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 낮에는 약탈자 밤에는 돌연변이, 위험천만 ‘데이즈 곤’
미지의 전염병으로 인류 문명이 크게 쇠퇴한 가까운 미래, 범람하는 돌연변이들을 상대로 허름한 바이크에 몸을 맡긴 터프가이가 한 판 승부를 벌인다. 어쩐지 듣기만 해도 피가 끓어오르는 마초스러운 설정이지만 실상은 언제 어디서 쥐도 새도 모르게 가버릴지 모르는 위험한 나날의 연속. 바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SIE 밴드 스튜디오의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데이즈 곤’ 이야기다.
앞서 19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도쿄게임쇼 2018을 기하여 SIE ‘데이즈 곤’ 미디어 세션이 이루어졌다. 현장에는 벤드 스튜디오 디렉터 크리스 리즈, 존 가빈, 제프 로스이 자리하여 ‘데이즈 곤’에 대한 최신 정보를 공개하고, 잠시간 게임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이들은 ‘데이즈 곤’이야말로 세계 그 자체가 주인공을 향해 달려드는 게임이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계속해서 주위를 살피며 머리를 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즈 곤’ 주인공 디컨 세인트 존은 왕년에 폭주 좀 뛰던 거친 현상금 사냥꾼으로, 바이크를 곧잘 타고 각종 화기를 다루는데도 능숙하다. 그는 평소 펜스가 둘러쳐진 안전가옥에 머물다가 생존자 캠프의 의뢰를 받고 플리커 둥지를 제거하곤 한다. 여기서 플리커(Flicker)란 전염병으로 인해 돌연변이가 된 존재들로 인간 시절의 지식과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 체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여 마리씩 몰려다니며 생존자들을 잡아먹는다.
전체 맵을 열면 안전가옥과 근처 감염 지역이 표시된다. 감염 지역에는 플리커 둥지가 여럿 존재하는데 이것들을 모두 제거해야 해당 지역이 정화되어 각종 보상과 빠른 이동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만 둥지 주변에는 기본적으로 크고 작은 플리커가 오갈뿐더러 불을 붙이거나 폭파하면 더 많은 녀석들이 몰려나오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가령 둥지에 곰덫을 놓아 발을 묶거나 폭탄을 설치해 산산조각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안전 가옥 밖에 있을 때는 바이크가 바로 디컨의 체크 포인트로 기능한다. 바이크에는 고유한 내구도와 연료 수치가 있으며 휴대량보다 많은 아이템을 보관해 놓는 인벤토리 역할도 맡았다. 바이크를 수리하기 위해서는 부품을 모아야 하는데, ‘데이즈 곤’ 세계에서는 길거리에 놓인 폐차가 마치 판타지 RPG 속 보물상자처럼 다양한 아이템을 품고 있다. 정비에 필요한 쇠붙이는 물론이고 경찰차에서 탄약을, 정유차에서 연료가 얻을 수 있는 식이다.
작중 세계관이 포스트 아포칼립스이니만큼 원하는 도구를 완제품으로 얻기보다는 이러한 잡동사니를 수집하여 조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데이즈 곤’에서는 서바이벌 휠이라 불리는 원형 UI를 통해 아이템 장착, 확인, 조합이 모두 가능하며 대부분 재료가 두 가지 이상의 쓰임새를 갖기 때문에 사용하기 앞서 숙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름은 기본적으로 바이크 연료로 쓰이지만 플리커 둥지를 태울 때도 굉장히 유용하다는 식이다.
‘데이즈 곤’은 마치 현실처럼 시간의 흐름이 존재하며 밤이 되면 시야가 좁아지고 플리커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이처럼 사나워진 플리커는 그만큼 더 많은 경험치를 주긴 하지만, 아직 레벨이 낮아 대적할 방도가 없다면 재빨리 바이크에 올라타 도망치는게 상책이다. 안전가옥에서 낮까지 시간을 보내며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용무를 보다 해가 지면 빠져나오고, 다시금 목표지로 복귀하는 전술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바이크를 타고 안전가옥을 빠져나온 시연자의 디컨이 돌연 저격을 당해 고꾸라졌다는 것이다. 디컨을 습격한 자들은 놀랍게도 플리커가 아닌 같은 인간으로, 힘만이 오직 정의라 믿고 약탈로 생계를 이어가는 머로더(Marauder) 일당이다. 플리커가 밤에 극성이라면 머로더는 반대로 낮에 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해가 뜨든 지든 ‘데이즈 곤’의 세계는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믿을 것은 오직 나 자신의 레벨과 장전된 소드배럴 샷건 뿐.
감염 구역을 정화하거나 여타 임무를 완수하면 돈과 경험치, 신뢰도가 보상으로 주어진다. 레벨이 오르면 개인의 취향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밀리, 레인지, 서바이벌 스킬 중 하나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감염 구역이 사라진다고 완전한 평화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고, 플리커가 사라진 자리를 머로더가 차지하기도 한다. 이 녀석들은 디컨이 세워놓은 바이크에 몰래 다가가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근처에 플리커가 있을 시 응전하기도 하는 등 상당한 수준의 AI를 갖췄다.
이렇게 안전가옥과 감염 구역을 오가며 생존자와 플리커, 머로더에 둘러싸여 사선을 넘나드는 것이 포스트 아포칼립스을 마주 한 디컨의 삶, 그러니까 플레이어가 경험할 ‘데이즈 곤’이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세 디렉터와 함께한 일문일답을 통해 확인하자.
● 첫 공개 당시 충격적이었던 수많은 플리커가 보이지 않는다. 성능 최적화 때문인가
: 그 영상에서 등장하는 플리커 무리는 500마리 정도인데 이는 여전히 게임에 존재하는 부분이다. 오늘 미션에 나온 플리커들은 비교적 적은 수인데 이건 레벨 디자인에 따른 차이이지 성능 이슈와는 무관하다.
● 플리커 같은 괴물이 존재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도 인간끼리 싸워야 하는 건가
: 모든 인간이 서로 싸우는 것은 아니다. 지역마다 마련된 생존자 캠프에선 여전히 법과 질서를 믿는 이들이 사회를 재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만 필드에서 마주치는 머로더는 오직 힘의 논리만 믿으며 약탈이라는 새로운 생활 방식을 터득한 이들이다.
● 레벨과 스킬 트리가 있는데, 디컨이 충분히 성장하면 플리커 무쌍을 찍을 수도 있을까
: 레벨이 오르면 체력과 지구력, 집중력이 향상되고 강력한 스킬도 얻게 된다. 또한 무기를 분해하고 재조립하며 업그레이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플리커를 잘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 궁극적으로 게임 내 모든 감염 구역을 정화하면 더 이상 플리커가 나오지 않는 건가
: 감염 지역을 청소하면 그곳의 플리커는 사라지게 된다. 대신 그곳에 여러 사람들이 자리를 잡기 새로운 긴장 상태를 야기할 것이다.
● 그렇다면 파밍을 하다 보면 나중에는 자원이 고갈될 가능성도 있는 건가
: ‘데이즈 곤’에는 막다른 길이 존재하지 않는다. 생존자 캠프에서 의뢰를 받아 플리커를 사냥하고 전리품을 챙길 수 있으며, 세계는 수색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물건들로 가득하다. 임무 보상으로 받은 돈으로 뭔가를 살 수도 있다. 그래도 만약 화력이 다 떨어졌다면 근처 나뭇가지를 깎아 화살을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 벤드 스튜디오가 이정도 대작을 만드는 것은 처음인데, 완성을 앞둔 소희가 궁금하다
: 우리는 언제나 더 큰 도전에 나서길 좋아한다. 여기 있는 제프가 먼저 오픈월드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자 금새 다들 한번 해보자는 쪽으로 의기투합했다. ‘데이즈 곤’은 단순히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우리가 좋아하는 수많은 요소를 녹여낸 작품이다. 만들다 보니 당초 계획보다 여러모로 방대해졌지만 여전히 서사가 중심인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오픈월드가 지닌 재미와 드라마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