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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의 고전 게임 콘솔 '플레이스테이션 클래식'(이하 PS 클래식)이 정식 발매됐다. 이에 필자도 예약 주문한 PS 클래식을 매장에 가서 수령했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필자가 첫 번째 손님이란 말을 들었지만, 수량이 제한되어 있어서 예약 물품을 제외하면 여유분이 많지는 않은 듯했다.
박스는 초대 PS를 연상케 하는 전면 디자인과 수록작 목록이 나열된 후면 디자인을 채택했다. 일부 성인용 타이틀 때문인지 고전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이용 등급은 청소년이용불가로 표기되어 있다.
봉인은 스티커나 씰 대신 스카치 테이프로 되어 있으며, 얇은 외피를 벗기면 두꺼운 내부 박스, 그리고 이 내부 박스의 프레임 안에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는 PS 클래식이 모습을 드러낸다.
PS 클래식을 꺼낸 후에는 나머지 액세서리를 찾기 위해 내부 박스의 프레임을 해체해야 한다. 양쪽 잠긴 부분을 풀어서 위로 들어 올리면 컨트롤러 2개와 HDMI 케이블, USB 케이블을 볼 수 있다.
초대 PS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PS 클래식의 크기는 놀라울 만큼 작다. SIE에서는 PS4 게임 패키지보다도 작다고 말했는데, 실은 닌텐도 스위치 게임 패키지보다도 조금 작은 정도이다.
그럼에도 당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파워, 오픈, 리셋 버튼을 누르는 감각이 오리지널과 흡사한 것은 물론 동작하지도 않는 메모리 카드 슬롯 및 후면부의 패러렐 포트 자리도 재현해 놓았다.
비디오 출력 단자는 미니 HDMI가 아닌 일반 HDMI 단자이다. 여기에 전원부도 TYPE-C 대신 마이크로 B 단자를 채택, 현 시점에서의 범용성이 뛰어나다. 밑면에는 미끄럼 방지를 위한 4개의 패드가 부착되어 있다.
작아진 본체와 달리 컨트롤러 크기는 과거 그대로이다. 듀얼쇼크 4까지 나온 지금의 컨트롤러와 비교하면 상당히 가볍지만, 사실 아날로그 스틱이 등장하기 전의 컨트롤러는 이런 감각이었다.
컨트롤러의 연결 단자로는 USB를 사용하고 있는데, 플러그 부분에 초대 PS 컨트롤러처럼 플라스틱으로 된 손잡이 부분을 만들어 놓아서 본체에 연결할 경우 과거의 분위기가 살아난다.
전원이 연결되면 파워 버튼 아래 있는 LED가 주황색으로 빛나며, 파워 버튼을 누르면 특유의 시동음과 함께 LED가 연두색으로 바뀐다. 전원 어댑터는 5V에 1A 이상의 출력이 가능한 제품이면 어느 것이든 관계 없다.
처음으로 기동하면 먼저 기본 UI의 언어 설정을 하게 된다. 아쉽게도 한국어는 없지만 총 13개의 항목이 있는데,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이 중 국내에서 고를 만한 언어는 영어나 일본어 정도가 될 것이다.
필자가 사용하는 27인치 4K 모니터에서는 720p로 인식됐고, 실행 가능한 게임 목록이 원을 그리며 나열되어 있다. 이 때 ↓ 버튼을 누르면 설정과 가이드 메뉴로 들어갈 수 있으며, 가이드 메뉴에서는 웹 사이트 QR 코드 및 본체의 각 버튼 설명을 살펴볼 수 있다.
설정 메뉴에는 건강을 위한 주의문, 스크린세이버, 언어, 절전 기능, 설정 초기화, 본체 초기화 등의 항목이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래픽 설정이 없어서 스캔 라인이나 화면 채우기(레터 박스 제거), 스무딩 등은 불가능하다.
이는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불만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고전 게임이 좋아서 구입했다 해도 기초적인 바이리니어 필터링도 없을 뿐더러, 게임 화면을 4:3으로만 출력하면서 양 옆 비는 부분에 대한 대처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임 내에 수록된 영상의 경우에도 딱히 보정되는 부분이 없는데, 특히 당시 뛰어난 영상미로 호평 받았던 'R4 릿지 레이서 타입 4'의 오프닝에서 블록 노이즈가 심하게 발생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게임은 '철권 3'가 아닐까 싶다. 현재 정식 발매 버전과 북미 버전, 유럽 버전은 수록작이 모두 같은데, 철권 3의 경우 PAL 버전이 들어가면서 프레임레이트에 제약이 가해진 것 같다.
PS 클래식에는 철권 3 외에도 '배틀 아레나 투신전', '쿨 보더스 2', '디스트럭션 더비' 등의 PAL 버전 게임이 수록되어 있지만, 여타 PAL 기반 게임들과 달리 철권 3의 경우 움직임 자체가 느리다.
가독성은 낮은 해상도에도 불구하고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R4의 경우 다른 게임들에 비해 작은 글자 일부가 조금 흐릿해 보이는 느낌이 들기도 했으나,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
한편, 디스크가 여러 장으로 되어 있던 '파이널 판타지 VII'이나 '메탈 기어 솔리드'는 오픈 버튼을 눌러 디스크를 전환하는데, 게임을 구동할 때 버튼 가이드 화면을 띄우기 때문에 쉽게 알 수 있다. 단, 오픈 버튼을 눌러도 본체의 뚜껑이 열리지는 않는다.
로딩 시간은 홈 화면에서 시작해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 로고, 해당 게임 화면이 나오기까지 15초 가량이 걸리지만, 초기 로딩이 끝난 후에는 딱히 로딩이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덧붙여 북미 버전과 유럽 버전의 구분은 로고만 봐도 알 수 있다.
세이브 데이터는 각 게임 별로 가상 메모리 카드가 하나씩 주어지는 방식이며, 이와 별도로 리셋 버튼을 눌러 홈 화면으로 나가면 해당 지점이 재개 포인트가 되어 자동으로 저장된다. 또한 재개 포인트에서 이어서 하다 다시 리셋을 누르면 재개 포인트 교체 여부를 묻는다.
아무래도 향수를 자극하는 기기이다 보니, 추억 보정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제품이라 그런지 요즘 같으면 납득하기 힘든 조작의 '바이오하자드 디렉터즈 컷'도, 탑 뷰 시점의 '그랜드 테프트 오토'도 반갑게 느껴진다. (철권 3는 제외)
그러나 아날로그 스틱과 진동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별도의 그래픽 설정이 없어 무조건 필터링과 스무딩 없는 4:3 레터 박스 화면을 봐야 한다는 점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명작은 언제 다시 해도 재미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