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DE, 20년차 명작의 ‘완전체’
쉬-허! 90년대 말 PC방을 오갈 때면 어디선가 들려오던 찰진 고함 소리. 그것은 당시 국민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쌍벽을 이루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RTS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였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문명과 영웅들이 총출동하여 자웅을 겨룬다는 컨셉은 지금 봐도 굉장히 흥미롭다. 실제 역사에 기반하다 보니 재미뿐 아니라 교육적인 측면도 있어서, 그 시절에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와 ‘대항해시대’면 세계사 수업쯤 프리 패스였다.
그로부터 정확히 20년이 흐른 오는 15일(금), 마이크로소프트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결정판(Age of Empires 2: Definitive Edition)’을 선보인다. 다소 실망스러웠던 2013년 HD 에디션과 달리 4K UHD 그래픽 및 향상된 오디오는 물론 신규 콘텐츠 추가와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까지 이루어졌다. 플레이 가능한 문명 역시 그간 출시된 확장팩을 모두 담아 총 35개에 달한다. 국내의 경우 음성까지 한국어화되어 그야말로 ‘완전체’라 할 만하다.
기자는 앞서 E3 2019 현장에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스튜디오 아담 이스그린(Adam Isgreen)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포가튼 엠파이어 버트 베크만(Bert Beeckman)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허락된 시간이 거의 없었던 관계로, 금번 출시를 기하여 보다 상세한 내용을 담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결정판’은 윈도우 스토어 및 스팀에서 21,000원에 구입 가능하며, 기존 HD 에디션 보유자는 5달러 할인 받을 수 있다.
※ 인물 사진은 E3 2019에서 촬영한 것이며, 독자 편의를 위하여 기존 인터뷰 내용도 포함하였다.
● 반갑다. 최근 MS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스튜디오를 신설했다. 결정판 개발은 이미 포가튼 엠파이어에서 진행 중인데, 이 신규 스튜디오가 하는 일은 정확히 무엇인가
: 이 새로운 스튜디오가 향후 모든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의 제작을 총괄한다. 시리즈의 기준을 정립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분이 게임 개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가까이서 소통하는 창구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우리는 렐릭, 포가튼 엠파이어, 탄탈로스 등 협력사와 기술을 공유하고 핵심 연구 분야에서의 통합적인 발전을 추구한다. 시리즈 전체가 품질을 높이고 멋진 경험을 전할 수 있도록 말이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가 길고 다채로운 역사를 보유한 만큼, 과거를 존중하는 동시에 여러분에게 최고의 미래를 선사하는 활기찬 길을 걷고 싶다.
● 아쉽게도 앞선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1: 결정판’은 평가가 좋지 못했다. 완성도 자체도 문제가 있었지만 엉성한 한국어화에 대한 우려는 이번 작까지 이어지고 있다
: 우리는 항상 여러분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인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향성이 있다. 하나는 게임이 출시되기까지 가능한 모든 것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이며, 또 하나는 출시 이후에 우리가 놓쳤던 문제를 얼마나 빠르게 전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냐는 것.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결정판’을 현지화하는데 최대한의 검증을 거쳤고 해당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여러 테스터와도 협업 중이다. 설령 출시 시점에서 이런 부분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관련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여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해갈 것이다.
● 단순한 이식을 넘어 싱글 캠페인에 여러 변화를 준 것으로 안다. 정확히 어떤 콘텐츠가 추가되었으며, 어떠한 방향성으로 작업하였는지 궁금하다
: 우선 신규 확장팩 ‘마지막 칸’과 함께 세 가지 새로운 캠페인을 추가했다. 징기스칸의 몽골 제국이 몰락한 이후 동유럽과 중앙 아시아에서 일어난 사건들이다. 세 가지 캠페인은 각각 티무르, 이바일로 그리고 코텐 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울러 기존 캠페인에서도 무엇을 개선할 수 있을지 검토했다. 시각적인 추가 요소뿐 아니라 게임 플레이 자체까지 말이다. 이제와 돌아보면 재미가 없다고 평가 받았거나 너무 길거나 유독 난이도가 높은 미션에 대한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원작에선 ‘바르바로사’ 캠패인을 하다 보면 이탈리아를 침공하는데, 당시에는 이탈리아 문명이 게임에 추가되기 전이라 실제로는 독일 문명이 적으로 나왔다. 지난 20년간 확장된 새로운 콘텐츠로 이러한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이제 이탈리아 반도로 진군하면 진짜 이탈리아 문명과 만나게 될 것이다.
다만 어찌됐든 캠페인의 주요 스토리는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작업 방향이다. 많은 이들이 원작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만큼, 우리 또한 여러분이 기억하는 그대로 다시 한번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결정판’에서의 여정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
● 1편 결정판처럼 키 하나로 예전 그래픽을 오가는 것이 가능할까
: 이번에는 그 기능을 넣지 않았다. 4K UHD로 옛 그래픽을 가져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신 현재의 개선된 그래픽을 만들 때 좋아 보이면서도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또한 시스템적인 개선점은 모두 설정 메뉴에서 입맛대로 키거나 끌 수 있을 것이다.
● 적 AI를 개선했다고 했는데 유닛 AI는 어떤가, 길찾기가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 유닛 AI도 모두 개선했다. 이제 길을 잘 찾을뿐더러 목표 방향으로 이동하며 자동으로 적을 공격하는 옵션도 추가했다. 다른 게임에는 다 있는 건데 우리만 없었다(웃음). 이외에도 교전 시 유닛 타입에 따른 최적의 공격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 새로워진 ‘잔 다르크’ 일러스트를 봤다. 몰라보게 예뻐져서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 옛 일러스트를 다시금 그릴 때 어떤 부분에 집중했나
: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결정판’ 캠페인은 일러스트뿐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개선되었다. 주요 스토리는 유지하되 이를 둘러싼 모든 요소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새로운 일러스트 역시 마찬가지로 원작의 스토리를 신경 쓰며 보다 높은 해상도에 걸맞은 디테일을 살렸다. 아울러 많은 조사와 연구를 통해 게임에 등장하는 역사적인 인물들을 흥미로우면서도 믿을 만한 모습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결정판’에는 신규 확장팩 ‘마지막 칸’이 포함된다. 게임 론칭 이후에도 이러한 추가 콘텐츠를 기대할 수 있을까
: 앞서 말했듯 게임이 출시된 후에도 여러 피드백과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주시하고 해결해갈 것이다. 언제나 커뮤니티에 귀를 기울이며 게임을 운영하리라 약속한다. 우리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결정판’을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며 여러분에게 지속적인 가치와 훌륭한 경험을 제공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업데이트와 신규 게임 모드, 미션, 시나리오는 물론 실력 향상을 도와줄 개선된 튜토리얼까지. 준비가 되는 데로 가능한 빨리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겠다.
● 한때 RTS은 e스포츠의 인기 종목이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결정판’ 대회를 운영하거나 이를 지원할 계획이 있는가
: 당장은 구체적으로 밝힐 내용이 없지만, 플레이어간의 경쟁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시리즈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다. 향후 커뮤니티와 함께 이러한 부분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
● 랭킹 시스템은 존재하나. 게임을 오래 즐긴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 물론이다. 거기다 크로스 프로파일링을 통해 스팀이든 Xbox 라이브든 여러 플랫폼에 있는 유저들의 랭킹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 2013년작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HD’는 스팀 워크샵을 통해 각종 유저 제작 애드온을 적용할 수 있었다. 이번 작의 경우 스팀 워크샵을 지원할 예정인지
: 그간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커뮤니티는 수천개의 모드와 커스텀 시나리오를 만들어왔다. 우리는 이 자랑스러운 전통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한층 편리해진 제작툴과 모드 매니지먼트 허브(ageofempires.com)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러한 지원은 게임 출시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며, 지속적으로 플레이 경험을 향상시키리라 기대한다.
● 상당히 오랜 기간 베타를 진행했는데 특별한 문제는 없었나. 커뮤니티로부터 구체적으로 어떤 피드백을 받았는지 얘기해주기 바란다
: 베타는 매우 순조로웠다. 수많은 피드백에 감사할 따름이다. 포럼을 보며 여러분의 의견을 수집하여 개발팀에 전달하는 전담 직원이 있을 정도니까. 피드백의 내용과 분량을 제각기 다르다. 자잘한 오타와 버그부터 멀티플레이 밸런스, 싱글 캠페인에 대한 온갖 피드백이 왔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2: 결정판’은 거대한 게임이며 모든 종류의 사람들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 피드백을 통해 이런 점이 명확해졌다고 본다.
● 끝으로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 결정판’까지 발표했음에도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는 언급이 없더라. 뭔가 작업 중인 부분이 있나
: 여러분의 다양한 요청은 언제나 환영하지만, ‘에이지 오브 미솔로지’에 대해선 현재 발표할 만한 내용이 전혀 없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