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극장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위기 경보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고 관객들 발길도 끊기다시피 하면서 배급사들은 신작 개봉을 잇따라 연기하고 있다.
25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총 관객은 7만7071명으로 급감했다. 박스 오피스 상위 10편의 평균 좌석 판매율은 3.5%에 그쳤다. 이들 영화에 배정된 좌석 100석 중 3석 정도만 팔렸다는 의미다.
이달 총 관객은 681만여명으로, 지난해(2227만여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 등에 힘입어 셋째 주에 반짝 특수를 누렸다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달 총 관객은 2월 전체 관객 수로는 2004년(311만여명)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배급사들은 부랴부랴 신작 개봉일을 변경하거나 잠정적으로 연기하고 나섰다. 25일 독립영화 ‘나는보리’와 애니메이션 ‘더 프린세스: 도둑맞은 공주’, 전날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과 임지호 요리 연구가에 대한 다큐멘터리 ‘밥정’, 박신혜·전종서 주연의 스릴러물 ‘콜’, ‘기생충’ 흑백판, 독립영화 ‘이장’과 ‘후쿠오카’ 개봉일이 미뤄졌다. 앞서 ‘사냥의 시간’과 ‘슈퍼스타 뚜루’ 개봉도 늦춰졌다.
시사회 등 각종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인비저블맨’과 ‘더 보이 2: 돌아온 브람스’는 시사회를 취소하고 각각 26일, 다음 달 5일 예정대로 개봉한다. 한국영화기자협회는 연례 행사인 ‘올해의 영화상’ 시상식을 잠정 연기했다.
이와 관련해 영화계 관계자는 “2009년 신종플루나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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