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탄생부터 문명의 태동까지, ‘앤세스터’ 개발자 인터뷰
그리고 기회가 닿아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핵심 개발자로 명성을 널리 알린 개발자, 패트리스 데실레트와 그가 파나쉬 스튜디오로 독립해 처음 선보인 게임, ‘앤세스터’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던 그는 자기 게임에 큰 애착을 드러냈다.
● 게임의 목표는 매우 명확하고 단순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간단하지 않은데. 이런 게임을 만들게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처음 파나쉬를 설립할 때, 과연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고민했다. 일단은 모두가 경험이 있고 자신이 있는 3인칭 액션 게임을 만들자고 했다. 그래서 캐릭터의 상호작용과 월드부터 만들기 시작했는데, 기본적으로 나는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을 좋아하고, 만들던 사람이고, 그래서 어떤 거대한 서사, 거대한 흐름이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다 보다 근원적인 것을 추구하게 됐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만들던 게임에 생존을 결합하고자 했다. 인벤토리도 없고, 오직 캐릭터만이 있는 게임. 그런 요소들이 결합해서 지금의 게임이 되었다. 내가 내린 결정이 나 자신만의 진화 과정이 되고, 모든 플레이어가 다른 과정을 겪고 속도도 다르지만 결국 진화라는 하나의 줄기로 나아가게 된다.
● 생존을 위해서 반복을 하게 되는데, 사람들이 이런 반복 속에서 어떻게 재미를 찾게 하고자 했는지.
일단 게임은 기본적으로 반복 행동에 따라 진화를 하게 된다. 우리는 플레이어가 자신의 경험, 그리고 스스로의 축적을 통한 깨달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게임을 계속하다 보면 진화 과정에 따라서 두발로 걷게 되고, 클랜의 일원들을 데리고 다니게 되고, 이런 변화 강화가 와닿는다. 그런 순간들을 마주하게 하고 싶었다.
우리는 플레이어가 각자만의 경험을 겪고 싶게 하고 싶었다. 자신이 상승하면서, 성장하면서 자기가 변하는 느낌. 게임의 캐릭터가 아니라 플레이어 자체가 경험을 쌓고 나아가는 느낌을 말이다.
● 이 게임을 시리즈로 만들거라고 했는데, 어떤 방식에서 시리즈의 공통성을 가지게 될까?
그렇다, 3부작으로 생각하고 있고, 우리는 그걸 볼륨이라 부르고 있다. 2개의 시리즈는 이 이후의 이야기를 다룰 것이다. 앤세스터는 200만년전 까지의 진화를 다루고 있고, 다음 시리즈는 그 이후의 진화 과정을 따른다. 호모 에렉투스 등의 종이 나올거다. 그들 종들은 두다리로 걷고, 우리와 아주 비슷하고, 지구를 아주 긴 시간동안 살아갔다. 무엇이 있을거라고 확답할 수는 없지만, 단 하나 확언할 수 있는 것은 그 작품들에는 불이 있을 것이다(웃음).
인류는 그 기원부터 지금까지 이 지구 상에서 1천만년 이상을 살았으니 우리가 다룰 수 있는 그만큼의 볼륨이 더 있는 것이다. 다음 작품에서는 우리가 지금 이루어 놓은 문화와 문명의 시작 단계를 다루고 싶다. 옷을 만들고, 언어가 있고 등등,
우리 스튜디오는 3인칭 액션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계속 이 장르로 만들고 싶다. 이 다음에는 아프리카를 벗어나 더 넓은 더 많은 지역으로 뻗어나가게 될 것이고, 다섯 대륙 모두로 나갈 수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 인류가 살아남았고, 여기 있게 된 과정을 다루고 싶다.
● 네안데르탈인들은 현생 인류와 아종, 혹은 근연종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그들도 이 게임에 등장할까?
네안데르탈의 DNA 가 우리에게 조금씩 포함되어 있다는 걸 들어봤을 것이다. 그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싶다. 그 ‘포함’이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는지 상상력을 발휘하고 싶다. 각 종 간에 전쟁 속에서 누군가가 망명해서 DNA 를 남겼을 수도 있다. 유럽에서 마지막으로 사라진 네안데르탈인들은 흥미로운 주제다.
● 계속 진화하고 발전하는게 이 시리즈의 목표라면, 시리즈의 끝에는 무엇이 있나? 우리?
진화와 발전 외에도 다양한 가치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앤세스터’는 우리가 만든 볼륨1이고, 우리는 이보다 더 발전시킨 게임을 만들고 싶으니까. 우리의 첫 게임이기도 하고. 아직 우리의 게임은 많은 부분에서 부족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거기에 디지털로 콘텐츠를 추가하고 계속 게임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은 계속 나아질 수 있다.
진화의 마지막에 우리는 문명과 문화를 만들어 냈다. 마지막에는 그게 있지 않을까. 우리가 아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그 시작의 과정 말이다.
터키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을 예로 들 수 있다(괴베클리 테페-기자 주). 거기에서 사원의 중앙에는 사람의 형상을 했지만 머리 부분이 없는 기둥들이 있지만, 외곽에는 더 많은 기둥과 동물들이 새겨져 있다. 여러 차례 여러 종들의 사원으로 기능했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자연 지배자가 그렇게 바뀐 것이다. 그런 변화의 과정이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 플레이어들이 이 게임을 하면서 어떤 것을 느꼈으면 좋겠는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생존에 관한 것이고, 하나는 진화에 관한 것이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정글에는 굉장히 위협적인 동물들이 있고 플레이어는 그저 먹잇감이었지만, 진화와 발전을 거쳐서 포식자가 되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게 바로 지성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도구를 발견하고, 무기를 만들고. 플레이어들이 그런 과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인간 진화의 과정을 마주하고, 인간 진화의 신비를 느꼈으면 좋겠다. 이 거대한 서사시를 느껴보시길 바란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