜토리얼은 세밀하게 구성되어 있고 어떻게 발동되는지,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원작에서 그림 위주로 설명해줬던 것에서 더 나아가, 실제 게임화면까지 넣는 등 조금 더 개선됐다. 이외 서브 퀘스트 일람과 정렬, 파악도 시리즈 통틀어 가장 쾌적하여 게임 플레이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이번 타이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부가적인 기능들도 있다. 장비와 별개로 원하는 코스튬을 장착할 수 있는 ‘패션 장비’ 기능, 유려했던 OST의 재구성, 보이스 일/영음 선택 기능, 진동 등 게임 플레이 외적인 측면에서 팬들을 위한 요소들이 다수 포함됐다.
● 후일담 - 이어지는 미래
* 아래 내용은 게임 본편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제노블레이드 DE’에 추가된 스토리, ‘이어지는 미래’는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거신의 어깨’ 지역을 배경으로 모험이 진행된다. 본편에서 개선된 그래픽이 그대로 적용되어 있으며, 고저차가 다양한 필드와 새로운 조연, NPC도 함께 선보이는 장소로 그려진다.
본편 클리어 여부와 관계없이 메인 화면에서 바로 후일담을 플레이해볼 수 있고 캐릭터들의 초기 레벨은 60레벨로 설정되어 있다. 플레이어 캐릭터로는 주인공인 슈르크, 메리아를 중심으로 두고 전작에 등장했던 노폰족 ‘리키’의 아들 딸인 ‘네네’와 ‘키노’가 새로운 동료로 합류한다. 후일담이기에 전투 시스템의 골자는 본편과 같다. 하지만 엔딩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일부 시스템은 변경을 피할 수 없었다.
스토리 상 모나드의 비전(미래시)가 사라져, 전반적인 전투에서 신중함을 요구한다. 본편의 특징적인 시스템인 비전이 사라지면서 적들의 강력한 공격에 대비하거나, 퀘스트 관련 아이템을 미리 모으는 등의 플레이가 사라지게 됐다. 전투 측면에서는 모나드 획득 이전의 게임 플레이 또는 후속작들의 게임 플레이에 더 가까워진 셈이다.
이외에도 이어지는 미래 후일담에서는 ‘체인 어택’ 시스템이 ‘노폰 레인저’를 이용한 연계 필살기로 개념이 대체된다. 처음에는 기능이 개방되어 있지 않지만, 플레이 초반 퀘스트를 통해 전투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노폰 레인저는 사이드 퀘스트와 더불어, 일종의 수집 요소로 제공되는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 도중 노폰족 측량팀을 만나고, 이들이 제시하는 퀘스트를 해결함으로써 노폰 레인저에 합류를 권유하는 방식이다. 후일담에서는 총 12명의 노폰 레인저를 수집할 수 있고 전투 시에는 무작위로 전투에 참가해 도움을 주기도 한다.
영입한 노폰 레인저들은 개별 특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등 뒤에 착용한 깃발의 색상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붉은 깃발은 공격 계열, 파란 깃발은 회복, 노란 깃발은 디버프 계열의 기술을 보유하는 식이다. 연계 필살기 또한 이와 같은 색상 구분을 따라가며, 플레이어가 상황에 따라서 세 가지 중 원하는 색상 팀의 지원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사용되는 ‘젬’은 본편과 획득 방법이 달라졌다. 거신의 어깨에는 젬을 획득할 수 있는 광맥들이 배치되어 있고, 여기서 직접 획득하도록 설계됐다. 본편에서 젬 크래프팅과 퀘스트 보상으로 제공되는 것과 비교하면, 보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변경되었다고 할 수 있다.
후일담 초반 플레이를 진행한 상태이기에, 구체적인 볼륨을 추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모노리스 소프트가 보여준 본편의 볼륨, 후속작의 스탠드 얼론 DLC ‘Xenoblade Chronicles™ 2: Torna ~ The Golden Country(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2: 황금의 나라 이라)’의 구성을 생각해보면 상당한 시간과 콘텐츠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초반 플레이 임에도 노폰 레인저 영입을 위한 서브 퀘스트, 필드 모험, 필드 구성 등을 살펴보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콘텐츠 볼륨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자면, 2010년 Wii로의 첫 출시 이후 10여년. 시리즈의 첫 작품인 ‘제노블레이드’는 DE에 이르러 원작에서 한결 더 나아간 모습으로 리마스터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그래픽만을 개선한 것이 아니라, 현재에 불편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개선하는 과정도 거쳤다.
때문에 편의성이나 불편함은 시리즈 최신작이었던 ‘제노블레이드2’보다도 훨씬 개선된 상태다. 그리고 이렇게 플레이 외적인 부분에서의 불편함을 개선하여 호평받았던 시나리오와 전투를 보다 확실하게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려 했다.
원작을 플레이 했던 사람들은 물론,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 후속작 ‘제노블레이드’로 시리즈에 입문한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플레이할 만한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디피니티브 에디션’은 한국어 자막, 일어 및 영어 음성을 모두 수록하여 오는 5월 29일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