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어렵고 더욱 자극적인, 캐서린 풀 보디
2011년 최고의 문제작 ‘캐서린’이 돌아왔다. 8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속편도 아니고 확장판이라니 조금 의아하지만, 그만큼 풍부한 추가 콘텐츠와 향상된 기능으로 새로운 재미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정실에 해당하는 K서린과 외도의 대상인 C서린에 이어,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하는 세 번째 연인 린(Rin)의 등장은 이번 작의 백미라 할 만하다. 아틀라스가 만들고 세가퍼블리싱코리아가 퍼블리싱하는 퍼즐 어드벤처 게임 ‘캐서린 풀보디(Catherine Fullbody)는 오는 4월 25일 PS4로 한국어화 정식 발매된다.
기자는 ‘캐서린 풀보디’ 출시에 한 발 앞서 9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PS 아레나에서 잠시나마 한국어 버전을 살펴볼 수 있었다. 현장에 마련된 시연 빌드는 한국어 지원 외에는 해외서 공개된 데모와 동일했다. 세 번째 연인 린과의 첫 만남, 아이가 생긴 것 같다는 K서린의 폭탄 발언, 아침에 눈을 떴더니 옆에서 자고 있는 C서린 등 스토리 상 중요한 장면들이 빠르게 전개된 후 심문법정 최종층을 돌파하면 끝나는 약 10분 분량의 맛보기. 그리고 데모를 모두 깨면 나오는 마지막 이벤트 영상을 통해 린의 정체에 대한 충격적인 떡밥이 던져진다. 이미 일본에선 발매된 게임인지라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더 큰 즐거움을 위해 스포일러는 자제하겠다. 후후…
‘캐서린 풀보디’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빈센트가 술집에서 친구들을 만나거나 세 캐서린 사이에서 갈등하며 스토리를 전개하는 어드벤처 파트, 그리고 죄책감의 결과로 악몽에 시달리며 큐브로 이루어진 탑을 오르는 퍼즐 파트로 구성된다. 여기서 압도적으로 유명한 쪽은 당연히 어드벤처 파트인데, 참 능력도 좋은 빈센트가 예쁜 애인을 놔두고 굳이 딴 여자 꼬시다가 신세를 망치는 과정이 막장 드라마마냥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반면에 퍼즐 파트는 직접 해봤거나 방송으로 접한 사람 외에는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게임의 문제는 퍼즐을 못 깨면 스토리를 감상할 수가 없다는 거다. 심지어 그 퍼즐이란 게 미치도록 어렵다.
본 작의 퍼즐은 ‘큐브를 밀거나 당겨서 위로 올라갈 경로를 만든다’는 핵심 메커니즘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매순간 완전히 감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큐브 배치에 따른 일정한 공식이 존재하므로 반복 숙달하면 누구나 공략할 수 있다. …라고 아틀라스는 주장하지만 글쎄올시다. 분명 8년 전에 머리를 쥐어뜯으며 혼자 엔딩까지 봤건만 데모 시연 도중에 괴물 아기한테 몇 번을 터져 죽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악몽 초입에서 피아노를 치는 린이 계속해서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되감기(UNDO) 횟수를 채워줘서 살았다. 앞선 두 캐서린이 스트레스의 근원인 반면 린은 완전히 힐링 그 자체다. 이러니 빈센트가 새로운 취향에 눈을 뜰 수밖에.
따라서 ‘캐서린’ 시절에는 이걸 무슨 퇴폐적인 미연시 정도로 오해하고 구매했다가 피를 보는 이들이 종종 있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그런 불상사는 없을 듯하다. 첫 째, 이지 모드보다도 더욱 난이도가 낮은 세이프티 모드가 추가됐다. 여기서는 큐브 배치가 훨씬 단순해져 기초적인 등반 공식만 알아도 수월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그렇다고 무적은 아니기 때문에 손재주가 절망적이라면 아기와 불쾌한 대면식을 갖게 될 것이다. 둘 째, 사망 시 직전 위치까지 자동으로 진행하는 오토 플레이가 지원된다. 덕분에 몇 번이고 바닥을 치다 패드를 던지지 않아도 됨은 물론이고 정석적인 공략을 그때그때 보고 익히는 것이 가능하다. 셋 째, 허공에 없던 발판을 만드는 등 치트에 가까운 아이템이 추가됐다. 끝으로 넷 째는 아예 퍼즐 모드를 스킵해버리는 궁극의 시스템이라는데 아쉽게도 데모에서는 시연해볼 수 없었다.
어드벤처 파트의 인기와 퍼즐 게임으로서 정체성이 약간 괴리되는 감이 있지만, ‘캐서린 풀보디’는 원작이 나온 2011년 당시에나 지금이나 상당히 보기 드문 작품이다. 특히 이번에는 퍼즐을 약화시키거나 아예 피해가는 여러 옵션을 추가하여 진입 장벽을 낮췄으며, 반대로 이런 장르를 선호하는 마니아를 위한 경쟁 및 파고들기 콘텐츠도 크게 보강했다. 따라서 어드벤처와 퍼즐 양쪽의 플레이어가 재미있게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확장판인 셈이다. 아, 참고로 세 번째 연인 린의 성우는 스즈미야 하루히, 이즈미 코나타, 아마네 미사 등으로 호연한 히라노 아야로 그녀의 팬이라면 아주 색다른(?)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