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 거대양당 악당들아 기다려라.’
민중당 서울 동대문구갑 오준석 후보는 젊은층에 인기를 끌고 있는 래퍼 ‘마미손’의 랩 가사를 살짝 바꾼 문구를 넣은 현수막을 지역구 곳곳에 걸어놨다. 21대 총선부터 적용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으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든 꼼수를 비판하는 ‘현수막 디스전’을 펼친 것이다. 오 후보는 역시 랩 가사를 이용한 ‘위성정당 때문에 기호 7번으로 밀려난 기분을 니들이 알아?’ 등 재치 있는 문구를 현수막에 넣어 눈길을 끌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21대 총선을 앞두고 ‘조용한 선거운동’이 이어지는 분위기이지만 눈에 띄는 문구 하나로 유권자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현수막 선거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현수막 유세가 과열될 경우 선거관리위원회 신고나 검찰 고발로까지 선거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제주시갑에 출마한 우리공화당 문대탄 후보의 현수막엔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문구가 들어가 논란이 일었다. 문 후보는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2일 ‘문대탄 찍으면 문죄인 끝장낸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지역구 18곳에 내걸었다. 이에 민주당 현근택 대변인은 지난 3일 문 후보에게 “막말에 불과한 현수막을 당장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상 문 대통령은 선거 후보자에 해당하지 않아 현수막 철거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제주선관위에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지만 선관위는 문 후보 측에 ‘자제 요청’을 한 상태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에 출마한 재선의 미래통합당 박덕흠 후보는 현수막에 ‘힘 있는 중진 3선 의원’ 문구를 집어넣었다. 이에 한 주민이 지난 3일 충청북도선관위에 ‘재선인 박 후보가 3선 의원이라 표기한 것은 허위사실 공표’라며 신고를 접수했다. 선관위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곧바로 박 후보에 ‘3선 의원’ 문구 수정을 요구했고 박 후보 측은 80여개 현수막에 ‘준비된’이라는 문구를 추가해 수정했다. 박 후보 측은 “현수막을 제작하는 과정의 단순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신고자가 박 후보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당분간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충남 서산시 태안군의 더불어민주당 조한기 후보 현수막 주변에는 어김없이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음주운전 피해자 연합’이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조 후보를 겨냥해 내건 현수막엔 ‘음주운전은 가정파괴범이다’, ‘음주운전은 살인행위’ 등 문구가 적혀 있다. 음주운전 근절 캠페인을 펼치는 동시에 우회적으로 음주운전 전과자인 조 후보를 비판하는 것이다.
이번 총선과 함께 치러지는 울산 구의원 선거를 앞둔 민중당 안승찬 후보 사무실 건물 바로 앞엔 통합당 정치락 후보의 현수막이 설치돼 논란이 일었다. 안 후보 측은 지난 2일 “경쟁 후보자 사무실을 가리는 비도덕적인 정치락 후보를 고발한다”며 “당장 현수막을 철거하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 후보는 “광고회사에서 설치한 것이라 몰랐다”며 “문제가 된다면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울산북구선관위는 “법적 문제는 없으나 도의적 문제가 있어 정 후보 측에 지도했다”고 밝혔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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