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워: 삼국’ 체험, 진한 고찰이 담긴 현존 최고의 삼국지
"천하는 오랫동안 나뉘어져 있으면 반드시 합쳐지게 되고, 오랫동안 합쳐져 있으면 반드시 나뉘어지게 된다."
천하대세 분구필합 합구필분(天下大勢 分久必合 合久必分)
- <삼국지연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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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CA)가 처음 차기 토탈워 시리즈의 무대가 후한 삼국시대, 그리고 삼국지연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을 때, 대중의 반응은 열광적이면서 또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저 먼 유럽 이국의 개발사가, 동아시아의 오랜 베스트 셀러이자 모두가 교양으로 알고 있는 이 전쟁사를, 그리고 게이머들에게는 특히 여러 코에이의 게임들로 친숙한 이 이야기를 다룬다고?
그동안 토탈워 시리즈로 보여준 그들의 진국 같은 게임들은 기대치를 충분히 높이기도 했지만, 반면 그들에게나 우리에게나 예측하지 못한 소재라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역으로, 그동안 토탈워 시리즈에 전혀 관심이 없던 이들도 이 게임 시리즈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지요. 많은 이들이 보기에 CA에게 이 작품은 굉장히 많은 것이 달린 새로운 비장의 수였습니다. 소위 햄탈워(토탈워 워해머 시리즈)와 역탈워(역사 토탈워 시리즈) 팬을 모두 아우를 수 있을지도 관심사였고요.
그리고 몇 년 뒤, 이 게임의 출시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이들이 보여준 게임의 디테일들은 여러 우려를 불식시키기도 했지만, 발매 연기는 오히려 그 걱정에 불을 지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대체 이 게임은 어떨까요? 운이 좋게도 저는 세가 퍼블리싱 코리아로부터 프리뷰 빌드를 받아 플레이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과는, 뭐 이건 확실하게 해야겠습니다. 저는 지난 일주일 동안 며칠씩 밤을 새며 잠을 잘 못잤습니다. 우선은 본격적인 리뷰가 아닌 체험기이니만큼, 감상보다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세부 사항을 소개시켜드리는데 중점을 두고자 합니다.
내정 - 군웅할거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 천하를 호령하기
토탈워를 비롯한 요즘의 대전략 게임들은 크게 내정 단계와 전투 단계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리고 '토탈워: 삼국'은 양면에서 기존의 토탈워 시리즈에 비해서도, 삼국지 게임에 비해서도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루었죠.
일단 삼국시대 중국의 지방이 토탈워 방식으로 재편되었습니다. 중심이 되는 한 도읍과 거기에 딸린 1~3개의 부속 지역으로 나뉘어졌죠. 건업, 진군, 낙양 같은 친근한 지명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역시 몇몇 지역에는 거기서만 지을 수 있는 특수한 건물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발해군에는 특수 건물 어항을 지을 수 있어 농업 생산이 매우 높고, 팽성에는 사원을 지어 공공질서를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내정의 핵심이 되는 자원은 바로 돈과 식량, 그리고 군수 지원품입니다. 돈은 지역이 건설한 상업, 농업, 산업 건물에서 수익을 내며, 이 세가지 갈래가 서로 다른 테크트리를 형성 합니다. 농업은 자체 수익은 적지만 식량을 같이 생산하고 공공 질서를 안정시키는 등 부수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상업 건물은 자체 수익을 내는 건물은 많지 않지만 수익을 퍼센티지만큼 늘려주는 시너지 건물이 매우 많습니다. 산업은 기본 수익 자체가 높고 별다른 시너지 건물 없이도 소수의 건물로 괜찮은 수입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각 지역의 빌드업은 부속 지역에 지을 수 있는 여러 특수 건물들, 비단 상인이나 어항, 농지, 마장 같은 건물에 따라서 거기에 맞는 시너지 건물을 중심 도시에 짓는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초반 영지를 확장할 때에는 하나의 지방을 중심 도읍과 부속 지역까지 완전하게 차지하는게 매우 중요하고, 또 자기 목적에 맞게 각각 특화를 가진 지역을 잘 차지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내정에서 이 자원들 외에도 중요한 부분은 바로 공공질서인데, 공공질서가 낮아지게 되면 황건적이 출몰해 세를 키우며 도시를 공격합니다. 공공질서는 단순히 인구과잉이 되는 것만으로도 낮아지기 때문에, 각 도시마다 공공질서를 높이는 건물을 짓는게 필수적입니다. 몇몇 세력은 세력 특화 건물로 기존의 생산 건물에 공공질서 효과를 더한 건물을 주기도 하는데 정말 쏠쏠하죠.
또 군수 지원품은 각 장수가 속한 군대마다 계산되는데, 군사 행동을 할 때마다 소모가 되고, 이 모두가 떨어지면 군대의 위력과 가용 능력이 급속히 저하됩니다. 재미있게도 식량과 군수 지원품은 연동되어 있긴 하지만 완전히 동일한건 아니기 때문에, 전체 식량 생산이 부족하더라도 군대에 군수 지원품이 충분하다면 군대를 활용해서 그 불리한 여건을 타파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계절에 따라서 식량 생산에도 변화가 오고, 각 도시마다 식량을 저장할 수 있는 비축 한계가 다르기 때문에 식량 조달이 어려운 지역만 특별히 관리해줄 수도 있죠.
때문에, 이 내정은 지속적으로 군대를 운용하기 위한 자금과 식량, 군수 지원품을 유지하면서도 후방에서 황건적이 일어나 군을 돌려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공공질서도 계속 관리해줘야하는 그런 과정이 됩니다. 특화를 잘 만들고 내정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면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국력이 성장해서 두자릿수가 넘어가는 군단을 굴려도 매 턴 수만이 넘는 자금을 얻으며 내정을 풍족하게 굴릴 수 있게 되죠.
그리고 '토탈워: 삼국'의 테크 업은 개혁이라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개혁은 5턴에 한번씩 해금할 수 있게 되는데 테크를 선택하고 5턴에 걸쳐 완성되는게 아니라 말그대로 즉시 해금이 되는 방식입니다. 크게 외교, 산업, 상업, 농업, 군사의 5개 분야로 테크를 올릴 수 있고, 또 새로운 병종의 해금도 여기서 이루어 집니다. 그리고 고급 병종과 하급 병종의 질의 차이는 이전 시리즈작들처럼 현격해서, 정예 군단 하나를 수동 전투로 운용해서 적 3개 군단을 격파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가격이나 운영비의 차이도 엄청나지만요. 전반적으로 내정의 입문 난이도는 내려가고, 내정 콘텐츠의 심화도는 상당히 유지되었습니다.
그리고 '토탈워: 삼국'에 이르러 비약적인 발전을 한 분야가 있는데, 바로 외교와 행정 제도입니다.
우선 세력 간의 외교와 암투, 경쟁이 훨씬 재미있어졌습니다. 일단 이전까지의 시리즈들에서는 대부분 각 세력이 저마다 다른 상황에 놓여있었고, 특히나 햄탈워 시리즈 같은 것은 이미 게임 시작 전부터 아예 양립할 수 없는 원수와 우방이 정해져있었죠. 아무리 세력이 약하거나 마음에 들어도 로마와 카르타고는 결국 전쟁을 해야하고, 하이엘프와 다크엘프가 양립하는게 불가능한 것 처럼요.
하지만 '토탈워: 삼국' 에서는 모든 세력이 동등한 조건에서, 동등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게 확 와닿습니다. 그야말로 ‘박터진다’ 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죠. 결국 모든 세력이 중국 대륙 통일이라는 목표를 갖고 자그마한 지역 세력만을 가지고 시작하는 게임이며, 동탁을 제외하면 초창기엔 몇 개 영지가 고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와 맞닿은 세력 중 누구와 연합하고 누구와 적대하며 또 언제 어떻게 실리를 챙기며 때론 타협할지 하는 외교 전략이 기존의 시리즈에 비해서 훨씬 유연하고 다양하게 가능해집니다.
세력을 키울수록 제후, 공국의 공, 왕, 마침내 황제까지 나의 나라와 세력을 성장시켜 천하를 호령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점자 지방 세력이 정리가 되고 하나 둘 적수가 없어진 강국들이 황제를 칭하게 되면, 이제 옥좌는 3개로 나뉘고 옥좌를 차지한 3개 국가와 아직도 살아남아 기회를 엿보는 중소 강국까지 모든 옥좌를 차지해 중국을 통일하기 위한 본격적인 클라이막스에 돌입하게 됩니다.
유교에서 말하는 큰 뜻을 품고 업을 세워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그런 느낌이 참 잘 다가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밟다보면 정말 난세의 군주가 된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이 게임의 흐름은 우리가 그동안 알던 토탈워 시리즈와 가장 다른 부분 중 하나이며, 또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 삼국시대가 어떻게 시작되어 어떻게 삼국의 균형이 만들어졌고 또 결국 중국 통일이라는 대단원으로 마무리된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죠. 이 게임은 이런 큰 틀에서 삼국지연의와 실제 역사의 큰 틀을 따라가면서도, 그 디테일은 플레이어가 채워나가도록 해놓았습니다.
위촉오 삼국이 아니라 원씨와 공손씨와 마씨의 삼국 전쟁이 될 수도 있고, 통일의 주체가 사마씨의 진나라가 아니라 뜬금없이 문추일 수도 있죠. 하지만 큰 흐름은 항상 유지됩니다. 한나라 치세 말의 혼란한 시기에 군웅할거로 수많은 제후가 일어서고 이들이 이합집산과 견제, 경쟁 끝에 강력한 3개 세력으로 질서가 정리되고 본격적인 강국끼리의 총력전이 벌어지며 천하는 마침내 통일 됩니다.
저는 사실 삼국지라는 소재를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저 어렸을 때 으레 우리가그랬듯 삼국지 만화나 이문열 삼국지 같은 소재들을 읽었고 삼국지 시리즈나 조조전, 삼국무쌍 같은 게임도 줄곧 해왔죠. 삼국지를 그저 문화 교양의 하나로서 익혀온 수준이지만 그런 제게도 이 게임은 몰입할 여지가 충분히 많은 게임입니다.
실제로 제가 공손찬으로 게임을 하는 동안 제가 눈에 띄게 성장을 거둘 때마다 주변 세력들은 연합을 맺어 저를 견제하려고 했고, 특히 그는 한나라의 천자를 막 획득했을 때에 절정에 달했습니다. 원소와 연합을 맺은 5개 세력이 모조리 제 영토로 밀고 들어오더군요. 물론 그걸 막아내는건 엄청나게 힘들었지만, 뭔가 이 중원이라는 세상이 제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한다는게 놀라웠습니다. 이처럼 플레이어는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고, 전략과 간계를 세워 생존 전략과 또 성장 동력을 동시에 마련해야만 천하 통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전투 - 영웅의 시대, 장수 시스템이라는 핵심 변화
그리고 또다른 가장 큰 변화는 장수 시스템을 필두로 한 전투와 전쟁 운영의 변화입니다. 무장은 각각 용장, 선봉장, 감시자, 모사, 지휘관으로 나뉩니다. 삼국지의 유명인들은 역사적 전공이나 특성에 따라서 여러 타입으로 나뉘어 있죠. 예를 들어 홀로 촉한의 후계자를 지켜낸 전설이 있는 조운은 방어 특화인 감시자로, 촉한 최고의 무장이었던 관우는 일기토 특화인 용장으로, 야전지휘관으로 탁월했던 장비는 선봉장인 등으로 말이죠.
정사 모드의 장수는 각종 버프와 군대 유지에 이점을 주는 역탈워의 지휘관이자 전투 내에서도 정예부대로서 상당한 전투력을 발휘하는 햄탈워의 명예연대 같은 역할을 합니다. 허나 연의 모드에서는 본격적으로 장수 시스템이 부각되지요. 사실상 연의 모드와 정사 모드의 가장 큰 차이는 무장이 전투에서 어떤 역할로 얼만큼의 파급력을 부여받느냐에 있습니다.
연의 모드에서 장수는 일기토를 펼칠 수 있고, 부대 하나에 맞먹거나 상회하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장수의 타입마다 역할에 맞는 능력이 크게 부각되는데, 1대1 특화 타입인 용장의 경우 군대의 일기토를 담당하며 상대 장수를 모두 치킨무처럼 썰어버려 지휘력을 급감시키는 인간 흉기의 역할이고, 선봉장은 1대다 공격 능력이 출중해서 적진 한복판에 뛰어들어 일반병을 모두 쓸어버리는 원맨아미이며, 감시자 타입은 그런 공격형 장수와 충격기병 같은 적의 맹공을 적은 피해로 받아내고 반격하는 인간 모루, 모사 타입은 궁수와 공성용 투석기 같은 각종 원거리 화력과 전략 무기를 다룰 수 있는 히든카드이자 안정적인 딜러, 지휘관은 아군 전체의 사기를 올려주고 다양한 버프를 부여하는 다재다능한 총사령관의 역할을 맡습니다.
이 다섯가지 타입의 장수는 한 부대에 3명만 들어갈 수 있는데, 이 조합을 짜는 것, 그리고 각 장수에 걸맞는 부대를 쥐어주고 각종 장비로 능력을 향상시키고, 원래 없던 능력을 부여하고, 또 장수가 성장함에 따라 얻는 특성 포인트로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장수 시스템으로 발생되는 군대의 다양한 특성과 변수가 생각 외로 매우 넓어요.
사실, 햄탈워를 매우 재미있게 했던 입장으로서 기원 후 2세기 정도의 고대를 다루는 이상 병종의 다양성이나 전투의 박진감, 전략적 변수에 대해서는 불안한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장수 시스템의 깊이가 그런 우려를 잘 날려보내 줍니다. 장수를 어떻게 성장시키고, 무엇을 쥐어주고, 또 어떤 부대를 운용함에 따라, 같은 타입의 무장을 운용하는 군대라 하더라도 공성전 특화 야전군과 기동 추격전 전문, 혹은 사격전 전문 처럼 다양한 타입의 군대를 보유할 수 있게 되죠.
그런데 사실 이런 성능적인 부분으로만 장수가 강조되면 삼국지연의라는 소설의 맛이 잘 살지 않겠죠. 그래서 여기에 더해서 각 장수들이 가진 특성으로 인해 각 인물들마다 일종의 궁합 같은 맞고 안맞는 성격 차이가 있고, 이것을 맞춰주지 않으면 모반을 일으키거나 효율이 급감하는 등의 문제가 생깁니다. 그리고 이는 대체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삼국지연의의 인물들의 관계도를 따라가요. 유관장 삼형제는 말할 것도 없고, 한복과 원소의 상성이 극악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중후반부로 치달아 두자릿수가 넘어가는 군대를 부리기 시작하면 여기에 등용하게 되는 장수의 인재풀에도 한계가 옵니다. 그래서 이제는 군대 보급 외에도 장수들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고 적이었다 하더라도 괜찮은 인재는 포섭해야 하는 등 장수의 지혜로운 운용이 필요해집니다. 사실 이 장수를 키우고 조합하고 최적의 군대를 만들어내 운용하는 것은 '토탈워: 삼국' 의 꽃 중의 꽃이라 할 수 있을 만큼 핵심 콘텐츠이며,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됩니다.
제가 플레이하며 공손찬 세력으로 천하를 통일하는데 대략 26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 내내 저는 긴장과 재미의 연속을 느꼈죠. 마지막 2~3시간은 특히 천하통일이 코앞인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잔당을 소탕하기 위해서 후다닥 내달렸음에도 말이죠.
결론 - 최고의 토탈워이자 최고의 삼국지가 될 가능성
종합적으로 이 게임은 역탈워와 햄탈워라는 토탈워 시리즈의 두가지 히트작 시리즈를 매우 잘 섞은, 굉장히 뛰어난 절충안의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보다 역탈워 스타일의 게임을 할지, 햄탈워 스타일의 게임을 할지 차이를 만드는건 바로 연의 모드와 정사 모드인데, 이 선택으로 인해 변화하는 부분이 무슨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만들어버릴 만큼 거대하지는 않지만, 하지만 분명하고 확실한 차이를 줍니다.
무엇보다, 이 두 모드 이전에 근본적으로 가해진 변화들(삼국지라는 소재, 그에 걸맞는 군웅할거의 각축전 양상, 장수 시스템 등)이 매우 의미있고 재미있다는 것이 뜻깊습니다. 연의 모드를 한다고 해서 완전히 햄탈워 같지도 않고, 정사 모드를 한다고 해서 완전히 기존의 역탈워 시리즈 같지도 않다는게 큰 매력입니다. 여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부분이 충분하고, 여러 번 플레이하게 만드는 토탈워 다운 전통과 '토탈워: 삼국' 만의 새로움이 공존합니다.
또한 이 작품이 사랑스러운 이유는 제작자들이 보여주는 삼국지라는 소재에 대한 존중과 열정입니다. 이 게임은 현존하는 그 어떤 삼국지 소재 게임보다도 더 후한시대와 삼국지연의라는 원 소재에 대한 해석과 연구를 심도있게 가져 온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이문열판 삼국지 소설이나 코에이 삼국지 게임 등 그동안 이미 재해석이 가해진 판본에 익숙해지고 어느덧 그게 지겨워진 우리에게, 제작사인 CA가 직접 재해석하고 보다 원본을 존중한 듯한 이 결과물은 새로운 의미로 신선하고 즐겁습니다. CA의 삼국지는 그동안 너무 고착화되어 온 각 삼국지 캐릭터의 스테레오 타입에 얽매여있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너무 동떨어져 있지도 않아요.
이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한국어판의 현지화 및 음성 한국어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CA의 낯선 해석이 보다 우리에게 친숙한 톤으로 한 번 더 정제된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목소리 연기가 직접 한국어로 다가온다는게 굉장히 게임 몰입에 도움을 줍니다. 그렇게 대사량이 많지 않은데도 상대 군주의 나에 대한 태도나 그가 어떤 제안을 하느냐에 따라 대사 내용 뿐만 아니라 말하는 톤도 바뀌고, 정말 자연스럽게 게임을 막힘없이 할 수 있도록 너무 뛰어난 몰입도를 제공합니다.
이런 목소리 연기는 보다 우리가 예상 가능한, 기존에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해주지만, 내용 면에서는 연의에서처럼 우유부단한 호구 이미지인 원소나 극악무도한 싸이코패스인 공손찬 대신에 보다 정사적인 면이 담겨 있고 또 플레이어블 캐릭터로서 매력도 크게 가지고 있는 새롭게 해석된 캐릭터를 만듭니다. 이것이 CA 가 해석한 삼국지와 우리가 알고 있던 삼국지의 간극을 줄여주면서도, 완전히 클리셰에만 박혀있지 않도록 해주어서 긍정적 시너지가 상당합니다.
CA 의 '토탈워: 삼국' 을 하고나니, 그동안 해 온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는 그저 평범한 RPG 같습니다. 그만큼 CA 가 전력을 다해 진심으로서 소재를 선정했다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토탈워 시리즈가 정말로 어울리는 시대이자 이야기일지도 모르죠. 본래도 CA 와 토탈워 시리즈의 굉장한 팬이었던 저는 이제 '토탈워: 삼국' 으로 한 번 더 빠져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일주일 후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삼국지의 팬, 토탈워의 팬들도 이 게임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전 그걸 큰 축복이라고 하고 싶군요. 저는 그때 보다 자세하고 재미있는 리뷰를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